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62화 (243/877)

새 병실이라······.”

두화동은 응급센터 새로운 병실 구역에서 감탄하는 표정으로 알콜겔로 손을 닦으며 좌자전에게 말을 걸었다.

“여길 다 능 선생이 관리한다고요?”

“물론이지. 눈에 보이는 구역이 다 능팀 거야. 모두 능 선생 관할이지.”

좌자전은 뿌듯함에 난리도 아니었다.

“모두 능 선생이 하라는 대로 원감 관리한다면서요? 곽 주임님이 동의하셨어요?”

“곽 주임님 목표는 응급센터고 병실은 능 선생 담당이니까.”

좌자전이 껄껄 웃으면서 하는 말에 두화동은 부러워 죽겠다는 듯 혀를 찼다.

“다 같은 젊은 의사인데 능 선생은 벌써 앞서 나가는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두화동의 모습에 좌자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5자를 향해 달려가는 중년으로서 전혀 두화동의 마음에 공감할 수 없었다.

“능 선생 요구대로 원감 관리하려면 돈 많이 들겠어. 병실이 많으니 말이야. 엄격하게 절약하려고 들면 많이 절감할 텐데.”

두화동은 몇 발짝 걷다가 머리를 내밀고 병실 안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원감 담당이 제일 두려운 것이 바로 절약이라 뼈있는 소리였다. 원감 부서 사람들은 ‘부당 절약’이라고 부르곤 했다.

간단히 말해서, 90년대 전에 중국 병원 의사들이 실시한 엄격한 절약 정신은 사스 이후로 그다지 통용되지 않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예로, 기기 정기적 교체, 간편 소독제, 티슈 등 리필 용품, 심지어 의료 폐기물 등등 모두 원감과에서 심하게 머리 아파하는 문제였다.

병원과 진료과 모두 기본 예산이 있다. 국내 대다수 병원은 예산 제도를 집행하느라 병원 전체에서 비용 절감을 주장하고 있었다. 의료진이 그럴 생각이 없어도 위에서 물자를 보내주지 않으면 절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의료 폐기물 봉투만 해도 매주, 혹은 매달에 한 번씩 보낸다면 새로 받을 때까지 꾹꾹 눌러 채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능연의 요구는 딱 봐도 절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응급센터 설립 후 응급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알콜겔 비용만 해도 예전보다 몇 배는 늘었고 다른 소독 용품이나 기기 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전에 응급의학과 규모라면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었지만, 백 개 가까운 병상이 늘어난 규모에 능연이 지금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두화동은 능연이 그 정책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랐다. 원감과 자체 경비가 거의 없어서, 다른 과에서 알아서 원감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능연의 응급센터처럼 큰돈을 써서 감염 예방을 해주면 그야말로 큰 고객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화동은 능연이 지금 정책을 고수하면서 확장하길 바랐다. 하지만 또 너무 빨리 확장하는 바람에 응급의학과에 돈이 떨어져 원감 기준을 낮출까 봐 걱정이었다.

젊은 원감과 의사 두화동이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끙끙 앓는 표정을 봐도 좌자전은 아무런 감흥도 없고 오히려 웃기기만 했다.

얼마 전까지 좌자전도 능팀 지출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능팀이 거둬들이는 수입을 확인한 후 걱정을 내려놓았다.

마을 위생병원 출신 중년 의사인 좌자전은 돈을 물 쓰듯 쓰던 시절도 있었다. 그의 기준으로 삼갑병원 원감과 의사는 표준적인 가난한 부서의 가난뱅이였다.

“예전 표준대로 갈 거야.”

좌자전은 두화동에게 공짜로 청심환 한 알 선물하기로 했다.

“정말이죠? 참, 능 선생 어디 있습니까?”

“수술하느라 바쁘지. 요즘 계속 바빠.”

역시나 표정이 환해지는 두화동의 모습에 좌자전은 껄껄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그럼 좀 기다릴까요?”

