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제타를 잘 세우자마자 짜오로우 냄새를 맡고는 바로 내려서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커다란 솥에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발효된 두부와 고기 냄새가 솔솔 났다. 짜오로우와 커우로우의 차이는 바로 발효 두부다. 발효 두부는 진한 방향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돼지고기 기름기를 잡기도 한다.
코를 찌르는 냄새를 맡고 있으니 저절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능연은 젖은 행주로 솥뚜껑을 잡고 열어 들여다봤다. 새빨갛고 통통한 고기가 김을 뿜으며 보글보글 익어가고 있었다.
“아직 안 익었네.”
“다 익어간다.”
능결죽이 웃어 보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차 소리 나길래 바로 주방으로 왔을 줄 알았지. 아빠보다 고기가 더 중요하냐?”
“똑같이 중요하지.”
능연은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듯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흥흥 콧방귀를 뀌던 능결죽이 바로 웃음 지었다.
“벌써 한 솥 다 해서 식혀 뒀지. 어떤 거 먹을래?”
“아, 그럼 다 된 거요.”
능연은 순간 기분이 붕 뜰 듯이 신이 나서 밥도 달라고 소리쳤다. 짜오로우를 쪄내면 기름과 발효 두부는 밑으로 가라앉는데 그걸 밥에 비벼 먹으면 돼지 덮밥 업그레이드 버전이 된다. 고대에도 궁극의 맛이었겠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하하. 그럴 줄 알았지. 밥통에 밥 있으니까 알아서 퍼 와. 그리고 적당히 먹어, 몸에 안 좋으니까.”
능연은 한 달 동안 한 끼도 못 먹은 사람처럼 허기를 느끼면서 밥을 펐다.
“아들아, 너 상해에서 큰 수술 했다며? 유위신 수술이라면서.”
“네.”
능연은 실눈을 뜨고 젓가락으로 기름이 스며든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잘 지어진 쌀알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면서 반짝였다. 그는 단숨에 덥석 입에 밀어 넣었다. 풍부한 기름기와 쫄깃쫄깃한 탄수화물에 죄악감이 가득했다.
“맛있니?”
능결죽의 물음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먹고 싶어?”
능연은 경계하듯 그를 바라보고 잠시 고민했다.
“내가 하는 수술은 우리 진료소에서는 못 해요. 스타가 여기 올 리도 없고.”
“안다, 알아. 스타가 온다 해도 수술하지도 못해. 하하하. 그래도 리모델링 좀 하면 그런 기분은 날걸? 맞다, 저번에 그 산우 오빠, 또 왔었니?”
능결죽은 벽에도 귀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 말소리를 줄였다. 한 골목에 오래 살다 보면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귀찮은 일도 종종 생긴다.
“그냥 마사지 받으러 온 거지, 친한 건 아니에요.”
“알고 지내면 됐지. 근데 그 여자 이야기가 아니야. 그게 말이다, 너 이제 단지 이식 수술도 하잖니? 그거 어려운 수술 맞지?”
능결죽 본인의 의학 수준은 돌팔이 의사보다 못하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진료소에서 보고 큰지라 기본적인 의학 지식은 있었다.
“현미경 수술이라 혈관 문합 같은 정밀도가 좀 높죠.”
“4배율 이상이지?”
“지금은 8배율짜리 쓰지.”
“발전이 참 빠르구나. 옛날엔 말이지, 됐다, 그건 됐고. 너 에스테틱 시술할 줄 알지?”
능결죽은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붉고 오동통한 고기를 능연의 그릇에 밀어 넣었다.
“우리 진료소에서 에스테틱 시술하지 않을래? 현미경 써야 하면 하나 빌려 오지 뭐.”
“좋아요.”
능연은 커다란 고기를 한입에 밀어 넣고 밥도 같이 씹으면서 온몸에 모공이 다 열리는 것 같은 짜릿함을 즐겼다.
능결죽은 아들을 설득하는 8가지 방법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능연은 고분고분 말을 듣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능결죽도 자기 생각대로 아들을 다루는 건 진작에 포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오히려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고?”
“응.”
“왜?”
