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48화 (129/877)

능연은 그날 예정된 단지 이식 2건을 마치고 수술복을 벗고 수술 구역에서 나왔다.

연문빈은 당황한 듯 옷을 갈아입고 의국으로 돌아와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능연을 바라봤다.

“왜? 수술 질렸어? 아님, 어디 아파? 오늘 정말 수술 2건만 해?”

처음엔 능연이 당연히 다음 수술을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그가 수술복까지 갈아입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 전에 능연은 수술복을 갈아입은 적조차 없었다.

“우리 병실은 좀 아껴 쓰려고요. 지금 빈 병상이 30개밖에 안 돼요. 추가 병상도 80개밖에 못하잖아요. 한 번에 다 쓰면 안 돼요.”

능연은 연문빈을 바라보며 경험자답게 대답했다. 마침 뒷짐 지고 의국으로 들어오던 곽종군은 능연의 입에서 ‘우리 병실’이라는 말을 듣자 감격해서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지도 못했다.

“조금만 참게. 지금 병상 늘려 달라고 신청했으니까 곧 소식이 있을 걸세.”

곽종군은 저도 모르게 정보를 조금 털어놓았고 의국이 웅성거렸다. 병상은 의국, 병원과 위생 시스템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항목이었다.

곽종군이 병상을 늘려 달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불법 추가였다. 단지 응급 의학과 입김이 세고 따로 병실이 있다 보니 정상적으로 병상 수를 늘리는 작업인 것처럼 원무 위원회에서 설명하고 병원에서 인가해주었다.

그러나 성 위생청 등 위생 당국에서 검사 나올 때는 이런 식으로 추가한 병상은 다 치워야 한다. 특히 위생 건강 위원회 검사는 추가된 모든 병상은 불법으로 간주했다. 추가된 병상도 병원의 기본 병상으로 계산하려면 그만큼 의사나 간호사 수도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곽종군이 추진하려는 응급센터가 되려면 사람도 병상도 늘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센터’의 기본 조건을 채우지 못하게 되니까.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엔 병상이 180개 있고 이번에 60개 정도 추가했는데도 모자라더라고요. 우리 과는 더 늘릴 여유가 있지만요.”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능연의 말에 곁에 있던 주 선생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는 매달 침대 5개도 채우지 못하고 환자들도 일주일 만에 바뀌는데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능연, 우리 병원 진료과는 병상 100개가 최대치야.”

두 선생도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저희 100개잖아요.”

“추가 병상 빼고 말이야.”

“그럼 200개까지 되겠네요?”

“어떻게 병상을 100개까지 추가해! 능연아, 생각 좀 해라. 네가 오늘 쓴 침대 2개, 단지 이식 아니냐? 퇴원까지 40일 걸린다고.”

두 선생이 어이없어하며 하는 말에 곽종군이 헛기침하며 말을 끊었다.

“능연이 침대를 많이 바라는 건 칭찬할 일이지. 젊은 의사가 일하겠다는데, 우리가 발목 잡아서야 쓰겠나? 능연, 자네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수술이나 열심히 하게. 맞다. 논문 제법이던데? 계속 노력하게. 아, 이따 회계부에 가서 돈 받고.”

“네. 연 선생님. 우리 처치실 가요.”

곽종군의 말에 흔쾌히 대답한 능연은 물 몇 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문빈도 재빨리 따라갔다. 곽종군이 흐뭇하게 능연의 뒷모습을 지켜보자 두 주임이 곽종군의 표정을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철렁하셨겠어요.”

“하하. 내가 왜······. 음, 조금 그랬지.”

“능연이 하루에 6, 7건 단지 이식 하는 걸 우리가 다 봤잖습니다. 그런데도 추가 병상을 얼마든 주겠다고 하신 겁니까? 아직 우리 과에서 그런 의사는 없었습니다.”

“아까 능연이 하는 말 못 들었나?”

“무슨 말이요?”

되묻는 곽종군의 말에 두 주임이 의아한 듯 물었다.

