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92화 (173/877)

“이따, 제 친척이라고 하세요. 제가 능 선생한테 직접 봉합해 달라고 말해놓을게요.”

곡 선생은 병상 곁에서 서서, 이제 곧 수술받을 동효우와 가족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병상이 여유가 있어서 1인 병실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곡 선생은 정의감에 불탄 채 병상 곁에 서 있었다. 이왕 본인 책임이 된 것, 확실히 할 생각이었다.

“감사합니다. 곡 선생님. 감사해요.”

아이의 아빠는 감격한 나머지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봉투에 넣어 건넬 기세로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병원 곳곳에 붙은 ‘돈 봉투 사절’이라는 홍보 포스터가 심히 불만이었다. 돈 봉투를 줄 수 없으니 마음이 불안하고, 돈 봉투를 주지 않으면 이렇게 열정적인 곡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길이 없었다.

“집도의는 보통 어시스턴트에게 봉합을 맡기거든요. 의사마다 봉합 실력이 다 다릅니다. 그러니 제가 말씀드려 놓을 거니까, 그렇게 알고만 계세요. 다른 데 가서 말씀하시지 말고요. 누가 물어도 저는 모른다고 할 겁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동가 부부 두 사람이 다시 한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능 선생님이라는 분이 봉합하면 흉터가 얼마나 큰데요?”

수술할 때가 되어 침대에 누워 있는 동효우의 얼굴에 용기는 온데간데없었고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다. 곡 선생은 동효우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반질반질한 본인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흉터는 똑같이 클 거야. 하지만 능 선생이 봉합하면 내피 봉합이라는 방법을 써서 최대한 흉이 덜 남게 할 거란다.”

“어, 얼마나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면 큰 흉터도 상관없다던 동효우도 막상 자신의 종아리에 커다란 수술 흉터가 남을 수 있고 그래서 짧은 치마와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해졌다. 그래서 어떻게든 흉이 적게 질 수 있기를 바랐다.

곡 선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딸을 떠올렸고, 아이가 새 치마를 살 때마다 기뻐하던 모습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정신 차렸다.

“어쨌든, 소형 절개구나 최소 절개구로 하지 않는 이상, 흉은 질 테지만 능 선생은 가능한 한 흉이 덜 지게 봉합할 거야.”

흉이 지고 안 지고는 의학에서 아주 작은 문제였지만, 해결하기 극도로 어려운 문제기도 했다.

에스테틱 시술만 봐도, 운화 하구 진료소의 수입 절반은 묘탄생이 하는 에스테틱 시술로 오는데, 환자들이 큰돈을 내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흉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흉터를 덜 지게 할지, 흉터를 적게 남길지는 심각한 명제였다. 각종 연구 기관에서 막대한 자금과 시간 투자를 해도 모든 것은 의사 손에 달렸으니 말이다.

“효우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렴. 소형 절개구 말고 최소 절제로 하자. 어쩌면 그래도 운동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니. 응?”

서 여사가 딸을 설득하면서 곡 선생을 힐끔 봤다. 하지만 거기에 넘어갈 곡 선생이 아니었다.

동효우의 아킬레스건 파열 상태는 대형 절개로도 뛰어난 실력이 아니면 잘 봉합할 수 없을 정도였고, 소형 절개로는 훈련 기준을 만족할 수 없을 것이 뻔했다. 취미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도 해도, 소형 절개구로 수술하고 나면 한참 동안 쉬어야 한다.

선수가 몇 년 동안 운동을 쉬어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됐어. 그대로 할래. 나 운동할 거야.”

16세 소녀 동효우는 곡 선생의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설득할 방법이 없자 그는 남편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이름을 잘 지었어야지. 내가 한숨 소리 같아서 이름 안 좋다고 했죠? 그리고 내가 운동도 안 된다고 했죠?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더니, 결국 다친 건 이 아이잖아요.”

곡 선생이 슬며시 헛기침했다. 당당한 주치의로서 남의 부부 싸움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이야기할 거 있으면, 저 가고 난 다음에 하세요.

역시나 아이의 엄마는 눈치를 보더니 다시 수술 이야기를 꺼냈다.

잠시 후, 능연이 병실로 왔다. 수술 전 회진은 그저 환자의 상황을 체크할 뿐이지 심각할 것이 없는데, 그곳에 곡 선생이 있자 능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곡 선생은 환자와 가족 앞에서 바로 능연이 직접 마무리 봉합을 해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했다. 하찮고 하찮은 부탁이라, 능연이 거절할 것이란 생각도 안 했고 능연 역시 대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흠, 제가 봉합하면, 12cm 절개구면 되겠네요.”

