유위신이 몽롱하게 눈을 떴다.
“약은 됐어요.”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유위신 씨, 제 손을 잡고 크게 숨 쉬세요. 크게, 크게.”
마취의는 유위신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살짝 누르면서 반복했다.
유위신은 ‘후후’ 숨을 몰아쉬기만 하고 내뱉지는 않으면서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번 선생님. 약효가 오래 안 가네요? 수술 시작했나요?”
“끝났습니다.”
같은 말을 늘 반복해온 마취의가 입을 삐죽였다. 유위신은 순간 마취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거의 숨도 쉬지 않다가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번 선생님 맞아요?”
“어이구, 정신이 맑은 편이네요. 보통 벌써 끝났냐고 묻는데. 음, 정신 드시나요?”
“정말 번 선생님 맞아요?”
“아까도 물었잖아요. 기억 안 나면 골치 아픈데.”
“누구세요?”
뚫어져라 상대를 노려보던 유위신이 다급하게 마취의의 손을 잡고 물었다.
“아이고, 기운 넘치네요. 됐어요.”
마취의는 빙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유위신의 손을 툭툭 쳤다.
“됐어요, 됐어. 일단 좀 주무세요. 다른 사람한테 알리러 갈 테니까.”
유위신이 병실로 돌아갈 때까지 마취의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자기 기억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의심했다.
센터 앞에는 팬들이 모여 있었다. 기자들은 팬보다 더 많았다.
중국 육상엔 이름을 알 만한 스포츠 스타가 별로 없었던 데다 유위신의 호감도는 원래 높았는데 동정 점수까지 받으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이의 시선을 끌었다.
축동익은 최대한 사람을 보내 기자들을 상대하게 했다. 하지만 연구 센터에서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한 기자들은 차라리 혹시 팬을 통해 무슨 소식이라도 캐낼 게 있을지 기대하며 밖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폭스바겐 파사트 세 대가 줄지어 서행하며 센터 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눈치 빠른 기자 하나가 곧바로 뭔가 다름을 깨닫고 렌즈를 그쪽으로 향했고, 셔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까지 들어가.”
차 안에 있던 체육국 국장은 기자는 꼴도 보기 싫고 쫓아내기도 싫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소식을 들은 곡 선생과 부소장 등이 벌써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미처 사진을 찍기도 전에 자동 펜스가 닫혔다.
문이 닫힌 걸 확인한 국장이 그제야 헛기침을 하고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유유히 차에서 내렸다.
“왕 국장님, 소 주임님, 마 주임님, 안녕하십니까.”
곡 선생은 낯익은 체육국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부원 체육관 인근에 있는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는 체육국 간부와 운동선수들과 자주 교류하는데, 지도자들은 VIP 고객인 셈이라 곡 선생 같은 의사는 몹시 신경을 썼다.
“아, 곡 선생. 우리 유위신 선수가 늘 신세 지고 있네. 고맙네, 고마워.”
곡 선생을 알아본 왕 국장도 온화하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별말씀을요.”
곡 선생의 안색이 변했다. 왕 국장이 사람 앞에서 척하는 걸 모르진 않지만, 이번엔 체면치레가 평소보다 훨씬 심했다.
“별말씀이 아니라, 다 존중하는 마음 아니겠나. 의학, 과학엔 존경심을 표해야지. 운동선수들이 다치면 병원에 와야 하고, 병원에 오는데 의사가 없으면 되겠나. 안 그런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해심이 참 넓으십니다.”
왕 국장이 손을 휘휘 내두르며 하는 말에 곡 선생은 상사를 대하는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하하하, 우리 관리직은 조직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다른 사람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네. 특히 운동선수들 말이야. 선수들은 대부분 다 젊으니 속박을 싫어하지. 우리도 다 안다네. 하지만 운동선수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우리 체육국 소속 아닌가. 우리가 과학을 존중하고 선수를 존중하는 만큼 선수들도 우리를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그 말에 곡 선생은 차라리 대답을 회피했다. 왕 국장은 분명 나무라려고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유위신은 지금 어디 있나?”
육상 담당인 마 주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안에 있습니다.”
곡 선생은 말릴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유위신도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능연 쪽으로 돌아섰는데 뭘.
