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98화 (179/877)

기천록은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섰다.

안 그래도 바쁜 업무에, 확장 병실까지 신경 쓰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정신만은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다. 능연을 붙잡으려고 병실을 확장한 것은 맞지만, 다른 의사들도 이용할 수 있었다. 당분간 위생국에서 센터의 병상 수를 정식으로 추가해 주지 않더라도, 나중에 진행하게 되면 1인실 체계로 가는 것도 문제없었다.

1인실 체계가 확립되면 환자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리라 확신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다른 사람과 병실을 함께 쓰고 싶은 환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복단 대학 부속 화산 병원만 봐도 특수 병실은 하루에 1,200위안, 2,000위안 들지만, 항상 환자들로 넘쳐났다. 화산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을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라고 할 수······ 없다.

공립 병원은 위생국 허가 없이 가격을 올릴 순 없다. 나중에 개혁안이 발표되면 모를까.

기천록은 긴 한숨을 내쉬며 수화기를 들고 간호부서에 전화했다.

“오늘 퇴원한 사람 몇이나 됩니까? 빈 침대는?”

“퇴원할 환자 7명, 아직 수속 중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바삐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잉? 겨우 7명? 며칠 전엔 열 몇 명 퇴원하지 않았나?”

“아직 시간이 안 됐습니다. 단지 이식 환자도 잔뜩 있어서, 아직 멀었어요. 빈 침대도 없습니다. 이제 환자 그만 보내세요.”

머뭇거리면서 하는 말에 기천록은 잠시 멍해졌다.

“없다고요? 그럼 몇 개 더 추가하죠.”

병실 빈자리에 병상을 추가하란 소리였다. 그렇게 하려면 수간호사의 동의가 필요했다. 간호사가 돌보지 않는 병상이란 의미가 없으니까.

“우리 쓰러지는 꼴 보고 싶으세요? 간호사가 없다고요. 다 해서 100명 조금 넘는데, 얼마나 침대를 더 늘리시려고요!”

수간호사의 고함이 쩌렁쩌렁 귓가에 울렸다.

“주임님! 가끔 수당 생기는 정도면 우리도 좋죠. 이걸 정상 루틴으로 만들기만 해보세요. 제가 무슨 짓 하는지 한번 보시라고요! 어서 침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세요!”

“그······ 아니, 다 능 선생 환잔데, 나한테 고함치면 뭐합니까.”

“능 선생은 이제 막 의사가 되어서 회진만 하지,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요! 젊고 잘생겼으니까 뭘 몰라도 탓을 할 수 없지만, 주임님은 대체 의사 생활을 몇 년이나 하셨는데요!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요? 계약 간호사 20명을 더 주시든가, 새 병동 닫으시든가 하세요!”

“아니, 예전에는 내 나이대치고 나 잘생긴 편이라면서요. 손가락도 길고 어쩌고······.”

마른 타입에 손가락이 길고 어딘가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처럼 생긴 기천록은 살면서 얼굴 쪽으로 손해 본적이 없었다. 수간호사의 목소리가 역시나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래요, 젊을 땐, 네, 뭐 그럭저럭. 그런데요, 사람은요······. 아 됐습니다. 어서 능 선생한테 이야기나 하세요.”

“아니, 왜 나한테 하라고 합니까. 직접 말씀하시면 되잖습니까.”

“하하하, 저더러 일을 하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제가 능 선생한테 한소리 하잖아요? 90년 후반에 태어난 간호사들 당장 파업할걸요? 거짓말 같죠? 그리고, 지금 실습 간호사들 다 2000년생인 거 아세요?”

“2000년생이 간호사를 한다고요?”

새롭게 몰려드는 정보에 기천록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2000년생 간호사들이 지금 24+6시간 일하고 있어요. 주임님, 2000년생들이 이제 군대 가서 나라 지킬 나이입니다. 아저씨들이 뭘 알겠냐만······. 후우, 어서 가서 말씀하세요. 아직까지는 제가 막고 있는데, 제가 입만 열면 실습생들 다 그만둘 겁니다. 거짓말 같죠?”

“아니, 제가 왜 아저씨입니까.”

“어서요!”

“네네, 알겠습니다.”

