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자신의 병실 구역이 생긴 후 다른 곳으로 거의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구역이 정해지면 그곳에 있는 것을 제일 안전하게 생각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그의 습관이었다. 적어도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줄어들 테니.
곽종군은 응급의학과 옛날 구역 절반을 능 팀에 넘겼다. 사실 어차피 응급의학과 관찰병실은 대부분 능연의 환자였음을 기정사실로 하여 지금은 더 명확히 했음에 불과했다.
그렇게 능연에게 본인의 고정 순시 구역이 생겼다. 그리고 능연이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에서 지키기만 하면 되자, 간호사들이 제일 기뻐했다. 짜증 나고 힘든 병원 업무를 하면서 잠시 즐거운 순간은 능연의 얼굴을 한 번 볼 때뿐이니 말이다.
간호사들은 전에 없이 열심히 업무에 임하며 능연의 합리적, 비합리적 정책을 집행했다. 손 소독과 슬리퍼에 이어, 의료기기를 여러 번 체크하는 정책도 내려왔고, 더욱 강화된 소독 제도가 그 뒤를 이었다.
원감과에서 정신 차렸을 때, 능 팀은 이미 완전한 별도 조직처럼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집행력은 괜찮네.”
능 팀 구역을 참관하러 온 원감과 의사가 병실 안 여기저기에 걸린 ‘손 씻기’ 표시를 보며 감탄했다. 전문성을 띤 다른 과 업무와 비교하면 원감과 작업은 사실 단순했다. 소독 방안 관리 감독 같은 큰 타이틀을 제외하면 그의 직무는 간단했다. 손을 씻자! 손을 씻자! 손을 씻자!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가 항상 씻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감과의 업무는 의료 서비스라기보다 행정 관리에 가까웠다. 그들은 종종 에너지와 체력을 소모하며 의사와 싸우고, 간호사와 다퉜다. 혹은 머리싸움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능 팀의 병실 구역을 본 원감과 간부들은 필이 오는 느낌이었다.
“음, 정말 잘하고 있군.”
“아이고, 간호사들도 들어오자마자 알콜겔을 쓰는군요!”
“보호자가······ 헐, 보호자들도 알콜겔을 바로 바르네?”
차분하게 관찰하던 원감과 간부들이 호들갑을 떨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원감과에서 오래 있다 보면, 종양과에 있는 것보다 절망을 느낀다. 종양 환자 중에는 낫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 고분고분 말은 들으니까. 원감과는 완전히 그 반대여서, 평생 원감과에서 일하면 성취감이란 눈곱만큼도 느끼지 못한다.
제일 중요한 건, 원감과가 하는 일은 아무리 세심하게 처리해도 한 번 긴장을 풀면 그동안 해왔던 일이 모두 의미 없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놔도 그대로 두면 병실의 청결 상태가 항상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충분한 교육을 받은 것 같은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보호자를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원감과 간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능연은 별 느낌 없는 듯 그저 웃기만 했다.
“다들 협조를 잘 해주십니다.”
순간 원감과 사람들의 안구에 습기가 가득 찼다. ‘협조’라는 두 글자는 원감과와 거리가 먼 단어였다.
“능 선생님, 안녕하세요.”
“능 선생님, 구기자 향 알콜겔 사 왔어요. 한 번 써보실래요?”
“능 선생님!”
지나가던 간호사들이 재잘재잘 인사하며 알콜겔을 건넸다. 능연은 웃으며 인사하고 그 자리에서 뚜껑을 열었다. 간호사 말대로 구기자 향이었다.
익숙한 그 냄새에 원감과 중년 간부들은 습기 가득 찬 안구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능 선생은 인간관계가 참 좋군요.”
원감과에서 제일 젊은 전인이 가장 먼저 구기자 향에서 빠져나왔다.
“능 선생 인간관계를 칭찬하는 건 또 처음 듣네요.”
곁에 있던 여원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고, 전인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너 언제 왔냐?”
“계속 있었는데요.”
147.5cm 여원이 고개를 들고 익숙한 듯 대꾸했다. 전인은 아무래도 자신의 시야 안에 이런 작은 생물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아아, 관찰력이 이렇게 별로시니까, 병원에 수시로 감염 사고가 일어나죠.”
여원의 말에 원감과 간부들은 털이 쭈뼛 솟는 느낌이었다.
“언제 감염 사고가 생겼지?”
“지난달이요.”
“6월에도······.”
“3월엔 산부인과에······.”
사람들은 자문자답하며 어깨가 쪼그라들었다. 병원에서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수시로 일어났다. 폐부 세균처럼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 가장 크며, 대형 삼갑 병원에서는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수준 높은 삼갑병원이라도 해도 전염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10% 이하 폐렴 감염률은 정상 수치로 간주했다.