“휴우. 아까 말끝마다 ‘우리’, ‘우리’ 했잖나. 그게 무슨 뜻이겠나.”

“무슨 뜻입니까?”

“능연이 우리 과를 자기 과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아까 우리 과에서 병상이 많이 필요한 의사가 없다고 했지? 우리 응급 의학과에 그만큼 필요한 의사는 있었고? 자네? 나?”

두 주임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응급 의학과의 장점이 환자를 다른 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다른 과들도 환자를 원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예를 들면 곽종군이 응급처치한 환자는 마지막엔 다른 진료과로 분류된다. 그 과에서 알아서 데리고 가기도 하고. 불확실한 복통 환자, 구토 환자 등 소수 환자만 응급 의학과 관찰 병실에 남는다.

그런데 능연이 수부외과 일을 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수부외과에서 능연의 환자를 원한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형 응급 의학과는 반드시 자기 병상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두 주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능연이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침대를 아무리 늘려도 소용없을 겁니다.”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고. 길은 반드시 생기는 법 아닌가.”

주위에서 자신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하고 있는 걸 알아챈 곽종군은 더 강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병원이 환자 무서워하면 쓰겠나? 단지 이식 환자 하나면 의료보험 계산해도 2만 위안이 넘네. 그런 밑천도 없이 내가 원무 회의마다 뭐로 싸우겠나?”

두 주임도 바로 꼬리를 내렸다. 진료과가 입김이 세지려면 불대포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불대포를 쏠 총알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는 예전에 화상 외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운화 병원 자체 네임벨류에 곽종군이 자신의 영향력과 대포력으로 응급 구조 센터에서 뽑아온 배당으로 올해는 단지 이식과 탕 봉합 항목까지 늘렸다. 그렇게 부주임급 의사들은 주머니 사정도 넉넉해진 지금 가타부타 거론할 시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병원들이 어떻게든 능력 있는 의사를 모집하려고 하는 것도 수술 많이 해서 배당 많이 받고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아닌가 말이다.

평범한 주치의는 한 달 평균 수술을 30건만 해도 죽겠다고 난리인데 능연은 일주일에 3, 40건 현미경 수술을 한다. 그런 효율을 내면서 바라는 건 오로지 병상밖에 없다면 병원 측에서도 무한 병상이란 권력밖에 줄 것이 없었다.

병상을 내놓을 수 없으면 능연을 붙잡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아예 내쫓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의국에서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동안, 능연을 따라 처치실에 온 연문빈은 능연의 목적이 데브리망이었다는 것을 알고 한참 어이없어했다.

“능 선생아, 우리 지금 실습생 먹이 뺏는 건데, 이거 퍼지면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연문빈은 주변에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시선에 얼굴이 다 뜨거웠다. 이미 레지던트인 데다가 내년엔 밑에 레지던트도 생긴다. 즉, 자신은 병원에 4, 5년 있으면서 탕 봉합 퍼스트 어시, 단지 이식 수술 퍼스트 어시, 아킬레스건 수술 퍼스트 어시도 해본, 신인 중에 가장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였다.

연문빈은 실습생과 훈련의 앞에 설 때, 아직 수술실에서 똥도 못 싸본 나이 비슷한 동기 레지던트 앞에 설 때마다 강력한 우월감을 느꼈다. 특히 상해에서 원사 밑에서 중국 일류 정형외과 기술로 견문을 넓히고, 스포츠 스타의 수술에 참여했던 그가 처치실로 돌아와 초짜 의사의 일인 데브리망을 뺏으려니 도무지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도 실습생인데요?”

“네가 무슨······.”

의아한 듯 저를 바라보는 능연의 모습에 한마디 하려던 연문빈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말문이 막혔다.

“우리가 2번 블록 맡아요. 저기요! 상처 부위 큰 환자는 여기로 보내주세요.”

능연은 처치실 당직 간호사에게 신호를 주고 임시 칸막이로 막아놓은 공간으로 들어가 커튼을 쳤다. 연문빈도 머뭇거리며 파고 들어갔다. 그는 레지던트라 오늘 한 데브리망은 모두 그가 대신 사인해야 했다. 참으로 송구스러운 상황이었다.

