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46화 (127/877)

오후에 한바탕 폭우가 내려 운화를 상쾌하게 씻어냈다.

비가 그치자 하얀 건물인 운화 병원이 푸른 하늘 아래 반짝였고, 꼭대기의 강철 구조 간판도 비에 씻겨 새로웠다.

자동차들이 한 대씩 주차장을 떠나자 몇 시간 전만 해도 미어터질 것 같던 병원 건물이 텅 비기 시작했다.

능연은 소형 제타를 몰고 곧바로 병원 지하 주차장의 응급 의학과 주차 자리로 향했다. 주차 공간은 이미 만차였고 파란 선이 그려진 위치에도 빈자리 하나 없는 걸 보면 응급 의학과 주임과 부주임이 모두 출근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어제는 평화로웠다는 의미였다.

응급 의학과 건물 안엔 언제나 환자, 보호자 그리고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의료진이 가득했다.

능연은 걸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인사를 나눴다. 그는 그런 광경에 매우 익숙했다. 특히 매해 개강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수많은 여자가 갖가지 이상한 말과 갖가지 이상한 일을 했다.

그래도 병원은 학교보다 이성적이었다. 어쩌면 그리 오래 자리를 비우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어쨌든 길을 막거나 편지, 꽃 같은 걸 주는 사람은 없었다.

순조롭게 의국으로 들어온 능연은 곽 주임이 자리에 없는 걸 확인하고는 의국에 앉아 의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편안하게 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서 의국 최신 상태를 체크했다.

위챗 단톡방에서 메시지가 미친 듯이 갱신되고 있는 걸 그는 몰랐다.

- 위치 능 선생 주자창 도착.

- 제타 귀엽다.

- 세차도 했나 봐.

- 차를 엄청 아끼나 봐. 능 선생님이 땀 뻘뻘 흘리면서 세차하는 거 보고 싶다.

- 어머, 날이 이렇게 더운데, 그럼 옷도 벗어야겠네요.

- 위치 응급병동에 들어섬.

- 드디어 만난다.

- 아, 떨려요.

- 지난번에 성립에 다니는 친구한테 사진 보여줬더니 이제 자기 병원 의사 사진을 안 올리더라고요.

- 위치 의국 도착.

- 자자, 빨리 주사위 던져!

- 출발!

의국 문이 살며시 열리고 손에 잡지를 든 소몽설 간호사가 머리를 내밀고 반가운 듯 고함쳤다.

“능 선생님! 돌아오셨네요!”

“막 왔습니다.”

능연도 편안한 얼굴로 대꾸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 있을 때는 빈 침대만 봐도 초조했는데 운화 병원으로 돌아와서는 그런 초조함이 없어졌다.

“선생님 오시니까 너무 좋아요.”

“요구르트 드실래요?”

“네네. 능 선생님, 논문 발표됐더라고요.”

능연이 테이블 아래서 요구르트를 건네자 소몽설은 기뻐하며 받아들고는 겨우 본인의 퀘스트를 떠올렸다.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온기가 남은 잡지 두 권을 능연 앞에 내려놓았다.

<중화 수부외과 잡지>와 <마사지와 재활 의학 잡지>였다. 두 간행물 모두 중간에 종이학이 꽂혀 있어서 펼치자마자 능연의 논문이 보였다.

<마사지와 재활 의학 잡지>에 발표된 <경추 추나 요점— 450건 이근정골 추나 탐구>의 영향력은 거의 없는 정도로 그냥 눈문 한 편 발표했다가 끝이었다. 승진에도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그냥 평범한 논문 한 편이지만 논문 발표하기 쉽지 않은 임상의로서는 그냥 그럭저럭인 편이었다.

