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37화 (118/877)

다음 날, 기천록은 능연에게 매체에 노출되면 병원과 의사에게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 수술 환자도 늘 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능연, 우리 의사들은 말일세, 다들 단순하게 살고 싶어하지. 수술과 상관없는 일은 안 하고 말이야. 나도 젊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네. 그런데 말이야.”

“인터뷰 한 번에 수술 몇 번인데요?”

능연도 기천록의 말을 자르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말이 너무 장황하고 요점이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기천록은 당연히 인터뷰와 수술의 상관성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물론, 정상인은 그런 식으로 생각도 안 한다.

“5번 어떤가? 인터뷰 한 번 하면 내가 수술 5건 준비하겠네. 수술비도 자네가 운화 병원에 있을 때처럼 주임 기준으로 나한테서 나가는 거로 하고.”

그래서 기천록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툭 대답했다. 앞의 말보다 뒤의 말이 더 믿을 만했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다른 사람이 한 수술에 사인할 엄두를 못 낸다. 물론, 대형 종합 병원의 주임들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수술에 사인을 한다. 특히 출장 수술이 잦은 병원에서는 사인할 누군가를 반드시 찾아야 하니까. 능연은 운화 병원 의사라서, 의사 면허가 있든 없든 연구소 쪽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기천록이 사인을 해주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신뢰 관계가 쌓였다는 뜻이었다.

능연은 전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바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럼 제가 조금 양보하겠습니다. 인터뷰 한 번에 수술 4건.”

“약속한 걸세. 그럼 바로 인터뷰 2건 준비하겠네. 준비 좀 하게.”

기천록은 매우 기뻐했다.

“네. 선생님도 준비 잘해 주십시오. 수술 8건이면 중간에 잘 연결해야 하니까요. 마취의는 한 사람이라도 상관없지만, 중간에 교체할 사람은 필요합니다. 간호사는 최소 2팀, 혹은 5명이 로테이션, 딱 팀으로 정해 주세요. 할 때마다 새로 들어오면 시간 낭비니까요. 어시도요. 연 선생님 있으니까 스킨 봉합에 익숙한 사람 하나 더 있으면 좋겠네요. 수술 전후 준비를 잘 아는 사람으로요.”

“자네가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거 처음 보네.”

기천록은 눈을 껌뻑이며 능연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하는 게 효율이 높더라고요.”

능연은 겸연쩍은 듯 대답했다.

“알겠네. 그럼 수술 8건은 이틀에 배정하면 되겠나?”

“기 주임님, 인터뷰랑 교환한 수술은 제 방식대로 해도 되죠?”

기천록은 간호사 2팀이라면 하루에 수술 4건이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능연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 그건 그렇지?”

“그럼 하루에 해주세요.”

“하하. 하루 종일 수술 8건? 힘들어서 어쩌려고.”

“힘들지 않습니다. 정말로요.”

능연은 더없이 간절하게 대답했고 기천록은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자네가 힘들지 않다고 해도 하루에 수술 8건은 안 돼. 환자, 자네, 연구 센터 모두에게 무책임한 일이야.”

기천록의 말은 나름 논리적이었다. 능연은 논리적인 사람은 존중했다.

“그럼 지금 인터뷰하러 갈게요, 수술 준비해주십시오.”

언변이 좋지 않은 능연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기천록도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꽤 귀여운 면도 있단 말이지.’

기천록은 자리에서 일어나 능연을 사무실 밖으로 배웅하고는 설호초에게 전화해서 능연의 인터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서 느긋하게 위챗을 열어 그룹에서 아킬레스건 환자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반나절 동안 자신이 업무를 흡족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꽤 많은 일을 해냈고, 효율도 높고, 매주 순조롭게 말이다. 그는 일찍 퇴근해서 즐겨야겠다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의사란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지내다가 주임 의사로 진급하면 그제야 조금씩 자기 시간이 생긴다.

기천록은 한동안 야근하며 바쁘게 지내다가 오늘에야 수월해졌으니 기분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의국을 한 바퀴 돌면서 밑에 의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중점 마크하는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레지던트들이 쓴 차트를 검사하고, 병실 구역을 맴돌면서 환자 몇 명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초짜 의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주치의 한 명에게 5분 동안 화를 내고 다시 수술 구역으로 돌아가 친구들이 보낸 환자의 차트를 살펴보고,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의 접대를 몇 건 거절했다.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기천록은 퇴근하려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 주임님.”

그때, 능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에 나타났다.

“능연이구나. 인터뷰는 잘했고?”

기천록이 미소 짓자 능연도 따라 웃었다.

“다 했습니다. 4건이요. 설호초 씨가 준비했더라고요.”

“아이고, 4건이나 했어?”

“설호초 씨가 한 번에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기천록은 만족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받은 만큼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 2명이 왔을 걸세. 전에 보니까 삼원에서 한 명 왔고, 응급센터······.”

“끝냈습니다.”

능연이 미소를 유지하며 말하자 기천록은 웃는 얼굴 그대로 굳었다.

“삼원에서 보낸 환자?”

“모두 3명 있더라고요. 어디에서 온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다 끝냈습니다.”

축동익의 방안 A가 아닌 일반 아킬레스건 환자는 평범한 의사도 2시간이면 끝내니, 능연은 슬렁슬렁해도 1시간을 넘기지 않아서 3명으로는 오후도 넘기지 못한 것이다.

기천록은 능연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넌 지금······.”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수술 몇 번 더 해도 될 만큼이요.”

능연은 기천록의 복사뼈와 종아리 교차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기천록의 두 눈이 팔딱팔딱 뛰었다.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능연은 종이와 펜을 꺼내서 내밀었다. 종이를 넘기니 스도쿠 문제들이 있었다. 그는 기천록이 보는 앞에서 아무 문제나 찍어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앞으로 5건 더 해도 문제없습니다.”

“자, 잠만. 내가 가서 물어볼게.”

기천록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능연이 미친 듯이 스도쿠를 푸는 모습에 그러다가 그가 이따가 아무 다리나 들고 와 맨손으로 아킬레스건을 잡을까 봐 두려웠다.

능연은 기천록의 통화 내용이 들리지 않도록 예의 바르게 한쪽으로 물러났다.

“조금 기다려야 할 거 같다. 가서 밥이나 먹자. 내가 살게.”

전화 몇 통 돌린 기천록이 말하자 능연은 자기가 사겠다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연문빈 선생님이 운화에서 졸임 국물을 택배로 받았거든요. 그걸로 족발, 허벅지, 버섯, 옥수수를 졸였어요. 소힘줄도요.”

“조림 국물······을 택배로?”

“네. 꽁꽁 얼린 다음에 진공팩에 넣어서 단열팩에 넣고 안팎에 얼음 넣어서요. 당일 택배 되더라고요. 엄청 간단하죠?”

능연이 진지하게 조림 국물을 설명하는 모습을 본 기천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잠시만, 밥은 나중에 먹자. 일단 내가 환자 좀 찾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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