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56화 (137/877)

이른 아침은 병원 입구가 가장 번잡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둥근 헤드라이트를 단 벤틀리가 접근하자 경비는 최선을 다해 자리를 비워냈고, 벤틀리는 서서히 문 앞 정차 구역에 섰다.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짙은 남색 벤틀리는 중압감을 내뿜으며 돈 냄새를 풍겼고, 사람들의 망상을 자극했다.

그중에 누군가는 이때다 싶어 벤틀리와 운화 병원을 한 앵글에 담아 SNS에 올렸다.

소가복은 5m 길이의 벤틀리에 압도당해 혀를 끌끌 찼다.

“이야, 이런 차는 대체 얼마나 편할까? 엉덩이 밑에 안마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아냐?”

“제가 부른 차 같은데요?”

능연이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보여줬고, 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뽕을 맞았나. 어플에서 이런 차를 보낸다고? 무슨 어플인데?”

“그냥 택시 호출 어플이요. 22위안?”

“야, 너 마법사냐? 이걸 어떻게······.”

소가복은 위아래로 능연을 훑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능연의 모습을 본 전칠은 바로 차에서 내려 기사가 하던 대로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능연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한 표정으로 손을 힘껏 흔들었다.

“왜 또 당신이?”

“응응, 마침 지나다가요. 일행이세요?”

두어 발짝 떨어져서 오던 소가복과 여원을 발견한 전칠이 물었다.

“소 사장 가게 가서 꼬치 먹으려고요.”

“소 사장? 아무튼, 이렇게 일찍이요?”

“꼬박 밤새웠거든요. 꼬치라도 먹어줘야 나한테 안 미안하죠.”

소가복이 하품을 참지 못하고 웅얼거렸고, 전칠은 눈을 반짝였다.

“그럼 능 선생님이 앞에 타실래요?”

“그러죠.”

능연은 바로 차에 올라탔고 소가복은 의아한 듯 능연을 가리키며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이거, 능 선생님이 꿰맸거든요.”

전칠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검지에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고 그 위에 도널드 덕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 어제 헬기 타고 온 그 응급환자?”

“맞아요!”

“스티커 예쁘네요.”

소가복은 그렇게 칭찬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헬기를 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벤틀리를 몰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다른 의문이 들었다.

‘이런 부자가, 그것도 젊은 아가씨가 왜 직접 운전을? 그것도 벤틀리 뮬산을?’

“감사합니다.”

전칠은 세 사람이 차에 오르자 앞 뒷문을 닫은 다음 재빨리 한 바퀴 빙 돌아 운전석에 올라타서 익숙하지 않은 듯 조심스럽게 차를 움직였다.

“네비 켜고 갈게요.”

“네.”

긴장한 듯 말하는 전칠의 말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벤틀리 시트를 문질렀다.

“아, 근데 아침엔 롤스로이스 아니었어요?”

능연은 아침에 봤던 롤스로이스를 기억하고 있었다. 007에 나오는 악당이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녔다. 전칠은 긴장한 채 핸들을 쥐고 롤스로이스가 더 좋으냐고 물었다.

“좋은지 안 좋은지 알 만큼 타보지도 못했는데요.”

“능 선생님은 뭐로 그런 판단을 내리는데요?”

능연은 좋은 질문을 들었다는 듯 다리를 툭 내려쳤다.

“일반적으로는 바로 판단을 내리는데, 그게 안 되면 테스트해 보거나? 나는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연구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전칠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과제를 묵묵히 기억해두었다. 벤틀리는 큰길로 나갔고 차 안은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KTV처럼 조용했다.

소가복은 점점 흥분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롤스로이스였다고요?”

“아, 아르바이트를 좀 해보려고 집에 차를 끌고 나와서 택시를 하거든요. 아침에 끌고 나온 롤스로이스는 기름 넣으러 보내서 벤틀리를 가지고 나왔어요.”

두 사람의 대화를 의아하게 듣던 여원이 묻자 전칠은 능연을 힐끔 보고 다급하게 변명했다. 굉장히 논리적이었고 자연스러운 내용이었다.

“푸하하, 부자는 참 재미있게 사네요.”

“부자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죠. 노동은 노동이니까. 할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어요. 젊은 사람들은 학교 다니면서 각종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노동으로 얻는 것이 바로 우리의 수확이라고. 나머지 비용은 다 가정 교육 비용이죠.”

“어······. 그러니까 운전해서 번 25위안이 그쪽 노동 보수고 벤틀리 기름값은 그쪽 집안 교육비라는 거네요?”

“그렇죠.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의사 월급도 그런 거 아니에요?”

전칠은 운전을 하면서 유창하게 대답했고 여원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참 대단하시네요.”

“응.”

“그래서, 손가락에 붙인 그 도널드 덕은 무슨 스토리가 있나요?”

