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25화 (206/877)

그때 능연은 드디어 기관지 절개 환자를 만나서 재빠르고 정확하게 기관지 절개 수술을 하고는 또다시 무료하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일반 데브리망은 이제 그가 나서기 민망했고, 너무 심각한 환자는 감히 나서지 못하고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평범한 실습생 같았다. 너무 잘생긴 것만 빼고.

“능연!”

응급 의학과로 돌아온 곽종군은 자기 구역으로 돌아온 사자처럼 목청을 높였다.

“어이, 깜짝이야! 뭘 그렇게 고함을 질러!”

막 소리를 내려다가 한 박자 늦은 뇌 주임이 깜짝 놀란 가슴을 달래며 곽종군에게 버럭댔다. 곽종군은 꿈쩍도 하지 않고 목을 빳빳하게 90도로 세우고 뇌 주임을 바라봤다. 떠돌이 사자를 바라보는 당당한 사자처럼.

“왜? 그러면 안 돼?”

씨익 웃어 보인 곽종군은 빳빳이 고개를 돌리다가 능연과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빵끗 웃었다.

“능연, 특별 병동에 자네를 지명하고 온 환자가 있네. 반월판 성형술 말일세.”

“아, 그렇습니까? 바로 가겠습니다.”

능연은 두말없이 손을 씻고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아니, 아니! 기다려야 해! 존중을 표해야 하거든.”

“예? 존중이요?”

뇌 주임이 황급하게 말리자, 능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시간을 좀 더 줘야지. 그래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잖아. 보자마자, 예 그럼 수술합시다! 이러면 안 돼. 시간을 좀 끌어야지.”

능연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러나저러나 상관하는 성격이 아니라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슬관절경 하 반월판 성형술은 보통 20분에서 30분 걸리는데, 30분 일찍 준비할까요?”

“그 뜻이 아니라······.”

뇌 주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자, 우리 의교과로 예를 들어보겠네. 우리가 능 선생 필요한 거 있는지 물어보러 왔단 말이야? 그런데 우리가 그 필요한 걸 들어줬어. 그럼 우리가 그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맞지?”

“전 침대 필요합니다.”

능연이 필요한 걸 단호하게 말하자, 뇌 주임은 멍해져서 눈을 끔뻑였다. 아니 병원에 침대 안 모자란 과실이 어디 있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그게 아니라!”

“뇌 주임님은 침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중요하지! 내 말은 부탁할 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럼 응급 의학과가 응급센터로 승격할 수 있을까요?”

능연이 필요한 다른 걸 말했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둘이 짰지?”

뇌 주임은 한쪽에서 배를 잡고 웃는 곽 주임을 어이없이 바라봤다.

뇌 주임은 온 힘을 다해서 병상의 심연에서 벗어났다.

도무지 그가 승낙할 수 없는 문제였다. 운화병원 같은 대형 종합 병원은 성의 천만 인구를 감당하고, 엘리트 과는 심지어 부근 성의 환자까지 끌어들인다. 전면 개방했다가는 모든 진료과의 병상이 펑크가 날 것이다.

뇌 주임은 자조적인 어조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에 자넬 본 게 수부외과 연습실에서였지. 능연 자네가 쥐꼬리 봉합하는 것만 봐도 특별한 걸 알았지만, 일 년도 안 되어서 수술을 할 줄은 정말 몰랐네.”

능연은 그저 싱긋 웃기만 했다.

“지금 옛날 일 이야기해서 뭐하나. 수부외과 놈들 하나같이 머리가 굳어서 말이야. 전에 그런 소리 하지 않았던가? 쥐꼬리 봉합하는 놈 있으면 바로 받아드리겠다고. 그런데? 눈앞에 금을 뿌려도 주울 줄을 모르고 말이지. 쯧쯧.”

곽종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능연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자자, 충분히 기다리게 했네. 가자고.”

“아, 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곽종군의 뒤를 따랐다.

“의사 면허 시험 신청도 해놨으니 시간 내서 준비하게. 이론도 챙겨 놔야지. 면허 따고 나면 더 편해질 거야. 나중에 우리 응급센터만 설립되면 병상 수도 따라 올라갈 거고.”

“네.”

능연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뇌 주임도 할 수 없이 피식 웃고는 두 사람을 따라 특별 병동으로 향했다.

“저 친구한테 미리 말 좀 잘 해둬, 말실수하지 않도록!”

“직접 하지 왜?”

병동 문 앞에서 곽 주임을 잡고 뇌 주임이 하는 말에 곽 주임이 그를 흘끔 보았다.

“내 말을 듣겠나?”

“하하하, 그럼, 내 말은 듣겠나?”

뇌 주임이 쓴웃음을 짓자 곽종군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 사람 참 태연하네. 하이고 나, 원.”

“그럼 안 태연한 사람이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던가.”

뇌 주임은 정말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뜻이지, 뭐.”

의교과 주임인 뇌 주임은 원래 일선 의사를 관리할 책임이 있었다. 일반 일선 의사라면 이것저것 참견하겠지만, 실력 좋고 병원에서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는 의사는 아무래도 쉽게 참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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