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38화 (119/877)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의 수술 구역은 그리 크지 않고 수술실은 모두 8칸이었다.

180개 병상 수에 8칸 수술실 비율은 조금 높은 중간 수준이었다. 종합 병원들이 항상 침대를 추가하는 걸 따지면 센터에는 항상 빈 침대가 있어서 수술실이 더 널찍하게 느껴졌다.

능연도 센터의 넓은 수술실을 좋아했다. 면적도 넓고 예비로 남겨둔 반쪽 공간을 제외하고도 수술실 층 공간은 많이 비어 있어서 멀리서 바라보면 긴 복도가 넓고 깔끔했다. 소독 창고, 마취 창고, 수술 비품실 등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지만 당직을 서는 간호사는 밤마다 한 번씩 죽을 만큼 놀라기도 했다.

외과 의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술 구역 식당도 마찬가지로 표준 레이아웃으로 주방만 10평 남짓하고 식사하는 공간은 거의 30평이라서 모두 다 해야 겨우 몇십 명인 의사들은 대부분 시간을 수술 구역 식당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오늘 수술 구역 식당은 떠들썩한 기운이 가득했다.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열기로 가득했다.

능연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오던 기천록은 순간 여기가 내가 아는 식당이 맞나 싶었다. 항상 가지런하게 놓여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반쯤 식당 입구 쪽에 있었고, 테이블 몇 개에 커다란 스테인리스 냄비가 놓여 있었으며 그 앞엔 뷔페식으로 이름표도 있었다.

의사들이 냄비 앞으로 가서 뚜껑을 열었더니 김이 피어올라 안경을 가렸다. 그들은 김이 가시길 기다렸다가 안에서 족발, 허벅지살, 옥수수, 갈비 등을 건져냈다.

연결된 테이블 끝쪽에 하얀 가운을 입고 서 있는 연문빈 앞에 도마가 놓여 있었고 손에 부엌칼을 들고 있었다. 의사들이 뷔페처럼 고기를 골라 연문빈에게 주면 그가 바로 고기를 썰고 족발을 토막내고 옥수수를 조각냈다.

물론, 직접 고기를 처리하는 의사가 더 많았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나이프를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완전히 흐물흐물해진 족발을 골라 먹는 사람도 있지만 정확한 메스법으로 뼈를 발라내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

수술실에 저렴한 칼날이 널려 있어서 칼날이 고기에 꼽히는 것만 주의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고기를 조각내서 와구와구 먹는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기천록 주임은 완전히 달라진 식당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연문빈 선생이 운화 병원에서 조림 국물을 받아서요.”

“알아, 아까 들었잖아. 아까 택배가 하루 만에 온다고 그 회사 홍보도 했잖아. 근데 이게 조림 국물 한 박스로 해결될 양이야?”

기천록은 입가가 번지르르하도록 신나게 고기를 뜯는 외과 의사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듯 툴툴거렸다.

“다들 고기 못 먹어 본 사람처럼 이게 뭐냐? 배 터지게 먹고 수술할 수 있겠어? 배에 갈비를 가득 넣고 뼈 만져도 속이 괜찮겠냐고.”

능연과 기천록이 온 걸 본 연문빈은 들고 있던 접시를 내려놓은 후, QR 코드를 밀어 내고는 달려왔다.

“마침 잘 오셨네요. 족발 한 냄비 금방 나옵니다.”

“한 냄비 더 있다고?”

기천록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연문빈을 바라봤다. 운화 병원에서 온 젊은 의사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나마 어시를 제법 능숙하게 한다는 것과 머리도 잘 돌아가고 앞날이 기대된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수술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연문빈이 수술 구역 식당에서는 이렇게 떠들썩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다들 제 족발 좋아하시더라고요. 집에 가지고 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어서요. 마침 정육점 전화번호도 받아왔겠다, 족발 좀 가져다 달라고 했죠.”

연문빈은 기천록의 표정을 모른 척하며 웃기만 했다.

“정육점 사장 번호까지 받았다고?”

“새벽 2시에 갔거든요. 개시로 간 거라, 사장님이 계속 거래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연문빈은 ‘넌 시장 장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투로 대답했다. 기천록은 상급 의사의 예리함과 지혜를 잃은 두 눈으로 멍하니 연문빈을 바라봤다.

“허벅지살 잘라 주세요. 껍질이랑 비계도 좀 있는 부분 골라서요. 그리고 갈비도요. 밥에도 국물 뿌려 주시고요. 브로컬리랑 버섯, 과일 샐러드도 주세요. 선생님은요? 족발만 드실 거예요? 아님 옥수수도 드실래요?”

