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30화 (211/877)

왕 주임이 MRI를 찍고 돌아오자, 능연은 노트북에서 바로 원본을 열어 유심히 읽기 시작했다. 수술도 없는데 오락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그래서 필름을 좀 더 아껴 읽고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신호가 균일합니다. 회복이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럼 다 된 거네요?”

“며칠 더 두고 봐야 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문강의 질문에 능연은 가능한 한 정확하게 대답했다. 다른 의사의 대화 방식과 비교하면 능연의 직접적인 표현에 왕문강은 저도 모르게 능연을 좋게 평가했다.

“능 선생, 감사합니다.”

기분도 좋고, 능연의 말투에 진정성도 느낀 왕문강이 특별히 인사를 전했다.

“별말씀을요.”

능연은 언제나처럼 담담한 태도로 보호자를 대했다. 그럴수록 왕문강은 뭔가 부족한 것 같아져서, 잠시 후 전화기를 들어 운화병원 원장에게 특별히 능연을 칭찬했다. 전화를 끝낸 왕문강은 그제야 후련해진 기분이었다. 빚지는 기분은 딱 질색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왕문강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염 선생을 불러 나지막이 지시를 내렸다.

“이제 별일이 없어 보이니, 나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버지 잘 부탁드립니다.”

“예. 안심하십시오.”

원래 왕 주임을 돌보는 게 일인 염 선생도 대번 고개를 끄덕였다. 지시를 끝낸 왕문강은 딸을 불렀다.

“원원아, 참 잘하고 있구나. 아빠는 이제 일하러 가야 한······ 손에 그건 뭐냐?”

“잣이요.”

“브라질 잣이구나.”

왕문강은 길쭉한 잣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아빠?”

“아, 생각해 보니 아직 휴가가 며칠 남은 것 같구나. 응, 급할 것 없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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