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국은 의국에서 화분이 놓인 작은 창틀을 닦은 다음 눈이 휘어지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둘러봤다.
“여러분, 발표할 것이 있습니다. 원무과에서 방금 확인해 준 상황인데요, 진료 신청서 4건이 도착했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케냐, 에콰도르, 자메이카 환자가 속속 우리 응급 의학과로 찾아올 것입니다. 모두 정신 차리고 힘을 내서 맞이합시다.”
사람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외국 환자가 일부러 오는 거 아닙니까?! 멋지군요!”
“이거 플러스 요인 아닙니까?”
“수부외과도 일부러 외국에서 오는 환자는 없잖습니까!”
“전에는 금서 주임을 지명해서 온 적 있는데, 요즘은 없지.”
곽종군은 잇몸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 환자 모두 능연 선생 때문에 오는 겁니다. 우리 능연 선생 아킬레스건 수술은 이제 정말 세계 일류라고 말할 수 있죠.”
곽종군이 손뼉을 치기 시작하자 진료과 의사들도 매우 협조적으로 다시 손뼉 쳤다.
“지금은 응급센터로 승급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성공하면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 승진, 연수 기회가 있습니다. 연봉 상승, 보너스 모두 가능성 있습니다.”
그제야 진실한 박수 소리가 울렸다.
“그러니 지금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케냐, 자메이카 모두 육상 대국이죠. 거기서 오는 선수들이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족할 만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협력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며······.”
곽종군의 말은 점점 진지해졌고, 같은 주임 의사인 도 주임도 자리에서 일어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곽 주임님이 말씀하시는 의료 서비스란 그저 수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수술 전후기의 케어 등등 모든 방면에도 여러분이 주의를 기울여 우리 과의 경쟁력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곽종군은 보조의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능연을 거론했다.
“능 선생, 자네가 이리 나와서 이번 국제 진료 건, 자초지종을 설명해보게.”
“아, 네. 상해에서 국제 스포츠 의학 정형외과 학술회의에 참석했을 시기에 만나게 된 외국 의사들이 있습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 이미 여러 외국 운동선수와 스포츠 애호가들 수술을 했고요.”
능연은 선생님에게 호명된 학생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고 아까워라. 아, 미안하네. 천천히 이야기하게. 계속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던 곽종군이 손사래를 쳤다.
“이번에 메일 6통을 받게 되었고, 운화 병원으로 와서 수술을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험 메일과 함께 관련된 자료를 보냈고, 불합격한 환자 두 명은 시험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자, 잠시만. 외국 선수 두 명을 거절했다고?”
곽종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한 명은 운동선수고 한 명은 아마추어 선수입니다.”
능연이 태연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곽 주임님, 심호흡! 후하후하!”
“곽 주임님, 앉으세요. 물 좀 드시고요.”
“곽 주임, 화내지 말고 할 말 있어도 좋게, 좋게 하게.”
사람들은 응급센터 설립 일보 직전에 곽종군이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다들 나서서 그를 설득했다.
“능연아.”
한참 숨을 껄떡이던 곽종군이 능연을 불렀다.
“조금 전에 무슨 시험 이야기한 거, 입원하고 난 다음 이야기 아니었나? 입원도 하기 전에 시험을 보다니, 꼭 그래야만 했나?!”
“네. 그래야만 했습니다.”
“응? 왜? 이유는?”
“멀리서 오는데 입원한 다음에 불합격해서 돌아가게 되면 불합리하잖습니까?”
곽종군은 말문이 막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능연, 시험 문제 꺼내 봐.”
“네.”
곁에 있던 주 선생이 하는 말에 능연은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에 첨부했던 파일을 열었다. 곽종군을 비롯한 사람들이 슬금슬금 그쪽으로 다가갔다.
역시나 간단한 문제였다.
- 아킬레스건 수술 3주 후에야 깁스를 풀 수 있다. (O, X 선택)
- 아킬레스건 수술 후, 침대에서 꼼짝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 (O, X 선택)
- 아킬레스건 수술 후,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제를 먹어도 된다. (O, X 선택)
영어 제목이라 읽기 조금 힘들긴 해도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 대강 훑어본 곽종군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간단한 문제도 못 푼다고?”
“다 O 아니야?”
주 선생의 말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두 선수는 이런 문제도 못 풀었다는 거지? 영어를 모르는 거 아니고?”
“주치의들이 번역해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주치의는 선수들이 병원의 제도를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간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메일 좀 봐도 되겠나?”
곽종군은 혹시라도 능연이 말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 걱정되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일을 불러냈다.
묵묵히 메일을 다 읽은 곽종군은 몸을 일으켜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시험 제도, 잘 살리면 좋을 것 같군.”
“맞습니다. 주의사항도 안 지키는 녀석들은 병원 명성에 해만 됩니다. 나중에 돈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고요.”
“고소라도 당하면 큰일이지. 끝장이라고.”
“역시 능 선생처럼 엄격한 사람이라야 국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거였어!”
능연은 아무 말 없이 사람들의 칭찬을 듣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에겐 어릴 때부터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받아온 칭찬, 존경, 아부의 최고치는 바로 어느 대강당에서였다. 아역 스타 선발전에 참석했던 그때, 능연은 등장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기록을 세웠고,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끝난 다음에도 기록을 경신하는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에 선발전에서 탈퇴하겠다는 선언을 했을 때는, 기록의 몇 배는 더 되는 박수를 받았고.
그때와 비교하면, 눈앞에 이 좁디좁은 의국에서 의사 열 몇 명의 아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