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후, 능연은 마취의가 내키지 않는 듯이 환자를 밀고 회복실로 들어가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회복실에서 나는 환호성을 멀리서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 절개구가 정말로 똑같다고? 위치는 같은 거 같은데, 길이도?”
주 선생이 두 번의 수술을 회상하며 물었다.
“같습니다.”
“똑같아?”
“네.”
“정말로? 그런 우연이 있다고? 여자가 좀 이상하긴 해도 두 사람 맹장이 같이 터지고, 위치도 같고 길이도 같다니. 야, 나조차 사랑이란 걸 믿게 생겼다.”
“남자건 작게 만들 수 있었는데 환자의 의지를 존중해서 0.5cm 더 잘랐죠.”
능연의 말에 주 선생이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자가 좀 이상하긴 해도 두 사람 맹장이 같이 터지고, 위치도 같다니. 사랑이란 말이야······.”
“두 사람 모두 맹장이 터지긴 했어도 생긴 이유는 다를 수도 있죠.”
말을 끊는 능연의 말에 주 선생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럼? 여자가 맹장 터졌다고 남자가 ‘아. 나도 맹장 터져야겠다.’이러기라도 했다는 거냐? 하하하하······.”
“또는요?”
능연이 턱을 치켜들고 묻자, 30분 넘게 능연의 조수 노릇을 한 주 선생이 묘하게 능연을 맞춰주면서 뇌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또는······ 맹장 터진 여자가 커플 맹장염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헐?!”
뒤에 있던 간호사 두 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가능해?”
“정말이면 끝내준다.”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능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충수염은 인위적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그럼 무슨 뜻이야?”
“그냥 가능성을 나열했을 뿐입니다.”
주 선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능연은 담담하기만 했다. 그러나 주 선생은 점점 생각에 사로잡혔다.
“충수염을 직접 만들어내진 못한다고 해도 각종 방법으로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거 아니야?”
“참사랑이네.”
두 간호사가 붕 떠오르는 듯 중얼거렸다. 능연은 아무 말 없이 연문빈에게 전화를 걸고는 샤워실로 향했다.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탕 봉합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기다렸다.
탕 봉합 다음엔 아킬레스건 보건술, 그리고 관절경 수술.
능연이 수술을 결정 내리자 수술량은 빠르게 올라갔고, 하루 동안 맹장 수술을 제외하고 총 8건을 진행하는 바람에 특별 병동에서 드디어 심각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