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52화 (133/877)

“조 선생, 잘 처리했어?”

주 선생은 의국에서 문간에 기댄 채 한 손으로 하얀 가운을, 다른 손으로 겉옷을 잡고 언제든지 가운으로 다시 갈아입을 준비 또는 멀리 던져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조낙의가 소화제를 처방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정말 소화불량이었어?”

주 선생은 아쉬워하며 시계를 봤다.

‘큰일도 아닌데 쓸데없이 37분 50초 이상 추가 근무했군.’

“프랑스에서 생굴을 먹었다더라. 그다음은 묻지도 마라. 먹으려고 일부러 전용기 타고 간 건데, 많이라도 먹어야 기름값이라도 나오지, 안 그러냐? 그런데 돌아와서 소면 먹었다는 말은 이해가 안 가더라. 손짓하는데 거의 머리만 하던데? 달걀 두 개도 추가했대. 그렇게 먹고 그런 몸매라니, 세상은 참 불공평해.”

조낙의는 이야기하다 보니 군침이 다 돌아서 배를 툭툭 쳤다.

“왜 돌아와서 소면을 먹었대? 그것도 머리만 한 소면을?”

“환자님 말씀이 외국에서 한 달 넘게 살았더니 국내 음식이 그렇게 맛있더란다.”

“소면이 생굴보다 맛있다 이거지? 어느 집이래?”

호기심에 퇴근도 미루고 묻던 주 선생이 껄껄 웃으며 다시 물었다.

“하구 시장 뒤에 있는 골목에 국숫집이래. 이것저것 판다더라.”

“차 타고 가면 20분 정도 걸리겠네.”

주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 쪽으로 머리를 내밀어 두리번거리다가 곽종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길로 가운을 던지고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 밤에 국수 먹으러 갈래? 응? 아니 오늘 재벌 2세 하나가 배탈 나서 왔는데, 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다잖아. 그래서 어딘지 물어봤지. 뭐? 아니 환자 성별이 왜 중요해. 우리 의사한테는 아무런 의미 없어. 아냐, 아냐, 오해하지마, 내 환자가 아니야. 동료한테 들은 거야.”

귀를 쫑긋하고 듣던 조낙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주닥 웃기네, 진짜.”

“매일 제때 집에 들어가는 남잔데 믿어야지.”

“지난번에 맥주 마실 때도 와이프랑 영상 통화하더라. 저 멀리 일하는 여자 종업원 찍혔다고 한 10분 이상 해명했나?”

조낙의는 쿨하게 웃으며 무시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위챗을 열고는 조금 전 주 선생의 전화를 떠올리고 고개를 흔들면서 메시지를 입력했다.

- 마누라, 내가 잘못했어. 이따 생굴 먹으러 갈래? 이따 밤에 내가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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