곡 선생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사람들은 연구 센터 부소장하고도 별말을 나누지 않고 그 뒤를 따라갔다. 부소장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이 멀어지자 바로 축동익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두 팀은 유위신의 호화 병실에서 만났다.
침실 4칸 있는 룸에 가장 큰 방은 물론 유위신의 병실이었다. 전체 면적 1/4을 차지한 그 방은 욕조가 있는 욕실도 달린 볕이 잘 드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유위신은 침대에 기대서 깁스한 다리를 높게 치켜들고 비몽사몽 잠들어 있었다. 그 장면에 왕 국장은 깜짝 놀라서 순간 불벼락을 쳤다.
“무슨 일입니까?”
“수술은 아주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3, 4개월 뒤면 적응성 훈련을 시작해도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축동익은 미소 지은 채 그렇게 대답했다. 왕 국장은 원사를 호통칠 수는 없어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짜증을 냈다.
“유위신 깨워서 직접 이야기하라고 해.”
“환자가 쉴 수 있게 나가서 말씀 나누시지요.”
축동익이 바로 저지했지만, 마 주임은 듣지 않고 그를 힘껏 밀어냈다. 그러나 아무리 흔들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을 깨울 순 없었다.
“마취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지금은 정상적으로 이야기 나누기 어렵습니다.”
축동익이 곁에서 한마디 보탰다.
“나갑시다.”
왕 국장은 과학에 대한 존중심도 사라질 것 같았지만, 원사 앞에서 티를 내지는 않았다.
“원사님, 어쩌면 한마디 말도 없이 수술하실 수 있습니까.”
응접실에 자리 잡은 다음, 마 주임이 나서서 불만을 토로했다.
“유위신이 우리 병원에 며칠 있었는지 보도도 나갔지 않습니까, 국에서도 잘 아실 텐데요? 한마디도 없었다니요.”
“이게 작은 일입니까? 수술하기 전에 한마디 말씀은 해주셨어야지요. 갑자기 이렇게 수술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다음 일정도 다 꼬였습니다.”
마 주임이 몹시 언짢은 듯 툴툴대자 축동익은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 말 없이 그가 화풀이하도록 내버려뒀다.
정부 부처의 컴플레인은 민간 컴플레인과 다른 점이 있지만, 설명해도 말이 안 통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집도의는요? 수술 상황은 어떻습니까?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한참을 투덜투덜 대던 마 주임은 결국 포기하고 물었다.
“물론이죠. 잠시만요,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축동익이 기천록을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수술 중이라고 대답했다.
“또?”
“오늘 예정된 수술을 끝낼 생각이랍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그럼, 좀 기다릴까요?”
축동익이 조금 미안한 듯 체육국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럽시다.”
고개를 끄덕인 왕 국장은 기자와 체육국 전문가를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다 아는 기자입니다. 함부로 쓰진 않을 테니, 변통 좀 해주시지요.”
“물론이죠, 문제없습니다.”
축동익은 웃으며 대답했다. 잠시 후 기자 두 명과 체육국 재활 전문가가 응접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 수술복을 입은 채 능연이 안으로 들어왔다.
두 기자는 순간 눈을 빛내며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재활 전문가는 절로 매무새를 정리하면서 입가에 깔보는 빛을 드러냈다.
기술이 필요한 업계에서 전문가 소리를 들을 정도 되는 사람은 계속 누군가를 무시하며 올라온 사람이다.
즉 다시 말해 전문가란, 바로 무시 체인 최정상에 있는 고위 약탈자이다.
체육국 재활 전문가 한문림은 매일 갖가지 부상당한 선수를 만나고, 각 병원에서 보낸 수술 방안을 심사하고, 선수의 부상 상태를 평가하면서, 돈을 주느냐 마느냐, 얼마나 주느냐, 계속 줄 것이냐 같은 각 방면 권리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데다가 본인의 의학 명망까지 있으니 자존심이 당연히 강했다.
그런 그도 축동익 같은 원사 앞에서야 당연히 쓸데없이 트집 잡지 않고 온순하게 군다. 하지만 능연 같은 초짜 의사 앞에서는 겸손할 리 없다.
“자네가 유위신을 수술한 의사인가?”