잠시 후, 허벅지 부상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칸막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름이 뭡니까? 몇 살이세요?”

연문빈은 습관적으로 펜과 종이를 들고 차트를 기록했다. 능연은 연문빈이 질문을 하는 동안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진료 침대에 눕히고는 환자의 상처를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간호사 하나 불러 주세요.”

차트를 다 쓴 걸 확인한 능연이 하는 말에 연문빈은 이해 안 간다는 듯 흘끔 그를 보고 간호사를 부르러 갔다. 일반적인 데브리망은 의사 하나, 간호사 하나 둘이서 하면 되고, 의사 혼자 끙끙대며 해도 된다. 지금 의사가 둘이나 있는데 간호사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능연이 부른다는데 간호사가 안 올 리도 없고 그가 걱정할 건 없었다. 잠시 후, 간호사 두 명이 나란히 달려왔다. 연문빈은 속으로 ‘분배 불균형’이라는 헛소리를 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상처 범위가 넓고 피부 결손이 있습니다. 피하 열성 감장 봉합을 할 생각입니다. 치유 후 흉터가 작습니다. 0번 가흡수 봉합사로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능연은 응급 가이드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동시에 질문했다. 환자와 보호자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비용을 묻고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간호사들은 의아한 얼굴로 봉합사를 가지고 와서 능연에게 건넸다. 막 데브리망을 마치고 심층 상처를 꿰맨 능연은 절개구 한쪽 피부에 바로 바늘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연문빈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능 선생, 상처가 8mm나 되는데 피하 봉합 괜찮아?”

상처가 다리에 있으니 피하 봉합으로 하면 당연히 보기 좋지만 피하 봉합법의 봉합 강도는 다른 봉합법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8mm나 되는 상처를 꿰맸다가 며칠 뒤에 터지면 더 흉해질 수도 있었다.

“감장 봉합이에요.”

연문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능연이 설명했다. 감장 봉합이란 장력을 줄이는 봉합법이고 장력은 피부가 갈라지게 하는 원흉이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능연의 바늘은 이미 진피 안으로 파고들었다. 연속 4땀을 꿰맨 다음 첫 번째로 바늘이 들어간 피부 겉에서 매듭을 짓고 다시 지나가길 세 번 반복한 후에 능연은 0호 봉합사를 내려놓으며 5-0 정규 봉합사를 요구했다.

연문빈은 문뜩 감장 봉합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즉, 능연은 단 12 바늘 만에 갈라진 피부를 꿰맸다는 뜻이다.

“피부 장력이 진피 하고 피하 근막층에 분산됐다는 거지?”

“네, 8mm 상처지만 장력을 처리했으니까 무장력 봉합할 수 있어요.”

설명을 끝낸 능연은 계속 손을 놀렸고 간호사들은 알 듯 모를 듯 해도 이구동성으로 ‘능 선생님 대단해요.’를 외쳤다.

데브리망이긴 해도 고차원적인 데브리망이니 그렇게 부끄럽지도 않아서, 연문빈은 침착한 상태로 돌아왔다.

감장 봉합(減張縫合, relaxation suture)은 일반 봉합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0호 봉합사로 한 감장 부분은 다단으로 봉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부위에 바늘 들어가고 나오는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구체적인 입구와 출구를 모두 피부의 장력과 바늘 땀 거리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고 바늘마다 피내와 진피 사이에 들어가야 한다.

그밖에도 피부를 가지런히 맞추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처 입은 피부는 매끈하지 않고 어떤 때는 피부 결손도 일어나서 더욱 어려워진다. 그런데 가지런히 맞추지 않으면 감장 봉합의 의미가 없다. 마지막에 쭈글쭈글하게 봉합되면 일반적인 단속 봉합법이나 연속 봉합법으로 꿰맨 것보다 못하다.

