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재빨리 이주의 아킬레스건 위치를 열고는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는 눈으로 아킬레스건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MRI에서 본 각종 함수를 떠올렸다.
그랜드마스터급 MRI (사지) 판독 능력을 가진 능연은 구체적인 수치를 기억하지 않아도 판독할 때 이해 능력이 생겼고, 그중 결정적 함수에 구체적인 생각이 잡혔다.
예를 들면, 근건의 경도, 아킬레스건 주위 인대의 인성(靷性), 두께, 석화된 부위가 있는지, 근육 밀도와 지방 두께 등등.
보통 MRI를 보면 문제 있는 부분부터 본다. 능연도 마스터급 판독 기술로 볼 땐 역시 문제 있는 부분부터 본다. 그러나 그랜드마스터급 판독 기술은 문제없는 부분에도 상응하는 지식을 심어 주었다. 즉, MRI 판독 범위가 수십 배, 백배는 늘어난 것이다.
이주의 아킬레스건을 속박하는 인대의 힘이나 인대의 인성 모두 조금 큰 편이었다. 그러나 모두 정상 범위에 있어서 의사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수술하는 의사가 판독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깊이 있게 읽지 않고, 영상의학과 의사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외과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상의학과는 전체 병원을 위해 일할 뿐, 그들 중 대부분은 정형외과의 어느 수술 방식은 어떻게 하는 건지 연구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성 있는 인대가 수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런 건 더더욱 영상의학과 의사의 지식 범위에 없다. 지금 능연의 판독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따라잡을 수 있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는 수준이었다.
능연은 이런 상태로 유위신에게 수술을 한다면, MRI 판독 능력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인대 회복력을 대폭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0% 회복은 아니라도, 회복 기간, 부상 정도 등등 분명 차이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레전드급 아킬레스건 수술은······.
핸드 그립으로 메스를 잡고 살짝 그으면서 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환자의 아킬레스건을 분리해 냈다.
“진구성(陣旧性) 패치가 있네요. 넘어져서 파열된 것이 맞습니다.”
능연은 아킬레스건을 꺼내 보고 바로 판단했다.
“아까 헛소리를 들었을 땐 고리대금 업자들이 자른 줄 알았더니. 잘라보니 재미있네.”
연문빈은 우습기도 하고 언짢기도 했다.
“네. 재미난 케이스인 줄 알았더니.”
MRI에서 아킬레스건 파열된 곳의 층이 들쑥날쑥한데, 이게 넘어진 것이 아니라 정말로 누군가 자른 것이라면 예상에서 벗어난 수술로 전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의사가 흥분할 만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환자의 헛소리는 거짓말보다 낫지만, 거짓말보다 재미는 있어야 했다.
“다듬을까?”
능연을 따라 수술을 수백 번 한 연문빈은 시실 직접 봉합을 시도될 만한 수준이었다. 그는 수술 과정에 관해서도 익숙할 대로 익숙했다. 능연은 진구성 패치 부분을 바라보면서 고민했다.
“여기, 전에도 파열된 적 있는 거 같아요. 처리를 안 해서 아킬레스건 운동능력과 질김 정도가 떨어진 거죠. 그래서 이번에 끊어진 거고요.”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 그냥 삔 줄 알고 말이야. 부분 파열이었네. 그래서 심하게 다리 삔 줄 알고 그냥 지냈나 봐.”
“네. 이왕 연 김에 진구성 아킬레스건 수술도 하죠.”
능연이 신속하게 결정 내리자 연문빈은 시계를 보면서 다시 세팅할지 물었다.
“아니요, 20분이면 됩니다. 시저.”
스크럽 간호사가 가위를 건넸다.
“아킬레스건 잘라서 진구성 부분을 보충할 겁니다.”
정확한 위치를 찾아 아킬레스건을 깎아 낸 능연이 연문빈에게 말했다. 진구성 아킬레스건 보건술과 신선한 아킬레스건 보건술의 가장 큰 차이는 이식이 종종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멀쩡한 아킬레스건을 잘라내 아킬레스근 결손 부분에 붙인다. 완전히 파열된 진구성 아킬레스건은 양쪽 아킬레스건이 수축된 후 이식하려는 아킬레스건이 더 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능연의 환자는 부분 아킬레스건만 진구성 병변이 일어나 부분 보수만 하면 된다. 아킬레스건 끝단을 잘라내는 방식은 못 쓰는 부분을 재활용하는 개념이지만, 난도는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능연은 긴말하지 않고 느긋하게 손을 놀렸다.
