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65화 (146/877)

수술실 안, 연문빈은 싱글벙글 니들홀더와 포셉을 휘두르고 있었다.

잇달아 여러 박리 작업을 마친 연문빈은 그날 드디어 집도 위치에 섰다. 그는 수부 근건에 표준적인 탕 봉합을 시작했다. 능연이 곁에서 지켜보긴 했지만, 마연린도 엿보긴 했지만, 그래도 엄동설한에 뜨끈한 훠궈를 신나게 먹은 다음 아이스바를 먹는 기분처럼 통쾌했다.

“바늘 조금 더 안쪽으로.”

능연도 마찬가지로 루페를 쓰고 퍼스트 어시 신분으로 연문빈을 보조했다. 마연린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세컨 어시를 서며 훅맨 역할을 맡았다. 연문빈은 바늘을 찌를 기회가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서 난리였고, 능연의 명령대로 안쪽으로 바늘을 찔렀다.

“너무 갔어요. 뒤로 두 땀.”

“네!”

“이번에도 많이 갔어요. 다음은 좀 깊게 찔러서 앞에 실수 만회하시고, 손 떨지 마세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

자기 수술을 세세히 따지면서 하는 능연은 연문빈에게도 똑같이 엄격하게 굴었다. 연문빈은 능연의 원격 조종에 눈곱만큼도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큰 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불만은커녕 기뻐서 미칠 것 같았다.

손수 가르친다고들 하지만, 의사들이 정말로 일일이 직접 지도해 주는 스승을 만난다면 실력이 떨어지는 의사가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 대부분 의사는 일일이 가르칠 인내심도 없고 그보다 그렇게 가르칠 능력도 없다.

앞에 바늘이 너무 들어갔을 때 그로 인한 불량 장력을 다음 바늘로 어떻게 만회해야 할까? 마스터급 실력이 아니면 그 답은 알 수 없다.

의사가 근건 봉합할 때 보통은 이미 정해진 방식으로 봉합한 다음 좌로 비뚤, 우로 비뚤, 이미 비뚤어진 것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하늘에 맡긴다. 하지만 마스터급 봉합술은 그렇지 않다.

마스터급 봉합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사람들의 조직은 다 달라서 뚱뚱한 사람의 늘어진 근육, 특전병의 탄탄한 근육을 꿰매는 강도가 다 다르다. 표준 방식으로 뚱뚱한 사람과 특전병을 꿰매면 둘 다 최고의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

더 안 좋은 상황은 표준 방식조차도 제대로 꿰매지 못하면 결과를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마스터급 봉합술을 가진 능연은 본인이 봉합할 때 말고도 다른 사람이 봉합하는 걸 볼 때도 사람에 따라, 심지어 바늘에 따라 다르게 코치할 수 있다.

이렇게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손잡고 가르치는’ 직접 전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연문빈 혼자서는 분명 어떻게 꿰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한동안 이런 식으로 가르치면 무턱대고 따라만 해도 서서히 감이 잡힐 것이다.

그 점을 잘 아는 연문빈은 잔뜩 힘이 들어간 흥분 상태였고, 새벽 2시에 일어나라고 해도 견딜 수 있었다. 능연은 내일 상해로 날아가 ‘국제 스포츠 의학 정형외과 학술 대회’에 참석할 예정으로 이미 비행기 표를 샀기에 나머지 병상은 연문빈이 쓸 수 있었다. 심지어 거리낌 없이 병상에 환자를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연문빈이 그 병상들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앞으로 다시 기회 잡기는 힘들 것이다.

연문빈은 목을 치켜들어 잠시 움직이고는 훅을 잡은 마연린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끔 봤다. 마연린은 아킬레스건 수술을 배울 것이라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병상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문빈의 눈빛은 점점 진지해졌고 동작도 더욱 가벼워졌다.

‘마연린보다 먼저 탕 법을 장악할 거야!’

연문빈은 탕 법만 장악하면 운화 병원 병상을 쟁취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아킬레스건 수술, 하하하. 능연이 하는 것 같은 그런 수술도 아니고, 일반적인 아킬레스건 수술은 쉬운 수술이지 뭐.’

훅을 잡고 있던 마연린도 마찬가지로 들떠 있었다.

그는 연문빈의 탕 법이 부럽지 않았다. 훈련의인 마연린은 오래 걸리는 탕 법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온 운화 시를 통틀어도 탕 법을 쓰는 의사는 한 손에 꼽혔다. 정형외과 번 주임 밑의 주치의가 3년을 배워도 아직 제 몫을 못 하는데, 연문빈이 뭐 얼마나 빠르게 배울 수 있을까.

마연린은 연문빈이 반년 동안 어시 노릇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1, 2년 동안 한 수술보다 더 많이 했어도 어시일 뿐이고, 능연이 직접 가르친다 해도 일 년은 걸리리라 여겼다.

그러나 제가 배우는 아킬레스건 수술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으니 집도의만 되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리라 생각했다.

마연린은 느릿느릿 반신반의하면서 우물쭈물하는 연문빈의 동작을 보고 웃겨 죽을 것 같았다.

‘탕 법이 어디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냐? 차라리 심장 이식을 배우지?’

“제법이군.”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고 마연린은 깜짝 놀랐다.

‘이건 불벼락······, 아니 곽종군 대 주임님?’

그가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곽종군이 입을 쭉 내밀고 수술복을 걸치면서 웃고 있었다.

“주임님.”

연문빈이 고분고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고 능연도 인사했다.

“좋아, 좋아.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배우고, 아주 좋아.”

