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60화 (141/877)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101kg 거구 의사가 한 손으로 악력기,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신나게 SNS를 새로 고침했다. 외과 의사들이 자주 쓰는 운동기구인 악력기와 아령은 그도 자주 썼는데, 별 효과는 없었다.

그는 SNS를 훑어보고 바로 위챗으로 들어가 동영상을 열어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아킬레스건 수술이야? 제법이네.”

설호초가 자료를 옮기면서 뒤에서 지나가다가 고개를 빼고 바라보며 칭찬했다.

“응, 꽤 깔끔하지. 과자 먹을래? 후추 맛.”

거구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곤 과자 통을 내밀었다.

“아니 됐어. 밥 먹었어.”

설호초는 거절하고 계속 동영상을 지켜봤다. 축동익의 박사생인 그는 실전 경험은 일반 레지던트보다 적었지만, 견문은 넓었다. 특히 항상 축동익과 전국을 돌며 외국 의사를 접대하고, 상급 의사들보다 훨씬 자주 외국에 나가서 수술을 참관했다. 그래서 수술 보는 안목은 꽤 갖춘 편이었다.

돼지고기를 많이 안 먹었지만, 돼지가 뛰는 건 많이 봤다는 게 바로 설호초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돼지를 많이 본 만큼, 엉덩이가 얼마나 크면 실한 축에 드는지, 다리가 얼마나 굵으면 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 대충 개념은 잡혀 있었다.

설호초는 지금 거구 의사 손에 들린 동영상 안의 의사가 기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잘하네. 근건 박리도 빠르고 안정적이고. 디테일도 참 잘하네. 누구야?”

“위챗에서 돌더라. 누군지는 몰라.”

거구 의사는 악력기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쿠키를 꺼내 먹었다. 그러면서 동영상 속 의사가 뭔가 이야기하며 새하얀 근건을 꺼내는 걸 지켜봤다.

“소리 좀 키워 봐.”

“아, 응.”

설호초의 말에 거구 의사가 소리를 제일 크게 올렸다. 동영상에서 수술실의 ‘띠, 띠’ 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호흡 소리 같은 잡음이 먼저 들렸다.

“핸드폰으로 찍은 건가, 무슨 핸드폰이길래 화질이 이래.”

의사 하나가 뒤에서 지나가면서 슬쩍 보더니 아예 걸음을 멈추고 같이 보기 시작했다. 동영상 안의 손놀림이 너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 아킬레스건 수술은 신기한 수술 방식이 필요한 수술이 아니며 말하자면 동네 야구 수준이었다.

아킬레스건은 가장 큰 근건이고 정형외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한 번씩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다. 절개구가 크지 않고 상처가 깊지 않은 그런 수술은 난도가 엄청나게 낮았다. 절개구가 커도 난도가 매우 높지는 않다.

특히 불완전 절단된 아킬레스건은 ‘쉽고 간단한’ 수술이라서 실습생, 훈련의와 초짜 레지던트들이 솜씨를 자랑하려고 공유하는 수술이었다. 그러나 유위신, 코비 브라이언트 등이 받은 어려운 아킬레스건 수술은 거물급 의사들이 몇 가지 방안을 세우면서 조심 또 조심스럽게 몇 번이며 검토한 다음에야 어느 정도 성공률이 나오는 수술이었다.

그러니 실력 좋은 의사가 초짜 의사를 무시하는 것도 당연했다. 같은 수술이라도 결과는 천차만별이었으니, 초짜 의사의 존재를 자원 낭비라고 표현하는 것도 부족했다. 다 같은 자원이라고 해도 의사의 쓰임새가 다른 건 더욱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일반 병원에서는 아킬레스건 수술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운화 같은 지역의 정상급 병원을 포함한 대부분 일반 병원에서 스포츠 의학 전공이 아닌 의사는 아킬레스건 수술로 높은 수준에 이르기 어렵고 딱히 아킬레스건에 관심을 줄 이유도 없다.