한문린은 기선 제압하려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본 능연은 다시 축동익과 기천록을 바라봤다. 원래 말수가 많은 성격이 아닌 데다가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더욱 말을 아꼈고, 다짜고짜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대답할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개인이 묻는 질문을 일일이 대답했다면, 능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들은 질문을 지금까지도 대답하고 있을 것이다. 집으로 배달된 편지까지 더 하면, 평생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고.
“이분은 우리 체육국 지도자시라네. 왕 국장님, 소 주임님, 마 주임님, 그리고 한문린 박사님. 여기는 위 기자, 이 기자······.”
축동익이 하하 웃으며 소개했다.
“능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능연을 본 순간 헤드라인에 올릴 사진을 떠올린 위 기자가 먼저 나서서 인사했다. 한문린도 헛기침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우리 체육국 재활 심사와 의료 성과를 평가하는 전문가라네. 능 선생, 젊으시구만?”
능연은 관직에 있는 사람이든 전문가든 별로 관심 없는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 수술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겠나?”
한문린은 마음속으로 능연의 점수를 깎으며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 물었다. 체육국 재활 전문가인 한문린은 자신의 권력을 적절하게 휘두르며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의사와 선수를 자주 ‘교육’했다. 특히 몸매 좋고 잘생긴 그런 부류가 한문린이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능연은 한문린에게 익숙한, 언행을 조심하며 차근차근 설명하는 의사 같지 않았다.
“그럴 필요 있나요?”
“당연하지!”
생각지도 못한 능연의 말에 한문린의 자존심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그는 눈썹을 올리며 날카롭게 말했다.
“우리는 자네 수술 상황을 전면적으로 평가해야 하네. 유위신은 우리 체육국의 중요 선수 중 한 명이라네. 전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라고. 그런 그의 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우리는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어야 하네.”
“수술 후 상황이라면, 축동익 원사님께 물어보시죠.”
능연은 상대하기 싫은 모습이었다.
축동익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능연은 다른 의사와 신분이 달랐고, 한문린이 자존심을 세우며 공격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한문린의 기세가 순간 꺾였지만, 그의 뒤엔 체육국 국장이 있었다. 한문린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 웃음을 쥐어 짜냈다.
“능 선생, 우리가 축동익 원사에게 물을 말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에 묻겠지. 지금은 수술 중 상황을 자네에게 묻는 걸세.”
“그래도 되나요?”
능연은 한문린이 아닌 축동익을 바라봤다. 오랫동안 체육국과 협조해 온 축동익은 그들이 귀찮기는 해도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한 박사님이 상세한 상황을 알고 싶다 하니 설명해 드리게.”
원사가 자기 편이라는 생각에 한문린도 드디어 화가 조금 누그러졌다. 윗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지 잘 아는 한문린은 깊은숨을 몰아쉬고는 질문을 던졌다.
“유위신이 왜 갑자기 수술 결정을 내렸나?”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능연이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자네가 집도의인데, 유위신이 왜 수술받는지 모른단 말인가?”
한문린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능연은 한문린보다 더 짜증이 났다. 그가 싫어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다른 사람도 있고 축동익 체면도 있으니 능연은 진지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제 생각엔, 유위신 씨가 수술한 이유는 그의 아킬레스건이 파열됐기 때문입니다. 근데 유위신 씨가 왜 갑자기 수술 결정을 한 건지 물으신다면, 그건 당사자한테 물으셔야겠죠. 이건 임상 문제가 아니니까요.”
속뜻을 알아들은 기자 두 명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한문린은 더욱 언짢아졌다.
“능 선생, 유위신을 감싸줘도 소용없다네. 그런 식으로 감싸봐야 결국 체육국에서는 자네를 신임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같이 일을 할 수 없어.”
한문린의 말투에 실망감, 그리고 위협이 느껴졌다. 한문린은 많은 의사와 접촉해왔고, 특히 젊은 의사가 많은 편이었다. 그들은 모두 운동선수 수술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올리길 바랐다. 그렇게 더 많은 수술 기회를 잡게 되고 그러면 점점 많이 노출되기도 하니까.
