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케냐에서 온 선수가 가장 먼저 운화 병원에 도착했다.
곽종군은 조용하지만 진지하게 홍보를 준비했고, 엄선된 주임 의사 10명과 병원 고위층이 병원에서 가장 큰 1번 수술방으로 몰려 들어가 능연이 외국 선수에게 아킬레스건 수술을 진행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운화 병원은 상해 병원처럼 자주 외국인을 자르고 꿰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물론 거기에 동남아시아 쪽 임산부는 포함하지 않는다. 그들은 신분증이 없어서 출산이 임박해야 병원으로 오고, 중국 의료 보험도 없고 신분을 증명할 외국인 신분증도 없었다. 그러니 신분 증명을 해봐야 본국으로 송환되기 때문에 서로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운화 병원으로서는 케냐 운동선수는 굉장히 좋은 홍보 수단이었다.
병원 고위층도 곽종군이 물어온 이번 수술을 매우 환영했고, 오직 수부외과 주임만 조금 언짢아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냥 언짢아할 뿐이고 거기서 끝이었다. 운화 병원 정형외과는 진작에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포기했고, 애초에 그런 작은 수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스포츠 의학은 더욱 까다로운 문제였고.
창서 방송국 촬영 기자도 이 흥분된, 시대를 초월하는 장면을 기록으로 남겨 둘 수 있도록 초대되었다. 촬영 기자는 어슬렁어슬렁 촬영 장비를 세팅하고 의사들이 장비를 뒤집어씌운 투명 비닐을 잘라내 프레임을 만드는 걸 따분한 듯 바라봤다.
운화 병원에는 지극히 중요한 순간일지 모르나, 창서성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라서, 개인 친분이 아니었다면 이런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촬영 기자는 촬영 장비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카메라도 꺼냈다.
“이따 중요한 부분 나오면 좀 알려 주시죠.”
“예, 그러겠습니다.”
곽종군보다 더 기자를 중시하는 의교과 뇌 주임이 재빨리 밑에 주임들에게 눈짓했다.
“준비됐습니까?”
“됐습니다. 수술 시작해도 됩니다.”
능연이 양팔을 치켜들고 수술실로 들어오면서 묻는 말에 마연린, 여원이 퍼스트, 세컨드 어시 자격으로 앞으로 나섰다. 둘 다 전공으로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선택했으니 모든 아킬레스건 수술의 어시 자리에 설 예정이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무균 수술복을 걸치고 수술대 앞에 섰다. 수술대는 이미 익숙한 높이로 세팅된 채, 트레이 가득 수술 도구가 놓여 있었다.
“시작합니다.”
능연은 펜을 집어 들어 환자 다리에 선을 긋고 이어서 메스를 집었다. 메스가 신기(神器)처럼 번쩍 빛났고, 능연이 환자 다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별처럼 반짝 빛났다.
촬영 기자는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목에 걸고 있던 단렌즈 카메라를 들었다.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면서 옆 사람도 알아들을 수 없이 쉴 새 없이 ‘완전 멋져’를 반복했다.
그는 젊었을 때 야생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교미하는 수사슴을 찍었을 때처럼 긴장했다.
“저기, 아직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만.”
뇌 주임은 수술대를 떠난 지 한참 됐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판단력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촬영 기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촬영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그도 기본적인 판단력이 있었다.
곽종군은 뿌듯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그쪽을 바라봤다. 그런 기자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촬영될 영상의 홍보 가치는 진작에 계산된 일이었다.
곽종군은 이번 능연의 수술을 대단히 중시했다. 그래서 능연은 이미 능숙한 수술이지만 경의를 표하기로 했다. 15cm짜리 S형 절개구가 바로 대단히 충분하게, 대단한 경의를 표시한 증거였다.
그러나 곽종군을 포함한 의사들은 대단히 놀랐다. 의사들은 작은 절개구를 선호한다. 일반 외과 수술은 개복에서 작은 절개구로, 작은 절개구에서 복강경으로 진화했으며, 심지어 복강경도 5개 구멍에서 2개로 진화했다.