그러나 <중화 수부외과 잡지>는 달랐다. IF(Impact Factor) 0.45는 평균 논문 두 편이 해마다 한 번씩 인용된 것이라 영향력이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중문 간행물 중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IF 1.0이 넘는 임상 의학 간행물은 중국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 그래도 중화 브랜드라서 같은 업계에서는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탕 법 봉합 요점— 368건 탕 법 수술 탐구> 자체가 대단한 논문은 아니라서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니었다.

초짜 의사에게 논문 발표란 그게 무엇이든 진귀한 경험이었다.

운화 병원을 포함한 많은 병원의 승진은 모두 이런 평점 원칙을 따른다. 평점엔 각종 플러스, 마이너스 항목이 포함된다. 정상적으로 일하고, 추가 근무하고, 윗사람 말을 잘 듣고, 큰 실수가 없고, 고소 경험이 없으면 75에서 80점은 받는다. 그런데 보통 승진하려면 85점은 되어야 하니 그럴 때 논문, 표창, 새로운 연구 성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논문 두 편을 발표한 평범한 의사는 승진 혹은 파격 승진의 기회를 잡게 된다. 다만, 일반 간행물이든 핵심 간행물이든 논문을 두 편 발표하는 건 매우 지치는 일이라서 보통 병원 의사는 거기까지 해내는 사람이 드물었다.

돈 주고 논문을 사거나, 밑에 의사를 학대해서 논물을 쓰거나 그런 경우가 아니면 정상 의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보통 5년에 두어 편 발표하면서 정상적인 평가 플로우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니 소몽설은 지금 감탄하는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논문 2편을 단숨에 쓰시다니요.”

“다들 많이 도와주셨어요.”

“베푼 만큼 받는 거죠.”

있는 그대로 하는 능연의 말에 소몽설은 눈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의국에 있던 의사들은 그 말을 듣고 역시 얼굴이 권력이라고 생각했다. 예쁘장한 간호사가 찬양하는 얼굴로 능연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쥐어짜서 그를 칭찬하는 모습에 나이 많은 의사들마저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울컥했다.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선물이에요. 드셔보세요.”

아쉬운 듯 손 흔드는 소몽설의 모습은 엄청나게 귀여웠다. 능연은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다가 서랍을 열어 초콜릿을 꺼내 소몽설에게 건넸다.

“네네.”

소몽설은 마음속까지 달달해져서 폴짝폴짝 의국에서 나갔고 능연은 그제야 본인의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수정을 많이 거치지 않아서 대부분 초고 상태였고 동기 논문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었다.

의국 안의 의사들도 분분히 축하 인사를 했다. 덩달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의사는 논문 한 번 쓰는 게 수술 백 번 하는 것보다 어려워하는데 2편은 말할 것도 없었다.

띠리리링.

의국 전화가 울리자 안 그래도 혼란스럽던 사람들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누군가 전화를 받고는 ‘네네’ 거리더니 표정이 바로 심각해졌다.

“돌발 사고래. 다들 응급실로 집합.”

“대형 사고야?”

전화받은 의사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다른 의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3급. 큰 편이지.”

돌발 사고는 3급으로 나뉘는데 1급은 특대 사건, 2급은 중대 사건, 3급은 비교적 큰 사건으로 구분된다. 비교적 크다는 것은 사고 한 번에 사망 혹은 위중 인원이 3명인 케이스고 운화 같은 도시에서는 진지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사고는 아니었다.

운화 병원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응급 의학과 전원이 출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에서도 소식을 들으면 바로 사람을 보내야 한다.

능연은 손에 든 잡지를 내려놓고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잰걸음으로 사람들을 따라갔다. 응급실에 가보니 의사들이 한데 모여 구급차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무리 앞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 있는 곽종군의 하얀 가운이 에어컨 바람에 펄럭였다. 그의 곁엔 두 주임, 도 주임 등 의국 대장이, 그리고 조낙의, 좌량재 같은 중견 주치의들이 노련한 표정으로 좌우를 호위했다.

주 선생은 레지던트 몇 명 사이에 섞여서 한 다리로 의자에 꿇어앉아 무게로 누르면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주변 상황을 살폈다.

