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20화 (201/877)

갈비로 배를 채운 의사들이 어슬렁어슬렁 수술실로 돌아갔다.

수술 준비를 하던 주치의 장붕의가 손을 씻고 수술복을 걸치고 안으로 들어가다가 능연도 똑같이 하는 걸 보고 흡족해하며 웃었다.

알콜겔로 손을 닦고 들어가는 의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몇몇 덜렁거리는 의사는 얼굴도 제대로 안 닦아서 스페인 고추 같은 붉은색이 입가에 남아 있기도 했다.

슬관절경 수술을 하려고 기다리던 환자가 넋 나간 표정으로 그런 의사들을 바라봤다.

“참관 좀 할 겁니다. 안심하세요.”

장붕의는 환자에게 설명한 다음 재빠르게 수술을 지휘했고 환자는 불안한 듯 의사들의 입가를 바라보다가 푸른색 벽을 보면서 차츰 진정했다.

능연은 자연스럽게 장붕의 맞은편에 서서 퍼스트 어시가 되었다. 원래 퍼스트로 예정된 의사가 주임을 힐끔 보고는 순순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능 선생, 다리에 지혈대 좀 걸어 주시겠어요?”

장붕의가 슬쩍 지시를 내리자 능연은 알겠다고 대답한 다음 파란 지혈대를 걸고 장붕의를 따라 시트를 깔았다. 집도 위치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능연은 별로 아쉽지 않았다. 아까 슬관절경 수술이 연달아 네 건 있는 걸 확인해 두었으니까.

장붕의는 펜으로 환자 피부에 슬개골, 외측 관절 간격, 부인대(副靭帶) 등 위치를 표기했다.

“능 선생, 어떻습니까?”

“전내측으로 들어가면 될 듯합니다.”

한참 자신감에 넘쳐 물었던 장붕의는 그 대답에 갑자기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환자는 외측 반월판 앞쪽에 문제가 있는데요?”

“네.”

그랜드마스터급 반월판 성형술, 전문가급 관절경 수술을 터득한 능연으로서는 장붕의가 선택한 수술 방법이 안전할지, 리스크가 있을지 문제일 뿐 그가 어디로 시작하든 전혀 문제없이 어시가 가능했다.

장붕의가 완전한 관절경 수술 실력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능연은 관찰하는 동시에 장붕의에게 협조하면서 적극적으로 의학 조공술을 시전했다.

장붕의는 점점 편해지는 자신을 느끼면서 단지 오늘 어쩐지 순조롭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의사들 눈에는 능연이 장붕의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내모는 것처럼 보였다.

삼십 분 후, 반월판 성형술이 종료됐다.

장붕의는 자기도 놀란 상태로 흥분해서 마스크를 벗고 미리 준비해둔 대사를 던졌다.

“나머지는 능 선생이 해요.”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장붕의는 수술실 밖에서 그제야 걸음을 멈췄고, 다른 의사가 자기를 칭찬하길 기대하며 기다렸다.

수술실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능 선생 관절경 수술도 참 잘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관절경 수술도 준비할 걸 그랬습니다. 그럼 6건은 준비했을 텐데요.”

용풍요 주임이 하하 웃으면서 겸손하게 말하자 능연이 눈을 번뜩였다.

“지금 해도 됩니다. 나머지 다 해치우죠.”

“그, 쓰읍. 환자하고 보호자가 비용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게 문제지요.”

용풍요는 여원 머리보다 더 굵은 팔뚝을 치켜들면서 그와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출장 수술에 필요한 비용은 환자가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사전에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아주 곤란해진다.

“원래 하려던 수술이 아니니까, 비용은 필요 없습니다.”

능연이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하자, 용풍요는 집도의를 바꾸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최소 절개구 반월판 성형술이고 다른 의사들도 능연이 직접 하는 걸 더 보고 싶어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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