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패드 충전기 좀 꽂아 줘.”
4지 단지 환자 제락추는 새로운 기기로 신나게 드라마를 즐겼다. 딸을 말리다, 말리다 포기한 어머니는 차라리 큰 화면으로 보라고 양보하고는 줄 정리를 하면서 언짢아했다.
“수술 끝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조용히 쉬는데 너는 계속 드라마 본다고 그걸 붙들고. 그것도 하루 종일. 눈 어쩌려고 그래!”
“엄마,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수술한 다음엔 기분이 중요하다고. 드라마 몰아 보면서 기분이 풀린다고. 내가 기분이 풀리면 수술 경과가 좋은 거 아냐?”
“말이나 못 하면.”
어머니는 흥흥거릴 뿐, 어찌 말릴 도리가 없었다.
제락추는 멀쩡한 손으로 계속해서 패드를 만지작거렸고, 큰 동작에 손이 아플 때나 가끔 얼굴을 찡그렸다.
“입원도 괜찮네. 먹여주지 재워주지. 돈은 회사에서 나오고, 그것도 유급이고. 나는 드라마 몰아 보고. 야, 금수저가 이래서 좋은 건가 봐.”
최신화를 클릭할 때마다 활짝 웃는 딸을 못마땅하게 보던 어머니는 물을 따르다가 죽일 듯한 눈빛으로 쏘아봤다.
“금수저 같은 소리 하네. 어휴, 딸이라 죽이지도 못하고.”
“엄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농담한 거 가지고.”
제락추는 정말 등짝 스매싱이라도 당할까 봐 재빨리 돌아누워 드라마에 집중했다. 한숨을 내쉰 어머니는 딸을 구석으로 밀고 같이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혀를 찼다.
“만날 이런 사랑 타령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남자 친구라고 데려온 놈은 쯧쯧, 코빼기 한 번 보이지 않고!”
“이 드라마도 다 남자 친구가 보라고 골라 준 건데? 마침 출장 가서 그렇지, 곧 돌아올 거야.”
제낙추는 그렇게 말하면서 엄마를 밀면서 품을 파고들었다. 콧방귀를 뀌던 어머니는 딸을 꼭 안아 주면서 잔소리를 이었다.
“뭐가 재미있다고 그렇게 긴 한국 드라마를 보니? 몰아 보기는 무슨, 내년까지 봐도 다 못 보겠다.”
“요즘 짧은 것도 많아. 지금 보는 거도 짧아. 시작하자마자 여자 주인공 완전 비참. 시집에서 쫓겨났어.”
두 사람은 곧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듯 액정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