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71화 (152/877)

유위신 수술 후, 축동익은 총 4명의 운동선수를 찾아 그의 방안 A로 아킬레스건 수술을 했다.

하수방 말고도 높이 뛰기 선수 하나가 육상 대회에 참가했고, 순위에 들진 못했지만, 컨디션이 예전처럼 회복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농구 선수 둘도 고강도 훈련을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그러니 원래 골관절 센터를 높이 사던 육상팀 윗선들은 이번 재검 결과를 확인한 다음, 협력 투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골관절 센터에서 곧 국제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을 아는 육상팀은 허명(虚名)으로 실리를 취하려고 했고 기천록은 어서 오십시오, 였다. 센터에서는 허명이라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수방이 소속된 시 육상팀에는 유위신 같은 스포츠 스타는 없지만, 그래도 전국 탑급 현역 선수가 있었고 메달을 딴 선수도 여럿 있었다. 일반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홍보할 때는 메달이나 상패를 딴 선수들이 꽤 유용했다.

스포츠 의학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이상 골관절 센터는 운동선수와 체육계의 서포트 없이는 힘들었다. 양쪽은 손뼉을 마주치며 곧바로 실질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능연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할 수술도 없고 사무만 잔뜩 있었으니까. 학교 다닐 때 해부용 시체를 옮기는 것처럼 배울 것은 없고 무섭기만 한 느낌이었다.

수술을 찾아서 하고 싶었지만, 회의가 다가올수록 센터는 점점 한산해져서 병실에 환자가 얼마 없을 뿐만 아니라 외래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도 얼마 없었다. 그리고 센터에는 응급실도 없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능연은 부원 체육관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훌륭한 테라스를 발견했다. 능연은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아 테라스 의자에 앉아 편한 자세를 잡고 익숙하게 핸드폰을 꺼내 게임 아이콘을 클릭해서 게임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능연에게 게임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게임 하면서 집중해서 롤플레잉을 하고, 캐릭터가 죽으면 묵묵히 인생에 대해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다만 그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종종 기분이 나빠지지만, 그럴 때마다 콜라를 마시면 또 다 잊어버리게 된다.

한 판, 또 한 판, 능연은 여러 번 생각에 잠겼고 결국 콜라 한 병을 다 비워버렸다. 마침 한 판을 끝낸 능연이 한 병 더 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멍멍’하는 소리가 들렸다.

멍멍멍.

길쭉한 얼굴의 래브라도가 능연을 보자 흥분해서 멍멍멍 짖고는 폴짝 뛰어올라 능연에게 다가가 곁을 맴돌았다.

“밤톨이, 앉아!”

휙 하고 바라본 능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명령을 내렸다. 래브라도는 힐끔 그를 쳐다보고는 변함없이 뱅뱅 맴돌았다. 뒤에서 따라온 여경 진민은 천을 슬그머니 감추고는 멀리서 능연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능 선생님! 우연이네요. 상해에서 선생님을 만나다니.”

늘씬하게 경찰복을 빼입은 진민은 키를 늘려주는 높은 구두를 신어서 훨씬 멋져 보였다.

능연도 지그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리 쪽으로 옮겼다.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을 텐데요.”

진민은 긴장한 듯 살짝 숨을 내쉬고는 다리를 걷어차 깔끔한 차렷 자세를 해 보였다.

“거의 다 나았어요. 뛸 때 조금 아파서 그렇지. 천천히 걸을 땐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선생님들이 대단해서 그런가 봐요. 밤톨이는 회복이 더 잘됐어요.”

래브라도는 여전히 뱅뱅 맴돌면서 능연의 냄새를 맡았고 칭찬해 달라는 듯 그의 바짓자락을 당겼다.

“밤톨이, 앉아.”

진민이 맑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밤톨이는 바로 착 자리 잡았다.

“착하지.”

능연의 칭찬에 진민은 드디어 남자들이 왜 여자를 꼬시려고 강아지를 길러야 한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엔 그런 행동에 반감을 품었었다. 개는 인류의 친구인데, 그걸로 여자를 꼬시다니. 그러나 지금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은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야!’

“밤톨이는 선생님께 감사 인사하는 거예요. 선생님 냄새 맡고 이렇게 허둥지둥 달려왔잖아요. 그렇지?”

진민이 얼굴을 바라보며 묻자 밤톨이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은 감탄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었고, 진민의 응원을 받으며 래브라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고 까슬까슬했는데 탄성이 좋았다. 특히 래브라도가 기분 좋은 듯 머리를 흔들 때는 이쪽도 기분이 다 좋아졌다. 능연은 할 수술이 없고, 게임에는 계속 져서 언짢던 기분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멋진 개네요.”