대부분 병원의 평범한 정형외과 의사도 수준 높은 아킬레스건 수술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는 동영상에서처럼 물 흐르듯 흐르는 아킬레스건 수술을 보면 누구라도 관심 가지게 된다.

“시저 찰칵찰칵하는 소리도 엄청나게 정확한데?”

“자르는 위치 좀 보세요. 앞뒤 차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고수예요, 고수.”

“아까 아킬레스건 분리할 때 혈관을 다 비켜 가더라.”

의사들은 101kg 거구 의사 뒤에 서서 흥미 가득한 얼굴로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는 조금 뿌듯한 듯 팔뚝만 한 물병을 들고 꿀꺽꿀꺽 마시고는 통쾌한 듯 입을 닦았다.

“제 동기들은 다 속도만 따지더라고요. 역시 선생님들은 다르시네요. 이게 어디 속도 문제인가요. 끝내주는 솜씨인데.”

“메이요 패드로 교수 같은데, 아니야?”

“아킬레스건이 짧고 가는 걸 봐서, 선수는 아닌 거 같아요.”

“패드로 교수도 일반인 수술할 수 있지. 돈만 주면 되는 거 아니야? 15만 달러라던가? 전체 병원비 말고, 수술비만.”

“그럴 보통 사람이 어떻게 하냐? 100만 위안인데? 의료보험도 안 되겠다.”

“운 좋은 환자인지도 모르지. 패드로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 무료 외래 본다던데?”

사람들이 모여 동영상을 바라보는 모습에 의국 내 다른 의사들도 이내 몰려들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는 연구 성질을 띤 임상 의학 센터라 평소에 작업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초짜 의사들도 수월한 시간을 보냈다. 마침 별로 할 일이 없던 의사들도 호기심에 몰려들었다.

- 파열된 아킬레스건을 자를 겁니다. 이걸로 오래된 부분을 보수할 겁니다.

동영상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볼륨을 최대로 올려놓은 바람에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말인데?”

“중국 사람이야?”

“대단한데?”

의사들은 순간 흥분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는 중국 국내 스포츠 의학 전문 의료 기관 중 아킬레스건 수술을 가장 많이 한 곳이다. 갑자기 나타난 중국인 고수에 사람들의 관심이 훌쩍 높아졌다.

“산동 대학 영상인가?”

“봉천 병원?”

101.5킬로 거구 의사는 물병을 든 채 조용해졌다. 동영상 속 목소리가 너무 익숙했다. 그건 바로 그의 일생일대의 적, 능연이었다.

“능 선생 목소리 같기도 한데?”

자주 그와 함께했던 설호초도 당연히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의사들이 멍하니 기억을 되살리려 애를 썼고, 하나씩 고개를 끄덕였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 재직 중인 의사 30여 명 모두 능연을 만나본 것은 아니었다. 능연이 아니었다면 전혀 기억 못 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포츠 의학 센터라서 오가는 연수생과 방문 하는 의사가 수두룩했다. 자기 생활에 심취한 의사는 심지어 몇 번 다녀간 외부 의사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능연은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위신 수술 자체도 그렇지만 수술의 성공도는 더욱 그랬다. 더군다나 그의 생김새는 더더욱 무시할 수 없었다.

설호초가 하는 말에 사람들도 점점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래, 목소리가 비슷하네.”

“아킬레스건 수술이면 능연이라고 해도 이상할 거 없죠. 운화로 돌아가서 한 건가.”

“더 잘하는 거 같은데? 수술 방법을 개선했나.”

“히야, 순조로워도 너무 순조롭네요. 이게 능연이고 운화 병원에서 한 거라면 일반인 수술일 텐데, 그럼 500 얼마짜리 수술이고 능연은 한 100위안 받겠죠?”

“운화 병원은 50% 제도라 수술비 절반이에요. 한 200위안 받겠네요.”