여원이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묻는 말에 전칠이 그 의도를 몰라서 멍해졌다.

“가죽 스티커라서, 공기가 통할 거 같아서요. 왜요? 안 되나요?”

가죽 스티커라는 말을 들은 여원은 웃어 보이고는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꺼내 검색창을 열었다.

그러는 사이 벤틀리가 천천히 소가 식당 앞에 멈춰 섰다. 청소하던 종업원이 깜짝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낯익은 능연, 소가복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아이고, 의사 선생님 복지가 참 좋네요. 렌트? 아니면 산 거예요?”

“정상인이 이런 차를 어떻게 사냐? 아, 다른 뜻은 없어요, 내 말은 일반인이라는 말이었어요.”

“아니에요. 제 차도 아닌데요, 뭐.”

소가복은 툭 내뱉어놓고 바로 전칠에게 해명했고, 전칠은 차를 몰고 갈 생각이 없는 듯 서서 어깨를 으쓱했다. 소가복은 20시간 잠을 못 잤어도 아직 머리는 굴러갔다. 그는 웃으면서 전칠을 바라보고 물었다.

“전칠 씨라고 했죠? 같이 꼬치 드실래요?”

“좋아요. 모닝 꼬치, 가게가 유명해서 그런 건가요?”

“유명하기도 하네요. 이 시간에 연 가게가 별로 없어서 온 것도 있지만.”

“소 선생, 우리 가게가 그렇게 형편없어?”

마침 얼굴을 내밀던 소 사장이 정색하면서 짚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쿵쿵 내려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24시간 영업해 주시길 얼마나 바라는데요.”

소가복은 껄껄 웃다가 소 사장이 짚고 있는 지팡이를 잠시 보고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사장님, 다리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은 거 아니죠?”

“흠흠, 전에 롱샤 받으러 갔다가 연못에서 넘어졌어. 그래서 근처 병원에 갔더니 거기 의사가 내 몸이 허약하다면서 지팡이를 주잖아.”

“아······.”

“그랬구나.”

“아이고!”

“내 말이.”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소 사장은 직접 신선한 고기로 그 자리에서 꼬치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좋다고 환호했다. 잠시 후, 가게에 사람들이 도착했다. 마취과 의사, 정형외과 의사 그리고 일반 외과와 흉부외과 의사가 몰려들었다.

전칠까지 딱 10명을 모은 소가복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게가 떠들썩해지자 소 사장도 기뻐하며 지팡이를 집고 다시 고기를 썰러 들어왔다.

“홍류(紅柳)구이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고기, 홍류, 숯! 우리 집에서 먹는 고기는 다른 곳 거랑 다르다고. 우리는 불 세기, 고기 크기 이런 것도 다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 이따 내 새 기술 보여줄게.”

소 사장이 팔을 뻗어 가늘고 붉은 버드나무 가지에 칭칭 감긴 커다란 고기를 보여줬다.

“꼬치 하나에 반 근, 딱 한입 크기지만 입에 넣고 씹어 보라고, 육즙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을 마친 소 사장은 커다란 꼬치를 불 위에 올리면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막 도착한 의사들은 바쁘게 사진을 찍어 벤틀리까지 앵글에 넣어서 SNS에 올렸다. 그 분위기에 취한 전칠은 활짝 웃으며 곁에 앉은 능연을 바라봤다.

“재미있는 가게네요.”

“의사들이 아주 좋아해요. 어? 밖에 쿵 하는 소리 난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도 소리를 들었다.

“넘어졌으면 뼈, 기절했으면 심장, 천천히 주저앉았으면 심장, 응급, 너희도 가볼래?”

소가복이 태연하게 하는 말에 다들 동의했고, 정형외과, 신경내과, 흉부외과 의사와 여원까지 넷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신경내과와 흉부외과 의사가 먼저 자리로 돌아왔다.

“넘어진 거야?”

“여자가 셀카 찍느라 서 있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넘어졌어. 둘이 보고 있는데, 끽해야 뼈에 금 간 거래.”

흉부외과 의사가 꼬치 하나를 집어 들어 주르륵 고기를 빼먹었다.

“맥주?”

“콜.”

소가복이 맥주를 내밀자 흉부외과 의사가 잔을 내밀었고, 나머지 반은 신경내과 의사가 받았다. 외과 의사는 1년 365일 중 200일은 술을 마시면 안 되고 150일은 웬만해서 마시면 안 된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지니 술도 점점 약해졌다. 그래서 의사들 사이에 술을 권하는 문화도 이제 없어졌다.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이 흥하던 시절엔 의사들도 비교적 편했다. 특히 선임 주치의 이상인 의사는 흐물흐물 녹을 정도로 대접받았다. 지금은 제약 회사 영업 방식도 달라졌고 젊은 의사들 취향도 점점 변화가 생겼다. 선배 의사들이 좋아하던 놀이 문화는 더는 젊은 의사에게 환영받지 못했고, 주당들의 세력도 점점 약해졌다.