기천록은 수간호사의 다급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 오래 있었는데 왜 모를까. 간호사는 정말 쉬운 직업이 아니었다. 업무량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어마어마했다. 초짜 의사들이 짊어진 만큼 간호사들의 짐도 무겁고 엄중했다. 그런데 업무량이 많을수록 실수할 확률도 높아진다. 역시 침대를 막무가내로 추가하는 건 무리였다.

기천록은 쓴웃음을 지으며 할 수 없이 능연을 찾아갔다. 그가 있을 게 당연한 수술실로.

같은 시각, 능연 앞에 시스템 제시어가 튀어나왔다.

- 퀘스트 완성: 두각을 드러낼 것

- 퀘스트 내용: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의 병상을 충분히 이용했고 완전히 찼습니다.

- 보상: 중급 보물 상자

번쩍 고개를 들던 능연은 마침 안으로 들어오는 기천록을 발견했다.

“침대 바닥났다.”

기천록은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병상을 ‘생산’해내는 주임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상상보다 험난한 일이었다. 병실 구역은 넓혔지만, 제멋대로 간호사 수를 늘릴 수는 없었다. 계약직이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단기적으로 4, 500개 침대를 늘리는 건 몰라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국내 기준으로 병상 500개를 24시간 유지하려면 간호사 400명은 있어야 했다. 그게 안 되면 1급 케어, 2급 케어는 둘째 치고 수액 교체도 다 끝내지 못한다.

그리고 조무사 문제도 있었다. 그 비용만 해도 주임 의사 기천록이 감당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물론 축동익이라면 다르겠지만. 축동익은 필요하다면 예산도 많이 끌어 올 수 있다. 계약제 간호사 인원을 늘리는 것도 자유자재고 어떻게든 회계장부를 꾸려낼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로, 기천록은 잠정 패배를 인정했다.

“환자 줄일 방법을 생각해줘야겠어.”

“오는 환자는 어떡하고요?”

능연은 바로 보물 상자를 열지 않고 여전히 수술에 집중했다. 수술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잠깐 멈추면 어쨌든 수술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지금도 몇 개나마 침대는 비워내고 있으니까. 아무튼, 특별히 긴급한 수술이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가시라고 건의 드려.”

안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기천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는 애초에 병상 500개를 감당할 수 없었다. 초반엔 다들 흥분 상태라 어떻게든 체력을 갉아먹으며 버텼지만.

간호사를 늘릴 수도 없고, 추가 근무 수당도 이제 필요 없다고 하니, 침대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었다. 확장된 병실 구역은 이용하면서 병상 200개를 유지하고, 1인실 2인실로 꾸리면 충분하다.

“트랜스요?”

능연은 아쉬운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무 풀 죽지 말고. 앞으로 수술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아.”

능연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수술에 집중했다.

“화났냐?”

“아니요.”

“화났네.”

“아닙니다.”

“아이고, 버려야 채우는 것도 있어. 새 병실 구역 지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조금 기다리면 원활해질 거야. 그럼 그때 수술 더 하면 되지.”

“예.”

“화났냐?”

기천록은 능연을 설득하려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자꾸 그에게 다가갔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타닥타닥.

치익.

수술실 문이 밖에서 열렸다.

그리고 뒷짐 진 곽종군이 깊은 눈빛으로 기천록을 바라보며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여원은 그 뒤에서 건들건들, 신난 여우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천록은 어이없는 얼굴로 나이든 의사의 얼굴을 바라봤다.

“곽, 주임님? 왜 다시 오셨어요? 그 뭐냐, 골반강 해부학과······.”

“산부인과 도전 학회?”

“아, 네. 그 어쩌고 끝난 거 아닙니까?”

“다른 회의.”

곽 주임이 기천록의 어깨를 노려보자, 여원이 앞으로 나와 능연과 기천록의 사이로 파고들어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다. 기천록은 웃기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궁금하기도 한 듯 무슨 회의냐고 물었다.

“운동 손상과 관절경 외과 포럼.”

“그거 청도에서 열리는 거 아닙니까?”

담담한 곽종군의 말에 기천록의 안색이 변했다.

“맞아. 경유하려고.”

“너무 돌아가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 별로.”

곽종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능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네 찾아온 의사는 운화 병원으로 트랜스하면 되지. 우리 과가 진행하는 응급센터, 아주 착착 진행되고 있다네. 그러면 침대 문제는 해결돼.”

“네.”

능연이 고분고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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