곽종군이 그렇게 칭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연문빈은 곽종군이 무슨 의미로 말한 건지 몰라 의심스러운 듯 동작을 멈췄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

곽종군은 다정한 말투로 열정을 내뿜었다. 연문빈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바늘 방향을 따라 계속 손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왼쪽으로 가는 게 좋아요. 뭐, 괜찮습니다. 다음 바늘은 좀 더 바르게.”

능연은 한 번씩 연문빈의 동작을 수정해 줬다. 그렇게 수술 한 번 마치면 연문빈도 표준 수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수술을 많이 하면 스스로 전문가급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입문자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능연은 다급하게 굴지 않고 느긋하게 가르쳤다. 남을 가르치는 게 수술보다 재미는 없지만 나쁘진 않았다.

연문빈은 조금 긴장한 상태라 다음 바늘도 조금 비뚤어졌고, 더욱 긴장했다. 현미경으로 보면 커다란 구역이지만, 의사가 직접 손을 놀릴 때 손가락 힘이 조금만 불균형해도 멀리 비뚤어진다. 그것도 현미경 수술의 어려운 점이었다.

연문빈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멈췄다. 곽종군은 자기가 나타난 바람에 수술에 영향을 줬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용건을 꺼냈다.

“아, 전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걸세. 능연, 축동익 원사의 회의에 여원을 데리고 가게.”

“제가 가는 거 아닙니까?!”

능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연문빈이 먼저 고함쳤고 곽종군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자네는 지난번에 가지 않았나.”

“한 번씩 돌아가면서 가는 겁니까? 제가 능 선생이랑 제일 오래 일했습니다. 능 선생 수술 습관도 제일 익숙하고요. 현장 수술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난번에 한 달이나 다녀왔는데, 이번 기회는 동료에게 양보하지 그러나.”

곽종군은 고개를 흔들면서 의학 문제가 아닌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고 그 바람에 연문빈은 할 말이 없어졌다. 회의 참석을 복지로 본다면 당연히 번갈아서 가야 했다.

여원과 연문빈 모두 레지던트이니 여원이 회의에 참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연문빈은 속으로 매우 언짢았다. 이제 그는 예전의 빈털터리가 아니었다. 계약금도 낸 사람 아닌가. 상해 가서 놀거나 맛집을 다닐 생각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곽종군은 연문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봤다.

“여원이랑 같이 가도 되겠지?”

“저는 괜찮습니다만, 초대장에는······.”

“여원의 비용은 우리 과에서 내면 되네. 자네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해.”

곽종군은 걱정이 가득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능연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조수가 같이 가면 좋지만, 익숙하지 않아도 문제없었다. 익원현 병원에서 출장 수술할 때도 처음 본 어시뿐만 아니라 기계도 익숙하지 않았는데 완벽한 단지 이식 수술을 했으니까.

아킬레스건 수술은 단지 수술보다 난도도 훨씬 낮고.

연문빈만 사람이 다 무기력해져서 한숨을 내쉬었다. 곽종군은 싱긋 웃으면서 당부 두어 마디 더 남기고 수술실에서 나가면서 여원을 불렀다.

무릎까지 오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여원이 커다란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코스프레 같은 모습으로 또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몰라 두 눈을 멍하니 뜨고 곽 주임을 바라봤다.

“여원, 자네 석사 졸업하고 우리 과에 온 지 3년 됐지? 주치의 승진할 때 되지 않았나?”

곽종군은 매우 온화한 태도로 물었다.

“치프 레지던트도 아직입니다.”

여원은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운화 병원 규칙에 따르면, 주치의가 되려면 우선 치프 레지던트 생활을 해야 했다. 치프 레지던트는 24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과마다 다르긴 해도 매일 18시간에서 24시간 일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8개월이나 10개월 정도지만, 분명 입시 때보다 훨씬 명을 단축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그런 치프 레지던트라고 해도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 과의 초빙 플로우에 따라 선발되었다. 여원이 3년에 치료팀 3개를 바꿨다는 건 아무도 그를 치프 레지던트로 뽑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주치의는 더욱 멀고 멀었다. 그런 점에서 여원은 일이 잘 안 풀리는 편이었다. 부려먹을 사람으로도 아무도 뽑지 않으니 말이다.

곽종군은 한참 동안 여원을 바라봤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아무런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여원.”

“네.”

“치프 레지던트 규칙 같은 건 나는 기억 못 하겠고, 요즘 자네가 모습을 보면 주치의 임용은 문제없을 것 같네.”

20년 동안 진료과 수장이었던 곽종군은 다른 사람의 미래를 그려주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여원은 놀랍기만 했다. 외과 기술을 더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기회가 오다니.

“그 전에 임무가 하나 있네. 모레 능연과 함께 ‘국제 스포츠 의학 정형외과 학술 대회’에 참석하게. 자네 임무는 말일세, 간단하네. 능연을 잘 따라갔다가, 능연을 잘 데리고 돌아오면 되네.”

“예?”

여원은 곽종군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도, 아무도! 능연에게 접근 못 하게 해야 하네. 알겠나?”

곽종군의 말투가 엄숙해졌다.

“연문빈은 너무 물러. 쉬운 성격이고. 능연에게 접근하는 사람을 막지 못할 거야. 이번엔 같은 실수를 할 수 없어!”

“접근하는 사람이란 누구를 말씀하시는지요?”

여원은 점점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아무도! 누구도! 능연을 잘 데리고 돌아오게! 그러면 자네 임무는 끝이라네! 능연이 안 돌아오면, 자네도 돌아올 필요 없네. 알겠나?”

곽종군의 군인 기질이 갑자기 폭발했고, 147.5cm 여원은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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