돈을 잘 버는 의사 집단에 들어가거나 출장 수술을 하려면 명성은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능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문린을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상해를 곧 떠나야 해서가 아니라, 운화에서라도 체육국과 협력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
아킬레스건 수술의 고차원적인 응용은 운동선수에게 적응되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서비스 대상은 일반인이었다. 운이 안 좋아 아킬레스건을 다친 일반인은 매해 속출한다. 오히려 운동선수들은 아킬레스건 수술이 절실하긴 해도 수적으로 따지면 많지 않다. 의사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에는 운동선수 수술만으로는 수술 능력을 모두 채울 수 없었다. 수술 능력을 채울 수 없는 집단은 능연도 같이 협조할 의미가 없었다.
사실 축동익 원사의 방안을 좀 더 개선하면 언젠가 일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니, 때가 되면 능연은 더더욱 운동선수와 협조할 필요가 없다. 일반인에게도 똑같은 수술을 하면 되니까.
새로운 아킬레스건 수술법을 채택해서 아킬레스건을 더 단단하게 하고 더 빠르게 회복시키고 고강도 운동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한다면 일반인에게 적용한다고 무슨 문제가 될까. 외과 수술은 모두 그런 식으로 발전해왔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합병증이 많아서 일부 사람에게만 적합하지만 서서히 개선된 수술 방법이 나오면서 더 넓은 범위로 넓혀가는 것이다.
능연은 재미있는 수술이 좋았다. 물론 재미없는 사람은 싫고. 그러니 한문린의 위협은 정중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기천록이 웃는 얼굴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다.
“저희랑 체육국은 지금까지 잘 협조해 왔지 않습니까. 이번에 유위신 수술도 꽤 잘됐답니다.”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는 한문린은 말투를 다시 바꿔 물었다.
“그럼 수술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능 선생, 수술을 어떻게 진행했나.”
“축동익 원사님의 A 방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번엔 능연도 호쾌하게 대답했다.
“A 방안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
“아킬레스건 보건술입니다. 측면 정중앙에 절개구를 내고 우선 아킬레스건 옆 피하 피판에······.”
“아킬레스건 보건술인 건 나도 아네. 내 말은 그 A 방안이라는 게 다른 아킬레스건 수술이랑 무슨 차이가 있냐는 거지.”
한문린이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이런 질문에는 조금 흥미가 있는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단호하게 ‘혈액 공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예 유위신의 MRI 필름을 가지고 오게 시켜서 뷰박스에 꼽고 설명을 시작했다.
“유위신 씨 아킬레스건의 혈관망을 새로 구축했습니다. 여기, 여기, 여기에 브릿지를 세우고······.”
한문린은 머리가 어질, 귀가 먹먹해졌다. 축동익 원사의 방안은 이미 검토했었지만, 마지막에 더 급진적인 방안으로 실행했을 줄은 몰랐다.
“리스크가 너무 커! 어째서 이런 위험한 방안을 채택했습니까?”
한문린은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고함쳤다. 전문가가 극노하는 모습에 체육국 지도자들도 덩달아 긴장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많이 위험한가?”
“수습 방안은 있습니까?”
“선수들은 참, 제 몸 아낄 줄도 모르고.”
체육국 사람들이 웅성대자 기천록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방안이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수술은 대성공이고요.”
한문린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수술이 성공했다고 유위신이 좋아진다는 보장 있습니까? 내가 보기엔, 처음부터 이런 위험한 수술을 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박사님한테는 위험한 수술로 여겨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수술 위험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능연이 한문린의 말을 자르며 한 방 먹였다. 수술 과정 중 시스템 제시어 때문에 몇 번 걱정하긴 했어도, 실험성 수술을 하면서 이런저런 걱정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수술 과정에서 능연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난관에도 봉착하지 않았다. 수술 자체는 줄곧 순조로웠고 유위신의 바이탈도 내내 안정적이었다. 아킬레스건은 순조롭게 봉합됐고, 혈관망은 성공적으로 재건했다. 게다가 두 세트나. 한마디로 수술 과정 전체가 안전 범위 안에서 진행됐다고 할 수 있었다. 실험성 수술이 아니라 10번, 20번 진행할 수 있는 수술이라면 능연의 표현대로라면 잔잔한 수술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실 기천록이나 축동익도 수술 중에 진행된 일부 판단에 의문을 가지긴 했어도, 전체 수술 과정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그들은 시스템 제시어나 퀘스트 완성도가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나 한문린은 능연의 말을 아예 믿지 않았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술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 방안 자체에 위험이 가득했다고!”