복잡한 흉부외과 수술도 복강경 수술을 응용하기 시작했고, 수천만에 달하는 다빈치 기계가 작은 구멍 하나로 큰 수술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관상동맥 우회 수술도 주류 수술 방안은 모두 개흉해서 늑골 아래 작은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변했다.
그런데 아킬레스건 보건술에서 15cm 절개구를 낸다는 건, 운화 병원 고위층과 의사로서는 상상조차 한 적 없는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이게······ 능 선생은 큰 절개구를 좋아하는구나.”
정형외과 주임 하나가 껄껄 웃으며 말을 꺼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큰 절개구로 혈액 순환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도 한동안 능연을 따라다닌 연문빈이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았다.
“축-능 같은 소리······. 흠, 혈액 순환을 위해서라면 절개구를 작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충돌되지 않나.”
정형외과 주임이 팔짱을 끼고 비웃는 표정을 짓자 순간 연문빈의 말문이 막혔다. 그의 수준으로 주임 의사와 토론한다는 건 승패가 분명한 일이었다. 연문빈은 의대부터 계산해도 이제 10년 경력이었고, 주임 의사는 가볍게 30년을 뛰어넘었으니까. 거기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형외과 의사가 훤히 꿰고 있는 아킬레스건 보건술이었다.
곽종군의 불대포가 오토 시스템으로 방향을 조준했다.
“모르면 이제 배우면 되지 않은가. 유위신을 대형 절개구로 수술했으니, 케냐 선수도 대형 절개구로 수술받으려고 온 것 아니겠나?”
불대포도 기술로 치면, 곽종군은 80년대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90년대에 고속 성장한 상태였다. 정형외과 주임은 제약 회사 직원을 굴리는 건 몰라도 완전체 곽 대포를 상대로는 아예 싸울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자 수술실은 잠시 안정 상태로 돌입했고, 촬영 기자만 멋지다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병원은 플래시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사진은 SD 카드 가득 채울 만큼 찍길 바라 마지않았다.
물론 촬영 기자는 많은 SD 카드를 들고 왔고, 하나씩 꽉꽉 채워가며 신나게 즐겼다.
수술대의 능연 팀은 점입가경에 이르렀다.
같은 수술을 하도 많이 해서 템포만 찾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 염려도 할 필요 없이 그냥 빠르게 슉슉 진행했다.
“마 선생님, 이어서 보강 봉합을 할까요, 말까요?”
조용한 수술실에 능연의 한마디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마연린은 하마터면 손을 삐끗할 뻔했다.
이거, 질문이니?
정말, 질문이니?
마연린은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능연을 바라봤다.
능연 맞는데? 이건 수술로 될 얼굴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 잘생긴 능 선생이 질문하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고?
상해에서 배워온 건가?
마연린은 괜히 여원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제대로 안 돌보고 무엇을 한 거죠? 멀쩡하던 능 선생이 상해에 다녀오더니 질문하잖아요.
“내 생각엔 보강 봉합을 해도 될, 것, 같, 아.”
마연린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상급 의사가 하급 의사에게 질문하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나 능연을 한참 따라다닌 마연린은 슬슬 그의 방식에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새로워졌다.
“왜요?”
능연이 아킬레스건을 치켜들어 마연린에게 내보이며 물었다. 마연린은 때려 맞췄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렇게 많은 주임 의사와 병원 고위층 앞에서 망신당할 순 없어!
마연린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환자 아킬레스건 파열된 쪽이 납작한 형태고, 지금 채택한 봉합법은 실의 장력을 섬유 사행(斜行) 장력으로 바꿔줘야 하는데, 보강 봉합을 하게 되면 아킬레스건 양쪽 항장력을 키울 수 있지.”
그는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최대한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능숙한 척했다. 능연은 그저 이야기를 들을 뿐, 아무런 티를 내지 않다가 그의 말이 끝나자 ‘일반 봉합으로 합니다.’ 하고 말했다.
“아, 왜?”
“실이 적을수록 조직 반응도 적어지니까요. 지금 아킬레스건 상태면 일반 봉합으로 충분합니다.”
