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능연은 병실에서 회진 중이었다.
보름이나 병원을 비운 동안, 응급 의학과 추가 병상은 모두 사라졌고 원래 있는 병상까지 조금 비어 있었다. 탕 봉합 수술을 받은 환자가 대부분 퇴원한 덕분이었다.
능연은 빈 침대 위에 새하얀 시트를 쓰다듬으며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병상의 중요성을 모르고 아껴 쓰지 않았던 과거를 반성했다.
‘앞으로는 경솔하면 안 돼.’
그때 갑자기 귓가에 아, 아, 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과에 귀신 나와요?”
능연이 의아한 듯 곁에 있는 마연린에게 물었다.
장기 출장을 다녀온 연문빈은 곽종군의 명령으로 강제 휴가를 받았다. 곽종군은 최근에 별로 바쁘지도 않고 특별한 일이 없는 틈을 타 레지던트들에게 휴가를 줬다. 안 그러면 나중에 바빠질 때 의사들은 휴가를 쓰지도 못하고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훈련의인 마연린은 시간이 지나면 돌아가야 해서 휴가도 따로 없고 출근하는 동안 밤엔 밤샘 근무하고 다음 날 낮에 잠을 보충했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난 마연린은 연신 하품하며 능연의 질문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웅얼거렸다.
“웬 귀신?”
“예전에 학교에서 해부동에 밤에 이렇게 책상 움직이는 소리가 났는데, 이런 소리 내는 사람이 여기도 있네요.”
능연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자 순간 마연린은 잠에서 확 깨서 폴짝폴짝 쫓아오던 간호사와 마주 봤다.
복도 저편에서 들리는 ‘아, 아’ 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린지 정체가 드러났나요?”
간호사는 무서운 게 나오면 언제든 안길 수 있도록 능연의 곁에 다가서며 물었다.
“해부동에서 나는 소리요? 드러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아닌 것?”
“응. 선배가 지쳐서 자다가 코를 드르렁 골다가 낸 소리도 있고, 선배 커플이 같이 복습하다가 낸 소리도 있고, 밤에 해부실에 남아 있다고 후회해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느라 낸 소리도 있고.”
능연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간호사가 흠칫했다.
“아는 것도 많으셔라.”
“나도 자주 해부동에서 복습했거든요. 시원하잖아요.”
간호사는 갑자기 발밑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하하하, 그렇다고 지금 누가 우리 병원에서 복습하는 것도 아니고.”
“가서 보죠.”
능연이 그쪽으로 다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귀신이 ‘내 다리 내놔라’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 어제 다리 자른 환자구나.”
마연린이 한숨을 돌리면서 말했다.
“다리 잃은 귀신일지도 모르죠. 어쩌면 귀신이 다리를 잃은 사람 목숨 내놓으라는 걸지도 모르고요.”
능연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악!”
으스스한 불빛 속에서 으스스한 한숨 소리가 들리자 간호사가 깜짝 놀라 고함을 쳤다. 정신 차리고 보니 경찰 한 명이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금연이라구욧!”
간호사의 목소리가 다리 잘린 남자의 목소리를 덮었다. 30대로 보이는 경찰이 흠칫해서 담배를 비벼껐다.
능연은 계속 전진해서 1인실로 향했다. 전날 절지 수술을 받은 환자가 다리를 끌어안고 울부짖고 있었고 방 안에 있는 경찰은 짜증도 나고 졸리기도 한 모습으로 진하게 우린 차를 끌어안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회진인가요?”
경찰은 능연은 알아봤지만, 마연린을 향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궁금해서 와 봤어요.”
문 앞에 선 능연이 대답했다.
“회진 아니었어?”
경찰이 미처 대답하기 전에 마연린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대퇴부 절단 예후 알아요?”
“응? 너 몰라?”
마연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모르죠. 어제 처음 한 건데.”
능연은 매우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건 그러네. 어젠 퍼스트 어시였지.”
응급 의학과에서 능연이 받는 특별 대우를 생각하자 저절로 부러운 마음이 드는 마연린은 입을 삐죽였다. 절지는 정형외과에서 큰 수술이고 퍼스트 어시가 크게 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드문 기회였다. 사실 정형외과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수술이 바로 절지 수술이었다. 절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형외과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절지 수술을 안 해보면 절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힘들었다.
세 사람은 병실에서 나와 회진을 계속했다. 방 안에서 들리던 울음소리가 희한하게 잦아들었다.
능연이 병실을 하나하나 다니면서 확인한 환자 중에 단지 이식 환자가 제일 많았고 특히 두 손가락 이상인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능연을 부드럽게 대했다. 긴 병에 명의 난다고, 병원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는 동안 환자와 보호자 모두 병세와 회복 상황을 어느 정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능연이 수술을 잘했는지 못 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고만고만한 의사라면 크게 차이나지 않겠지만, 운화 병원에서 단지 이식 수술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능연은 단숨에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를 10개나 받았다. 그동안 한 사람이 감사 보물 상자를 두 번 준 것도 담배로 절지 수술을 한 환자뿐이었다. 그는 수술을 두 번 받은 셈이기도 했다.
아직 퇴원하지 않은 환자 중에 감사 상자를 내놓지 않은 사람은 50명도 안 되는데 그중에 10개를 받았으니 제법 괜찮은 확률이었다.
누적된 보물 상자가 11개라는 것이 유일한 문제였다. 11개 더하기 10개, 21개라서 상자 하나가 남았다.
“모두 열어.”
능연은 의국으로 돌아가 상자가 열리는 과정을 보지 않고 눈을 감았다. 찬란한 빛이 사라진 후 능연은 다시 눈을 떴고, 놀랍게도 스킬북이 2권이나 나왔다.
“오픈!”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 19개를 챙겼다. 한 번에 스킬북 2권은 그에게도 신선한 일이었다.
‘동시에 스킬북 2권을 얻으려면 대퇴부 절지 수술을 해야 하나?’
은색 빛 사이로 스킬북 2권이 동시에 능연 앞에 펼쳐졌다.
- 파생 기능 획득: 피내 봉합법(마스터급)
- 파생 기능 획득: 피하 열성 감장 봉합皮下隐性减张缝合(마스터급)
능연은 묵묵히 얼굴을 쓰다듬었다.
두 가지 기술 모두 스킨 봉합용이었고 보기 좋게 꿰매기 위한 기술이었다.
피내 봉합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늘을 가죽 안으로 통과시키는 봉합법이라 실밥을 남기지 않아서 흉터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하구 진료소의 묘 선생이 바로 그런 방법에 능숙해서 에스테틱 수술로 이름을 조금 알리고 있었다. 그래서 금노루 컴퍼니에서 자주 환자를 보내고 있었다.
피하 열성 감장 봉합도 마찬가지로 흉터를 줄이는 봉합 방식이며, 장력이 큰 상처에 쓰는 방법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최대한 상처를 메워서 추후에 생길 수 있는 흉터를 줄이는 것이 목적인 봉합 방식이다.
두 봉합법 모두 대형 종합 병원인 삼갑 병원 의사들은 모두 할 줄 알지만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봉합 강도를 내려서 흉터를 줄이는 봉합 방식이라 질환 치료를 우선시하는 의사들은 선호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에스테틱 수술이나 성형외과에서는 두 봉합법을 빈번하게 사용했다.
‘다음에 절지 수술을 하게 되면 피하 열성 감장 봉합으로 하면 되겠다.’
능연은 그러면 절단된 다리가 조금은 보기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