능연은 바로 그쪽으로 다가가 뒤에서 주 선생의 어깨를 치고 아는 척했다.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한 주 선생은 고개를 돌려 능연인 것을 확인하고는 그를 흘깃 노려봤다.

“이게 돌아온 선물이냐?”

“특산품 택배로 보냈어요. 오후에 도착할 거예요.”

“어이쿠, 출혈이 크겠구만.”

능연은 선물 쪽으로는 일가견이 있었다. 어깨를 으쓱하는 능연의 모습에 주 선생이 입을 삐죽였다.

“축 원사님이 수술비 주시더라고요. 한 번에 100 몇 위안.”

“이야, 100이면 할 만하지. 어? 야! 그래서 얼마 받았는데?”

“31,550위안이요.”

“300번 넘게 수술했단 말이야?”

능연은 정확한 금액을 대답했고 주 선생은 생각만 해도 배가 아팠다.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어떤 수술은 더 많이 받아서요. 200건 안 돼요. 그나저나, 무슨 사고인지 아세요?”

“내가 들은 바로는, 강도가 역주행해서 도망가다가 소형차랑 충돌해서 세 사람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강도는 부상으로 옮겨지고 있다나 봐.”

“아.”

주 선생이 턱을 만지면서 하는 말에 능연은 주변에 가득한 의사를 둘러 봤다.

“그러니까, 우리는 나설 기회가 없겠네요?”

“우린 필요 없을······.”

“능연!”

능연이 돌아온 걸 들은 곽종군이 주선생의 단호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함쳤다.

“이리 와!”

곽종군은 위엄있게 응급 의학과 응급팀 최전방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저 멀리 지평선 끝이라도 보이는 눈빛으로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상해에서 뉴스에도 났던데? ‘상해위시(上海衛視)’였던가? 어때, 연예인 기분 좀 나?”

곽종군이 고개를 까딱하고 물었다.

“15분 인터뷰했는데 3분 나왔더라고요. 재미없습니다.”

여러 매체와 인터뷰 했지만 위성 채널은 하나였는데 인터뷰는 제일 오래하고 방송 시간은 제일 짧았다. 그에 대해 능연은 조금 불만이었다. 인터뷰를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요즘 방송국 인터뷰는 예전에 그가 만났던 기자들과 달리 어쩐지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능연의 반응에 곽종군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의사들이야 인터뷰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젊어서 그래. 나중에 외래 자격 생겨봐. 그땐 인터뷰할 일 있으면 TV 영상을 프린트해서 벽에 걸어 놓고 싶을 거다.”

“아.”

“이따 도착하는 환자, 강도라네. 알고 있지?”

능연이 알아서 하리라 생각한 곽종군이 화제를 돌렸다.

“듣긴 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짜라네. 성인용품 가게 털었다고 하네. 소형차 운전하던 남자는 처남이랑 장모랑 가다가 변을 당한 모양이야. 환자 다리 한쪽이 심하게 다쳤다고 하더라고. 바이탈은 안정적이고. 들어오겠나?”

“들어가야죠.”

얼굴을 바라보며 묻는 곽종군의 말에 능연은 의아한 듯 마주 봤다.

“아, 그래. 젊은 사람이라 생각이 많을 줄 알았지.”

“주임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는 곽종군의 모습에 능연이 갑자기 반문하며 문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주변에 모인 의사들이 모두 곽종군을 바라봤다. 의학적 이론으론 명쾌한 문제였다. 의사는 환자를 잘 치료해서 경찰이나 사법 기관에 넘기면 된다. 그러나 사회적 이론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다들 곽종군의 생각이 궁금한 것도 당연했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느낀 곽종군은 저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

“다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나는 군의관 출신일세. 군의관은 명령을 따라 적군도 치료하는 사람이야. 뭘 더 생각하겠나.”