간단하게 한마디로 말을 마친 능연은 계속 열심히 손을 놀렸다. 여원은 보란 듯이 마연린을 향해 웃어 보였다. 둘 다 아킬레스건을 선택한 의사로서 경쟁 관계임을 나타내는 행동이었다.
마연린은 곁눈으로 의사들을 훑어보았다. 다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능연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자신은 고작 훈련의일 뿐이고, 버릴 체면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능연을 잘 아는 곽종군도 흥미로워하며 지켜봤다. 능연이 자기 템포를 지극히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응급실에 있을 때 평범한 교통사고, 개한테 물린 상처, 마누라한테 베인 상처 같은 응급 상황을 처리할 때 그런 템포로 일을 한다. 환자로서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고, 의사로서도 아드레날린을 미친 듯이 분출하며 목소리까지 높아질 일이지만, 너무 여러 번 하다 보니 근육이 기억 형상 상태가 되어 동작이 오히려 느긋하게 보이게 된다.
그러나 병원의 전투력 높은 사람들 앞에서까지 저렇게 태연하게 자기 템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는 능연의 간이 매우 크다는 뜻이었다.
긴장, 걱정, 후회, 무모함, 이런 감정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느냐는 것도.
곽종군은 능연의 인생에 비슷한 상황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것까지 알 수 없었다. 보통 의사는 주치의, 부주임은 되어야 이런 공개 수술을 빈번하게 겪지만, 능연은 유치원 때부터 갖가지 공개 공연을 해왔다는 것도.
“여 선생님, 무슨 생각 합니까?”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는데, 이번엔 좀 매서웠다. 여원은 순간 당황해서 그를 바라봤다.
“제대로 잡으세요. 흔들지 말고. 어깨는 수평으로. 당겨요!”
능연은 여원의 신체 조건을 따라 지시를 내렸다. 능연과 수술하느라 148cm 여원이 받침대에 올라 고생하는 건 안다. 그렇지만, 여원은 다른 의사와 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
능연은 다시 입을 다물고 묵묵히 30분 동안 손을 놀렸다. 그리고 수술 종료를 선포한 다음, 직접 스킨 봉합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참관하던 의사들도 고개를 숙인 채 수술실을 떠났다.
“여러분, 어떤가요?”
문밖에서 곽종군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꽤 깔끔한 수술이군요.”
“노련하기도 하고.”
“젊음이 좋긴 좋구만.”
의사들이 분분히 이런저런 말을 찾아 칭찬했지만, 깊이 칭찬하기엔 또 무리가 있었다.
정형외과 주임 한성수가 입을 삐죽이더니 사람들이 더 발언하기 전에 목소리를 냈다.
“표준적인 아킬레스건 보건술 치고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이런 실력으로 유위신 선수랑 같은 효과를 낸다는 건 못 믿겠다네.”
능연이 그토록 티 나게 정형외과 영역을 침입한 것, 그것도 한발 먼저 나간 것에 한성수는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응급 의학과에서 단순히 아킬레스건 수술을 진행한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보형물을 쓸 필요 없고, 관절 교체도 필요 없는 수술은 해도 이익도 남지 않고 회복 시간만 길게 차지하는 계륵이었으니까.
그러나 스포츠 의학 범주로 접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위신의 이름값도 있고, 외국인이 역 출장 수술까지 오는 상황이다 보니 당연히 정형외과로서는 언짢을 수밖에 없었다.
“절개구는 길고, 상처는 크고, 보강 봉합도 안 하고······.”
한성수는 입을 삐쭉이며 말을 이었다.
“능연이 무슨 억지 같은 이유를 내놓는다고 해도, 내 생각엔 축-능 어쩌고 하는 이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아직 의논해야 할 점이 많아서 이렇게 부추길 일이 아니라고 보네.”
말할수록 속이 시원해지자 한성수는 아예 곽종군을 겨냥했다.
