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18화 (199/877)

제성시 병원에서 제공한 차에 올라탈 때까지 능연은 여전히 배낭을 뒤로 메고 있었다. 후광이 비추는 그 모습에 여원과 좌자전 두 사람의 인생관, 가치관이 강렬하게 흔들렸다.

좌자전은 그동안 비용을 모두 계산하고 묵묵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800위안짜리 비행기 표를 샀는데 5,800위안짜리 승객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받다니. 다른 사람들은 뭐 때문에 5,000위안 더 벌어서 쓴 걸까?”

“못생김 때문이죠.”

여원은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고 창밖을 바라봤지만, 어쩐지 세상의 불공평에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슬쩍 룸미러를 바라보는 좌자전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항공사에서 이렇게 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 거 같아. 불공평하잖아.”

좌자전은 문득 시골 생활을 떠올렸다. 거긴 누가 가서 일 처리를 하든 인상을 쓰고 대했다. 이 얼마나 공평한 일인가.

“하하하. 똑같은 똥가방을 메도 누가 메느냐에 따라 돈지랄인지 아닌지가 달라지는데, 공평이고 불공평이고 무슨 의미가 있어요.”

“여 선생! 물들었구만. 이 세상의 홍시에 물들었어.”

“다 똑같은 음식 먹고 싸는 똥도 다르잖아요. 심지어 같은 사람이 같은 음식 먹고 싸는 똥이 다를 수도 있는데, 어떻게 세상이 다 같겠어요. 그런데 공평을 따지면 뭐해요.”

“참, 특이하게 세상 이치를 설명하네.”

제성시 병원 정형외과 주임 용풍요는 능연 일행을 뜨겁게 반겼다.

상해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의학 정형외과 학술 대회’에 참석했었던 그는 능연의 수술도 봤었고 그에 대해 다른 의사들과 토론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운화 병원이 정말로 국제 진료를 시작했고 성과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능연을 초빙하기로 결정 내렸다.

새로운 수술 방법인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확실한 가치가 있다면 얼른 배워서 퍼트려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것이 바로 각종 의학 학술회의에 실력 있는 의사들이 참석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눈으로 본 것만큼 정확한 게 없다고, 명성이 중요하긴 해도 실제로 함께 학술회의에 참석하면서 교류하고 나면 더욱 적극적으로 출장 수술에 초빙하기 마련이었다.

직접 만나면 상대의 실력과 수준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상대가 정신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도무지 상대하기 까다롭고 성격 꼬인 의사는 다들 피하고 싶어 했으니까.

건장한 체격의 용풍요는 키가 크고 어깨도 떡 벌어져서 혼자 다리를 절단할 능력이 충분해 보이는 정형외과 의사였다. 그는 젊은 능연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모르는 눈치였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거의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용풍요는 무슨 화제를 찾아야 할지 몰랐다. 특히 준비해 온 화제를 능연이 깔끔하게 봉쇄해 버리자 분위기가 더욱 삭막해졌다. 그나마 좌자전 덕에 분위기가 완전히 엉망이 되는 건 면했다.

삼십 분 동안 탐색을 마친 용풍요는 모든 접대를 접고, 능연을 수술실로 보내기로 과감히 결정했다. 능연이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순간 온 세상이 조화로워졌다.

“절개구가 크기도 크네.”

“이야, 박리 기술 좀 봐.”

“오, 저렇게 꿰매는군.”

의사들에게 언어도 일종의 교류 방식이었지만,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묵묵히 수술을 끝낸 능연은 바로 새로운 수술을 하고, 이어서 세 번째 수술을 진행했다.

5시간이 지나자, 능연과 몇 마디밖에 나누지 않은 용풍요를 비롯한 의사들은 어쩐지 그와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외과 의사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말하는 걸 좋아해서 수술 중에 내내 떠드는 의사도 있고, 농담을 좋아해서 간호사들의 귀까지 벌게질 정도로 놀리는 의사도 있다. 그리고 드물긴 해도, 말수가 적은 의사도 있다. 용풍요를 비롯한 제성시 병원 의사는 평범한 의사들이 오히려 다른 의미로 편하다고 생각했다.

능연을 제대로 접대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 오히려 더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했다.

“능 선생 수술은 참 느낌 있군요.”

용풍요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라 모호하게 말을 꺼냈다.

“능 선생 수술은 섬세합니다.”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이 정도까지 하면 정상급이지요.”

사람들은 손님 대접을 하기 위해 최대한 칭찬했고, 능연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수술복을 벗었다. 그는 그런 칭찬에 완전히 면역된 사람이었다.

능연은 수술실에서 나가다가 문 앞에 붙은 수술 리스트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능 선생, 시간이 늦었네요. 일단 밥부터 먹을까요?”

“관절경 반월판 성형술도 하시네요?”

하하 웃으며 하는 용풍요의 말에도 능연은 리스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삼십 분 후, 관절경 수술 네 건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 예. 이것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요.”

“참관해도 되겠습니까?”

순간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는 용풍요의 모습에 좌자전이 헛기침하며 나섰다.

“능 선생, 그건 좀 그렇지. 나중에 운화 병원으로 돌아가서 하자고.”

“병상이 없는데요.”

“그래도 이렇게 다른 병원 수술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좌자전은 흘끔 용풍요의 표정을 살폈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리 없는 정형외과 주임 융풍요가 오히려 안심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능 선생이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합시다.”

능연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는 걸 본 융풍요는 고개를 돌려 지시를 내렸다.

“갈비가 됐는지 물어보고 오게. 식었으면 얼른 새로 만들고.”

그때 능연이 머뭇거리는 걸 눈치챈 좌자전이 냉큼 나섰다.

“용 주임님, 시간도 아까우니까 대충 먹으면 됩니다. 우리 능 선생은 어차피 술도 안 마시거든요. 병원 수술 구역에 휴게실 있지요?”

그리고 다시 힐끔 능연을 살핀 좌자전은 매우 만족스러운 듯한 그의 모습에 싱긋 미소 지었다.

역시 상사가 호불호가 없는 것보다 원칙을 따지는 게 훨씬 나았다.

좌자전은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다음 바로 구석으로 숨어서 품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능연, 호불호라고 적힌 항목 밑에 ‘반월판 성형술, 갈비(구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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