“더 작게는 안 돼요?”

MRI를 들여보던 능연이 하는 말에 2cm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기대하는 눈으로 물었다.

“운동 계속할 거라면서요? 방안 A로 하려면 이게 최선이야.”

“아.”

동효우는 짧게 탄식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능연이 돌아간 후 세 사람은 다시 곡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동효우가 모르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능 선생님, 저렇게 젊으신데 정말 유위신 수술하셨어요??”

“유위신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 수술도 많이 했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한 곡 선생은 길게 말하기 싫어서 어서 수술 준비하라고 말을 돌렸다.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아킬레스건 수술은 의사들한테 익숙한 수술 중 하나랍니다. 아셨죠?”

동효우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능 선생님, 오늘 특별히 수술실에서 학생 기다리신 거야.”

“기다렸다니요?”

간호사가 일부러 해주는 말에도 동효우는 멍청하니 눈만 깜빡였다.

“원래 집도의는 제일 늦게 오는 거거든.”

간호사가 비밀 아닌 비밀을 누설했다.

“능 선생님, 직접 봉합 해주실 거죠? 맞죠?”

“응.”

동효우는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가장 큰 관심사를 물었고,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확인해주었다.

“그럼 평소에는 안 해요?”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그럼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는데요?”

동효우의 질문에 능연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제모된 털 양에 따라?”

“네?”

동효우가 못 알아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능연은 벌써 마취의에게 손짓했고 아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능연은 서서히 종아리에 메스를 대고 아주 천천히 절개구를 열었다.

다른 날과 달리, 아주 아주 느리게 메스를 움직였다.

수술 구역 샤워실에서 능연은 고개를 들고 물을 맞으며 온몸을 릴렉스하며 가능한 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뜨거운 물이 힘차게 몸을 감싸자 서서히 생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15분 만에 물을 잠그고 수건으로 몸을 닦고는 올 뉴 199위안, 할인해도 79위안짜리 속옷을 입었다.

전신 무장한 능연은 온몸에서 자신감을 뿜었다.

그는 수술하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동효우는 현역 선수가 아니라서 유위신이나 하수방 같은 프로 선수 같은 엄격한 회복 조건이 필요 없다. 회복 기간이 4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에게는 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치료 자체는 두 가지를 요구했다. 기능을 보전하면서 외관도 아름다울 것. 의사들이 비교적 신경 쓰는 유합 시간이나 입원 기간에 대해서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의 가족들도 최대한 좋은 약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즉, 의료비 부담 능력이 있는 셈이었다.

그런 환자는 일반 환자나 취미로 운동하는 환자보다 기능 회복에 대한 요구가 높고, 운동선수보다 상처나 외관 상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간 계층이었다. 현재 의료 환경에서는 이런 중간 계층은 사실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편, 그들의 요구는 연구 기관에 낼 수 있는 논문 기준엔 부합하지 않았고, 또한 그들의 의료 비용도 병원과 제약 회사에 영향을 줄 만큼 높지 않았다.

능연은 12cm 길이의 S형 절개구를 내고 항상 하던 대로 몇 분 조작하다가, 아킬레스건 박리해야 할 스텝에서 잠시 멈췄다.

“MRI 다시 보죠.”

머릿속에 잔뜩 떠오른 아이디어를 자료로 검증해야 했다. 여원이 바로 장갑을 벗고 태블릿 PC를 가지고 와 능연에게 내밀었다.

수술 중에 능연은 툭하면 MRI를 다시 보자고 했다. 요구 자체는 특이할 것이 없었다. 다만 억 단위가 넘는 MRI 수술실의 핵심은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MRI를 확인할 수 있어서 능연처럼 사진을 보기 위해 수술을 멈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는 그런 MRI 수술실을 지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고 능연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여기 T2 영상, 뚜렷하게 보이죠? 절개구를 작게 열었으니 아킬레스건을 꺼내서 봉합하는 거로 고려해야 해요.”

“그게 되겠어?”

아킬레스건 상부를 짚으며 하는 능연의 말에 여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물었다. 아킬레스건 수술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기본적인 아킬레스건 보건술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을 쏟아부으려니 과부하가 왔다. 능연도 여원과 상의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자신감 없는 집도의는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술 중에 어시스턴트와 자주 상의하면서 책임도 분담하곤 한다.