보통 의사는 그런 작업을 하기 힘들었다. 파열된 아킬레스건 강도도 보장할 수 없는데 보수하다가 2차 상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컸으니까. 하지만 능연은 MRI를 통해 완벽하게 파악했고 레전드급 아킬레스건 수술 기술까지 있으니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능연이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가 쓰는 방법은 축동익 원사가 설계한 방안 A와 비슷했다. 절단한 혈관을 봉합할 필요가 없을 뿐, 핵심적인 본질은 절단된 혈관을 줄이는 데 있었다.
그러니 정형외과 의사 눈에는 능연의 아킬레스건 수술은 규칙에 부합하는 일반적인 수술로 보였다. 하지만 그가 절단한 혈관은 보통 의사의 20%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겨우 18분 만에 환자의 아킬레스건 봉합을 끝냈다. 스킨 봉합이 끝나자 딱 20분이었다.
“빠르다.”
“20분?”
“벼락같은 속도인데?”
정형외과 초짜 의사들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도 능연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초짜 의사들의 칭찬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법이다.
“수고했습니다.”
능연은 드레싱 같은 관심 없는 일거리를 몽땅 연문빈에게 던져주고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수술실에서 나갔다.
“이따 동영상 나한테 보내라.”
부주임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고는 촬영했던 초짜 의사를 향해 흔들었다.
띠리리리.
능연은 수술 층에서 나오자마자 울리는 핸드폰을 받았다. 왕가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능 선생님! 어서 사진 찍으러 오세요! 윗분들 오셨는데 곽 주임님이 선생님 얘기를 꺼내서 다들 보고 싶어 하세요.”
왕가는 자기 일을 자랑이라도 하듯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함쳤다.
“5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괜찮아. 이제 구역 1 지나셨어요.”
왕가는 방긋 웃으며 몇 마디 더하고 전화를 끊었다.
능연은 수술 층에 있는 의료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2층으로 가서 응급 의학과 응급 병동으로 돌아갔다.
수많은 하얀 가운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응급 의학과에 가득했다. 그날은 환자도 별로 없는데 대기실까지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촬영 기사들은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찍어댔다. 하얀 가운, 정장남들도 서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대형 회의라도 열린 모습이었다.
대기실로 들어간 능연이 짧고 똥똥하고 시커먼 간부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은 금색 털이 반짝이는 웅건한 사자가 털이 들쑥날쑥한 꾀죄죄한 촌닭 사이에 우뚝 선 것처럼 순식간에 모든 이의 시선을 끌었다.
곽종군은 큰 소리로 웃으며 능연을 불러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우리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 지혈 대가 능연입니다. 젊다고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 오늘 능 선생이 숨겨진 출혈 포인트를 찾아내지 못했으면 수술이 그렇게 빨리 끝나지 못했을 겁니다.”
능연의 전적을 과장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사람보다 출혈 포인트를 빨리 찾는 건 병원에서 장점임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은 찾니 못 찾니, 얼마나 걸려야 찾니, 말도 안 되게 허풍 떨면서 홍보할 곽종군은 아니었다. 그렇게 없는 말을 하면 능연에게 좋을 것도 없었다.
성급에서 전국구로 나가는 불대포 곽종군은 포인트를 매우 훌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떤 말은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지, 어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태클을 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윗선들은 절반이 의료 계통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수한 의사에게 칭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두통이나 울화, 차 사고가 나거나, 애인 남편에게 베이는 그런 고질병 하나쯤은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사회적으로도 의사 집단은 욕을 먹지만, 생활권에서 의사는 인간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곽종군의 소개 속에 능연은 맨 앞으로 밀려 나가 응급 의사 대표 중 하나로서, 보호자 대표와 병원 대표, 부청급 이상 리더들과 사진을 찍었다.
능연은 평온한 얼굴로 카메라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는 전칠이 목에 카메라를 걸고 대범하게 가지런히 줄 선 무리 앞으로 다가오는 걸 발견했다. 메인 촬영 기사가 카메라를 들자 전칠도 카메라를 들고서 셔터를 눌렀다.