“아킬레스건 수술 전문가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눙연이 갑자기 묻는 말에 한문린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뜻인가.”
“아킬레스건 수술 전문가였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할 텐데 말입니다.”
순간 한문린은 무시 체인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이건 수술······.”
“난도가 높고, 리스크가 있지만 순조로운 수술이 재미있는 수술이죠.”
능연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멈춰서 한문린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수술 방안을 위험이 가득하다고 느끼는 건 박사님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생각하는 거죠. 매우 정상적인 심리입니다.”
뒤로 갈수록 능연의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상대를 위로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한문린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실내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다. 그러나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똑똑한 사람이고 어색함에 대한 이해 농도가 모두 낮았다.
“내가 체육국에서 자문을 맡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 그런 내가 모든 분야에 전문가여야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단 말인가? 하하하. 나는 젊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난다네. 젊은 의사들은 다 자네처럼 생각하지만, 똑똑히 듣게. 내가 오랫동안 방안을 심사하면서······.”
“사실 상관없습니다.”
능연은 체육국 사람들의 막말이 싫었고 한문린이 계속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더욱 듣기 싫었다. 능연은 슬쩍 그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임상의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많죠. 특히 서전은요. 박사님은 수술에 소질이 없으니까 의료 고문으로 전직한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겸연쩍어하실 것 없습니다.”
“내가? 겸연쩍어?”
이미 4, 50대인 한문린은 젊은 능연과 그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껄끄러워졌다. 그는 능연에게 체육국 재활 전문가인 자신의 권력을 설명해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각 병원 행정 간부, 의사 그리고 제약 회사 영업 사원들이 발바닥을 핥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능연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다는 듯 위로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서전이 되는 덴 운도 따라야 하는 법이죠. 좋은 서전이 되려면 더 큰 운이 있어야 하고요. 이름난 의학 박사들이 자기는 서전이 체질이 아니라고 깨닫는 걸 많이 봤습니다. 실력을 더는 높일 수 없어서 법의학 박사, 내과 의사 아니면 의학 연구자가 되죠. 재활 전문가가 되는 것도 방법이죠.”
“나는······.”
한문린의 울화가 가슴에 품고 있던 무시 체인과 함께 활활 타올랐다.
언제나 직접적이고 터프하게 일을 처리하는 체육국 국장이 그때 갑자기 위장을 벗어 던지고 숨겨 있던 스마트함을 꺼냈다.
“축 원사, 유위신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습니까?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습니까?”
왕국장은 한문린을 건너뛰고 바로 축동익을 향해 물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궁금한 핵심 문제였다. 유위신의 가치였고.
그걸 정확히 파악해야만 체육 사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정확히 내릴 수 있다.
“수술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회복이 잘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축동익은 바로 맞서지 않고 에둘러 대답했다. 그러자 왕 국장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완전히 회복할 가능성은요?”
핵심 중의 핵심 질문이었다.
유위신이 실험성 수술을 한 것도 바로 완전 회복을 기대해서였다. 완전히 회복할 수만 있다면 유위신은 계속 트랙에서 활보할 수 있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 회복도가 조금만 안 좋아도 어쩌면 국내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중국인을 왕 국장이 특별 대우할 필요가 없었다. 유위신이 완전히 회복하여 고강도 훈련을 계속해야만 해외 수준 높은 대회에서 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체육국 지도자들에겐 유위신이 완전히 회복해야 가치가 있을 뿐이었다.
축동익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능연을 바라봤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퀘스트 완성도가 이미 91%까지 오른 걸 확인한 능연은 의학적으로 완전 회복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술 과정에서 퀘스트 완성도가 바뀌었던 걸 생각하고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낙관적입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요.”
예상했던 대답에 왕 국장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보였던 초조함을 다시 드러냈다.
“하나 마나 한 말 아니오. 이럽시다, 우리 한 박사보고 검사를 좀······.”
“지금 검사해도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축동익이 완곡하게 대답했다. 듣다 답답해진 능연은 다시 축동익 원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수술이 아직 남았는데, 먼저 가 봐도 됩니까?”
구해놓은 환자 10명 중에 지난밤에 5명 수술하고 새벽에 2명, 조금 전에 1명 했으니 아직 2명이 남아 있었다. 중간에 스태미너 포션을 마신 걸 생각하면 나머지 수술을 해치워야 손해가 아니었다.