“에스테틱 시술할 줄 아니까요? 환자 얼마나 되는데요.”
두세 입 만에 밥을 비운 능연은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입을 닦았다. 능결죽은 의심스러운 듯 아들을 바라봤다.
“조금 있으면 환자 하나 올 거야. 금노루 컴퍼니 고객인데, 15% 가지고 가는데, 네가 해주면 나머지는 다 우리 거지. 계속할 수 있으면 다른 환자도 데리고 오라고 할게. 밤이 피크거든.”
“알았어요. 참, 묘 선생님은요?”
“일반 환자 주면 돼. 게다가 네가 매일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니. 나머지 시간엔 묘 선생 주면 되지.”
능결죽은 이미 다 계산을 해뒀었다. 진료소에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 4:6이든 6:4든 합의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우선 자기 진료소를 바로잡는 게 중요했다. 나중에 금노루와 거래가 끊기면 큰일이니까.
능연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얀 가운도 벌써 걸치고 있었다.
“연이 왔구나.”
“마침 잘됐네. 능 선생, 마사지 좀 해 줘.”
“연아, 병원에 괜찮은 아가씨 없니?”
골목 이웃들은 자연스럽게 능연에게 아는 척했다. 능연이 마사지해 달라는 아주머니에게 경추 추나를 해준 다음 할아버지 다리를 문질러 줬을 때 금노루 VIP가 도착했다.
눈꼬리를 맞아서 터진 젊은 여자가 진한 화장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못마땅한 듯 오래된 하구 진료소 건물을 위아래로 훑었다.
“눈 검진은 마쳤어요. 여기서 할 수 있어요? 안 되면 바로······.”
“됩니다. 알레르기 있습니까?”
“아, 없어요.”
여자의 말을 자르고 능연이 묻자 여자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일단 검사 좀 해봅시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부 신체 진찰을 시작했다. 우선 시진(視診)을 한 그는 이어 촉진도 했다. 능연을 본 여자는 얼굴이 빨개졌다가 곧 아파서 ‘악악’ 비명을 질렀다.
능결죽의 생각을 읽은 묘 선생은 개입하기 싫어서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는 능연이 운화 병원 실습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능결죽이 자랑하는 것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같은 의사로서 실습생이 어떤 수준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에스테틱 시술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직접 보고 느끼면 능 소장도 알겠지.’
묘 선생은 그런 생각을 하며 편안하게 의자에 기댔다.
에스테틱 시술은 엄청나게 고차원적인 기술은 아니며 성형외과나 병원의 메디컬 에스테틱과 의사가 흔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에스테틱 시술을 할 의사 혹은 의사가 아닌 사람을 단독 트레이닝 하면 1, 2년, 길어도 2, 3년이면 잘 꿰매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든 가능한 수준이 된다.
바라는 게 높지 않은 성형외과는 3개월이면 사람을 키워내기도 한다. 그러나 묘 선생은 자신의 기술은 운화 병원에서도 괜찮은 편에 속하리라 자신하며 능결죽이 자기보다 실력 더 좋은 의사를 구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묘 선생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능연이 여자의 화장을 지우는 걸 바라봤다.
능연은 데브리망을 끝내고 실을 골랐다.
‘어우, 아마추어. 아마추어. 비용 이야기를 하고 직접 실을 고르게 해야지. 너무 아마추어네.’
오후 내내 감장 봉합을 했던 능연이 눈깜짝 할 사이 4땀을 꿰매 시술을 마쳤다. 이어서 느릿느릿 봉합사를 찾더니 피내 봉합을 시작했다.
묘 선생은 벌떡 일어나서 능연에게 다가가 그의 손놀림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더 유심히 지켜봤다.
“묘 선생, 내 아들 그냥저냥 하지?”
“제, 제법 잘하네요. 능 선생이 집안 교육을 참 잘 받았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능결죽이 빙그레 웃음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묘 선생은 입술을 핥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묘 선생도 요즘 고생 많았잖아. 우리 아들 집에 있을 땐 좀 시켜보려고. 그럼 묘 선생도 일찍 퇴근하고 푹 쉴 수 있고. 우리 아들한테 자주 집에 오라고 해볼게. 어때?”
