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51화 (232/877)

능연은 여원과 좌자전을 데리고 다음 날 수술할 대기 환자 회진을 돌았다. 그는 변함없이 말수가 없었고, 여원이 주로 이야기를 하고 좌자전이 거들었다.

순서는 금세 42번 침대가 되어 낮잠 자던 서영창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내일 오후에 수술 예정입니다.”

“오늘 오후 아니었나요? 왜 바뀌었지요?”

차트를 보며 제일 먼저 통보하는 여원의 말에 서영창이 깜짝 놀란 듯 물었다.

“누가 오늘 오후라고 하던가요?”

“능 선생님, 하루면 수술 배정해 준다고 하셨잖습니까.”

여원이 되묻자 서영창이 멈칫하더니 능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원이 손에 든 차트를 가져가 훑어내렸다.

“점심이 다 되어서야 채혈하셨군요. 결과가 오후에나 나오니까 내일 수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능연은 재빠르게 설명했고, 서영창은 눈을 끔뻑이다가 곧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 몸이 좀 안 좋아서 미룬 건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바꾸면 내 계획이 틀어지잖소.”

“피 검사 결과가 나와야 어제 왜 몸이 안 좋았는지 알 수 있고, 그래야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죠.”

여원이 최대한 설명을 해도 서영창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수술 받으러 온 거요! 무릎이 아파 죽겠다고! 수술 해줘요.”

“수술은 합니다. 하루 미뤄진······.”

“오늘 해야겠어요!”

서영창의 단호한 말투에 여원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저희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한 겁니다.”

좌자전은 한마디 한 다음 서영창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바로 여원을 끌고 걸음을 뗐다.

“선생님! 이봐요! 나는 휴가 내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고요. 정말로 미룰 시간이 없습니다. 미루고 싶지도 않고요. 부탁입니다. 오늘 수술해 주십시오.”

세 사람이 돌아서자 서영창은 화들짝 몸을 일으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원은 할 수 없이 능연을 봤다.

“그럼 밤에 하도록 하죠.”

“네네, 그럽시다.”

능연이 고민하다가 한 대답에 서영창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 환자 수술 준비해 주시고요. 검사 결과 좀 빨리 달라고 진단의학과에 재촉 좀 하세요. ”

“네.”

병실을 나오면서 능연이 하는 말에 여원은 바로 돌아서 진단의학과에 전화했다. 여원이 운화병원에 어디랑 개인 친분이 있느냐 하면 진단의학과가 그중 하나였다.

의국으로 돌아간 여원은 42번 환자를 생각하다가 태블릿을 열어 자료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환자가 써넣은 차트를 넘기니 환자가 했었던 검사 리포트가 나왔다. 슥슥 화면을 넘기던 여원의 눈빛이 시커먼 대변 샘플 사진에 멎었다.

“검은 변이네.”

여원은 대변의 모습에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추측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서성이다가 핸드폰을 꺼내 진단의학과에 다시 전화했다.

“여보세요. 아까 내가 말한 환자 있잖아. 응급센터 42번. 그 환자 전염 4항목 아직이야? 응, 그거 좀 빨리해줘.”

통화를 마친 여원은 너스 스테이션으로가 지시 사항을 내리고 다시 의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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