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병동.
쭉 늘어진 평안수(平安樹: 녹나무과 상록교목)는 삐뚤빼뚤 서서 근무 서는 며칠 목욕 안 한 군인처럼 이상한 냄새도 내뿜었다.
어린 간호사 하나가 얼굴을 찌푸리고 모퉁이 병실에서 나와 잰걸음으로 너스 스테이션으로 돌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16번, 사람 바꿔 달래요.”
“왜?”
간호사 대여섯 명이 너스 스테이션에서 일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별 병동은 다른 진료과보다 업무가 수월하지만, 단 하나 단점이 있다면 환자들이 요구가 많은 데다가 만족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어린 간호사가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좀 더 경험 있는 간호사로 바꿔 달래요. 불편하다고 수액 맞는 위치도 바꿔 달래요. 주사를 노련하게 놓고, 약도 날렵하게 바꾸는 사람으로요.”
간호사가 손에 든 플레이트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잠시 멍하니 있던 간호사들이 하나같이 깔깔 웃기 시작했다.
“유간 쫓겨났구나?”
“거봐라, 팩만 붙이고 있더니 그렇게 됐지?”
“맞아. 간호사는 밤을 많이 새야 한다니까. 그게 재산이야. 알겠니?”
간호사는 아무도 바꿔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재잘재잘 수다만 늘어놓았다.
한참 후에, 수간호사가 핸드폰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간호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양 간호사, 앞으로 16번 맡아. 그만 떠들고 지금 바로 가.”
“왜 또 저예요.”
복직한 지 얼마 안 되는 양 간호사는 나이도 많은데 간호사 중에 업무량이 가장 많았다. 그래도 특별 병동에서 일하는 것만 해도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했고, 투덜대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들이 집을 못 산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수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핸드폰을 흔들었다.
“다들 그 환자 신경 좀 써. 장 원장님한테 또 전화했대.”
“장 원장님한테요? 아는 사이래요?”
“그냥 그러려니 해. 알면 뭐 할 건데?”
호기심쟁이 간호사가 묻자 수간호사는 긴말하기 싫다는 듯 툭 내뱉었지만, 특별 병동에선 그런 화제가 제일 관심거리라 또 누군가 헤헤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나 알아. 장 원장님이 그 환자한테 명함 주셨어. 그래서 덜미 잡힌 거지 뭐. 아들이 국세청에 있다나 뭐라나. 국세청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러게 그게 뭐 대단하다고.”
“장 원장님도 참. 그냥 무시하면 될걸.”
“흠흠. 다들 이상한 소리 말아. 두 사람이 원래 아는 사람인데 모르는 척하는 거면 어쩌려고? 됐어, 우린 우리 일만 잘하면 돼.”
간호사가 말투를 좀 더 엄하게 하자 간호사들은 고분고분 고개를 숙였다. 간호사들은 의사보다 서열이 더 엄격했다. 그래서 레지던트 앞에선 스무 살짜리 어린 간호사도 빈정대기도 하지만, 수간호사 앞에선 쉰 넘은 간호사도 고분고분 굴었다. 안 그랬다간 연속으로 닷새 당직을 서다 입원해서 레지던트를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한참 후에 양 간호사가 씩씩대면서 돌아왔다.
“수액도 바꿔줘, 약도 발라줬는데 침대 시트, 베개 커버까지 다 바꿔 달래. 그래서 바꿔줬더니 이번엔 밥이 맛이 없대. 그래서 가족한테 가지고 오라고 하시라고 했더니 노인네가 버럭대며 욕을 하잖니.”
간호사들이 모두 동정하는 눈빛으로 양 간호사를 바라봤다.
“내일 수술이라는 거 같은데, 제일 먼저 해달래.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바로 전화를 들고서는······.”
양 간호사는 한참 동안 투덜대다가 겨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능연 수술을 첫 번째로 해달라고 했다고?”
수간호사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