“아직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했네요. 능 선생님 아니었다면, 밤톨이가 지금 어떻게 됐을지······.”

능연이 칭찬하자 진민이 생긋 웃었다.

“많이 다친 건 아니었어요.”

“숨도 못 쉬었는데요?”

진민의 애교 섞인 목소리는 제복 버프 300%를 받고 귀여움이 넘쳤다. 연습도 여러 번 했었다.

“기관지 절개술인데요. 응급실에서는 간단한 처치에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래브라도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기관지 절개를 했던 자리에 벌써 털이 자랐고, 아직 흔적은 명확하게 보였지만, 흉하진 않았다.

래브라도는 진민의 지도하에 순종적으로 능연의 어깨에 기대서 고개를 갸웃해서 딱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올렸다. 능연은 기분이 더 좋아졌다.

보통 경찰견은 이렇게 귀여운 척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래브라도는 사람 좋아하는 품종이고, 진민이 열심히 훈련까지 시켜서 그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었다.

탁탁탁.

마찬가지로 할 일 없는 여원이 30m 떨어진 곳에서 성큼성큼 능연 쪽으로 다가갔다.

148cm 키에 운동화를 신어서 키가 더 커 보일 여지가 없었다. 몸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더욱 평범하게 느껴졌고, 검은 테 안경도 무해하게 느껴졌다.

여원은 능연 앞에 다가가서 진민의 경찰복과 가슴을 한 번 보고는, 오른손으로 래브라도의 머리, 왼손으로 능연의 손목을 잡고 가볍게 잡아당겨 둘을 떨어뜨려 놓았다. 이어서 그는 가벼운 몸으로 래브라도와 능연 사이를 파고들어 둘의 거리를 벌려놓았다.

“멍!”

임무를 절반까지 수행한 래브라도의 두 눈에 어리둥절함이 가득했다.

“나는 여원이라고 해.”

여원은 살짝 고개를 들어 래브라도와 진민을 보면서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리고는 고양잇과 동물처럼 몸을 웅크렸다. 몸체는 크지 않았지만, 기세만은 충분했다.

“그럼 저는 일하러 갈게요! 능 선생님, 나중에 봐요.”

진민은 단호한 사람이었다. 제복 공세와 귀여운 강아지 공세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하자, 득실을 따지지 않고 위챗조차 남기지 않고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래브라도는 미련이 남은 듯 능연의 바지에 몸을 비비다가 급하게 진민을 따라갔고, 그러면서도 가끔 뒤를 돌아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개가 귀여운 척을 하니 후광이 나오는 듯했다. 능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래브라도는 혀를 내밀더니 헉헉대며 속도를 올렸다.

“강아지를 기르는 것도 좋겠네요.”

능연은 여원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똥 먹는 습관 있는 개를 만나봐라, 참 재미있겠다.”

여원이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콧등을 찡그리자, 능연도 그건 싫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남의 개랑 잠깐 노는 게 제일 좋네요.”

“자기 똥 먹는 개면 몰라도, 다른 개똥 먹는 개는 진짜 골치야. 심지어 남의 개 똥구멍 핥는 개도 있다니까. 그리고 제일 끔찍한 건 다른 짐승 똥까지······.”

거기까지 이야기한 여원은 얼굴을 찌푸렸다.

“전에 코끼리 똥 먹는 개도 봤어. 코끼리 똥에 비타민이 많은 건 알지? 아니, 비타민이 좋으면 그냥 풀을 먹으면 되지, 왜 코끼리 똥을 낭비하고 그래? 멍청한 놈!”

“동물원에서 본 거예요? 동물원엔 이상한 동물이 많더라고요.”

“어쨌든, 개는 위험한 동물이야.”

능연이 하하 웃으면서 하는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여원은 그렇게 결론 냈다. 능연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어쨌든 오늘은 수술이 없고 병실 구역도 복잡했다. 심지어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회의를 전파하며 참여하길 권했다. 능연은 그런 복잡한 일은 언제나 사절이었다. 질서 있는 의학이 좋은 거지, 혼란스러운 회의는 질색이었다. 그는 슬슬 초대받고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건 의사들이 성장하는 필수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회의는 부가적일 뿐이고, 어쨌든 모든 건 의사 본인의 실력에 달려 있었다.

일주일 시간을 낭비하며 회의에 참석하느니 차라리 능연은 운화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음 날, 능연은 수술 시간표에 따라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 구역에 프린트된 종이에 그날 기천록의 고관절 치환술이 있다고 명백하게 나타나 있었다.