능연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순간도 카메라에 잡혔다. 전칠은 뿌듯한 듯 뒤를 돌아서 사람들과 한 앵글에 자신의 사진도 담았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사람들은 응급 처치라는 큰 임무를 끝낸 것처럼 길게 숨을 내쉬었다. 곽종군도 홀가분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수술 준비는 잘 되어가나? 왜 그렇게 급하게 하는 건가?”
“끝났습니다.”
능연도 홀가분하게 대답했다.
마침 옆에 있던 사람과 악수를 하던 곽종군은 능연의 말에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얼마 만에 끝냈나?”
“수술시간은 20분이었고, 스킨 봉합을 마치고 저는 나왔습니다. 그러다 전화를 받았고요.”
곽종군은 20분이라는 말에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
“순조로웠나?”
“네.”
“끝냈다고?”
“네.”
“아킬레스건 수술을?”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
능연은 웃음의 의미를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곽종군을 바라봤다.
전칠은 간호사들 사이에 섞여서 그들이 능연을 찬양하는 걸 흥분해서 듣고 있었다.
“완전 잘생겼어.”
“잘생겼다.”
“능 선생님 오늘 특히 잘생겼더라.”
병원에서 1, 20년 일한 일반 간호사들이 자기 진료과의 질병 증상, 의사들의 의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종종 의사들의 생각을 벗어나곤 한다.
수술을 못 하는 간호사가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면 오히려 수술 평가 능력을 갖추게 된다. 리모델링을 여러 번 한 업주가 리모델링 업체 사람과 다른 견해를 가지듯이, 영화를 많이 본 관객이 감독이나 배우와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보듯이. 정확하다고 할 순 없어도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운화 병원 간호사들은 능연을 만난 후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그날 응급 처치에 참여한 십여 명 의료진에 두 배는 되는 보조 인원이 있었지만, 간호사들의 눈에 가장 빛나는 스타는 언제나 능연이었다.
간호사 한 명이 먼저 핸드폰을 꺼내 능연이 맨손 지혈하는 사진을 공유했고 분위기는 수습 불가로 달아올랐다.
“스트레처 카 위에 있는데도 멋져.”
“간문을 찾을 때 사진이 더 멋지거든? 다른 사람들은 다들 멍하니 넋 나가 있네. 특히 곽 주임님 좀 봐. 꺄르르르륵.”
“내가 찍은 게 제일 멋질걸? 봐봐, 능 선생님 봉합할 때 초초잘생이라고.”
“제일 잘생김은 없어 더 잘생김은 몰라도. 난 동영상 찍었다.”
전칠은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참지 못하고 불쑥 끼어들었다.
“능 선생님 사진 공유하는 메시지방이 있어요?”
“그건 아니고요. 내부 메시지방은 있어요.”
전칠을 알아본 간호사가 다 같은 남신 팬인 입장에서 대답해줬다.
“간호사 메시지방이요?”
“그런 셈이죠.”
간호사는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충 대답했다. 그러나 전칠은 집착하면서 눈알을 굴려댔다.
“부럽다. 같은 병원 다니니까 같이 놀러 갈 수도 있고.”
“그렇죠. 능 선생님이 오신 다음 병원 분위기도 다 좋아졌어요.”
“맞아, 맞아. 출근할 기분도 나.”
“재미도 있고. 능 선생님 매너도 좋고.”
“요구르트도 맛있고.”
“맞다, 맞다. 오늘 과일 준비했어?”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칠은 그들의 생활에 호기심이 가득 생겼다.
“그 메시지방에 다 간호사뿐이에요? 재미있겠다.”
“제약 회사 영업 사원도 있어요. 우리 병원에 한 번 오기만 하면 다들 일 없어도 놀러 와요.”
간호사 하나가 자연스럽게 정보를 털어놓았다.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은 늘 좋은 선물을 가지고 병원을 찾으니 간호사들도 다들 좋아했다. 전칠은 웃으면서 그 내용을 기억해두었다.
전칠은 구석진 곳을 찾아 핸드폰을 꺼내 5번을 길게 눌렀다.
“제약 회사 하나 사들여. 운화에 영업하는 회사로.”
“Ro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