소 사장은 스토브 위의 고기를 잠시 살피다가 지팡이를 짚고 쿵쿵 밖으로 나갔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지팡이가 보이지 않았다.

“지팡이는 어디 갔어요? 누구 줬어요?”

“응. 다리 부은 사람이 있더라고. 저기야, 2층 가서 지팡이 좀 가지고 와.”

이번엔 소가복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의아하게 소 사장을 바라봤다.

“지팡이를 두 개나 준비했어요?”

“두 개로 되겠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가는데. 매일매일 사고가 난다고. 우산 같은 거야. 유비무환. 봐, 오늘도 썼잖아. 지팡이 하나에 35위안, 13개가 150위안, 선생님들은 뭘 사겠어?”

“당연히 하나죠!! 누가 지팡이를 많이 사면 많이 준다고 더 사요! 그것도 12개나. 호구, 호구!”

소가복이 버럭 고함쳤다.

“호구도 12개는 안 사겠네요.”

“그렇지?”

여원의 말에 소가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좋은 걸 사시지.”

“너희 의사들은 진짜 돈 귀한 걸 몰라. 150위안에 12개인데 왜 안 사? 12개씩 파는 건 원래 다 소모품이야. 나 봐 벌써 5개 남 줬잖아. 12개 더 살까 생각 중인데 말이야. 비가 이렇게 계속 안 오면 우산보다 지팡이를 더 많이 나눠주겠는데?”

“누가 지팡이를 선물해요.”

의사들이 바라보는 눈빛에 소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고,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의사들 수다 재미있네요. 이따 집에 가서 말해봐야겠어요. 우리 호텔 앞에 우산만 두지 말고 지팡이도 두자고요.”

전칠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능연에게 말하자 소가복은 이번엔 전칠을 바라봤다.

소 사장은 홍류 구이를 들고 나왔고 호두만 한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어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하늘하늘하는 버드나무 때문에 집기 힘들자, 소 사장은 직접 시범을 보이며 들어 올려서 한 조각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중국인의 밥상>이 방송된 다음 홍류 가격이 다 올랐어. 집에서 직접 홍류 구이를 하면 절반은 버려야 해. 홍류 구이는 고기가 커야 하거든, 전에 만들던 양 꼬치랑 완전히 반대야.”

“끝내줍니다!”

의사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고기가 아직 그의 손에 있으니, 그가 바라는 대로 추켜 세워줬다.

소 사장은 만족한 듯 연설을 마치고 접시를 내려놓았다.

“조금씩 먹어. 한 번에 다 먹지 말고. 그리고 여자분들도요, 깨작깨작 먹지 말고 한입에 털어 넣고 씹어야 육즙이 느껴져서 더 맛있어.”

여원과 전칠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지?”

소 사장이 입가를 닦으며 물었다.

“능 선생님! 우리 꼬치 하나로 나눠 먹어요.”

전칠은 눈이 다 휘둥그레져서 꿀꺽 삼키고는 애처로운 눈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한 꼬치에 반 근인 홍류 구이를 인당 한 꼬치 다 먹었다간 회식도 끝날 판이었다. 능연도 속이 느글느글할까 봐 고기 세 덩이 남은 꼬치를 전칠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그래요, 나눠 먹어요.”

“너무 많아요. 난 하나면 돼요. 나머진 선생님이 드세요.”

전칠은 젓가락으로 맨 앞에 고기를 집으려고 했지만 잘 집히지 않았다. 몇 번이고 시도하다가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으로 집어 고기를 빼내고 나머지 두 개를 능연에게 돌려줬다. 전칠은 맥주 한 입을 마시고 커다란 양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온몸이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 같다.”

“네?”

“부잣집 따님이 꼬치 먹고 있잖아. 영화 같지 않아?”

“아, 네.”

소가복이 곁에 있던 여원에게 말을 걸자 넋이 나가 있던 여원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하냐?”

마취의인 소가복은 종종 외과 의사에게 무시당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인 꼬치 모임에서까지 그런 취급을 당하자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아까 일 생각했어요.”

“넘어진 여자? 왜? 오진이야?”

“아니요. 다리를 삐었거든요. 지팡이 가져다줄까 해서······.”

“소 사장님! 곱창 다섯 통 주세요!”

소가복이 목소리를 높여 소 사장을 불렀다. 여원은 마지막 말을 삼키고는 변비라도 걸린 듯 안절부절못하면서 좌우를 둘러 보다가 맥주를 홀짝이는 전칠을 툭툭 쳤다.

“돈 벌어야 한다면서요. 맥주 마시면 운전 못 하는데.”

“앙?”

순간, 맥주를 잡은 전칠의 손이 다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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