능연의 지금 수준으로는 상의한다고 해도 기천록과 해야지, 여원과 상의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여원이 아킬레스건 수술을 배우고 싶어 하니, 기회를 주겠지만, 그렇다고 주치의의 권리를 줄 수는 없었다. 수술 방안에 참여하는 건 엄연한 권력의 일종이었다.

“수술로 인한 종아리 외관에 영향을 줄이면서 출혈도 주의해야 해요. 그리고 근육 조직에 영향을 주는 것도 줄여야 하고.”

능연은 일단 여원에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못 알아듣는 것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여원도 알아듣기는 했다. 석사 졸업생에 훈련의를 거쳐 3년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동안 그도 계속 공부해오고 있었다. 태블릿 PC를 던져 주면 30분 후에 능연이 설명한 것을 큰 틀로 잡아 정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알아듣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알아듣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았다.

출혈은 외과 수술에서 영원한 숙제고, 좀 이른 시기에는 수술 중 출혈 컨트롤에 관한 논문이 일 년에만 천 편 가까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은 수술 중 출혈은 대부분 잡은 상태고, 그런 상태에서 출혈량을 다시 낮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외과 의사가 출혈량을 낮추는 건 자동차 엔지니어가 연비를 낮추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하고 막대한 자금도 계속해서 투입하지만, 연비 낮추는 게 어디 쉬운가.

근육 조직에 대한 영향을 줄이는 건 더욱 오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근육 조직을 건드리지 않는 게 제일 좋았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근육을 대대적으로 건드리는 수술이라,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종아리 근육엔 갖가지 변화가 생긴다. 대다수 운동선수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예쁜 다리를 원하게 되면 상관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난도가 확 올라가겠네.”

여원이 있는 대로 대답했다. 수술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난도가 훨씬 올라간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술대에 드러난 환자의 종아리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수술 아이디어를 좀 바꿔야 할지도 몰라요. 외관을 중요시하는 환자들의 문제도 고려하는 쪽으로 말이죠.”

“특히 털이 적은 환자?”

여원이 발판 위에 서서 고개를 치켜들고 물었다.

“음. 외관을 요구하는 환자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니까, 완벽하게 들어줄 수는 없더라도, 그래도 그중에 중요한 부분은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흠. 한번 시도해 봐도 될 거 같아요.”

“외관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을걸? 능력 없는 사람이라면 다리에 흉터가 있든 말든 누가 상관하겠냐고.”

마취의가 툭 하고 끼어들어 들자 능연은 상대방이 당황할 때까지 그를 바라봤다.

“오늘은 출혈을 컨트롤 해야 해서, 수술 시간이 길어질 거예요. 마취 방안도 새로 짜야 합니다.”

“어떻게?”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질 줄은 몰랐던 마취의가 다급하게 물었다.

“총 수술 시간, 4시간 예상합니다. 지혈대 더 추가하시고요. 여 선생님, 나가서 보호자한테 설명 좀 해주세요.”

마취에 대해 모르는 능연은 상황을 설명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마취 약물을 쓰는 것도 영향을 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환자 가족도 초조해할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빠른 수술일수록 수술이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길어지면 수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능연은 전에 방안 A로 수술을 할 때도 2~3시간 사이였고, 환자가 준비해서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까지 다 합해서 4시간 정도에 끝냈다.

그는 이제 수술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는 별로 고려하지 않고 열심히 수술에 매진했다. 유위신 수술 때보다, 지금은 혈관 문합보다 출혈량 감소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4시간 후, 능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시간 더 필요합니다. 여 선생님, 보호자한테 말씀 좀.”

“능 선생, 밖에 가족들 거의 탈진 상태야. 한 시간 더 해야 한다고 하면 난리 날걸.”

“그것도 그러네요.”

능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가서 2시간이라고 하세요. 그것보다 길어지지는 않을 테니.”

여원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우리 전에는 되게 빨리했잖아.”

“이전에는 빨리했지만, 지금은 환자의 요구를 완벽하게 들어주지 못하잖아요. 그럼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죠.”

“그래도 6시간은 너무 느린 거 아냐?”

“요즘은 환자도 별로 없는데 천천히 하는 것도 좋은데요?”

능연이 목을 까딱이며 하는 말에 여원은 입을 쩍 벌렸다.

“환자가 없다니, 오늘만 6명이야. 언제 다 하려고.”

“그럼 늦게 퇴근하면 되죠.”

“아니, 그게······. 야!”

“어서 가세요!”

능연이 고함치자 여원은 토끼처럼 펄쩍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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