“그렇게나 많이?”

설호초의 설명에 의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쩐지. 우리 병원은 메리트가 하나도 없었네.”

“그럼 밤마다 아킬레스건 수술 10건 하면 금세 돈방석에 앉겠네.”

“운화 병원은 침대가 하늘에서 떨어지냐?”

의사들의 생각이 차츰 수술비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능연이 아킬레스건 수술을 잘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유위신 수술을 끝낼 수 있다는 건, 아킬레스건 수술에서 정상급에 올랐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위신의 아킬레스건은 메이요 병원에 보냈어도 지금처럼은 회복되지 못할 수준이었다.

거구 의사는 손에 물병을 쥔 채 씩씩거렸다.

‘헬스에 쓰는 돈만 아니었다면 나도 수술비 꽤 모았을 거야.’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손에 든 물을 비우면서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생일대의 적!’

지금은 당장 이기지 못해도 나는 아직 성장 중이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성장한 나는 반드시 널 이겨!

“동영상 나도 좀 보내줘.”

동영상을 쭉 지켜보다가 18분에 능연의 수술이 끝나자 설호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능연의 기술은 명확하게 달라졌다. 그것도 매우 막강하게.

이런 소식을 축동익 원사에게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축동익 원사의 총애를 다툴 생각이 없는 102킬로 거구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영상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전송했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실력으로 높이 올라가는 것이라 설호초 같은 아부쟁이가 뭘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정오의 햇살이 운리 제약 회사의 유리 간판을 비춰 사방으로 눈부시게 반사되었다. 맥순은 빠른 걸음으로 길가의 건물이 만든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기분 좋게 걸었다.

회사에 새로운 주인이 생겼다는 건 회사 모든 직원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우선 밀려 있던 월급과 상여금이 해결될 것이고 회사 확장 가능성까지 생기니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물론 맥순은 회사 윗선에 인정받은 것이 가장 즐거웠다. 어쩌면 그들은 그냥 실제 주인의 작은 수족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어찌 됐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 밑에서 일을 잘하면 적어도 회사에 남아 있을 수는 있으리라. 이럴 때 잘린다면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카드를 찍고 사무실 구역을 지나는 동안 동료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평소에 굳은 표정이던 대머리 표 주임도 이를 드러내고 실실 웃고 있었다.

“월급 나왔어요?”

“새 오너가 직접 관리부를 꾸리고 있잖아요. 표 주임님은 새 조직에 들어갈 거니까 신난 거겠죠.”

행정 직원은 고개를 돌려 표 주임을 힐끔 보고는 맥순이 왜 그렇게 묻는지 깨닫고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나. 드디어. 그럼 옛날 사람들은요?”

“쫓겨났어요.”

“잘됐네. 전에 관리해 주던 회사는 직원 주차비도 받았잖아요. 대체 그게 뭐냐고요. 구내식당도 엉망이었잖아요. 대학 식당보다 못했어!”

“관리 회사에서 윗선의 심기를 건드려서 쫓겨난 거라고 하더라고요.”

“응? 왜요, 왜? 자세히 말해 봐요.”

순간 흥미가 생긴 맥순이 바짝 다가가며 물었다.

운리 제약 회사는 재정 위기에 빠진 후, 팔 수 있는 건 거의 다 팔아치웠고 사무실 땅을 팔아서 번 돈으로 다시 임대하기까지 했다.

토지를 사간 부동산 업체 쪽에서는 임대료만으로 수익을 올린 것이 아니라 자기 쪽 관리 회사를 파견해 회사 청소에서 경비, 구내식당까지 다 관리하면서 고액의 서비스 비용을 받아냈었다.

