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띠띠띠, 띠띠띠띠.
뚜뚜뚜뚜.
웅웅웅, 웅웅웅.
삐리리리리리.
머리맡에 알람 시계 네 개가 동시에 울리자, 좌자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맑고 또렷한 새카만 눈동자로 눈도 깜빡이지 않고 등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비벼 열을 올린 다음 얼굴을 문지르고, 심장을 문지르다가 몸이 따듯해지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갑 병원 주임인 동기가 가르쳐준 방법이었다. 자주 추가 근무하고 항상 응급 상태인 삼갑 병원 의사들은 아침에 일어나거나 한숨 자다가 중간에 깼을 때 항상 그 방법을 사용했다.
좌자전은 추가 근무도 없고 야간 수술도 없었지만, 상사 시중들기 위해 삼갑 병원 외과의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는 일이 허다했다. 이 방법을 배운 후 쉽게 일어나게 되어서 밤을 더 잘 새우고 상사 시중을 더 잘 들게 되었다.
어찌 됐든 마흔 넘은 사람이니 서른 넘은 상사 모시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이 든 티가 났다.
시계를 보니 막 새벽 두 시를 지난 시간이었다.
좌자전은 사악하게 웃더니 침대에서 내려와 깔끔하게 차려입고, 지난밤 신경 써서 사 온 유명 맛집 소롱포를 냉장고에서 꺼내 미니 찜통에 넣어서 병원으로 향했다.
2시 40분.
응급 병동의 대문으로 들어가며 당직 의사와 간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전날 미리 봐둔 휴게실로 곧장 들어갔다. 찜솥을 꺼내 찜통을 넣어놓고 부담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폴폴 김이 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득 창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낮게 들렸다.
휴게실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니, 롤스로이스에서 내리는 능연이 보였다.
좌자전은 그대로 멍하니 바라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냥 롤스로이스가 아니라 롤스로이스 팬텀이었다. 이전에 살던 마을에 광산이 있었는데, 광산 주인 중 제일 부자가 그 차를 탔던 터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흠, 간판 따러 온 놈은 다르군.”
부러워 죽겠다는 듯 꿍얼거리던 좌자전은 금세 차분한 상태로 돌아왔다. 올해 42살, 마지막 힘을 동원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한 좌자전에게 롤스로이스는 애초에 오를 수 없는 나무였다.
“능 선생님!”
“안녕하세요, 능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능 선생님.”
문 앞에 서 있던 간호사들이 뻐꾸기처럼 다정하고 귀엽게 능연에게 인사했다. 그보다 일찍 들어온 좌자전에게는 아무도 인사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운화 삼갑 병원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는군. 저 간판족은 대체 어떻게 했길래 저런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던 좌자전은 그것보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는 사람이 왜 병원에서 간판이나 따려고 저러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사회에서 의사의 지위가 낮은 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민 사이에 그런 것이다. 도시 중산 계급까지는 그래도 의사도 괜찮다 할 것이다. 그러나 롤스로이스를 타는 집안에서 무엇 하러 의사를 한단 말인가.
새벽 3시에 출근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병원에 들어온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오셨어요?”
휴게실로 들어오다가 더 일찍 나온 좌자전을 본 능연이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인사를 건넸다.
“어, 이제 막 왔어. 아침으로 소롱포 가지고 왔는데, 능 선생 고기가 좋아? 채소가 좋아? 유명한 집에서 산 거야. 내가 주방에 가본 적 있는데 재료도 따지는 집이지.”
좌자전이 다급하게 찜통 안에 있는 소롱포를 내왔다.
“괜찮습니다. 차에서 먹었습니다.”
“응?”
“아까 부른 택시, 아침도 준비했더라고요. 어서 드세요. 드시고 너무 늦지 않게 수술실로 오시고요.”
말을 끝낸 능연은 바로 하얀 가운으로 갈아입고 곧장 수술실로 향했다. 남겨진 채 한참 멍하니 있던 좌자전은 발을 구르고는 씩씩대며 소롱포를 먹고 수술실로 갔다.
헐레벌떡 수술 구역으로 들어가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자마자 어딘가에서 족발 냄새가 났다.
넓은 수술 구역에는 메인인 수술실 네 개 외에 외제 비품 창고, 약품 창고, 소독 창고 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휴게실, 샤위실, 화장실, 그리고 의사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었다.
좌자전은 식당이 이렇게 일찍 문을 열었나, 잠시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서둘러 임시 사원증으로 수술복을 받아서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벌써 수술이 끝나가는 중이었다.
능연 맞은편엔 퍼스트 어시 연문빈이 있었다.
“오, 신입!”
“안녕하십니까.”
연문빈이 활짝 웃으면서 반기자 좌자전은 겸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와서 훅 잡으세요. 여 선생님은 이쪽으로 오시고요.”
