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현미경 하에서 익숙하게 환자의 새끼손가락을 가볍게 이어붙였다.
사람들은 단지 이식이 그저 손가락을 이어붙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작은 수술로 생각하곤 한다. 겉에 핏자국을 닦아 내고 잘린 손가락을 붙여 놓기만 하면 크게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현미경의 세계에서 단지 이식은 두 동강 난 빌딩을 이어 붙이기만큼 어렵다. 손가락을 잘 쓸 수 있게까지 하려면 더욱 어렵고.
다행히 인체 혈관은 자생 능력이 있어서 손가락 괴사만 막으면 잘린 혈관, 특히 미세혈관은 완강한 생명력으로 다시 소생한다. 다시 말하면, 인체의 자가 회복 능력이 단지 이식의 관건이다.
그렇다고 해도 4지 절단 이식 수술 예정 시간은 보통 20시간 이상이다. 능연이 수술 시간을 당기기 전엔 지금 수술실은 20시간 동안 새로운 수술을 배정할 수 없다.
수술실을 번갈아 들락날락하던 연문빈, 마연린과 여원은 6시간이 되자 기회만 생기면 도망가 휴식했다. 둘러서서 참관하던 의사들도 당연히 싹 사라졌다.
다들 능연의 수술을 부러워했지만, 수부 외과에서 발전할 기회가 없는 이상 몇 시간이나 허비하며 수술을 볼 이유가 없었다.
능연과 왕해양 주임은 거의 8시간을 써서 네 손가락을 모두 봉합했다.
“드디어 다 꿰맸군.”
머리가 희끗희끗한 왕해양이 허리를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실컷 즐긴 능연도 기지개를 켜며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자 연문빈과 마연린이 달려들어 재빨리 피판을 봉합했다.
작은 병원에서는 피판 봉합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꿰매지 못하면 환자의 피부는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처처럼 여기저기 너덜너덜 색깔도 다르고 주름이 질 테니까. 제대로 잘 꿰매더라도 티가 안 나진 않고 반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만큼만 된다.
반년 동안 능연 밑에서 훈련한 두 사람의 피판 봉합 수준은 수부 외과 초짜 주치의 정도는 되었다. 수부 외과 초짜 주치의라고 그들보다 봉합 기회가 많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젊음이 좋긴 좋아. 나 같은 늙은이는, 이런 수술 한 번 더 하라고 하면 은퇴할지도 모르겠어.”
왕해양은 어시스턴트들을 보고 허리를 문지르면서 허허 웃었다.
“은퇴하고 출장 수술하시게요?”
“하하하.”
재미있는 농담에 껄껄 웃던 왕해양은 문득 진지한 능연의 표정을 보고 농담인가 진담인가 긴가민가했다.
“제가 좀 주물러 드릴게요.”
능연은 왕해양의 팔을 붙잡고 추법(推法)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척추 주변 굳은 근육을 풀어주었다. 왕해양은 쉭쉭 소리를 내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좋다. 이거 좋네. 좋아. 아 참, 자네 요즘 아킬레스건 수술에 일가견이 있다지? 출장 수술 연결해 줄까?”
“정말요?”
“물론이지. 유위신 수술한 사람 아닌가. 외국 환자가 있다고 들었어. 내가 소문 좀 내줄게. 다 같이 밥 몇 번 먹으면서 친해지면 되지.”
“식사 자리는 괜찮습니다.”
“에이, 그런 자리도 챙겨야지. 하하하. 아니면 얼굴을 어떻게 알리려고.”
“그런 자리에 안 나갈 때, 기회가 더 많이 오더라고요.”
능연은 경험자 포스를 풍기며 말했다. 분명히 그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왕해양은 반박할 말이 없어 능연을 멍하니 바라봤다. 능연 같은 성격인 애를 억지로 끌고 나갔다가 정말로 누군가의 심기를 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출장 수술을 준비하겠네. 자네는 수술만 하면······ 아마 문제없을 걸세. 참, 조건은 있나? 비용이라든가, 장소라든가, 필요한 인원 같은 거 말일세.”
잠시 망설이던 왕해양은 화제를 건너뛰기로 했다. 전에 왕해양과 함께 출장 수술을 가봤지만, 능연은 수입이나 제공되는 부수 서비스 같은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회전율만 높으면 됩니다.”
“침대 회전율?”
“네.”
“그러니까 한 번에 수술을 여러 번 배정해 주면 되고 비용은 신경 안 쓴다는 말이지?”
왕해양은 수술복을 벗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안 돼. 먼저 비용을 결정하고 수술 건수를 논의해야지.”
“흠, 수술 건수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라.”
본인이 그렇다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두 사람은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술실에서 나왔다.
진료과의 의사나 간호사 모두 익숙한 일이었다. 초짜 주치의는 가끔 마무리 작업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선임 주치의 이상이 되면 돕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다. 게다가 대부분 그런 잡다한 일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관절경 반월판 성형술도 할 수 있습니다.”
“뭐? 축 원사네서 배운 건가?”
몇 발짝 걷던 능연이 생각난 듯 덧붙이는 말에 왕해양의 눈이 번뜩였다.
“어, 그게······ 아무튼,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 50번 정도 했습니다. 결과는 다 좋았습니다. 나중에 여 선생더러 정리하라고 해서 리포트 보여드리겠습니다.”
“음, 출장 수술하기 적합한 수술이지. 그런데 환자나 보호자한테 신뢰감을 심어 줘야 해.”
왕해양은 비교적 완곡하게 능연이 그쪽으로는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했음을 나타냈다. 그랜드마스터급 반월판 성형술을 터득한 능연은 별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없는 건 맞으니 딱히 설명할 것도 없었다. 앞으로 수술 횟수가 늘면 증명될 테니까.
힐끔 능연의 눈치를 본 왕해양은 능연이 기분 상했을까 봐 웃음으로 무마했다.
“반월판 성형술 배운 건 잘한 걸세. 이건 택일(擇日) 수술이라 출장 수술에 아주 적합하지. 나중에 유명해지면 한 번에 네다섯 건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능연이 지금 가진 기술 중에 단지 이식과 탕 봉합은 응급에 속하는 수술이라 24시간 안에 대처하지 못하면 힘든 증상이었다. 아킬레스건은 며칠 미룰 수 있지만,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너무 오래 미룰 수도 없다. 진구성 아킬레스건이라면 어차피 며칠은 큰 상관 없지만, 막 발생한 파열 건보다 효과가 좋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대신 반월판 성형술은 운동선수라도 며칠 미뤄도 상관없는 수술이다.
왕해양처럼 출장 수술을 좋아하는 의사 눈에 당연히 반월판 성형술이 가장 좋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긴말 없이 의국으로 돌아가 곽종군에게 위챗을 보냈고, 3시간 후 반월판 성형술 환자 2명이 결정되었다.
환자를 찾아오는 능력은 운화 병원이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보다 훨씬 강했다. 창서성에서 운화 병원, 육군 병원, 성립은 삼족정(三足鼎: 다리 세 개 제례용 용기)처럼 우뚝 서서, 각각 유명한 진료 분야가 있었다. 성내는 물론이고 주변 성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론상으로 세 병원 이하 병원에 업무 지도도 내릴 만큼이라, 온 성의 환자가 씨가 마르지 않은 이상, 환자를 못 구할 리는 없었다.
모든 환자가 이 정상급 삼갑 병원 세 곳에서 치료받는다면 창서성 평균 수명이 몇 년은 늘어날 정도라, 트랜스된 환자도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