묘 선생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능연의 피내 봉합을 보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
‘저건, 저건 일반적인 기술이 아니야. 내가 저런 기술이 있었다면······.’
“능 선생이 그렇게 하겠다면 능 선생더러 하라고 하시죠. 저는 집에 가도 할 일도 없는데, 혹시 할 일 있을지 모르니 여기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에 힘들다고 한 것도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진료소 추가 근무 정도는 견딜 수 있어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 묘 선생은 그 김에 능연 곁에 서서 대놓고 훔쳐보기 시작했다.
능연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기술은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 이해력만 가지고는 향상하기 어려운 법이다. 감장 봉합과 피내 봉합은 다년간 내려온 많은 학파도 있는 숙련된 기술이라, 지금 능연의 기술 정도는 묘 선생이 마음만 먹으면 다른 곳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설명해 줄 마음까지는 없었다.
찬양하는 눈빛에 익숙한 능연은 그런 눈빛이 하나둘 늘었다고 대수로워하지 않았다.
능결죽의 눈에 능연은 안정적이고 빠르게 보였다. 그리고 묘 선생 눈엔 감장 봉합을 그렇게 잘하고 피내 봉합을 그렇게 빨리하는 능연은 그야말로 일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거로 보였다.
“운화 병원에서 배운 거야?”
묘 선생은 의자를 옮겨와 능연의 곁에 앉아 그가 바늘 꿰는 걸 지켜봤다. 능연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질문에 다 대답했다간 이미 말라비틀어졌으리라.
능결죽은 쌀통에 빠진 쥐처럼 기쁜 모습으로 묘 선생을 봤다.
“내 아들 뉴스에도 몇 번 나지 않았나. SNS에도 중국 최고 미남, 세계 최고 미남이라고 난릴세. 실력 끝내주는 의사 같은 이슈에도 내 아들이 빠지지 않는다고.”
“전 SNS를 안 해서요. 신문도 뉴스도 안 봅니다.”
“왜? 요즘 세상에?”
“배움에 쓸 시간도 없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다.”
능결죽이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되묻자 묘 선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일부러 능연을 힐끔 보기까지 했다.
사람은 모두 좋은 스승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스승이란 배우고자 하는 아이를 좋아하는 법이다. 묘 선생은 능연이 자기가 의학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모습을 보면 자기 생각을 해주리라 믿었다.
“매일 진료소에서 할 일 없을 땐 핸드폰만 하더구만 뭘. 틱톡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중년 남자들이 자주 하던데? 왜인지 몰라도 내가 본 사람은 그렇더라고. 4, 50대인데도 신나게 놀더만.”
능결죽은 진료소에서 핸드폰을 만질 때마다 다른 사람은 뭘 하나 흘끔 보곤 했다. 묘 선생도 마찬가지로 시간 나면 핸드폰을 만졌다. 아무래도 금노루에서 보내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알아서 찾아오는 에스테틱 시술 환자는 드무니 말이다.
그 말에 묘 선생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핸드폰으로 논문 보는 겁니다. 음악 소리 듣고 그러시나 본데, 음악은 그냥 틀어 놓은 겁니다.”
“어쨌든 핸드폰 만지는 거 아닌가.”
“아니, 논문 읽는 거라니까요.”
“핸드폰으로 하면 핸드폰 만지는 거지, 인터넷을 보든 논문 보든 차이가 있나?”
능결죽은 묘 선생처럼 다 같이 핸드폰을 만지면서 대단한 수준 높은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는 사람을 항상 무시해왔다. 묘 선생은 콧방귀를 뀌고는 반박하는 대신 능연의 움직임을 구경했다.
능연의 재주를 배우고 싶은데 굳이 그의 아버지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었다. 능연은 그들의 대화를 전혀 듣지 않은 채 피내 봉합을 하고 있었다.
감장 봉합을 한 상처는 피부 파열 압력이 줄어든다. 얇은 실로 가볍게 꿰매면 봉합 강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실밥이 남기는 흉터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능연의 관심은 온통 피부 봉합에 쏠려 있었다. 피부 파열 가능성은 낮췄지만, 피부를 잘 맞춰 가지런히 꿰매지 못하면 새로 자란 피부 흉터가 어떻게 될지 뻔했다. 예쁘게 꿰매는 게 최종 목표라면 피부 테두리 정리가 제일 중요했다.