“응급 의학과를 응급센터로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잘 알고, 우리도 지지하네만, 젊은 의사 하나를 추켜세울 필요까지 있는가. 글쎄, 차라리 곽종군을 내세우지 그러나. 저런 애송이를 내세우지 말고.”
곽종군은 입을 삐죽이더니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지?”
그런 곽종군의 태도에 한성수는 저도 모르게 뜨끔해졌다.
“내일, 그리고 모레도 외국 환자가 온다네. 그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하세.”
한참 물끄러미 그를 보던 곽종군이 그렇게 말하자 한성수도 내심 한숨 돌렸다.
“사실로 이야기한다, 라. 좋지, 그러세.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해보세.”
“그렇지! 사실로 이야기하지!”
곽종군의 목소리가 묘하게 높아졌다.
“내 생각이네만, 한성수 자네도 수술 하나 하지 그러나? 환자를 같이 두고 회복되는 상황을 비교해 보자 이거야. 우리 응급 의학과에서 왜 아킬레스건 수술을 시작했겠나? 다 자네 정형외과에서 질질 끌면서 아킬레스건 수술 하나 제대로······.”
“질질 끈다니? 우리가 언제? 아니, 애초에 우리 때문에 아킬레스건을 시작한 것도 아니지 않나?”
“내가 아킬레스건 환자를 얼마나 많이 그쪽으로 보냈나? 그럴 때마다 얼마나 트랜스 됐고? 직접 하지도 않으면서 남도 못 하게 해? 심보 한 번 참!”
곽종군은 혀를 쯧 차고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미안합니다. 말이 좀 거칠었군요. 내 생각을 말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곽종군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바로 한성수를 쏘아댔다.
“내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아킬레스건 환자 그쪽으로 보내겠네.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면 두 손 들고 인정하라고! 나중에 비교 리포트를 써서······ 일반 방안이랑 축-능 방안을 비교해 보자고! 국내외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이 꽤 관심 가질걸?”
“누가 그딴 비교를 해! 나 바쁜 사람이야!”
한성수는 벌써 목소리를 낮췄고, 하고 싶은 말들을 현명하게 꾹꾹 눌렀다. 말싸움은 몰라도, 정말 그런 비교까지 해야 한다면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 없을 테니까.
한성수가 멧돼지에게 찍혀서 털을 곧추세운 고슴도치 꼴로 부르르 떨고 있는 걸 본 곽종군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내일 환자는 오늘처럼 의료비 감면 환자지만, 모레 오는 환자는 정식 비용 받는 환자라네. 케냐 프로 육상 선수고. 국제 의료는 이제 모든 병원의 발전 가능성 아니겠나? 우리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 미래의 응급센터가 창서성, 그리고 전국에서 탑급에 들길 바라고 있다네!”
곽종군은 그 자리에서 다음 수술 이야기를 꺼냈고, 의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운화 병원 같은 지역 정상급 병원이 외국 환자의 주목을 받는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
다음 날. 정형외과는 응급 의학과에서 트랜스 된 아킬레스건 환자를 거절했다.
정상 절차대로라면 응급 의학과에서 받은 모든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는 정형외과로 보내야 한다. 정형외과에서 거절하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그러나 정말로 능연과 비교당할까 봐, 한성수 주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곽종군을 너무 잘 알았다. 곽종군은 누군가를 저격하기 위해서는 논문도 쓸 사람이었다. 거기다 곽종군이 인원을 꾸리면 논문 한 트럭도 대수가 아니었다.
운화 병원 곽종군 주임의 논문은 불대포 전집이라는 걸 운화 시와 창서성 병원 의사들은 다 알았다. 사람을 저격할 수 없는 논문 따위, 시간 투자해서 쓸 곽종군이 아니었다.
그러니 환자를 받았다가는, 두 달 뒤 어느 대단한 회의 석상에서 곽종군이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과 일반 아킬레스건 보건술의 차이>라는 글을 읽으며 자신의 수술 내용을 비교할 것은 안 봐도 훤했다.
내가 맞이할 결과는 저격당해 곽종군과 같이 죽는 거밖에 없겠지!
