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01화 (182/877)

“결혼한다고요?”

능연은 병원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런 큰 소식을 들을 줄은 몰랐다.

“좋은 사람 만났으니까, 이제 안정해야지.”

마연린이 웃으며 하는 말에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킬레스건 수술은 계속 배울 건가요?”

“이야, 네가 자리를 오래 비우긴 했나 보다. 네 화법에 적응을 못 하겠네.”

마연린은 잠시 멈칫하다가 웃음을 터트렸고, 능연은 계속하라는 듯 그를 응시했다.

“당연히 계속 배워야지. 그런데 당분간 아무래도 병원 밖 일에 더 신경 쓸 거 같아. 알잖냐. 기혼 의사랑 미혼 의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

“알겠습니다.”

능연은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화 안 내?”

“왜 화를 내요?”

“그게······. 너한테 아킬레스건 배우기 시작했고, 한참 배웠는데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니까. 나도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아니, 그게 아니라, 암튼 어쩔 수 없잖······.”

“이해합니다. 괜찮아요.”

능연이 마연린의 말을 자르고 대답했다.

“정말?”

“정말요.”

“그럼 나······ 앞으로 다른 의사들처럼 출퇴근 못 한다?”

능연이 다시 한번 단호하게 확인해 줘도 마연린은 다시 떠보는 듯 물었다.

“음, 그러세요.”

“정말? 진짜 된다고? 네 스케줄 꼬이지 않을까?”

“괜찮아요. 곽 주임님한테 한 사람 더 구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능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능연의 수술량은 어시스턴트들이 헐떡거릴 만한 양이라서 추가하는 것도 당연했다. 지정된 조수를 추가하지 않아도 능연의 수술실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레지던트는 넘쳤다.

퍼스트 어시 자리를 생각한 마연린은 아무래도 위협을 느꼈다.

“그냥 며칠 휴가 다녀오는 거야. 그렇게 오래는 안 걸려.”

“네, 그러세요. 자유롭게 시간 배정하세요.”

“휴우, 다행이다. 내가 밥 살게. 약혼녀 소개도 할 겸. 너 보고 싶대. 운화 병원에서 제일 잘생긴 의사잖아.”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는 참에 곽종군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능연! 응급 환자일세. 어서 와.”

“어떤 환자입니까?”

“네 손가락 절단! 끝내주지?”

곽종군이 뿌듯하게 대답했다.

“고신구에 있는 내 친구한테 술 몇 잔이나 사고 겨우 확정 지은 거야. 앞으로 응급 환자 생기면 우선적으로 우리한테 보내기로 했다네.”

“정말 네 손가락입니까?”

능연은 이야기만 들어도 손이 근질근질해서 확인하듯 물었다.

“그것뿐이 아니야. 잘 들어.”

곽종군은 애를 태우듯 말을 끊었다가 씨익 웃었다.

“사선으로 잘렸어. 새끼손가락은 손가락 끝까지 잘렸고.”

보통 사람이라면 흠칫해서 숨을 들이마실 만한 내용이었다. 능연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새끼손가락 이식 수술은 원래 어려운데, 끝까지 잘렸다면 더 어려워진다.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여자. 끝내주지?”

곽종군은 얼마 전에 장만한 롤렉스를 보물 다루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진짜 진짜 마침 만난 환자야. 이런 일이 다 있냐.”

여성의 혈관은 남성보다 가늘어서 난도가 더 높아진다. 그런 케이스는 확실히 구하기 어려운 케이스였다.

마연린은 흥분한 곽종군을 보며 속으로 독설을 내뿜었다.

진짜 진짜 마침 만난 환자가 아니면, 뭐 어쩌실건데요.

“환자 만나러 가요. 밥은 나중에 먹어야겠네요.”

“괜찮아. 일 봐, 일 봐.”

능연이 하는 말에 마연린은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능연과 곽종군은 그 길로 환자를 만나러 갔다. 능연이 돌아온 날이라, 아직 소식을 못 들은 의사들은 능연을 보고 특별히 인사를 건넸다. 진작에 소식을 들었던 간호사와 여자 의사들도 이제 막 소식을 들은 것처럼 반갑게 인사했다.

능연은 별생각 없이 인사를 건넸다.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 인사하는 건 아직도 불편하기만 했다. 사람이 많으면 컨트롤하기 힘든 것도 있고. 서너 사람 있을 때 인사하는 건 연습했다 쳐도 갑자기 우르르 몰려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마연린도 호기심에 뒤를 따랐다. 그런 케이스를 만나고 신나 하는 곽종군은 사탄의 자질이 보이긴 했지만, 네 손가락 사선 절단된 여자라니 확실히 드물고 드문 케이스이긴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의사가 한둘이 아니었는지 능연이 처치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의사들로 바글바글한 상태였다.

환자는 스물 몇 살 젊은 아가씨였다. 손에 감은 붕대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있는 모습이 심각해도 너무 심각했다. 여자의 어머니는 곁에 앉아서 눈물을 훔치며 딸의 위로를 받고 있었다.

“엄마, 그만 울어. 요즘 손가락 이식은 아무것도 아니래. 우리 공장에도 수술받은 사람 많아. 괜찮아.”

“붙인 손가락이 어디 같니? TV도 한번 고장 나면 고쳐도 이상한데.”

어머니는 더욱 격렬하게 눈물을 훔쳤다. 여자는 골치 아픈 듯 억지로 웃어 보였다.

“다 같지 뭐. 다른 사람 봤는데 손도 잘 쓰더라. 그냥 보기에 좀 흉해서 그렇지.”

“흉하면 안 되지!”

“안 될 게 뭐 있어. 난 결혼할 사람도 있는데.”

“누가 그래? 누가 결혼시킨대?!”

눈물까지 쏙 들어간 어머니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잘 들어 너, 그놈은 안 된다!”

“흠흠. 저기 환자분 좀 일어나 앉읍시다. 손 좀 볼게요.”

보다 못한 곽종군이 헛기침하며 끼어들자 환자 어머니는 다급하게 일어나 자리를 비켜 주었다. 곽종국은 능연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어쩌다 끊어진 거죠?”

“품질 검사팀이에요. 기계 검사할 때 다른 직원이 실수로 가동해서 손이 깔렸어요.”

손을 다친 여자는 대범하게 손에 핸드폰까지 들고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손가락은 아직 있나요? 상태는요?”

능연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묻자 처음에 진찰한 의사가 나섰다.

“손가락은 다 괜찮아요. 새끼손가락이 좀 심해서 그렇지.”

능연은 차트를 받아서 읽어 보고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어떤가?”

“문제없습니다.”

곽종군이 뻔한 질문을 하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운화라니까? 운화 주변 산업군에 이런 수부 외상이 많지만, 상해는 드물어. 공장이 별로 없거든. 자동화 기기를 들여놓은 곳도 많고.”

그렇게 말한 곽종군은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키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받았다.

능연 역시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상해에서는 아킬레스건 수술을 많이 했고, 방안 A라고 해도 3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가끔 만나는 두 손가락 절단 환자 정도나 되어야 조금 복잡한 케이스였다.

운화에 돌아오자마자, 네 손가락 절단 환자라니. 정말 기분이······ 정상이 됐다.

정상적인 병원에 정상적인 환자, 그것이야말로 정상적인 의사의 바람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