물론 능력 있는 원감과에서 관리하면 발생 확률을 낮출 수는 있다. 주변을 둘러본 전인이 능연을 불렀다.
“능 선생, 차라리 우리 협조할까?”
“협조요?”
“능 팀 원감 컨트롤, 우리가 도와줄게.”
“원래 선생님들 일이잖아요.”
여원이 재빨리 한 마디하고는 바로 고개를 숙여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긴 한데, 능 선생 기준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잖아. 우리가 응급의학과 원감 컨트롤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협조하면서 서로 필요한 걸 취하자고.”
능연이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참 전부터 곁에 있던 제약 회사 사원이 황급하게 끼어들었다.
“능 선생님, 제어 표준이 다르면 쓰는 소모품도 다릅니다.”
운화병원 원감과는 원감과에서 구매한 자재가 있으니, 그들의 기준을 채택하면 응급의학과에서 막 구매한 소모품을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능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로서는 자기가 고른 알콜겔을 쓰고 싶은 게 당연했다.
저벅저벅.
좌자전이 종종걸음으로 핸드폰을 든 채 다른 한쪽 팔을 휘두르며 신속하게 능연 앞에 나타났다.
“능 선생! 잠시만.”
좌자전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원감과에서 협조하자고 한다고?”
“그렇습니다만. 누구?”
“능 선생 치료팀이랑요?”
“그렇습니다만, 누구?”
“저는 능 선생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능 선생, 우리끼리 관리를 잘하고 있으니까 원감과 관리받을 필요 없어. 그리고 관리받을 이유도 없고. 정 협력하려면 원감과가 우리 지시받고 움직여야지.”
전인은 멈칫하다가 버럭 화를 냈다.
“원감은 원래 원감과가 관리해야 하는데, 원감과가 치료팀 지시를 들으라니요!”
“계속 그래온 거 아닙니까?”
좌자전이 몸을 돌려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는 요즘 수술실에서 지내면서 삼갑병원이 돌아가는 상황을 충분히 파악했다. 원감과 같은 부서는 말로는 전체 병원의 감염을 방지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작업 플로우만 짜놓을 뿐, 실제로 운영하면 따르는 의사나 간호사가 아무도 없다.
결국, 원감과는 작업을 세분화해서 각 진료과에 전달하고, 각 진료과에서 실행하도록 한다. 과 주임이 그 지시를 들을지, 들어도 얼마나 들을지는 원감과에서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최대한 임무를 완성하려고 진료과에 사정하는 일도 생긴다. 소수 병원을 제외하고, 원감과는 진단의학과에도 못 미치는 최약체 과라고 할 수 있다.
“저기, 그러니까 누구신지?”
“능 팀 좌자전입니다.”
전인이 다시 묻자 좌자전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 시골 촌뜨기?!”
“협조하기 싫으신가 봅니다?”
“해야죠, 해야죠.”
좌자전의 안색이 흐려지자 원감과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
“그러니까요.”
좌자전이 기세 좋게 허리를 쭉 펴면서 껄껄 웃다가 휙 뒤를 돌아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자네 생각은?”
“그렇게 하세요.”
능 팀엔 능연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라 장기적으로 병원 감염 제어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 손 씻고 소독하는 것 외에 약품 관리, 창고 관리, 운송된 물품 관리 등등도 있으니 말이다. 능 팀 의사들이 거기까지 하고 싶지 않은 건 둘째치고 하고 싶어도 그럴 틈이 없다.
원감과로서도 유능한 치료팀이 원감을 제대로 시행해주는 것만 해도 바라 마지않던 일이다. 능연의 지시를 들으라는 부분은 잠시 버티다가 곧 포기했다.
“됐습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원감과 의사들은 능연과 악수를 주고받고는 후련해졌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기자 알콜겔을 꺼내 손바닥에 짜서 골고루 문질렀다.
“태생이 원감과 사람이네.”
전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좌자전이 헛기침하면서 끼어들었다.
“제가 한 말씀 드리죠.”
사람들이 습관성 경직 증상을 보였다.
“제 생각엔 말이죠, 문서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합동 성명 이런 거요. 명분이 서야 앞으로도 일이 쉽지 않겠습니까? 제갈량도 출병할 땐 출사표를 쓰지 않습니까.”
쌍방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자는 말에 거기까지 바라지 않는 원감과 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이고, 그런 건 잘할 줄 몰라서.”
“제가 압니다. 20년 동안 문서를 써 온 걸요. 하하하. 두 시간만 기다리세요. 이따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원감과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좌자전이 슝 하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