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모리스와 약속한 시각에 병실에 갔다.
골관절 센터에서 레이먼드에게 VIP 병실을 내주었다. 유위신이 요구한 프레지던트룸 급 병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은 응접실, 침실로 쓸 수 있는 독립된 방도 있었다. 통유리창이 있는 작은 응접실에 햇살이 아름답게 내리쬐었다.
레이먼드의 병상은 커다란 침실 정중앙에 있었다. 침대 헤드에는 산소마스크 같은 설비를 꽂을 콘센트가 있고 좌우에 풀세트 응급 기기가 줄지어 있었다.
병원의 VIP 병실과 호텔 VIP룸의 가장 큰 차이는, VIP 병실에서는 죽는 게 더 힘들다는 점이었다.
문 앞에 선 모리스는 표정을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도록, 일부러 얼굴을 문지르기까지 했다.
“하하하. 레이먼드, 축하한다. 수술은 매우 순조롭게 끝났어.”
모리스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희소식을 선포했고, 레이먼드는 환한 얼굴로 기뻐하며 고개를 돌렸다. 능연은 레이먼드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레이먼드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딩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 성과: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
- 성과 설명: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는 의사의 가장 큰 보상
- 보상: 초급 보물 상자
능연도 레이먼드를 칭찬해야 할 판이었다.
이 놀라운 생산량!
다른 환자가 젖소라면 너는 T.O.P 젖소야!
초급 보물 상자 3개라는 숫자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
능연은 저도 모르게 레이먼드가 병원에서 한동안 머문다면 얼마나 놀라운 생산량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수술 한 번에 보물 상자 3개라면, 단지 이식, 탕 법에 보강 봉합까지 한다면 적어도 9개? 거기에 수직 매트리스 같은 방법을 쓰고, 추나도 하면 반올림으로 못해도 1,000개?
능연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운이 나서 레이먼드를 바라보는 눈빛까지 다정하고 간절해졌다.
“닥터 능, 아킬레스건 나을 수 있나요? 훈련이랑 시합 나갈 수 있을까요?”
“지금은 잘 모릅니다. 재활한 뒤에야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어요. 다만······.”
레이먼드가 나지막이 묻는 말에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봉합이 아주 잘 됐습니다. 재활만 제대로 하시면 경기장으로 돌아가는 건 물론이고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큽니다.”
딩.
어김없이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가 툭 떨어졌다. 능연은 돈 봉투로 환자에게 두들겨 맞는 기분이 들었다.
“신체 진찰 한번 해볼게요.”
남의 ‘진심 어린 감사’를 날로 먹을 수는 없었다.
능연은 진지하게 레이먼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 진찰을 하고 숨은 병 네 가지를 찾아낸 후 안심한 듯 병실에서 나갔다.
아킬레스건 걱정을 조금 하던 레이먼드는 멀어지는 능연의 뒷모습을 보다가 또 맑은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