임대료만으로도 쪼들리던 회사는 직원들의 호소도 모른 척하며 별수 없이 땅 주인의 횡포를 견디다가 결국 회사를 팔아 버리는 지경이 이르렀다. 그러나 새 오너는 세력을 가진 재벌이었다. 계약할 때 관리 서비스를 결정하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설사 결정됐다고 해도 부동산 업체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회사 전체가 그 일로 떠들썩했고 행정 직원도 신나서 가십거리로 떠들어댔다.

“윗선에서 차를 건물 앞에 댔는데 경비가 막았대요. 세우면 안 되는 자리라고. 그분들이 당연히 의아했겠죠. 그래서 윗선이 바뀌었고 관리는 직접 할 테니 전에 회사 높은 사람들의 주자 자리는 이제 없어도 된다고 했대요. 그랬더니 경비가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뭐랬는데요?”

“당신들이 새 임원인 건 맞지만, 주차 자리는 운리의 태상황인 부동산 업체 윗선을 위해서 남겨 둬야 한다고.”

그 말을 들은 맥순은 풉 웃음을 터트리고는 바로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그래서 뭐, 난리가 났죠. 차는 거기 막혀 있고. 나중에 아가씨가, 왜 맥순 씨하고 일대일 면담했던 전칠 씨 있잖아요. 아무튼, 아가씨가 괜찮다고 기사더러 일반 주차장에 대라고 하면서 차에서 내려서 올라갔대요. 아이고, 부동산 업체 매니저 얼굴을 봐야 했는데. 처음엔 전화 걸어 누구를 부르네, 마네 하면서 기고만장하다가 나중엔 거의 무릎 꿇을 기세였대요.”

직원은 이야기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뭐 무릎까지 꿇는데요. 집이 부동산 업체인데, 다른 데 가서 일하면 되지.”

“우리 윗선 뒤에 재벌이 있잖아요. 그쪽에서 바로 부동산 업체에 연락해서 그동안 받았던 비합리적인 비용을 다 물어내라고 했대요. 못해도 몇백만 위안이라던데요?”

“아니야, 천만 위안 정도 돼.”

대머리 표 주임이 언제 다가왔는지 살짝 정보를 흘렸다.

“우리 회사 얼마에 사들인 줄 알아? 부동산 업체에 칼을 휘둘러서 회사 산 돈, 반을 토해내게 했어.”

“그걸 냈다고요?”

“안 내고 어떡할 건데? 애초에 우리 원래 사장이 힘들 때 들러붙어서 피 빤 거잖아. 새 오너가 와서 비합리적인 비용은 돌려 달라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다른 건 둘째 치고 우리가 마시는 생수도 얼마나 비싸게 받아갔는데.”

표 주임이 부러운 얼굴로 혀를 끌끌 찼다. 제일 재미있는 부분도 들었겠다, 맥순은 표 주임과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 않아서 인사하고 사무실에서 나와 건물 꼭대기 6층으로 가 총경리실의 문을 두드렸다.

커다란 책상에 앉아 있는 전칠을 본 맥순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총경리님, 보고 드리겠습니다.”

“잘 끝냈나요?”

전칠이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바라보았다.

“네.”

잠시 멈칫했던 맥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보여줘요, 어서.”

전칠이 상사의 위엄도 없이 연신 손을 흔들었다. 맥순은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꺼내서 곁으로 다가가면서 위챗을 열었다. 위챗 리스트엔 ‘연의 음식 조공 그룹’ 하나뿐이었다.

“이리 줘요, 이리 줘.”

전칠이 핸드폰을 달라고 손을 내밀자 맥순은 머뭇거리다가 핸드폰을 건넸다. 전칠은 기뻐하며 그룹을 열어 대화창을 들여다봤다.

- 오늘은 베트남 화용과, 거봉, 수박, 자몽, 귤 그리고 대추랑 견과류 4종 준비했어. 맞다, 연은 씨 있는 포도 안 좋아하는 거 같아.

- 그걸 누가 좋아해.

- 그렇지.