눈앞의 여자처럼 눈가가 터졌는데 상처 입은 피부가 파이기까지 한 경우는, 많이 파이지 않았다고 해도 유합 후 새로 자란 살과 전에 살이 다른 차이를 보이면 못 견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피내 감장 봉합이 효과를 발휘한다. 능연은 우선 피부 끝부분을 잘 모아놓고 니들홀더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살이 좀 파였어요. 이따 피부를 당기고 피하 감장 처치를 해서 메울 겁니다. 그렇게 하면 흉이 좀 덜 집니다만 케어할 때 더 신경 쓰셔야 해요.”
“아.”
여자는 흉터가 작다는 말만 들어도 만족했다.
“능 선생이 환자분에게 한 수술은 고차원적인 봉합술입니다. 아무 데서나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온 운화를 통틀어도 이렇게 봉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정말요?”
알고는 있으라는 듯 능연을 추켜세우는 묘 선생의 말에 여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하하하,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한테 성형수술 받으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요? 어쨌든 환자분 이번에 운이 좋았습니다. 능 선생을 만나다니요.”
“아, 가격은 다 얘기된 거예요!”
“돈 더 달란 소리가 아닙니다.”
여자가 가볍게 대꾸하고 다급하게 덧붙이는 말에 묘 선생이 입을 삐쭉이며 요즘 젊은 사람은 점점 예민해진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능연이 다시 얇은 실로 피하 감장 봉합을 했다. 이번엔 피부에 기계성 확장을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확장된 기계 압력은 일정 견인력 아래서 피부 조직 면적을 증가하게 해서 늘어난 섬유 조직이 재배열되고 늘어나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게 되면 피부는 여분이 생겨 이론적으로 피부 면적이 31% 늘어난다.
그런 방법으로 상처로 결손된 피부를 메울 수 있으며 피부 이식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 물론 결손된 면적이 너무 크면 어쩔 수 없이 피부 이식을 해야 한다.
묘 선생은 유심히 보면서 진지하게 깨우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감장 봉합이든 피내 봉합이든 모두 ‘똑똑한’ 기술이다. 똑똑한 기술이란, 의사가 영리하고 머리가 휙휙 돌아가게 움직일 필요 있는 기술이란 의미다. 특히 감장 봉합은 어느 부분 장력이 부족한지, 피부 테두리 어디에 바늘이 들어가야 적당한지 모두 장악해야 한다.
물론 연습이 가장 중요했다. 쉴 새 없는 연습만이 끊임없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사람을 컴퓨터에 비교하면 경험은 데이터나 마찬가지다.
묘 선생은 능연이 그런 감장 봉합과 피내 봉합을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수천에서 만에 이르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실패는 불가피했을 것이고.
그는 하구 진료소의 벽에 환자의 눈물이 가득 보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됐어요. 물 안 닿게 하고, 만지지 마세요. 시간 맞춰 실밥 뽑아야 합니다. 빨리 뽑는 건 상관없어요.”
봉합을 마친 능연은 연자에게 드레싱을 지시하고 주의 사항을 알렸다.
“선생님, 차라리 위챗 추가해요. 물어볼 거 있으면 바로 물어보게요.”
환자는 돌아갈 때가 되니 갑자기 미련이 남는 듯 말을 꺼냈다.
“환자랑 개인 연락은 안 합니다.”
능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일반 환자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일반 환자는 일반적으로 의사랑 일대일로 연락할 일이 없습니다. 손가락 세 개 이상 부러진 환자라면 저도 연락하겠지만 말이에요.”
여자는 자신의 하얗고 보드라운 손가락을 바라보며 능연과 연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능 선생, 금노루에 전화해서 환자 더 보내 달라고 할게.”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아쉬워진 묘 선생은 본인 것이 될 환자도 포기하기로 했다. 봉합이 핸드폰 만지는 것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능연은 당연히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