응급 의학과 초짜 의사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몇 mm짜리 상처를 봉합할 때 데브리망이 복잡하지 않은 상황이면 이런저런 어쩌고저쩌고 전후 과정을 포함해도 십몇 분이면 완성할 수 있다.

능연이 지금 하는 감장 봉합은 순수한 봉합 시간만 해도 30분 이상 갈려서 2시간에 겨우 3건 끝냈다. 처치실에 있던 실습생들은 얼마 되지 않아 관심을 돌렸다.

운화 병원 같은 큰 응급 의학과에서 2시간에 데브리망 봉합 3건만 한다고 해도 크게 피해는 없었다. 슬쩍 훑어본 주 선생은 잠시 후 소녀 하나를 보냈다.

소녀는 경골, 즉 종아리 정면을 다쳤고 상처가 S형으로 찢어졌다. 5mm나 되는 길이라 제법 큰 상처인 편이었다. 부모 모두 곁에 있었는데 근심이 가득한 얼굴인 아빠는 이제 막 도착했는지 지친 모습이었고 엄마의 선명한 네일이 허공에서 끊임없이 춤을 추었다.

“내가 뭐랬니? 조심하랬지? 넌 애가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응? 너 때문에 엄마, 아빠가 출근도 못 하고 병원에 달려왔잖니. 병원이 얼마나 비싼 줄 아니? 그런데 뭐? 에스테틱 수술? 차라리 총 들고 돈 내놓으라고 하지 그래요!”

능연이 검사하는 동안 소녀의 엄마는 쉴 새 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 병원과 남편을 욕했고 사장과 동료를 욕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능연은 못 들은 척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본인과 상관없는 이야기일 때 그는 보통 흘려 넘기고 만다. 어렸을 때부터 곁에서 일부러 큰 소리로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고 가십을 전파하고. 그런 이야기를 다 신경 써왔다면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능연은 그럴 때 재빠른 속도로 그런 사람을 무시할지 말지 결정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엄마처럼 말이다. 환자의 직계 가족이긴 하지만, 흥분했고, 가득한 분노로 두려움을 감추고, 두려움으로 걱정을 감추고, 걱정으로 슬픔을 감추고······. 아무튼 그가 하는 말은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고 그저 스트레스 발산이라 쓸데없거나 심지어 잘못된 정보이기 일쑤다.

능연은 우선 현실에 근거해서 상처 상태를 판단했다. 뼈를 다치지는 않았으니 그건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판단을 확실히 하기 위해 능연은 고개를 들었다.

“X-ray 찍었나요?”

“X-ray는 개뿔! 옛날 의사는 만지기만 하면 다 알던데. 가까운 것만 아니면 내가 미쳤다고 여기 데리고 왔을 거 같아요? 믿을 만한 사람 없어요? 주임 의사 없냐고요! 전문가 진단받을 거라고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계속 고개를 치켜들고 있던 아이 엄마는 능연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고함을 쳐댔다. 주 선생은 미안한 얼굴로 능연 맞은편에 앉아 목소리를 낮췄다.

“보호자가 X-ray 안 찍겠대. 네가 그냥 봐봐.”

“그럼 바로 데브리망 할게요.”

능연도 초짜가 아니라서 이런 장면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었다. 병원은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다. 줄을 서지 않으려고 특수 외래 한 번에 500위안을 쓰는 사람도, 100위안을 아끼려고 X-ray를 찍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틀림없이 하기 위해 찍는 X-ray를 거부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위험 부담이 그리 크진 않았다. 능연은 의자에 앉아서 잠시 허리를 비틀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하고 다시 앉아 검사를 시작했다. 잠시 능연을 주시하던 아이 엄마는 시선을 거뒀고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솜털도 안 빠졌네. 요즘 병원은 진짜 못 살겠네. 예전 진료소에서는 안 이랬는데.”

“내가 데브리망 할게요. 선생님이 마취해주세요.”

연문빈에게 지시 내린 능연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손을 움직였다.

“보호자분, 나가 주세요.”