“적군을 치료하면 홍보도 할 수 있지만, 이런 강도 치료하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차라리 바로 쏴 죽이는 게 낫지. 의료 자원 낭비도 유분수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뒤에서 전해졌지만 곽종군 등이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지만 곽종군은 그럴 필요조차 못 느꼈다.

“다들 환자 구하려고 그렇게 오래 의대 다니고 병원에 취직한 거 아닌가? 판사가 되고 싶었으면 법대를 가고 생각이 많으면 철학과를 갔어야지.”

순간 현장이 엄숙해졌고 두 주임이 헛기침하며 나섰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돌발 사건에 필요한 건 뭐다? 모르는 놈들은 가서 책이라도 베껴. 지금 오는 환자가 범죄자가 아니라 에이즈 걸린 사자라고 해도 우린 제대로 치료해야 해.”

“왜 하필이면 병든 사자입니까?”

“사자가 뭘 잘못했다고.”

“사자가 왜 에이즈에 걸려요.”

“사자는 에이즈에 걸리니까!”

사람들이 웅성웅성 불만을 터트리자 두 주임이 꽥 고함쳤다. 그러자 의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곁눈으로 곽 주임을 쳐다봤다.

잠시 후, 구급차가 웽웽대며 응급 의학과 병동 구급차 출입구로 들어왔다. 건장한 남자 간호사 두 명이 달려들어 수갑 찬 환자를 수액과 함께 옮겨서 곽 종군 앞에 잠시 세웠다가 바로 수술실로 밀고 들어갔다.

“나, 두 닥, 정 닥, 능 닥 그리고······ 주 닥, 조 닥 들어와. 정형 왔나? 오는 대로 수술실로 보내게. 신경외과도.”

환자를 살핀 곽종군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고함쳤다. 사전에 들은 정보와 조금 전 환자 상태로 보아, 환자는 빈사 상태는커녕 위중 등급도 아니라서 살아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목숨만 살릴 수 있다면 이런 돌발 사고는 무사히 넘어간 셈이다.

능연은 신속하게 수술 구역으로 들어가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능연은 수술복을 갈아입기 전에 먼저 샤워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건 규정에 있는 조건은 아니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하는 다른 의사도 있긴 하지만 거의 드물었다.

응급 의학과는 원래 전통적으로 변변찮은 조건 속에서 어떻게든 버티는 진료과라, 급하게 발생하는 사안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면서 일일이 샤워까지 하기는 힘들었다. 능연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 자신의 자리에 섰다.

곽종군은 능연에게 단독으로 족부 수술을 맡겼고 그는 즉시 발과 가까운 자리에 서서 다른 사람들의 검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곽종군이 수술 순서를 배정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엔 문제없습니다. 전신 마취 OK입니다.”

뇌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신경외과 의사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실에서 나갔고 나머지 의사들은 순서대로 검사하고 곽종군에게 방안을 보고했다.

“왼판을 외고정으로 하겠습니다. 4kg 깁스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하면 됩니다.”

진단을 마친 정형외과 1팀이 그렇게 보고하고는 흩어졌다.

“복강 내 손상 없음. 큰 충격도 없습니다. 나중에 상황을 살피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온 일반 외과 의사는 B 초음파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머릿수를 채우러 온 내과 의사 몇 명도 구경할 만큼 하고는 돌아가겠다고 보고했다.

“절단하죠. 너무 심하게 다쳐서 어떻게 살려볼 수가 없습니다.”

정형외과 2팀이 피범벅인 왼 다리를 보며 그렇게 말하곤 흩어졌고 1팀이 다시 돌아왔다.

능연만 남아서 주인을 잃은 발을 멍하니 바라봤다. 다리를 절단한다는 데 발을 수술해서 무얼 한단 말인가.

“능연, 정형 1팀이랑 같이 절지하게. 가족에게 통보했나? 아무나 나가서 사인 받아와. 자, 시작하자고.”