상해에 와서 일반 아킬레스건 수술 10번에 실험성 수술도 했으니 푯값은 했다고 생각했다.
“유위신의 수술은 설명해야 할 것 아닌가.”
축동익이 막 승낙하려는 참에 재활 전문가 한문린이 다시 언짢아했다. 무시 체인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흠.”
“그럼 수술 동영상을 가지고 오죠.”
슬슬 짜증이 났던 축동익은 능연의 말에 동의하면서 사람을 보냈다. 마음이 가벼워진 그는 체육국 지도자와 기자를 다시 불러 앉혔다.
“수술이 막 끝나서 효과를 평가해 봐야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수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동영상을 보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병원에서 진행되는 수술은 대부분 동영상으로 기록해둔다. 예전에 병원 규모가 작고 제도적으로 불완전하던 시대에 동영상 녹화는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커서 다들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당시 각 업계에서 병원으로 전직했던 나이든 의사들은 모두 은퇴했고, 큰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 새로 들어온 전문의들은 자연스럽게 제도에 익숙해졌다. 그런 환경에서 동영상 촬영은 오히려 의사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까닭도 없이 실패한 수술에서는 의사들은 애쓰지 않고 자신의 무고를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유위신의 수술을 맡은 축동익은 더더욱 전체 수술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표준대로 진행됐음을 증명하려고 했고, 동영상도 참관실에서 본 것도다 훨씬 다각도로 녹화해 두었다.
잠시 후, 회의실의 모니터 3개에서 동시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체육국 지도자들과 기자들은 처음엔 보기 두려운 듯 공포 영화를 처음 보는 아이처럼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금세 두려움도 잊고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절개구가 왜 S형이죠?”
“유합 때문입니다.”
“아킬레스건을 저렇게 크게 잘라내면 어쩝니까?”
“말꼬리 상태의 파열 부분은 남겨둬봤자 쓸모없습니다. 오히려 회복 시간을 지연시키고 나중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혈관을 저런 식으로 봉합하면 얼마나 봉합해야 합니까?”
“오래 걸렸죠.”
“혈관은 아주 가늘지 않습니까? 몇 배 현미경입니까?”
“8배입니다.”
대답은 주로 축동익, 기천록과 곡 선생이 했고 능연은 말도 하기 싫다는 듯 곁에 앉아 있었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질문하던 한문린도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수술실에 순회 간호사가 튼 음악이 울려 퍼졌다.
클래식 음악의 음표가 허공에서 춤을 추면서 피아노 선율의 기품을 과시하자, 연문빈은 답답함에 시트도 땅에 떨어뜨렸다.
“상해 병원은 다 이렇게 고상합니까?”
능연 들으라고 간호사가 피아노 연주곡을 고른 것을 아는 연문빈이 입을 삐죽였다. 신기하게도 능연을 잘 모르는 간호사가 음악을 고를 때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단 클래식 음악을 틀고 본다.
순회 간호사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생긋 웃고는 제일 자신 있는 왼쪽 얼굴을 능연 쪽으로 돌렸다.
“능 선생님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상관없습니다.”
능연은 가볍게 몸을 흔들며 손으로 환자의 종아리를 톡톡 치고는 나이든 한의사처럼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신체 진찰을 했다.
능연은 꽤 꼼꼼하게 검사했다. 전문가급 신체 진찰은 수준 높다기엔 부족하고 낮다기엔 넘쳐서 진지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보조 검사도 같이해야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사마다 ‘짐작’에 대한 정의는 달랐다. 지방 병원엔 혈당을 체크하지 않고 맹장염 수술을 하는 멍청이가 있고, 삼갑 병원이라고 해도 절개를 잘못 잡는 집도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수술할 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건 왕해양이 능연을 데리고 출장 수술 갔을 때 전수한 경험이고, 그도 지당하다 생각했다.
수술실마다 레이아웃이 다르고, 기기 메이커가 다르고, 제약 회사도 달라서 예습과 준비를 많이 해둬야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의사일수록 그렇게 한다. 물론 능력이 고만고만한 의사는 자기 병원 수술도 허둥대고 정상 상황도 대처하지 못해서 모든 상황이 모두 비상 상황이긴 하지만.