“내가 왜요?! 나간 다음에 뭘 어떻게 할 줄 알고!”

아이 엄마는 목을 빳빳하게 들고 곁에 있는 손잡이를 꽉 쥐면서 방어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와 같이 놀아 줄 생각이 없었고 다들 고개를 숙이고 못 본 척했다.

“나는 나가서 기다릴게.”

“어휴, 저 진상. 착한 척하게? 왜 이제 와서 착한 척이야?”

여자 목소리가 순간 날카로워졌고 아이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능연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멈추고 아이의 흔들리는 몸이 진정된 다음에 다시 시작했다. 여자도 조금 지쳤는지 휘두르던 손을 내려놓고 흉터가 남는지 물었다. 주 선생은 다시 한번 미안한 듯 능연을 흘끔 보고 여자를 마주 봤다.

“에스테틱 과에 가서······.”

“아까 말했잖아요! 돈 뜯는 그런 데 안 간다고요!”

“제 말은!”

여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 선생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제 말은 에스테틱 과에 가서 1mm에 2~3,000위안 주고 꿰매도 흉은 남을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거봐, 거봐. 그런데도 그런 델 가라는 거예요?”

“응급실에서 봉합하면 흉터가 남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주 선생은 진료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를 힐끔 보고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하지만 여기 능 선생은 기술이 아주 좋은 의사입니다. 아까도 감장 봉합이라는 방법으로 환자 치료했는데요, 흉터를 줄일 수 있는 봉합법이에요. 에스테틱 수술에서 쓰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소녀는 조금 희망이 생긴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종아리 정면을 다쳐서 흉터가 남는다면 앞으로 치마 입을 때마다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시커멓고 흉한 흉터는 아니길 바랐다.

“피하는 흡수되는 봉합사 써야 해요.”

능연이 주 선생에게 말했다. 흡수되는 봉합사는 일반 봉합사보다 더 비쌌고 수입품은 의료보험도 되지 않았다. 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하고 보자.”

봉합사는 소모품이라서, 담당 간호사가 동의만 한다면 주치의인 그가 슬쩍 둘러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간호사도 아무런 말 없이 바로 실을 가지러 갔다.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데브리망을 계속하면서 소녀에게 설명했다.

“이따 마취약 놓고 나면 먼저 상처를 가지런히 맞출 거야. 그리고 양쪽에 열성 감장 봉합법으로 꿰맬 건데, 여기서 열성이라는 건 실이 안 보이게 꿰맨다는 뜻이야.”

“실이 안 보인다는 건 흉터가 없다는 거 맞죠?”

아이의 말이 빨라지는 걸 보니 원래 활발한 아이인데 엄마 앞에서 극도로 자제하는 것 같았다.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흉터는 꼭 실밥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야. 하지만 감장 봉합법을 쓰면 흉터를 줄일 수는 있지.”

“흉은 남는다는 거네요.”

아이는 빠르게 알아들었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회복하면 흉터가 잘 안 보일 거야. 그래도 남긴 남아.”

“에, 에스테틱 과 가면요?”

아이가 조심스럽게 엄마를 힐끔 봤다.

“그래도 남아.”

“아······.”

단호하게 대답하는 능연의 말에 아이가 실망한 듯, 홀가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쓰는 봉합법은 피내 봉합이라고 그러니까 바늘이 피부 안에서 움직이는 거야. 그래서 이것도 실밥이 안 남지. 그런데 피내 봉합이란 건 당기는 힘이 약해서 조심해야 한다?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이야기한 대로 잘 따라야 해. 그래야 흉터가 덜 생겨.”

“그럼 선생님 이야기대로 잘 따라 하면 흉터가 얼마나 작아지는데요? 이만큼?”

아이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꺼내 크기를 재다가 조금 더 줄이면서 물었다.

“그것보다 조금 더 작을 거야.”

“그럼 이만큼?”

“조금 더 작을 거야.”

“이만큼?”

“그럴 가능성 있지. 가능성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

“알아요. 우리 엄마가 화낼까 봐 확실히 말 못하는 거죠?”

