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수리된 제타를 몰고 막히는 도로를 따라 하구로 돌아왔다.
하구 골목도 마찬가지로 꽉 막혀 있었다. 겨우 차 한 대씩 오갈 수 있는 골목에 밥 먹으러 온 젊은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골목 안 가게들은 생겼다, 없어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장 오래 남는 건 역시 먹는장사였다.
특히 직장인 상대 패스트푸드 가게는 하구 골목에만 동시에 네 군데가 생겨서 골목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사람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너무 많아지면 그것도 골치였다.
능연이 느릿느릿 차를 몰고 식객들을 지나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갔더니 진료소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줄은 서쪽으로 난 작은 방으로 이어져 있었고 방문 앞에 작은 플라스틱 팻말에 ‘추나 5분 10위안, 순서대로 진행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르륵 늘어앉아서 수다 떨고 있는 노인들을 세어보니 20명이 넘었고, 2시간은 있어야 마사지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나 왔어.”
능연은 그렇게 고함치고는 2층으로 올라가 시원한 차를 따라 마셨다.
“일찍 왔구나? 네 엄마는 찻집에 갔어. 너 오는지 몰랐지. 이따 배달이나 시켜 먹자.”
어슬렁어슬렁 아래층에서 나온 능결죽은 퉁퉁 2층으로 올라와 아들을 향해 웃었다.
“응, 한생이가 마사지하는 거예요?”
“그렇단다. 아이가 참 성실해서, 5분에 10위안이라고 썼더니, 10분 되어야 끝내지 뭐니. 그것도 뒤에 사람이 난리를 부려서 끝낸 거란다.”
“한 번에 10위안?”
“응, 내가 4위안 떼고 나머지는 다 준단다.”
“10살짜리 애 상대로 4:6을 받는다고??”
능연은 능결죽을 흘겨봤다.
“네가 몰라서 그래. 규칙은 규칙이지. 묘 선생은 4:6인데 한생은 다르게 주면 나중에 골치 아파. 한생이는 먹고 자고 포함이잖니. 몰래 복지를 해준 셈인데? 다른 사람 모르게 말이야. 게다가 환자를 몇 명 받든 먹여주고 재워주잖니. 나도 이득은 있어야지.”
능결죽은 관리자는 괴롭다는 듯 고충을 털어놓았고 궁금해진 능연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추나는 그렇게 배우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각 장애인이 마사지를 배울 때도 금방 배운다. 병원에서 배우는 추나는 오래 걸리지만, 추나 자체보다 인체 해부 같은 기초 지식을 더 많이 배운다.
논리가 필요한 외과 기술보다 추나는 재능이 조금 더 필요하다. 다행히 동한생은 어릴 때부터 노스님 밑에서 자란 덕분에 혈 자리 같은 걸 배워서 그런지 능연이 가르치는 걸 빨리빨리 배웠다. 그러나 실력이 과연 어떤지, 능연도 확실히 알지는 못했다.
동한생은 서쪽 방에서 열심히 마사지하면서 골목 사람들의 목, 어깨, 허리, 다리를 주물렀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움직여야 효과가 있었지만 하구 주변 나이든 환자는 동한생의 힘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스터급 추나 기술로 가르친 학생은 확실히 기술적으로 월등했다. 동한생의 추나는 능연처럼 빠른 효과는 없었고 치료 방면에서도 남다른 장점은 딱히 없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완화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능연의 추나라고 해도 완화 요소가 크고 동한생보다 완화 시간이 조금 더 길 뿐이었다. 그러나 추나 기술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골목 사람들에겐 동자승의 추나가 시간이 더 길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다루기도 쉽고 말이다.
서쪽 방으로 들어간 능연은 잠시 동한생의 손놀림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아직 노련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잘못된 부분도 없었다. 게다가 능연이 가르쳐줬던 위험한 부위와 위험한 동작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골목 사람들이 동한생한테 마사지를 받길 원하는 만큼 능연도 한가해졌다.
그는 늘 하던 대로 자기 선베드로 가서 두 다리를 길게 뻗고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했다. 한참 후에 구급차 소리가 들렸고, 묘 선생이 능연을 부르러 왔다.
