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 센터에는 갖가지 꽃이 만개하여 울긋불긋했다.
병원 문 앞 전자 모니터에 벌써 ‘경! 국제 골관절 연구 학회 성공 개최 기원 축!’이라는 붉은 글씨가 번쩍였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어 4개 국어로 번역되어 전자 모니터의 가치를 충분히 선보이고 있었다.
“상해에서 이렇게 넓은 면적으로 센터를 지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왕해양이 감탄하는 얼굴로 칭찬했다.
“인테리어가 참 잘됐네요. 외관도 예쁘지만, 실내도 매우 실용적이고. 특히 높이요. 난 높은 곳이 좋거든요.”
왕해양의 찬사는 끝없이 이어졌다.
“넓고 좋군요. 의사가 모두 서른 명 정도라고 했지요? 그런데도 이렇게 넓다니. 아, 실습생도 있다고요? 아이고, 실습생도 참 좋겠네요.”
실습생 이야기가 나오자 왕해양은 무의식적으로 능연을 흘끔 봤다.
능연은 하얀 가운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딘가 고향에 돌아온 기분으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편안하게 걸었다. 그러자 사람들 눈엔 몹시 기운이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하얀 가운이라도 어떤 의사는 걸레를 걸친 거 같고, 어떤 의사는 앞치마 같고, 어떤 의사는 패션 감각 있게 입는데 능연은······ 그냥 온몸에 멋짐이 넘쳤다.
100kg 레지던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펴고 불룩 나온 배를 내밀면서 생수병을 쥔 채 능연의 후광을 피해 다녔다. 그는 최대한 전문적인 말투로 왕해양에게 소개했다.
“저희 센터에 수련의나 교환 의사도 많습니다. 다들 한 3개월은 머무르죠. 수술도 하고, 논문도 쓰고. 우리 센터에서 발표하는 논문 중에 수련의나 교환 의사가 쓴 것도 많습니다.”
“축 원사님이 통이 참 크시네요.”
왕해양은 껄껄 웃어 보였다. 수련의와 교환 의사에게 수술을 시키는 데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원외 인력을 이용해서 다른 병원과의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환자를 잃고 의사를 뺏기는 등 단점도 많았다.
병원으로서는 수술도 재산의 일부였고, 희귀한 증상 환자는 정책 제한만 아니라면 돈을 내고서라도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환자의 입원비와 치료비는 병원은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물론 전체 비용은 중시하지만, 환자 개인에게 얼마를 받는지는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병원은 자기 의사를 키울 수 있는 수많은 환자를 필요로 한다. 수술 기회를 수련의나 교환 의사에게 주면 병원 의사 훈련 기회도 줄어든다.
그런데 축동익은 골관절 센터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서 개인의 꿈을 실현하다니, 그것도 잘 운영되고 있으니 자랑할 만했다. 다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센터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요. 우리 센터에 의사는 적지만 수술량은 그래도 높은 편이랍니다. 게다가 비정기적으로 의사들의 특별 수술도 있답니다. 관심 있으시면 신청하고 오셔도 돼요.”
100kg 레지던트는 지금까지 단독 수술 기회가 없었고, 그것에 대해 별생각도 없어서 센터 자랑하는 말투로 찬가를 불렀다.
“오? 어떻게?”
“저희가 홍보를 해서 관련 증상 환자가 생기면 연락하고요, 물론 의사가 직접 해도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수술을 하고 다 같이 분석하고, 저희는 수술 기술을 배웁니다.”
“아하, 대규모 출장 수술인 셈이군.”
“오,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도 같네요.”
“돈도 주나?”
왕해양의 질문에 100kg 레지던트가 멈칫했다.
“많진 않습니다. 그냥 보조금 정도?”
순간 흥미를 잃은 왕해양은 그저 흘려 넘겨 버렸다. 출장 수술은 돈이 중요했다. 게다가 1만 위안 이상. 비행기나 호텔 같은 지출에서 조금 줄일 수는 있어도 1만 위안 출장비가 왕해양의 마지노선이었다.
대규모 출장 수술이라고 ‘대’자가 붙었는데 수술비가 줄면 어쩐단 말인가. 시장 가격 파괴나 마찬가지지. 출장 수술 부르주아인 왕해양은 용납할 수 없었다.
