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이 다시 햇살 가득한 곳에 나타났을 때,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분위기는 절정으로 무르익은 상태였다.
각 대학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병원 구석구석에서 요양 환자를 돌보듯이 회의 참석자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깨끗하게 씻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능연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축동익의 <국제 스포츠 의학 정형외과 학술 대회>는 지난번에 참석했던 운화 병원 주최 <운화 응급의학 국제 포럼>보다 확실히 글로벌한 느낌이었다.
직접적인 예로, 능연이 어느 자원봉사자 앞에 나타났을 때 얼굴이 새하얀 여자 하나가 흥분해서 영어로 “ho-are-you!” 하고 말을 걸어온 것이 그랬다.
회의 기간에는 동양인이라도 해서 반드시 중국어를 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영어로 소통하는 게 제일 안전했다. 능연은 유심히 상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담당자 어디 있습니까?”
“아, 중국 사람이군요. 잘됐다!”
여자는 더욱 흥분하면서 입을 쭈욱 늘리며 능연의 얼굴을 힐끔댔다.
“제가 모시고 갈게요.”
“아뇨, 수고스럽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수고스럽지 않아요. 우리 자봉 첫 번째 임무가 길 안내인걸요.”
여자는 이제 자원봉사를 하고 싶지도 않고, 이대로 능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축 원사님이나 기 주임님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기만 하면 돼요.”
능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하면서 핸드폰을 흔들었다.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서요.”
“충전기 있어요!”
바로 충전기를 건넨 여자는 능연이 핀을 꽂는 걸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모시고 갈게요. 충전하는 데 시간도 걸리고.”
“몇 분 기다리면 됩니다.”
“아니에요! 핸드폰에 안 좋아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
시간 낭비하기 싫은 능연은 상대방이 고집을 부리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완전히 신이 나서 다급하게 능연을 데리고 사람 적은 쪽으로 걸었다.
“센터 의사세요? 아니면 참석하러 온 VIP?”
“VIP요.”
“아아, 어느 병원이세요?”
“운병.”
“운병? 무슨 운이요? 풀네임 알려 주시겠어요?”
“운화 병원이요.”
“아아, 기억할게요!”
여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 몇 발짝 가기도 전에 다른 자원봉사자가 능연을 발견했고 동시에 그와 함께 있는 자원봉사자를 봤다. 잠시 망설이더니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Hello.”
새로 온 자봉 여성이 영어로 인사했다.
“중국 사람입니다.”
능연은 매너 좋게 웃어 보였다.
“잘됐네요! 중국분이라니. VIP세요? 아니면 센터 의사세요?”
새로 온 여자는 원래 있던 여자가 눈을 흘기는 것도 무시하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운화 병원이요.”
“기억해 둘게요!”
새로 온 여자가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모퉁이를 하나 돌자.
“Hi.”
“중국 사람입니다.”
“와! 중국 분이구나. 센터 의사세요? 아니면 VIP세요?”
“운화 병원.”
능연은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의 인생 경험으로, 때론 반복이 가장 편한 선택이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또 새로운 모퉁이가 나타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