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 진료소.
능결죽은 오후 내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어제 삶아 놓은 오겹살을 큼직큼직 썰고 발효 두부를 얹어서 가지런히 놓고 큰 찜통에 넣었다. 이내 향긋한 냄새가 피어 올라왔다.
“꽃게 없는 해물죽 얻어먹고, 손해 보는 느낌인데.”
“당신도 고기 먹고 싶다면서요.”
능결죽은 티테이블 앞에 앉아서 미소 지은 채 사람들이 오가는 골목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도평이 우아하게 차를 따랐다.
“난 먹고 싶으면 사먹으면 되지요. 근데 내가 직접 한 거보다 맛이 없으니까. 어릴 때는 명절에나 짜오로우 해 먹었는데 말이야. 냄새라도 퍼지면 사람들이 얼마나 몰려오는지. 하루 종일 번 돈으로도 다 못 먹일 정도였어.”
“나눠 주기도 했어요?”
“다른 물건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완자니 갈치니. 아무거나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었지요. 감자 몇 개 구워 와서 선물이라면서 먹고 그릇 돌려 달라는데 어쩌겠소. 빈 그릇을 돌려줄 순 없지 않아요? 그래서 짜오로우를 넣어서 돌려줬지. 그것도 너무 조금 넣으면 보기 그래서 밑에 생감자를 깔아서 보내면 나중에 기름 안 두른 감자가 뭐냐고 타박도 하는걸?”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달걀 들고 가서 닭고기로 바꿔 오고 그랬네요.”
“아이고, 당신 어렸을 때 얼마나 귀여웠을까. 빈손으로 가도 다들 좋아했겠네.”
“장난치지 말고요! 우리 어릴 땐 달걀도 아주 비쌌잖아요.”
도평이 능결죽을 밀어내며 생긋 웃자 능결죽은 아부가 통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수입 또 늘었어요.”
“늘었어요?”
“수다 떨러들 왔다가 갈 때 다들 뭘 사가더라고요. 내가 건강 용품 케이스 만들어 놓길 잘했죠?”
“자자, 차 마셔요.”
흡족한 듯 어깨를 으쓱이는 능결죽의 모습에 도평은 그저 웃으며 차를 다시 따랐다. 능결죽은 껄껄 웃으며 차를 마셨다. 진료소가 바빠질수록 진료소의 사교 기능도 점점 회복됐다.
운화 같은 곳의 골목에 있는 가게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다. 골목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인기 많은 가게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30년 전에는 하구 진료소가 하구에서 가장 인기 많은 곳이었고 사람들은 감기약 하나 사러 와서 오후 내내 앉았다 갔고, 가기 전에 약초 같은 걸 사서 닭을 고았다.
20년 전에 가장 떠들썩했던 가게는 교차로에 있던 작은 매점이었는데, 맥주에 사이다에, 여름엔 골목 사람들이 갔다 하면 하루 종일 눌러앉아 있곤 했다.
지금은 식당이나 마작관 아니고서는 수 십명, 백 명 가까운 골목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 만한 곳도 없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구 진료소의 너른 정원을 더 좋아하게 됐다. 특히 나이 많은 골목 사람들은 수액을 맞으면서 누워서 수다 떨다가 지치면 한숨 자고, 편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은 골목에 오래된 단골손님에게만 인기 있을 뿐만 아니라 상구 등 주변 인구까지 끌어들이고 있었고 사교 범위가 넓어지니 오히려 안정적인 손님층이 생겼다.
“능 소장님.”
“묘 선생, 왜요?”
묘 선생이 아래층에서 두 사람만의 세계를 깨웠다. 능결죽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금노루에서 VIP 손님을 모셔 왔는데, 제가 잘 꿰매서 기분 좋게 돈 내고 갔습니다.”
묘 선생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노금령의 금노루 컴퍼니는 빠르게 발전해서 전에 쓰던 작은 승합차는 벌써 버리고 새 구급차, 중고 구급차로 대체했다. 최근엔 새로 산 구급차로 ‘VIP 라인’에 집중해서 병원에서 구했던 단골손님 외에도 각종 에스테틱, 술집, KTV 같은 곳에도 단골손님이 생겼다.
묘 선생 고객도 안정적으로 늘어서 특히 에스테틱 시술받는 고객이 하루에 2, 3건은 있었다. 능결죽은 묘 선생과 협의 끝에 진료소 원가를 제외하고 40%를 묘 선생에게 줬기에, 에스테틱 시술을 받는 손님이 많아질수록 묘 선생 수입도 부쩍 늘었다.
또 돈을 벌었다는 말에 능결죽의 입이 절로 헤벌쭉 늘어났다.
“기분 좋게 갔으면 됐지, 됐어. VIP 고객은 치료만 해서 될 게 아니라 기분 좋게 왔다가 기분 좋게 돌아가게 만들어야 해. 암.”
“그러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많아져서 저도 머리가 좀 아프네요. 보세요, 진료소에 환자가 많아지니까 연자 씨 혼자는 힘들어요. 저도요, 밑에 도와줄 사람 한 명 없잖아요. 능 소장님, 우리도 슬슬 조수 하나, 간호사 하나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묘탄생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 더 뽑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벌기 힘들 거야.”
“안 그래도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원가 계산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소모품 같은 건 제가 아끼려고 해도 아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그냥 건당 얼마 이렇게 계산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능결죽은 묘탄성의 눈빛이 반짝이는 걸 분명히 봤다.
“음, 고민해 보지. 생각해 볼게.”
바로 거절하지는 못했다. 이런 의사를 다시 고용하기는 어려운 일이었고 에스테틱 시술을 잘할 사람은 구한다고 바로 구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기술 가진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능결죽은 골칫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