능연은 그들이 대화를 나눌 시간을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지시하고는 바로 다시 수술에 집중했다. 연문빈도 신입을 골릴 기운이 없어서 그냥 실실 웃고 말았다.
새벽 3시 수술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의사는 없었다. 능연 빼고. 운화 병원에서 유명한 수술광들도 새벽 4시는 넘어야 수술을 시작했다. 밤샘 수술인 경우는 3시 정도까지 하니까 지금도 옆 수술실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수술광도 앞으로 몇 년 안에 지쳐 쓰러지겠지.
좌자전은 스크럽 간호사가 넘겨주는 훅을 멀뚱멀뚱 건네받았다. 다른 의료 기구처럼 훅도 은색 스테인리스 재질이었고, 훅 중간은 평탄하고 양쪽은 커브가 지고 끝이 갈퀴 모양이었다. 어린아이가 팔을 곧게 펴고 네 손가락을 직각으로 구부린 모양처럼 말이다.
좌자전은 오랫동안 이런 훅을 다루지 않았다. 환자들이 진찰은 받으러 와도 수술은 마을 위생 병원에서 하지 않았다. 정 재수 없이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거즈나 지혈대를 메스보다 많이 쓰고,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훅도 어시스턴트가 쓴다. 그것도 어시스턴트가 있어야 말이지만.
“훅!”
“아, 네!”
수술실에서 말이 거의 없는 능연의 말투는 거의 명령조였다. 좌자전은 다급하게 대답하고는 힘껏 훅을 당겼다. 훅맨은 힘든 작업이라 젊은 의사들도 훅맨으로 수술 한 번 하고 나면 땀에 등이 젖을 정도였다.
자기 힘이 젊은 사람에 못 미치는 걸 잘 아는 좌자전은 최대한 힘을 주어 버틸 수밖에 없었다. 훅을 잡아당기는 강도가 충분해지자 능연도 입을 다물었다.
20분, 30분.
좌자전은 양손에 감각이 없어졌지만, 고개를 숙인 채 버텼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상사 아들 로봇이나 조립하는 것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40분, 1시간.
좌자전은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변함없이 눈을 부릅뜨고 능연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많이 배워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스무 살 의사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버텼다. 높은 분들 음식 대접하려고 사무실 앞에서 몇 시간도 서 있었는데 이게 뭐라고.
1시간 반, 두 시간.
이제 온몸에 느낌이 없었고 근육이 덜덜 떨렸다. 마누라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했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 마누라는 노발대발했고, 높은 분은 독설을 내뱉고는 서둘러 사라졌다. 그리고······ 알고 보니 높은 분은 독설만 잘 내뱉는 게 아니었다.
“음, 이 정도면 됐습니다.”
능연의 목소리에 좌자전이 현실로 돌아왔다. 마취의는 크게 하품을 하고는 시계를 봤다.
“딱 두 시간이네. 뭐 문제 있었어?”
“몇 군데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피 뿜는 줄 알았다, 난.”
“출혈이 있었으면 먼저 잡았겠죠.”
마취의, 연문빈, 능연이 하는 말에 좌자전은 조금 전 수술이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멍하니 그들을 쳐다봤다. 외과 수술을 안 한 지 오래됐으니 아킬레스건 수술은 당연히 생소했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아킬레스건 수술은 더더욱.
요즘은 간판족도 힘들구나.
좌자전은 5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 선생님, 스킨 봉합하시고, 신입은 저랑 가시죠.”
능연은 아직 좌자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검사를 끝낸 능연이 기구를 내려놓고 수술실 밖으로 나가자 좌자전이 다급하게 따라갔다.
“고생했어.”
“네.”
“마사지 좀 해줄까? 내가 출신이 마을 병원이라서 그렇지, 북경 한의사한테 배운 적 있어.”
“시간 없습니다.”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게으름을 이겼다.
“괜찮아. 시간이 길든 짧든 다 방법이 있어.”
능연이 거절하자 좌자전은 젊은 의사라 사람 부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미소 지었다.
잘됐군, 이래야 좀 편하지. 구슬리기도 쉽고.
“아까 수술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겼습니다.”
한마디 툭 던진 능연이 손을 씻으러 가자 좌자전은 어리둥절하며 따라 손을 씻었다. 능연이 맞은편 수술실로 들어가자, 환자는 벌써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두 번째 아킬레스건 보건술.”
마취의와 확인을 마친 능연이 바로 팔을 뻗어 메스를 요구했고, 좌자전이 눈을 껌뻑이는 사이 S형 긴 절개구를 그었다.
“또 한다고?”
“오늘 아침에 총 4건입니다. 체력 분배하세요.”
머리가 핑 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