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국.
곽종국은 능연의 건의를 진지하게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다면 수간호사하고 상의해 보게.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것일 뿐이니 뭐, 대수로울 것 있겠나. 앞으로 응급센터를 열 건데, 새로운 바람도 필요하지. 협화처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곽종군으로서는 그런 작은 변화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특히 응급 의학과에서 이런 정책이 필요한 것도 능연뿐이었으니. 새로운 정책은 능연 팀에서만 쓰면 되니까, 능연이 필요한 대로 수정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응급센터 이야기가 나오자 곽종군이 또 흥분한 게 문제였다.
“지금 우리는 조건이 조금 부족한 상태라네. 아직 추진 중인데 말이야. 능연 자네 이름표도 만들어내야 하고 말일세. 트랜스된 외국 환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그런 환자가 생기면 꼭 우리 운화 병원 이름으로 받아야 하네. 알겠나?”
“지금도 있습니다.”
능연은 핸드폰을 꺼내 체크하면서 말을 이었다.
“모레로 잡아 뒀습니다. 내일 비행기 탄답니다.”
“모레?”
“케냐 프로 육상 선수입니다.”
“한 명? 뭐, 한 명도 괜찮지. 서서히 쌓아가자고.”
“보험이 안 되는 나라가 많고, 비행기 표값 등등, 수지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능연이 지나가는 듯 하는 말에 곽종군은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비용 때문에 못 오는 환자가 있나?”
“예닐곱? 됩니다. 담당 의사하고만 연락해서 자세한 이유는 모릅니다만.”
“오라고 하게! 비행기 표까지 우리가 낼 순 없지만, 의료 비용은 감면해 줄 수 있으니 말이야.”
“네.”
비용 문제야 능연이 신경 쓸 일이 더더욱 아니어서, 그는 곽종군 앞에서 바로 영문 이메일을 작성해서 단체로 발송했다.
곽종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의료 서비스란 말이야, 의료 부분은 접어 두고 서비스라는 게 결국 돈 문제거든. 우리 운화 병원이 성장하려면 창서성만으로는 안 되네. 자네 아킬레스건 수술도 보게. 자네 경쟁상대는 창서성 다른 의사가 아니라 전국 스포츠 의학 분야 의사들 아닌가. 그리고 지금도 자네 상대는 전 세계 실력 있는 의사라네. 이런 상황에 몇만 위안 비용이 무슨 대수겠나.”
“네.”
능연은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간단하게 표현했다.
“메이요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를 끌어들이고 있네. 그래서 지금 수준이 됐지. 우리 국내에도 메이요와 협력하는 많은 병원이 있네. 맨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했어. 환자 약값, 진료비 깎아주면서. 그러니 지금!”
곽종군은 혀를 끌끌 차면서 능연을 바라보며 뜸을 들였다.
“고지가 저기 있는데,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겠지.”
“네.”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제 생각에 주임님께서 응급센터 건설에 집착하시느라 마음이 지나치게 격앙되어 있고, 교감신경은 흥분했으며 심박이 빠르고 강하게 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어쩌나, 이룬 다음에는 또 어쩌나 하는 심리 상태가 주임님의 목표 설정치를 많이 높여 놨긴 하지만, 실패해도 실망감이 크지는 않겠지요. 어쨌든 메이요처럼 되지 못한 병원이 더 많으니까요. 그러니 응급센터를 건설하지 못했을 때보다는 받아들이기 쉬우실 것 같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공부해서 대학가고 좋은 직장을 구해 집도 사고 차도 살 때 오르지 못할 목표를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낮은 목표를 설정해도 못 오르는 건 같으니까요.”
곽종군은 머리를 툭툭 치면서 속으로 저걸 죽일까 살릴까, 처음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목을 가다듬고 화제를 돌렸다.
“흠, 내 정신 좀 보게.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
“교감신경 흥분 말씀이십니까?”
“그전에.”
“제 생각을 물으셨죠.”
“조금 더 전. 아, 그래 생각났네. 그 외국 환자 연락되었나?”
“확인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확인한 능연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직 답장이 없······. 곽 주임님?”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곽 주임은 사라지고 없었고, 적막한 의국에 녹색 식물 화분 몇 개만 덩그러니 있었다. 누가 막 물을 줬는지, 촉촉이 젖어서 바닥으로 물을 뚝뚝 흘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