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도착한 능연은 감사한 마음으로 세 손가락 환자의 수술을 진행했다. 퍼스트 어시 마연린과 세컨드 어시 여원,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수술은 그런 것이다. 집도의의 부담은 가장 크고 실제로 조작하며 판단을 내리는 것도 집도의지만, 이런저런 심부름 하느라 넋이 빠지는 건 보통 퍼스트와 세컨드 어시였다.
충분히 숙달되지 않은 집도의는 힘들지만 능숙해지면 매우 수월해진다. 여원은 힘들어하며 땀을 훔치면서도 마음만은 통쾌했다.
“내가 세 손가락 단지 이식을 할 줄이야!”
“일반 외과보다 재미있어요?”
“하나는 손가락이고, 하나는 장이고 모양은 다 같지 뭐.”
마연린은 여원을 점점 알아갈수록 그의 취향에 탄복했다. 그런 마연린이 묻는 말에 여원은 태연하게 웃었다.
“그게 어떻게 같아요?! 적어도 안에 담긴 게 다르거든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일반 외과에 있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여원은 단 한방에 마연린을 때려눕혔다. 수술실에서 ‘모르잖아’ 공격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환자 내보낼 때 됐어. 누가 가서 어드바이스할 거야?”
매일 외과 의사가 화내고 싸우는 걸 듣는 마취의 소가복은 끼어들 틈을 아주 잘 파고들었다.
“마 선생이요.”
“여 선생님이요.”
마연린과 여원은 서로 상대를 가리켰다. 능연이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그들은 서로를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지개를 켜며 시계를 봤다.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엄지 때문에 어려움이 높아진 바람에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졌다. 그러나 능연은 달갑게 받아들였다.
“능 선생, 조금 더 있다가 나가. 밖보다 여기가 편하잖아.”
소가복은 발밑에 둥근 의자를 밀어서 능연의 다리 쪽으로 보냈다. 능연이 상해에서 돌아온 이래 알아서 수술 빈도를 줄이는 바람에 소가복이 그를 만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듀티 문제도 있고 요즘 세 번밖에 못 만나다 보니 묘하게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결정적인 봉합은 서서 해야 해서 조금 지치기는 했다.
“능 선생, 요즘은 밤샘 수술 안 해?”
“전에도 밤은 안 샜는데요?”
“그래, 실수. 새벽 수술.”
능연이 의아한 듯 바라보자 소가복은 머리를 툭툭 쳤다.
“휴우, 침대가 모자라잖아요. 지금도 하루에 6, 7건 하면 나중엔 정말 하나도 없을 거예요.”
“그러게, 문제는 문제네. 어쩐지 요즘 잘 안 보이더라. 이따 퇴근하고 사람들이랑 고기 먹으러 갈 건데, 능 선생도 같이 가자.”
소가복은 긴장한 채로 대답을 기다렸다. 능연은 운화 병원의 풍운 인물이었고 자신의 모임에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냥 단순하게 밥 몇 끼 먹는 거라고 해도 영향력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취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란? 바로 퇴근 후 한바탕 먹고 즐기는 것이다.
“소가 식당이요?”
“소가 식당도 괜찮지. 근데 낮엔 소 사장은 없을지도 몰라. 롱샤도 없고 꼬치밖에 못 먹거든.”
“그러죠, 뭐. 오랜만에 소 사장님도 좀 뵙고요. 퇴원한 후로 몸이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잠시 고민하던 능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주머니로 손을 향하다가 제타가 없다는 걸 떠올렸다.
“몇 사람이고 차는 몇 대예요?”
“한 10명? 나는 차 안 가지고 왔어. 난 네 차 탈게. 연린아, 여 선생, 갈래?”
“저는 차트 써야 해요. 회진도 해야 하고 약 처방도요.”
“나는 갈래! 마 선생, 어드바이스도 해.”
마연린은 실망하며 대답했고 여원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 셋이 한 차로 움직이자. 넓고 좋네.”
“차 부를게요. 제 차 고장 났어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전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 회식 가서 오늘 차 안 써도 됩니다.
-알았어요. (웃음)
전칠이 바로 답장을 보내자 능연은 사람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고 병원 입구에서 어플을 켰다.
3초 후, 어플에 ‘기사 연결’ 화면이 뜨면서, 왕 기사, 남색, 벤틀리라고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