“능 선생, 환자 둘 왔는데 하나 맡을래?”
“잠시만요, 곧 결승이에요!”
껄껄 웃으면서 하는 묘 선생의 말에 능연은 온 정신을 집중하며 핸드폰을 건들다가 몇 초 만에 내려놓았다. 묘 선생은 능연이 뭐 하는 건지 몰라 눈을 껌뻑였다.
“결승전 끝났어요······. 무슨 환자예요?”
묘 선생의 눈빛을 느낀 능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설명해줬다. 어차피 게임할 줄도 모르는 묘 선생은 그저 웃어 보였다.
“둔기에 찔린 상처. 공사장에서 왔어. 금노루 컴퍼니가 지금은 대형 건축 현장도 뚫었거든. 그리고 새로 짓는 구역에 홍보까지 한다니까? 그래서 공사장 인부가 자주 와.”
금노루 컴퍼니가 발전한 이야기를 하며 묘 선생은 기뻐했다. 작은 진료소의 의사님은 벌써 오래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룬 환자들을 상대했고, 그 환자들은 대부분 금노루 컴퍼니에서 보내준 사람이었다.
묘 선생은 병원에서 쫓겨 난 후 가장 편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영업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돈을 벌까 궁리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매일매일 봉합 작업만 마무리하면 됐다. 그래도 수입은 제법 짭짤했다.
능연이 선보인 기술은 묘 선생에게는 희망이 된다. 희망은 중요한 생필품 중 하나다.
“데브리망이요?”
“데브리망에 에스테틱 시술.”
“아. 가서 볼게요.”
능연은 편안한 선베드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켰다. 충전기를 꽂은 핸드폰은 순식간에 내버려 졌다. 능연은 수술을 오락거리로 삼을 수 있는 유형의 의사였다. 운전기사가 직업인 사람이 운전을 취미로 삼고, 프로 농구 선수가 농구를 취미로 삼는 사람처럼.
진료소에서 나고 자란 능연은 퇴근 후에 진료 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조금 전에 도착한 환자 앞에 앉은 능연은 응급실에 있을 때처럼 우선 두 사람의 상처를 살폈다.
둘 다 둔기로 인한 상처에 파열도 있었다. 하나는 이마, 하나는 볼이었고 둘 다 배농과 소독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익숙할 대로 익숙한 작업에 능연은 바로 팔을 뻗어 거즈와 포비돈을 요구했다. 멈칫하던 묘 선생은 바로 물건을 건네면서 고분고분 어시 노릇을 했다.
어깨너머로 배울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당당하게 볼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선생님, 저 에스테틱 시술받으러 온 거예요.”
능연이 고른 환자의 상처는 이마에 있었고 더 심하게 다친 쪽이었다. 스무 살 남짓해 보이는 남자는 얼굴이 흙으로 얼룩덜룩했고 옷도 꾀죄죄했다.
“우리가 에스테틱 시술하는 의사야.”
“그럼 할래요.”
이마에 상처 난 인부가 손을 테이블에서 내렸다. 볼에 상처 난 환자도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벽돌이나 나른다고 사람 무시하지 마요. 딱 받을 돈 받고 잘 꿰매 주세요.”
“비싸게 받으면서 막 꿰매면 안 돼요. 올해 돈 벌어서 고향에 돌아가서 선보고 결혼할 거란 말이에요. 얼굴에 용문신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될지 뻔하잖아요?”
“그러니까, 얼굴에 상처 생기면 결혼 못 한다는 말이에요.”
두 환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에 묘 선생은 잠시 멈칫했다가 곧 웃음을 터트렸다.
“꽤 똑똑하구나.”
“어쩔 수 없잖아요. 다른 곳이었다면 병원에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럼 정말 잘 왔구나. 여기 능 선생은 나보다 훨씬 에스테틱 시술을 잘한단다. 능 선생은 운화 대학 우등생이지, 나보다 좋은 대학 나왔어. 지금 운화 병원 다니시고. 응급 의학과, 하루에 너희 같은 상처를 얼마나 많이 처리하는지 몰라.”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이마에 상처 난 환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큰 병원 안 간 것도 제대로 꿰매기 위해서였어요.”