100kg 레지던트는 조금 실망스러워져서 생수병을 열어 크게 한 입 마셨다.
‘이상을 품은 의사는 점점 없어지는구만. 입만 열면 돈, 돈, 돈. 뭐 하러 의사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자 소개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나서 물만 마셨다. 바로 그때, 앞에서 여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고 빨간색, 회색 간호사 모자 두 개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순간 눈이 번쩍 뜨인 100.15kg 레지던트는 입을 헤 벌린 채 회색 토끼 모자를 쓴 간호사에게서 눈도 떼지 못하고 바라봤다. 회색 토끼 모자를 쓴 간호사도 그와 마찬가지로 웃음을 지었다.
100.15kg 레지던트는 기뻐하며 ‘나를 보고 웃어준 건가?’ 하다가 2초 후, 표정이 바로 굳어 버렸다.
‘안 돼, 능연이 여기 있지!’
100.15kg 레지던트가 손에 든 생수병도 내던지면서 다급하게 앞으로 나갔지만, 이미 늦었다.
“능 선생님! 돌아오셨군요!”
간호사 두 명이 손을 맞잡고 달려왔다. 엄청나게 귀여운 회색 토끼, 노란 토마토였다.
100.15kg 레지던트 얼굴에 다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너무 예뻐, 너무 귀여워,’
“능 선생님, 오늘 멋지게 입으셨네요.”
이제 막 스물을 넘긴 간호사 두 명이 용기 내서 말을 걸었고, 100.15kg인 서른 넘은 레지던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냥 인사하는 거야. 사람을 보면 인사해야지.’
“굿모닝!”
“능 선생님도 굿모닝!”
능연이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간호사 두 명이 동시에 고함쳤다.
거구 레지던트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별일 아냐, 별일 아냐. 인사하니까 인사받은 거야. 아, 근데 진짜 귀엽다.’
“능 선생님 어디 가세요?”
회색 토끼 모자를 쓴 간호사가 능연 곁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능연에게 물었고 입을 삐쭉이기까지 했다.
“병상 좀 보려고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
간호사는 비스듬하게 능연의 얼굴을 보면서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얀 가운을 살짝 끌어당기기까지 했다.
침착하던 레지던트는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고, 육중한 다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줄곧 맨 뒤에서 따라오던 여원이 그때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여원은 간호사의 모자를 힐끔 보고는 오른손으로 간호사의 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능연의 하얀 가운을 잡아 살짝 잡아당겨서 둘을 떨어뜨렸다.
“누구세요?”
“저는 여원이라고 합니다.”
스물 남짓한 간호사 두 명이 불쾌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여원은 살짝 고개를 치켜들고 간호사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허리를 살짝 구부린 여원은 체구는 크지 않았지만, 고양잇과 동물처럼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147.4cm 여원을 바라보면서 다들 몰래 몸을 수그렸다. 100.15kg 레지던트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자판기 앞을 지날 때 사과 주스를 빼서 살며시 여원에게 건넸다.
“어? 내가 이거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다시 맨 끝으로 돌아간 여원은 바로 주스 병을 열어 반을 비웠다.
“센터 복지가 괜찮은 편이네요.”
거구 레지던트는 생색내는 것 같아서 제 돈으로 산 거라는 말은 못 하고, 그저 여원이 4차원이라고 생각했다.
“능연 씨랑 같은 과예요? 응급 의학과 힘들죠?”
“괜찮아요. 요즘은 거의 수술실에 있어서.”
여원은 다시 고개를 꺾어 주스를 비우고는 병을 버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쥐고 종이로 감싸더니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병 모아요?”
이상한 취향이 있는 의사가 많다는 걸, 거구 레지던트는 잘 알고 있었다.
“소장품 담으려고요.”
“음, 맞춰 볼게요. 종이학?”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자들의 소장품이었다.
여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핀?”
“설마요.”
여원은 다시 고개를 흔들다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좀 특이해요. 대부분 이해 못 하지만, 의사는 이해할걸요?”
“꽤 좋은 건가 보네요.”
“뭐, 저는 좋아해요. 지금은 다 운화에 있지만.”
“뭔데요, 말해 봐요.”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맞다, 분변 매복 잘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