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17화 (198/877)

능연은 오후에 병원에 들러 한 바퀴 돌면서 ‘진심 어린 감사’ 상자를 거두고 창서 제약에서 보낸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 출장 수술을 나가는 좌자전은 흥분해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나란히 걷다가 빨리 갔다가 또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뒤처지는 다람쥐 같은 좌자전의 모습에 여원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들고 있던 가방을 그에게 건넸다.

“활기가 넘치시네요. 이거 가지고 계세요.”

“이게 뭔데?”

“주임님이 능 선생에게 선물한 기관지 절개 키트요. 칼날 빼고 모든 게 다 있습니다.”

“주임님이? 주임님이 능 선생한테 이렇게 잘해 주셔?”

여원은 한심한 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요.”

“응?”

“선생님 차례예요.”

여원이 좌자전을 앞으로 밀자 얼떨결에 밀려 나간 좌자전 앞에 항공사 지상 요원의 환한 얼굴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제가 멀미를 좀 해서. 앞자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자리를 거의 예약하셔서요. 앞자리가 없습니다. 14번째 줄 괜찮으세요?”

“아, 그럼 창가 자리로.”

“중간 자리밖에 없습니다. 창가 자리는 18번째 줄입니다.”

“그럼 비상 출구 앞자리도 괜찮습니다.”

사무적으로 대답하던 지상 근무 직원이 답답한 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일반적으로 젊은 손님을 그 근처에 앉힙니다. 18번째 줄 괜찮으십니까?”

그때 옆 라인 지상 근무 직원이 전화기를 들고 몇 마디 나누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능 선생님, 매니저님께 말씀드려서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드렸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자 지상 근무 직원이 나는 듯한 속도로 발권하고는 능연의 신분증 밑에 슬쩍 명함을 넣어 함께 건넸다.

등급 업그레이드되는 장면은 처음이라 좌자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능연을 바라봤고, 뒤에서 지상 근무 직원들이 소곤거리면서 능연의 외모에 감탄했다.

“일등석 자리가 남아서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네. 저렇게 멋진 남자를 오징어들이랑 같이 일반석에 둘 순 없잖아요.”

“어차피 안 팔리는 일등석인데, 저런 남자가 앉으면 일등석도 영광이지.”

“맞아, 맞아. 하아, 일등석 스튜어디스만 좋겠네. 쯧.”

능연은 배낭을 뒤로 메고 느릿느릿 여원과 좌자전의 뒤를 따랐다.

“아, 사람들이 다 나를 보는 거 같아.”

“괘, 괜찮아요. 우리가 아니라 능연을 보는 거예요.”

좌자전이 빳빳하게 굳어서 하는 말에 여원은 주먹을 불끈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알아. 그래도 긴장되네. 하아, 진짜 능연 쟤는 이런 걸 어떻게 견디지? 어딜 가든 사람들이 바라보는 인생이라니.”

“괴롭겠죠.”

여원은 저도 모르게 동정하는 마음이 들어서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너는 일등석이라 일등석 라인으로 가면 돼.”

좌자전과 함께 길고 긴 보안 검색 줄 뒤에 선 여원이 맨 끝에 거의 사람 없는 통로를 가리켰다. 능연이 그제야 깨달은 듯 비행기 표를 고쳐 쥐고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제복을 입은 공항 요원이 능연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시죠.”

여자는 능연의 비행기 표에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능연을 일등석 통로로 안내했다.

“두 번째 홍시.”

여원은 좌자전을 바라보며 홍시가 떨어지는 동작을 해 보였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바라볼 시간이 별로 없겠네.”

통로 안으로 사라진 능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좌자전이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 여원과 좌자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두 분도 이쪽으로 오시죠.”

잠시 후, 공항 제복을 입은 여자가 두 사람을 데리고 일등석 전용 통로를 통과했다.

“세 번째 홍시는 이웃에게 나눠주는군요.”

여원은 좌자전을 향해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와 함께 하이패스 우대를 즐겼다.

VIP룸에 도착해 보니 능연은 무릎을 꿇은 스튜어디스의 라면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네 개째.”

능연은 곧 우선 탑승 자격을 얻었다.

“다섯.”

비행 중에 능연은 풀 케어를 받으며 업그레이드에 포함되지 않는 일등석 식사와 담요 세 개를 받았다.

“여섯.”

비행기가 도착하자 능연은 가장 먼저 비행기에서 내렸고 공항 건물까지 들어가는 전용 자동차 서비스를 받았다.

“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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