능연은 능숙하게 주문하더니 기천록을 향해 물었다.

“샐러드도, 있어?”

기천록의 눈빛이 흔들렸다.

“시켰잖아요.”

“너희들, 운화 병원에서도 이러냐?”

기천록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에이, 설마요. 운화 병원에선 더 많이 팔죠. 응급 의학과만 해도 백 명 넘는데. 수술 층에 가면 하루에 오가는 외과 의사에 간호사가 수백 명 될걸요. 병실 구역 빼고도요.”

기천록의 레이다로는 연문빈이 하는 말이 다 암호 같이 느껴져서 피로한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술 구역 식당은 다들 수술 잘할 수 있게 편하게 밥 먹으라고 있는 데야.”

“꽤 편해요.”

“밥 먹고 나면 수술 시작하려고요. 이따 집에 가실 거예요?”

능연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기천록을 바라봤다. 유위신 수술할 때 기천록이 어시했는데 도움이 많이 돼서 손이 많이 덜 갔었다.

기천록은 대답도 하기 싫어서 허허 웃고 넘겼다. 그러는 사이 연문빈이 능연이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왔다.

“드세요.”

능연은 간단하게 한마디 하고는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배 불리 먹어야 수술할 기운이 생긴다. 기천록은 테이블 가득한 조림 음식에 샐러드가 조금밖에 없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독설을 내뿜었다.

“이렇게 먹으면 몸에 안 좋아.”

“아니에요.”

“골고루 먹어야지. 고기랑 채소를 섞어서. 매일 이렇게 먹다가 구강궤양 생기겠다.”

기천록은 그렇게 말하면서 껍질 달린 통통한 허벅지를 한 점 집어서 입에 넣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재탕 조림 국물로 조린 허벅지살은 입에 넣었을 때 짭조름하다가 신선감과 고기 본연의 기름진 풍미가 어우러졌고, 탱탱한 껍질에 부드러운 비계와 야들야들한 살이 훌륭한 식감을 만들어냈다.

자주 출장 수술을 하면서 국내의 음식을 섭렵하는 식객인 기천록도 저도 모르게 맛있다고 고함칠 뻔했다. 그래도 재빨리 정신 차린 바람에 앞뒤가 안 맞는 사람이 되는 건 면했다.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뜬 기천록은 바로 기분이 풀려서 싱긋 웃었다.

“전에 중앙 보건팀 리포트를 읽은 적 있는데, 윗사람들의 식단은 하루에 22 가짓수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충분한 영양 공급이 된다더라. 너희는 젊어서 건강에 별 관심 없을 수도 있는데 소홀하면 안 돼. 우린 의사니까 잘 알잖아? 몸은 한 번 망가지면 뭘 해도 소용없다는 걸.”

“기 주임님.”

그때 간호사 하나가 다가가 그에게 인사했다.

“음.”

중년인 기천록은 위엄있는 모습으로 중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님, 오늘 피망 계란 볶음 만들었어요. 잘 볶아져서 좀 드셔보라고 가지고 왔어요.”

간호사가 꺄르륵 웃으며 능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능연이 식판을 앞으로 밀면서 테이블 아래서 뭔가 꺼냈다.

“감사합니다. 요구르트 하나 드세요.”

“감사해요.”

간호사는 신이 나서 능연이 준 요구르트를 껴안고 사라졌다.

“능 선생님, 제가 만든 껍질 볶음이에요.”

“능 선생님, 연근 좀 드세요.”

“능 선생님, 채소볶음이에요.”

기천록은 능연 옆에 앉아 오가는 연구 센터 간호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하나씩 능연에게 요구르트를 받아 갔고 능연 발치에 요구르트 상자가 금세 동이 났다. 기천록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능연 앞에 음식이 잔뜩 쌓였는데, 양이 많지는 않아서 얼마 못 가 능연 혼자 반이나 먹어치웠다.

“기 주임님, 전 이제 수술하러 갈게요. 환자 도착했겠죠?”

능연이 입가를 닦으며 입맛 없어 보이는 기천록에게 물었다.

“어? 아! 새로 연락한 환자, 출발했다고 하더라.”

기천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능연은 뒷모습을 보이며 멀리 사라졌다.

2호 수술실 불이 금세 켜졌다.

연문빈도 주변을 정리하고 재빨리 능연을 따랐다.

잠시 후, 3호 수술실에 불이 켜지고 20분도 안 되어서 간호사가 뛰어나왔다.

“능 선생님 3번째 수술에 어시 필요해요. 하실 분?”

“저요!”

할 일 없는 레지던트들이 앞다퉈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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