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군은 리모델링이 반쯤 끝난 응급센터 입구에서 어깨를 활짝 펴고 손님을 맞이했다.
그의 머리 위에 ‘운화 시 응급진단 의학 토론회’ 플래카드가 3층 높이에서 촤르륵 날리고 있었다.
‘시급’ 명의의 회의는 고급 제약 회사 직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단순한 촌닭들 수다의 장임을 업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치과 혹은 심장의학과는 응급진단 의학보다 기계나 약품이 좀 더 팔릴지 모르니 좀 더 신경 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곽종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정신은 오로지 그의 곁에 놓인 간판, 운화병원 응급센터에 쏠려 있었다.
곽종군 님은 자랑하고 싶어 사람을 초대한 것이었다. 그는 투표할 때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조사하듯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누가 왔는지 체크했다.
운화 시에 있는 병원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육군병원과 성립도 이런 때 비협조적으로 나올 리 없다. 성내 병원에서 온 병원들은 더욱 순종적이라 기본적으로 반대할 사람이 없다.
운화 삼갑병원 응급의학과는 그나마 자부심이 있지만, 창서성 내 다른 병원 응급의학과는 그럴만한 자신감이 없다. 이제 업무 편성도 모두 운화병원 응급센터에 귀속될 테니, 꽃바구니라도 보내놓으면 해로울 일은 없으리라 여길 것이다.
능연은 깔끔한 하얀 가운을 입고 곽종군 곁에 서 있어서 손님들은 멀리서도 쉽게 알아봤다.
“이분이 능 선생이군요.”
“곽 주임, 애제자를 선보일 생각이구만.”
“곽 주임, 우리 응급이 앞으로 잘 될지 말지 다 자네한테 달린 거 알지?”
귀빈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고, 곽종군은 가볍게 상대했다. 이 순간은 그가 몇 년간 리허설 해온 장면이었다. 20년 전, 여자들이 웨딩드레스 차림의 자신을 상상할 때, 곽종군은 머릿속에 자신의 대형 응급센터 설립 행사를 그려왔다.
물론, 고위층이 참석하는 그들만의 정식 행사는 며칠 전에 이미 거행했다. 그러나 진정한 행사는 오늘이고, 곽종군의 것이었다.
엄중!
엄숙!
그 자리엔 마음 맞는 동료, 주변을 둘러싼 부하, 아부 떠는 제약 회사 직원, 눈치 빠른 의사들이 있고 뭔지도 잘 모르면서 부러워하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곽종군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가슴을 폈고, 온몸의 세포까지 에너지에 넘쳤다.
띠리리리리.
능연의 핸드폰이 경쾌하게 울리자, 곽종군은 꿈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돌리고 그쪽을 바라봤다. 뒤에 있던 주치의 무리가 능연을 대신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포효하다가 목 비틀린 사자 왕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 목을 조른 동물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서 있느라 힘들지? 들어가서 좀 쉬게나.”
곽종군이 살짝 몸을 틀어서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말하자 능연은 네, 하고 핸드폰을 들고 전화 받으러 사라졌다. 줄을 서 있기 싫은 뒤에 있던 의사들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지만, 안타깝게도 곽종군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여보세요.”
능연은 예의 바르게 전화를 받았다.
“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장교혜라고 합니다. 맹설 씨 개인 매니저요. 오늘 오후에 마사지 예약을 좀 하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마사지 예약은 안 받는데요.”
능연이 의아한 듯 대답하자 전화 건너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이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능 선생님. 맹설 씨가 전화하라고 했습니다만.”
“아, 맹설이요?”
능연의 머릿속에 대스타 맹설의 경추 구조가 떠올랐다. 추나가 필요할 만큼 망가진 경추였다. 그러나 계획 밖의 일이라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능 선생님, 맹설 씨가 요즘 너무 바빠서, 이렇게 시간 빼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목이 너무 안 좋아요, 그래서 꼭 마사지를 철저히 받아야 하거든요.”
“마사지에 철저하다는 건 없습니다. 맹설 씨 경추는 마사지로 해결될 상태도 아니고요. 조금 나아질 뿐입니다.”
“그게 어디에요. 맹설 씨 요즘 잠도 못 자요.”
“불면증은 경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장교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지만, 능연은 엄숙하게 대답했다.
“능 선생님, 부탁 좀 드릴게요. 맹설 씨 진료 좀 해주세요.”
장교혜는 완전히 저자세로 나왔고, 능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 매니저 아니죠?”
“아니에요. 능 선생님, 꼭 해주셔야 해요. 아니면 다음에 전화 거는 게, 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능연은 한참 생각한 후에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능 선생님, 지금 맹설 씨가 비행기로 운화에 가고 있습니다. 두 시간 뒤에 도착할 거예요. 병원까지 가려면 한 세 시간? 제발 시간 좀 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능연은 긴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장교혜가 안절부절못하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간단하게 처리될 줄 알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맹설은 이미 비행기 안이라 연락도 안 되고
다른 의사는 대스타라는 말을 들으면 돈이라도 써서 진료하려고 할 텐데, 이런 의사가 어디 있담?
장교혜는 저도 모르게 불만이 생겨서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서 능연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능연에게 전화하기 전에 먼저 해야 했을 일인데, 대스타 매니저라 매일매일 바빠서 할 틈이 없었다. 핸드폰 웹브라우저에 ‘능연’, ‘능 선생’이 잔뜩 나타났고, 우선 아무거나 클릭했더니 능연과 유위신의 기사가 나왔다.
대단한 의사는 맞나 보네. 그래도 추나 기술에 대해선 말이 없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페이지를 클릭하자, 맨 위에 능연의 사진이 나왔다. 순간 그녀는 얼어붙은 듯 화면을 주시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붉어진 얼굴로 사진을 저장했다.
세 시간 후, 맹설이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운화병원에 나타났다. 막 리모델링한 운화병원엔 새로운 통로도 생겼고, 화단도 몇 군데 생겼다.
이리저리 맴돌아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자, 맹설은 아예 당당하게······ 후문으로 들어갔다.
맹설은 선글라스를 쓰고 스카프로 가렸지만, 늘씬하고 가는 허리에 긴 다리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의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모델도 초대했나?”
“응급센터 간판 건다고 모델을?”
“안 될 거 없잖아.”
“음······. 곽종군이라면 가능성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