기천록은 일주일에 사흘 수술하는 형식으로 나머지 나흘 중에 하루는 외래를 보고 이틀은 회의, 나머지 하루는 출장 수술을 하거나 미룰 수 없는 수술을 하거나, 아니면 계속 출장 수술을 하거나, 정 할 일이 없으면 제자들을 불러서 회진 교육을 했다. 일주일에 4, 5일 집에 돌아가서 잘 수 있다는 건, 젊고 유능한 중년 의사 중에 가정과 일을 모두 잘 챙기는 모범 사례였다.

그러나 요즘 골관절 센터에서 회의하는 바람에 기천록도 이틀에 한 번밖에 수술을 못 해서 조금 손이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그는 능연의 상태를 가장 잘 이해했고, 능연이 수술을 배우러 온 척 수술복을 입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수술할 건지 대놓고 물었다.

“네!”

능연은 연기자의 재능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손 씻고 올게요!”

열심히 손을 씻은 능연은 간호사의 협조하에 멸균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일반 수술은 청결한 수술실에서 하면 되지만 관절 치환술은 1급 수술실에서 진행한다.

능연이 들어온 걸 본 기천록은 그제야 수술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옷도 다 갈아입고, 밤새 복습했던 이름 없는 주치의는 레지던트나 하는 세컨드 어시 자리로 물러났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기술이 좋아서 인정받는 의사들은 더 쉽게 수술 기회를 얻는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고관절 치환술에 설 수 있는 주치의도 역시 비슷한 나이대의 동료를 누르고 거기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골관절 센터 같은 곳에서는 주치의가 된 다음 더 많이 경쟁하게 된다.

돌파에 성공하면 기천록처럼 중국 정상급 병원의 마흔 넘은 젊고 유능한 주임 의사가 되고,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다른 병원으로 가도 된다. 거기서 쉰 정도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부주임 혹은 주임 의사가 된다.

기천록 자신도 그렇게 커 온 사람이라 수하의 의사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았다.

의사는 환자의 수명을 자원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의사는 평범한 일을 하는 거고, 정상급 재능이 없는데 정상급으로 오르고 싶은 의사가 있다면, 운명이 이끄는 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는 그런 사람에게 일부러 특혜를 제공할 생각은 없었다.

능연은 수술대 앞에 서서 다른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오로지 기천록의 명령을 들으며 고관절 치환술의 각종 디테일을 열심히 외웠다. 지난번 수술 참여 후, 능연은 관련 문헌을 엄청나게 많이 읽었고, 기천록의 수술 리스트를 보고 나서 더욱 훈련을 강화했다. 게임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도 생각에 잠기는데, 게임을 금지당한 후엔 더 말할 것도 없이 자료를 읽을 수밖에 없었다.

기천록은 메이요에서 고관절 치환을 배웠고, 귀국 후 연습할 기회도 많아서 매우 노련했다. 능연은 그런 수술은 못 해봤지만, 신경 문합, 혈관 문합, 근건 봉합, 스킨 봉합을 할 수 있었다. 그는 그저 수술 방식 자체를 잘 모르고 상응하는 해부학 지식이 조금 부족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방 병원 표준으로는 그가 지금 수술대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임무를 1/4, 1/3 해내는 것만 해도 일반 주치의보다 훨씬, 훨씬 막강한 실력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수 노릇을 못 견딜 텐데, 능연은 초조해하지도 않고 착실하게 기천록의 조수를 하면서 일반 레지던트들처럼 경험을 쌓아갔다.

수술도 순조롭고, 기분이 좋아진 기천록은 능연이 표준적인 초짜 레지던트처럼 굴자 웃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요즘 수술 못 해서 초조하지?”

“네.”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노련하게 실을 당겼다. 수술 방식은 몰라도 봉합 같은 건 딱 보면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다. 게다가 고관절 치환술 동영상도 봐서 완전히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원사님 돌아오시기만 기다려. 너도 강연자가 되어야 하니까 분명 아킬레스건 환자 여러 명 준비 해두셨을 거야. 운동선수일 가능성이 크고.”

“정말요?”

기천록이 편안하게 손을 놀리면서 하는 말에 능연은 동작까지 빨라지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순회 간호사가 손이 근질근질해져서 핸드폰을 꺼내 사각을 찾아 몰래 사진을 찍고 단체 메시지방에 올렸다.

-능 선생님 너무 귀여워. 노래까지 흥얼거리심.

-무슨 노래?

-와, 무슨 노랜데?

-새끼 사자처럼 귀여웠겠다.

-귀여운 수사자지! 능 선생님 근육 좀 봐. 힘! 우어어어어.

-눈빛도 깊어. 우주에 빠진 거 같아.

순회 간호사는 뿌듯한 듯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너희는 잠깐 즐겨라. 능 선생님은 수술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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