아이의 말에 인생 경험이 물씬 풍겼다. 능연은 씨익 미소 지었다. 새카만 눈동자가 빛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연문빈은 드레싱을 마치고 아이가 부모와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마음을 누르던 돌덩이를 내려놓았다.

“위험하다, 위험해. 쟤 엄마가 네 얼굴 할퀴는 거 아닌가 했다니까. 네 얼굴 잘 꿰매줄 의사를 어디서 찾겠냐?”

연문빈은 능연이 처치실에서 일하는 걸 마뜩잖아했다.

처치실은 너무 일선이고 레벨이 낮아서 병원도 환자도 존경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같은 치료라고 해도 단지 이식 환자는 피부 파열 환자처럼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게다가 비용 납부도 집도의가 신경 쓸 필요 없어서 일반적으로 능연은 수술실에서 일하고 연문빈이 밖에서 주의 사항이나 수술동의서 사인 받는 일들을 한다.

연문빈은 언젠가 승진하면 아까 같은 아이 엄마의 복잡하고 천박한 심리를 직면해야 하는 그런 의사 말고 순수하게 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감장 봉합은 감장 봉합 재미가 있고, 단지 이식은 단지 이식 재미가 있어요.”

“사람 구하는 기술이랑 미용 기술이라면 나는 사람 구하는 기술을 선택할래.”

능연이 앞에 놓인 플레이트를 치우면서 하는 말에 이제 레지던트 만 1년 차인 연문빈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능연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박할 생각도 없었다.

초급 레지던트 연문빈 님이 동경하는 건 사람을 구하는 의학 기술이라, 그는 감장 봉합은 흉터를 조금 덜 남길 수 있어서 멋 부리는 사람들에게 단속 봉합이니 연속 봉합이니 보다 환영받지만 ‘그래서 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런 건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기술을 배울 때마다 들여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의 조림 국물을 끓이겠다고 생각했다.

조림 국물 쪽이 더 재미있었다. 잘 끓여진 조림 국물로 조린 음식은 매우 맛있고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수 없는 깊은 풍미가 있다. 연문빈은 자기가 조린 음식들을 먹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기대하는 눈빛만 생각하면 몸이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워졌다.

연문빈 같은 젊은 의사를 너무나 잘 이해하는 주 선생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배우고 싶은 건 다 배울 수 있고?”

“지금은 능 선생 따라 단지 이식, 탕 법, 그리고 아킬레스건 배우고 있잖아요. 그것만 해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요.”

잠시 멈칫했던 연문빈도 따라 웃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주 선생도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입맛만 다셨다. 병원에서 기술을 배운다는 건 개개인마다 달랐다. 간단히 말하면, 운이라는 얘기다.

좋은 스승이 있으면 좋은 기술을 배우는 거고 반대의 경우는 뭐,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녀도 마지막에 얻는 게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게으름마저 피울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비참한 케이스다. 거기까지 생각한 주 선생은 입가에 미소를 드러냈다.

기술이란 건 보통 의사는 정말로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엔 의사, 스승, 환자 심지어 시대가 다 함께 결정 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느 기술이든 높게 올라가려면 아주 힘들어진다.

“퇴근 시간 됐다. 나 먼저 간다.”

주 선생은 속세의 한량 같은 모습으로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간호사 2명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우리도 이만 가죠.”

능연도 마찬가지로 옷을 털면서 꾸깃꾸깃하던 하얀 가운을 펼쳤다. 후광이 온몸을 감싼 것처럼 내뿜는 잘생김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잉?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가?”

주 선생은 갑자기 심리적 우세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짜오로우 해주신대서요.”

“그럼 나도 들어가서 족발 삶아야겠다. 오늘 밤엔 네 솥 정도 만들어 둬야 할 거 같아.”

연문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치실에서 나왔다.

주 선생은 능연과 나란히 서서 걸으니 주변 사람들이 다들 자기들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순간 처음 집도할 때보다 훨씬 더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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