“앞으로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안 한다고 정형외과에서 그러던데요?”
연문빈이 뿌듯한 얼굴로 보고했다. 정형외과에 갈 때만 해도 벌벌 떨면서 갔으면서, 지금은 개선 대장군처럼 당당했다.
“한 건도?”
“네, 한 건도 안 하겠답니다.”
연문빈이 실실 웃었다.
“음, 안 하면 우리가 하면 되지. 우리가 뺏는 것도 아니잖아? 구급차로 온 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낼 이유도 없잖아? 흥, 내가 요즘 응급센터 때문에 바빠서 옥신각신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운 좋은 줄 알아라.”
곽종군의 모습에 의국에 있던 의사들이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았다. 다른 사람한테 우리 곽 주임님이 옥신각신할 시간이 없대요, 라고 해도 믿을 사람 하나 없으리라.
“여원!”
“네!”
곽종군이 부르자 여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폴짝 뛰어서 위치를 알렸다.
“자네도 능연이랑 아킬레스건 수술 제법 했지? 아까 연문빈이 한 말도 들었지? 앞으로 우리 병원 아킬레스건 수술은 모두 우리가 한다. 능연 없을 땐 자네가 책임져야 한다네, 알겠나?”
“예? 저······ 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원은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말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자네 이름을 원무과에 넘겼네. 내일부터 자네는 치프 레지던트 듀티대로 근무할 거야. 문제 있나?”
“없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곽종군의 말에 여원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냉큼 대답했다.
운화 병원 치프 레지던트는 8개월에서 10개월 혹은 더 길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얼마가 됐든, 치프 생활을 겪어야 주치의가 될 수 있으니, 이건 여원의 승진과 연관된 문제였다. 능연 팀에 들어간 덕분에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앞으로 사흘 연속 매일 외국 환자 수술이 있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지 없는지, 이번 기회에 달렸다네!”
곽종군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의사들은 별 기대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들이 하는 수술도 아니고, 어시를 할 것도 아니고 정신을 차리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 할 건 담당 간호사와 조무사들이었다.
곽종군도 그러려니 했다.
의사들은 다른 직종과 달리 원래 그렇게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의사가 진료 과정에 직업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일일이 지켜볼 수도 없다. 주임들도 자기가 없는 자리에서 의사들이 어떤 태도로 진료할지 장담할 수 없고. 주임이라고 해도 직업 정신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니까.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 자체가 여전히 일정 도덕 규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반사회적 성격이 아닌 의사는 적어도 어느 정도 직업 윤리를 가진다. 다만 진심을 다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이었다.
“응? 능 선생은 어디 갔나?”
곽종군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직업 정신이 가장 투철한 능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무심코 물었다.
“소가 식당 갔습니다.”
“아직 근무 시간인데 롱샤 먹으러 갔단 말인가?!”
조낙의가 실실 웃으며 하는 말에 시간을 힐끔 본 곽종군은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꼬치 먹으러 갔습니다.”
외모가 평범한 나머지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는 레지던트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롱샤냐 꼬치냐 따지는 중인가?”
곽종군은 고슴도치 가시가 날카롭게 돋친 모습으로 누가 그 말을 한 건지 찾았지만, 결국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비용을 자기가 부담하는 자메이카 환자가 담당 의사랑 같이 와서 주 선생님이 밥 한 끼 대접해야 한다고 해서 능 선생도 어쩔 수 없이 간 겁니다.”
“어쩐지, 능연이 그럴······. 흠, 주 선생 돌아오면 내가 보잔다고 전해.”
여원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하는 말에 곽종군은 가시를 흩뿌리며 휙 사라졌다.
“나 때문에 주 선생님 혼나는 거 아니겠지?”
“괜찮아, 주 선생님은 이미 익숙해서 알아서 하실 거야.”
같은 3년 차 선임 레지던트인 정배가 하는 말에 잠시 생각하던 여원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 선생님이 곽 대포 방어 능력이 없었으면, 벌써 죽었을 거야. 주 선생님이 살아 있다는 건······. 흠, 정배 말이 맞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