“알아. 근데 능 선생은 정말 잘 꿰매. 자, 설명해 줄게, 이 진료소는 능 선생 아버지가 여신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너네 능 선생님 같은 의사 만나려면 돈 10배 더 낸다고 해도 못 찾아. 성형외과 알지? 단위가 달라, 단위가.”
두 사람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고, 묘 선생은 그 틈을 타 능연이 봉합하게 했다. 능연은 이것저것 따질 사람이 아니라서 봉합할 기회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선 상처 처리부터 할 거야.”
이어서 능연은 후다닥 봉합을 시작했다. 익숙한 작업이었고, 대수롭지 않은 상처라 능연은 물에 밥 말아 먹으면서 배만 일단 채우는 기분으로 시시하게 끝내 버렸다. 묘 선생은 뚫어져라 주시하면서 능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머리에 기억했다.
“배우고 싶어요?”
능연은 묘 선생을 보며 느릿느릿 손을 놀렸다. 물론 능연 기준으로 느릿느릿이었다.
“아니, 그냥 좀 본 거지.”
능연의 물음에 묘 선생은 스승 재주를 훔치다 걸린 제자처럼 머쓱한 마음이 들어서 중얼거렸다.
“봉합할 때, 스킨 끝부분 처리하는 데 집중하세요. 피하 조직 처리는 그렇게까지 깐깐하지 않아도 되니까. 피내 봉합을 잘하고 피하 장력 문제를 해결 못 하면 봉합하고, 1, 2주는 보기에 깔끔해도 나중에 똑같이 흉집니다. 그리고 스킨 끝부분 잘 처리했다고 해도 바늘 각도는 주의해야 하고요.”
능연은 정규 의학 교육 체제로 졸업한 학생이고 시스템 스킬을 얻은 사람인 데다가 어릴 때부터 뭘 힘들게 배운 기억이 없었다. 게다가 그가 가르쳐 달라는데 안 가르쳐 주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더욱 없었다.
유치원 때 엄마를 따라 그림 배우러 갔을 때, 선생님이 울며불며 그림을 가르치고 싶다고 한 것도 기억났다. 피아노도, 산타(散打: 중국 무술의 일종)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때는 능연을 직접 데리고 갈 필요도 없이 도평이 개인전에 가서 사진만 내밀어도 서예, 피아노, 바이올린 선생님이 집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니 능연은 허리를 굽혀 배움을 구하는 그런 개념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 배움이라는 건 어쨌든 결국 스스로 힘으로 키우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스승이라고 해도 기술을 쏟아 부어줄 능력은 없다. 시스템 빼고.
누구나 시스템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스승이 알아서 집으로 오는 것도 아니라는 걸 생각한 능연은 마흔 넘은 묘탄생에게 연민을 느꼈다.
“선생님 나이에 뭘 배우는 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오래 들이면 실력이 늘긴 할 거예요.”
바늘 아래 떨고 있던 인부는 할 말을 잃고 눈을 크게 떴고, 묘탄생은 아예 말할 의지를 잃었다.
‘선생님 나이, 라니?!‘
‘네가 뭔데 내 배움이 느리다는 거냐? 난 어깨너머로 배우는 거라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
‘시간을 오래 들이면, 이라니? 그게 어느 정도인데?’
묘 선생은 속으로 미친 듯이 독설을 내뿜다가 능연의 손놀림을 보면서 점점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능······ 선생. 잘 배울게.”
그는 사부님이라고 부르려다가 눈곱만큼 남은 자존심으로 이성의 끈을 잡았다. 묘 선생은 남은 이성을 붙들고 집중하면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연습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모습으로 얼굴에 상처 난 인부의 얼굴을 바라봤다.
“맞은 편에 앉아 봐, 내가 좀 봐줄게.”
얼굴에 상처 난 인부도 의무 교육을 받은지라 묘 선생과 능연의 대화가 뭘 가리키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는 여기 능 선생님한테 받을게요. 다른 뜻은 없고요, 그냥 잘 꿰맸으면 해서요. 저도 결혼해야죠.”
그는 목을 움츠리면서 똑똑하게 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