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61화 (242/877)

이틀 후, 능팀은 새 병실 구역에 모여 눈빛을 반짝였다.

응급센터의 모든 신축 병실이 드디어 능연 앞에 펼쳐졌다.

“새 병실이다.”

“새 침대야.”

“환자가 더 많아지겠지.”

O자형 응급센터 병실 구역 절반이 능팀 몫이었고, 나머지 반의반은 아직 리모델링이 끝나지 않았다.

“넓다, 진짜.”

여원이 양팔과 양다리를 벌려 넓이를 가늠했다.

“앞으로 사람이 많이 늘겠군.”

연문빈은 뒷짐을 진 채 양쪽 병실을 관찰하면서 속으로 각종 물자 수량과 협력할 인력 문제를 고민했다. 좌자전은 능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능 선생, 소독도 두 번이나 마쳤어. 뭐 더 필요한 거 있을까?”

“음, 병상은 다 준비됐나요?”

“응.”

“추가 병상은요? 충분해요?”

좌자전이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곽 주임님이 30개 사라고 하셨어.”

“그걸로 모자라죠.”

“병실 20개에 추가 병상 30이면 충분히 많은 겁니다.”

의교과 간부가 안달 내며 끼어들자 좌자전이 헛기침하며 그를 말렸다.

“능 선생 뜻은 그게 아닙니다. 30개는 병실 안에 추가할 양이고, 복도에 놓을 추가 병상은 계산 안 된 거죠? 그리고 파손도 고려해야죠.”

능연이 지금 핫한 인물인 걸 잘 아는 의교과 간부는 능연의 기분을 거슬릴 엄두는 못 내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능 선생, 병실 20개면 허가된 병상이 40개, 응급의학과 기준으로는 60개, 거기에 30개 더 추가하면······.”

“흠흠. 그런 건 계산할 필요 없고요. 능 선생, 제약회사에 말하면 돼. 내 생각인데 곽 주임님이 따로 준비해두셨을 거 같아.”

좌자전의 말에 의교과 간부가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의교과에서 진료과 내부 자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 넣는 걸 각 진료과 주임들은 다들 싫어한다. 의교과 과 주임인 뇌 주임이라면 지금 몇 마디 더 해도 되겠지만, 하찮은 간부인 그는 그냥 맡은 일이나 잘하자 싶었다.

능연은 좌자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고요. 추가 병상을 얼마나 더 넣을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니까요.”

“능 선생은 오로지 환자 생각뿐이지. 맞다, 능 선생, 오늘 우승기 보낸 사람 있던데?”

“우승기요?”

“응. 그 서영창 씨. 에이즈 합병증 반월판 손상 환자. 오늘 퇴원한다고 형이랑 둘이 상의해서 결정했나 봐.”

좌자전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보였다. 응급센터 1차 리모델링된 모습을 찍던 사진사(병원 내 한가한 인물)가 바로 사비로 산 단렌즈를 들고 능연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강력하게 제안했다.

능연은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었다. 서영창 형제는 지금까지 진심 어린 감사 상자를 내놓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감정이 늦는 사람이었나 보다. 보아하니 우승기를 내놓을 때 상자도 내놓을 것 같았다.

능연은 이러나저러나 상관이 없었다. 남아공 울보 같은 환자가 더 좋긴 해도, 환자마다 성격이 다른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완쾌하여 퇴원하는 서영창 형제는 좌자전의 지휘하에 십수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아이 높이만 한 우승기를 들고 능연 앞으로 다가갔다.

붉은 벨벳에 의사의 실력을 치하하는 글씨가 금빛으로 빛나니 끝내주게 멋있었다.

“능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제 무릎을 언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죠.”

서영창이 진지한 얼굴로 전하는 감사에 능연은 미소 지으며 보물상자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그러니까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서영창의 형님도 얼굴에 감사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능연이 미소 지었으나 이번에도 보물상자는 떨어지지 않았다.

“능 선생님, 정말입니다.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서영창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렌즈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능 선생님.”

“능 선생님, 이 우승기로 제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서영창이 드디어 ‘진심 어린 감사’를 입에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진심 어린 감사 보물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능연은 그런 서영창을 이해했다. 아마도 그는 진심 어린 감사를 우승기에 모두 담았나 보다.

“천만에요.”

능연은 상대방이 울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미소 지은 채 한마디 건넸다. 그러자 좌자전이 손뼉을 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능 선생, 사진 찍읍시다. 사진!”

단렌즈를 손에 든 병원 한가한 인물이 금세 활발해져서 지휘하기 시작했다.

“의사랑 환자가 우승기 한쪽 끝을 잡고 악수해 봅시다. 악수.”

서영창은 지휘대로 손을 뻗으려다가 허공에서 멈칫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능연이 결벽증이 있다는 걸 파악한 상태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능연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찰칵.

“한 장 더! 좋습니다. 자, 한 장 더!”

병원 내 한가한 인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귓가에 울렸다.

찰칵.

진심 어린 감사 보물상자가 능연 앞에 떨어졌다.

“능 선생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영창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푹 숙인 채 병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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