그랜드마스터급 아킬레스건 수술법을 가진 능연은 이론상으로 대부분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아는 게 많을수록 두려움도 많아진다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 알수록 고려할 것도 점점 많아졌다.
“됐습니다. 시작합니다.”
충분히 검사한 능연은 MRI 사진까지 훑어본 다음 손을 뻗어 메스를 요구했다. 그는 절개구를 내고 오른손으로 메스를 내려놓고 왼손 검지로 상처 부위를 찌르고 오른손으로 당겨서 수술 시야를 확보했다.
연문빈도 다급히 훅을 들고 다가가 능연 곁에 섰다. 그는 퍼스트 어시의 미소를 지은 채 각 조직을 당겼다.
그는 요즘 좀 조급해하고 있었다. 능연은 오늘도 집도하는데 그는 겨우 세컨 어시를 하고 있으니 초조한 게 당연했다.
그는 가위를 들고 나서서 근건 한 조각을 잘라낸 다음 울분을 쏟아내듯 웃었다.
“드디어 뭘 자르긴 했네.”
“음, 유위신보다 훨씬 낫네요.”
능연은 모처럼 한마디 하고는 즐거운 듯 몸을 흔들었다.
지도자와 재활 전문가 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못할 짓이었다. 수술실에 있는 기쁨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게다가 부원 체육관 옆에서 파는 속옷이 너무 편했다. 운화에서 파는 것보다 두 배는 비싸지만 능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은 차고 넘쳤다.
능연은 음악을 따라 흔들흔들 댔지만, 아킬레스건을 꺼낼 때는 먹보가 샤브샤브를 먹는 것처럼 안정된 모습이었다.
피 묻은 아킬레스건을 집어 비춰보니 분홍빛으로 물들어 조금 귀엽기도 했다. 힘을 주어 누르면 종아리 근육도 따라 움직였다. 능연은 잠시 이리저리 재보다가 적당한 위치를 찾아 봉합을 시작했다.
시간을 다툰다면 대충 비슷한 위치를 찾아 봉합해도 상관없다. 아킬레스건은 회복할 때 의사가 설정한 위치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근점착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래서 가능한 최적 위치를 찾는 능연의 행동은 다른 외과의 눈엔 시간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환자에게 플러스는 적은데 시간은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과 의사는 저마다 성격이 있는 법. 능연이 완전무결한 위치를 찾겠다면 수술실에 있는 어시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참관실에 있는 높은 의사들도 관여할 수 없다.
“아, 답답해.”
“저 정도면 된 거 아냐?”
“아킬레스건 아이라인 그려주냐? 저거 거의 성형 수준인데? 아킬레스건 성형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참관실에 있는 의사들은 몰래 능연의 수술 장면을 지켜보며 즐기고 있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규칙이 그랬다. 동영상 시스템이 있는 수술실에 배정되면 랜덤 검사를 당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의사들은 언제 랜덤 검사를 해도 괜찮도록 규범에 따라 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부주임급 의사는 누구라도 참관실과 모니터를 켤 수 있었다.
그런 환경이라 센터의 의사들은 모두 조심조심 작업했고 가능한 한 참관실이 있는 수술실 4칸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수술실에 빈자리만 있으면 이 4칸 수술실은 고르지 않았다.
그러나 긴급 수술이 있거나 수술실 여유가 없을 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능연은 누가 자신의 수술을 지켜보든 말든 개의치 않았기에 바로 쓸 수 있는 수술실만 있으면 기뻐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그의 수술은 카메라가 있는 수술실에서 진행됐다.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모두 능연의 수술을 보는 걸 좋아했다. 다른 사람의 수술을 보면 경험도 늘고 교훈도 얻는다. 다른 사람의 수술 장면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 마련이다.
급이 좀 되는 의사라고 해도 아킬레스건 수술에 완전히 관심이 없지 않은 이상 능연의 수술을 보려고 했다. 물 흐르듯 흐르는 손놀림도 그렇지만, 아킬레스건마다 다른 수술 방법을 쓰니 외과의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아킬레스건 수술 방안은 워낙 많지만, 그 방안의 개량 방안과 개량 방안의 개량 방안은 더더욱 많았다. 의사마다 보통 몇 가지 수술 방식만 터득하며 대부분의 의사는 심지어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당 수술을 처리한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전문 의사는 능연의 수많은 수술 방안을 볼 때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근질근질했다.