- 앞으로 씨 없는 포도 받으면 서로 이야기하자고. 세 송이 정도 좋은 거로 골라서 주면 될 듯. 연은 많이 먹지도 않고, 살찌면 큰일이니까.

- 듣고 보니 그것도 이상하네. 능 선생님은 살도 안 쪄. 몰래 헬스 하나.

- 하루에 수술 5건 하는데 살이 찌겠어? 야아, 능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느낌 없잖아. 연을 다른 의사들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마.

- 맞아, 맞아. 하얀 가운 입었다고 다 천사는 아니야.

전칠은 손가락을 살짝 떨면서 미친 듯이 기뻐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머릿속엔 <겨울 왕국>의 배경 음악이 흘러나왔고 속으로 끊임없이 ‘역시!’를 외쳐댔다.

“여기 들어가기 힘들었을 텐데, 고생했어요.”

전칠은 미소 짓는 얼굴로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뭐, 어떻게든······ 해냈습니다.”

간단했다고 대답하려던 맥순은 그냥 그렇게 얼버무렸다. 운화 병원에 자주 다녔던 제약 회사 영원 사원이니 음식 조공 그룹에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오랜 직장 세월의 감으로 그 말을 꿀꺽 삼켰다. 역시나, 전칠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잘했어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네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맥순은 그럴싸한 모습으로 인사하면서 기대하는 표정으로 전칠을 바라봤다.

운리 제약 회사를 다시 세우기 위해 직원과 관리 인원이 많이 부족했다. 그는 자신이 임원의 눈에 들어 높이 높이 올라갈 수 있길 바랐다.

“핸드폰은 두고 가세요.”

“아, 네.”

맥순은 아깝다는 듯 샤오미 핸드폰을 바라봤다. 오래된 폰이지만, 그 당시엔 구하기 힘들었던 모델이었다. 맥순의 표정을 본 전칠은 본인의 일 처리 순서가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해도 아직 늦은 건 아니었다. 전칠은 서랍에서 준비해 뒀던 새로 나온 아이폰을 꺼내 맥순에게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요.”

“네?”

맥순은 아이폰 상자를 보며 머뭇거렸다.

“선물이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맥순이 선물에 흡족해하는 걸 본 전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위챗을 열어 틈을 보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 회사에 대하가 있어요. 큰 건 40mm도 넘어요. 점심때 한두 마리 조공하는 건 어때요?

채팅방이 바로 떠들썩해졌다.

- 와우, 주인 바뀌더니 다르네요. 대하라니!

- 견과류랑 세트로 보내면 되겠네요. 맞아, 능 선생님이 사준 브라질너트 정말 맛있더라.

- 케이스에 담겨 있던 그거요? 맞아요, 맞아.

전칠은 만족한 듯 핸드폰을 내려놓고 얼떨떨해 보이는 맥순을 바라봤다.

“오후에 40mm 대하 사서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 가져다줘요. 음, 내가 보낸 거라고 하지는 말고, 다른 이름으로.”

“네.”

맥순은 바보처럼 대답하고 머리를 긁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러다 회사 망하는 거 아냐?’

속으로 그런 심각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사무 구역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졌다.

“계약이다! 큰 계약이라고!”

동료들의 환호성이 익숙하기도 어색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울리는 계약 성사 축하 환호성이었음을 잠시 후에야 깨달았다.

“어딘데요?”

맥순이 궁금한 듯 사무직 직원에게 묻자, 직원이 부러워 죽겠다는 눈으로 대답했다.

“한참 매달려 있던 계약이에요. 우리 회사에 문제가 생길까 봐 상대가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제 새 주인이 생겼으니, 단번에 사인한 모양이에요. 저 친구 이번 달 영업왕 되겠네요.”

“대단하네.”

“사무직 말고 영업할 걸 그랬어요. 내가 판매왕이 된다면 새 핸드폰 사서 나에게 상을 줄 텐데 말이에요.”

“대단하네.”

맥순은 실실 웃으면서 주머니 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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