곽 주임이 능연에게 물었다.

“자네 대퇴부 절단해봤나?”

“아니요.”

“마침 잘됐구만. 절지도 따지는 것이 많다네. 특히 남은 부분은 원주형으로 만들어야 보기 좋아.”

“하하하, 정형외과에서 따져봐야 어차피 목공 아니겠습니까? 톱 들고 힘 파는 거죠.”

곽종군과 능연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정형외과 의사가 껄껄 웃었다.

“제가 다리 들겠습니다.”

아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들어온 마연린이 이때다 싶어 입을 열었다.

“그래, 안 그래도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나야 좋지.”

정형외과 의사는 단숨에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와서 마연린을 처음 만난 능연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 타이밍 좋게 돌아왔어! 우리 집에서 마침 생선포를 보내왔거든. 상어포도 있어. 국을 끓이든 반찬을 하든 다 맛있다구.”

“상어······ 포요?”

“작은 거. 짭조름하게 저몄어. 맛이 꽤 좋아.”

흠칫하며 묻는 능연의 말에 마연린이 강력 추천했다.

“니네 응급 의학과 수술실에 전에 족발 없었냐? 요즘 왜 안 보여?”

능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정형외과 의사가 물었다. 자주 응급실에 진단 내리러 오는 정형외과 의사는 밥때가 되면 남아서 응급 의학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했었다. 그는 갑자기 족발 생각이 나는 듯 피범벅이 된 환자 다리에 선을 그으면서 그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허벅지도 맛있었는데. 슬라이스로도 팔지 않았냐? 20위안씩. 밥에 올려서 국물 샥샥 뿌려서 먹으면 기똥찼는데. 쩝.”

“연 선생님이 만든 거예요.”

마연린이 고개 숙인 채 대퇴부에 에어백 지혈대를 올렸다. 정형외과 의사는 ‘오’ 소리를 내고는 메스를 들고 다리 중간 1/3 위치에서 피하와 근막을 그었다. 그러고는 절단할 골면 조금 아래쪽에 근육들이 수축하도록 일부러 근육을 절단하고 이중 매듭으로 절단된 대퇴동맥과 대퇴정맥을 묶고 심부 대퇴동맥과 심부 대퇴정맥을 절개했다.

그는 능연의 현미경 수술에 비하면 몇 배나 거칠고 큼직큼직하게 움직이며 대범하게 절지를 진행했다. 전에 작은 골관절만 해온 능연은 이런 큰 골관절 조작에 특별함을 느끼면서 유심히 관찰했다.

“너희들 그거 아냐? 요즘 시중에 파는 장중보, 다 닭 슬개골로 하는 거? 소 도가니도 맛있는데. 아아, 아냐 아무래도 연 선생이 만든 족발이 더 맛있어. 요즘 안 만든대?”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다가 슬개골 박리를 시작한 정형외과 의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집 말린 생선도 맛있습니다.”

“귀찮아. 게다가 말린 생선은 건강에도 안 좋잖아. 요즘 너 계속 그걸로 반찬 만들던데, 질리더라.”

용기를 내서 한 말이 반박당하자 마연린은 조금 언짢아져서 다시 반박했다.

“그건 제가 하나만 해서 그런 거죠. 말린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요리 많아요.”

“그래 봤자 말린 생선이지 뭐.”

“족발도 만날 같은 거 아닌가요? 가격은 더 비싸고.”

마연린은 ‘연 선생이 돈을 얼마나 버는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형외과 의사는 코웃음만 쳤다.

“말린 생선을 어떻게 족발에 비교하냐? 허벅지도 있잖아. 닭발에 버섯도.”

“저도 장어, 붕어 있어요!”

“그래 봐야 말린 생선이야.”

“조기! 상어!”

“말린 생선.”

“준치! 갈치!”

“말린 생선아, 잡아! 다리 자른다.”

“네!”

고분고분 대답한 마연린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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