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새벽 3시부터 수술을 시작해서 점심때까지 하고 스태미너 포션을 하나 마신 다음 밤 10시까지 다시 수술하고 하루의 수술 일정을 마쳤다.
“통쾌해?”
스트레처 카에 실려 가는 환자를 보며 미소 짓는 능연의 모습에 좌자전이 물었다. 그는 눈도 못 뜰 것 같아서 레드불을 두 캔이나 마신 상태였다.
“스프라이트 샤워?”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좌자전이 다시 물었고 능연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짜릿해?”
끄덕끄덕하는 능연의 모습에 좌자전은 다리가 다 후들거리면서도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에너자이저구만. 아이고, 나는 수술에 다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 지경인데. 다 들어갔다가는 실려 나갔을지도 몰라.”
“전 반만 했는데도 죽을 거 같습니다.”
연문빈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드르렁.
정말로 하루 종일 능연을 따라 수술실에 있던 소가복은 한마디도 없이 둥근 의자에 앉아 있다가 수술대에 엎드린 채 잠이 들어서 코까지 골았다.
능연은 여전히 위풍당당, 옥골선풍, 군계일학이었다.
“나이가 재산이라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인데, 어쨌든 의사는 젊음이 좋긴 좋구만.”
마흔 넘은 좌자전이 부러워죽겠다는 듯 말했다.
“아니거든요. 저도 젊지만, 저 좀 보시라고요.”
연문빈이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두드리며 호소하자 좌자전이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일 수술 일정 체크 하세요. 특히 특별 병실로 들어간다는 분들, 따로 체크하시고요.”
능연이 두 사람 말을 끊으며 지시를 내렸다.
“아직은 별로 없는데, 앞으로 많아질 거 같아. 간부들은 원래 그래. 쥐구멍 판 것처럼, 한 사람 오면 또 한 사람 오고, 그게 이어지면 줄지어서 올걸?”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씀을.”
좌자전의 말에 물을 마시던 순회 간호사가 풉하고 물을 내뿜었다.
“뭐 어때서. 누구라고 이름을 특정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한 건데.”
좌자전은 능연을 보며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능 선생, 오늘 힘들었는데 어서 돌아가. 나머지는 우리가 하면 돼.”
“네. 아 참. 내일 아침은 좀 늦게 오셔도 됩니다. 8시? 회진부터 하고 수술할 겁니다.”
뒷수습할 생각이 하나도 없는 능연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가 덧붙였다.
억지로 웃어 보인 좌자전은 능연이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목을 주무르며 시계를 내려다봤다.
“출근까지 12시간도 안 남았네.”
“능 선생 정상 스케줄이니까요.”
연문빈이 은근히 팀 내 맏형의 자부심 넘치는 말투로 말하자 살짝 미간을 좁히던 좌자전이 기술적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래도 어시니까 분담이라도 하지, 능 선생은 집도하면서 저렇게 연달아서 해도 괜찮은가.”
“병상만 오케이면 능 선생은 오케이입니다.”
연문빈은 좌자전을 흘깃 보더니 말을 이었다.
“흠, 선생님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신 겁니다. 이번에 온 나이든 간부들이 다 알아서 병상을 구해오면 능 선생은 미친 듯이 수술할걸요?”
“나이든 간부가 아니라, 간부.”
“네, 간부. 그러니까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거죠?”
좌자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간부들이 다들 반월판 손상이 심하겠어요?”
“간부들의 홍보 능력을 무시한 발언이군.”
“설마요.”
단호한 좌자전의 모습에 연문빈이 억지웃음을 지었고, 좌자전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님 따라 하지 마세요.”
곁에 있던 간호사가 불만을 터트리자 좌자전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연문빈이 문을 비집고 나가면서 지시를 내렸다.
“그럼 뒷일 부탁합니다. 저는 조림 국물 챙기러 가야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