수술 방안 하나만 아는 외과 의사보다 많은 방안을 아는 외과 의사가 심리 상태가 건강하다. 반복되는 문제와 병증도 두렵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고민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니 마음이 편안할 수밖에 없다.
능연보다 수준은 떨어지더라도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정도라면 마찬가지로 저런 수술 방안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삼갑 병원보다 기대가 높고, 월급은 낮고, 업무는 어렵고, 승진 폭은 좁은 연구 센터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드니 말이다. 곡 선생조차도 체육국 지도자들 곁에서 눈도 깜짝하지 않고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능연이라는 의사 참 재미있군요.”
마 주임은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반감을 느꼈다. 실력만 있고 정치는 모르는 부류는 딱 질색이었다.
“능 선생 즐기는 거 같은데요?”
기자의 질문이라 역시 감성적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잘생긴 의사한테 뭔가 플러스가 되는 특징이 있으면 보다 환영 받는 기사가 되리라.
“능 선생님은 품위 있는 의사예요. 뭘 하든 철두철미하고 진지하고 섬세하고. 저런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다 부러워요.”
기천록 등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참관실에서 생중계 수술 장면을 지켜보던 여자 의사가 말했다.
‘인터뷰 홍보 요원이야, 뭐야.’
기자가 멈칫했다가 조심스럽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기자들은 인터뷰할 때 떡밥 필요한 거 아니에요? 떡밥을 주는데도 불만이에요?”
“그냥 해본 말이란 말인가요?”
“아니죠. 생각해 봐요. 기자님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어요. 그럼 여기 있는 어느 의사한테 수술받으실래요? 미리 말해 두는데, 부 주임급 의사는 저런 작은 수술 안 해요.”
그가 한마디로 부 주임급 이상 대장들을 걷어내 버리자, 다 익어서 언제든 건져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 냄비 안에 있는 양고기 같은 주치의와 레지던트만 남았다.
위 기자는 그런 식의 사고방식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진심으로 궁리하면서 손에 든 노트에 몇 마디 끄적이기까지 했다.
“한 박사님, 능연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저기 빨간 버튼 누르면 바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축동익은 웬만하면 좋게좋게 체육국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만 슬슬 인내심을 잃고 있었다.
재활 전문가 한문린은 하고 싶은 말을 배 속 가득 숨기고 있었다. 능연을 반박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준비해 뒀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참관실로 온 것이다.
그러나 모니터에 비추는 연예인처럼 잘생긴 능연을 보자 한문린은 조금 뜨끔해졌다.
“이제 한 사람 남은 거 맞죠?”
수술실에서 나는 소리가 참관실에도 전해졌다.
“응, 불완전 파열 환자 하나.”
“불완전이요? 재미없는데.”
능연의 목소리가 끊겼다가 그게 끝이냐는 물음이 다시 들렸다.
“끝이지.”
“연 선생님.”
“응.”
“이따 가서 기 주임님한테 다른 파열 환자 없는지 좀 물어봐 주세요. 보낼 수 있는 만큼 보내 달라고.”
“기천록 주임 말이야? 바쁘실걸?”
“유위신 수술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야죠. 오늘 안 하면 언제 해요. 아직 해도 안 졌는데 빨리 큰 병원에 연락해 보라고 해요. 이렇게 큰 도시에 아킬레스건 환자가 없겠어요?”
어쩐지 두려운 듯 묻는 연문빈의 말에 능연은 재촉했다. 수술 시야를 찍는 카메라를 통해 능연이 재빨리 매듭짓는 모습이 전해졌다.
“한 번 물어는 볼게. 환자가 있을지는 모르겠네.”
“그건 그렇죠. 그럼 곽 주임님한테 연락해 주세요. 우리 이제 돌아간다고. 수술 준비해도 된다고요. 단지 이식 케이스 시작해도 되겠다고. 그리고 침대는 몇 개나 비었는지도요. 연구 센터는 몇십 개나 비어 있는데······.”
재활 전문가 한문린은 그런 대화를 들으면서 내디뎠던 걸음을 거둬들였다.
‘됐다, 새파란 의사랑 따지긴 뭘 따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