두화동이 수술실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원감과 의사인 그는 의사를 기다렸다가 알콜겔 발라주는 일까지 해봤는데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건 대수도 아니었다.

“허허허. 못 기다릴걸? 하나 끝나면 또 하나 하거든.”

“그러면······.”

“일단 할 일 해. 능 선생이 나중에 원감과에서 뭘 해놓고 갔는지 알아차릴 거야.”

“원감과 존재감은 간병인보다 못한걸요.”

“에이, 그렇다면 정치를 잘못한 거지.”

좌자전의 의미심장한 말에 두하동이 넋 빠진 표정을 지었다. 뜻밖의 일격을 가한 좌자전은 다시 한번 일단 할 일을 하라고 했다.

“능 선생은 원감을 아주 중시하거든. 그러니까 제대로 하기나 해.”

“아, 네. 알콜겔을 가지고 다니면서 신경 쓰는 의사도 능 선생밖에 없긴 하죠.”

두화동이 동의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스스로 위로도 했다. 능연 같은 사람은 원감과에서 소중히 해야 할 인물이었다.

두화동은 좌자전과 헤어진 후에도 능팀 구역을 한 바퀴 둘러봤다. 새로 리모델링된 병원 구역에 새 냄새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는 바로 마스크를 쓰고 얇은 장갑도 낀 후에 계속 둘러봤다.

효과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환자가 자비로 공기 청정기를 들여놓은 병실도 있었다.

탕 봉합법과 아킬레스건 보건 환자가 가장 많았고, 단지 이식과 관절경 수술 환자는 그다음이었다.

관절경 수술은 회복이 빨라서 사나흘 만에 퇴원하기 때문에 환자가 별로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지 이식 환자가 별로 없는 건 능연이 수술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세 손가락 이상 환자만 받고 있어서 아무리 운화병원이라고 해도 그런 환자가 매주 많이 있긴 힘들었다.

“음.”

두화동이 코를 찡긋했다. 인테리어 재료 냄새에 익숙해진 후각에 갑자기 향기가 나니 조금 적응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그는 걸음을 서둘러 병실을 쭉 패스해서 복도 끝에 있는 식당 쪽에서 냄새의 근원을 발견했다.

산처럼 쌓인 족발.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씻길 수 있을 만한 큰 통에 유치원 다니는 아이 발보다 훨씬 큰 족발이 담겨 있었다. 야들야들하게 익은 족발은 아마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발보다 보드라울 것 같았다.

코를 킁킁거리니 진한 향기에 배가 다 고파졌다.

“새 병실 오픈 이벤트, 족발 하나 22위안, 다음 주엔 다시 28위안이 됩니다.”

장정 하나가 허벅지살을 한 통 낑낑거리며 들고나와 웃는 얼굴로 바코드가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22위안이라······.”

두화동은 주머니를 만지며 고민했다. 원감과는 수술비 같은 수입도 없고 보너스는 전체 병원 몫에서 70%를 받았다. 그러니까 간호사와 비슷한데 간호사 근속 연수 보조금이 빠진 금액이었다. 먹을 것만 따지면 먹고 살겠지만, 집 살 생각까지 하면 아끼고 아껴야 하는 금액이었다.

“됐다. 다이어트해야지.”

두화동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장정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면서 두화동을 힐끔 봤다.

“남자는 옷 입을 때 말라 보이고 벗으면 근육이 있어야 하는데, 그쪽 보니까 고기 좀 먹어야겠어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어디 갔냐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장정은 재빨리 대답하고는 뛰어 들어가 고기를 한 통 더 들고 나왔다.

“이렇게 많이 삶았어요?”

“우리 족발 유명하거든요.”

장정은 설명하면서 일회용 식판을 테이블 위에 쌓았다.

“대단하네요.”

두화동은 하늘을 찌르는 능연의 명성을 떠올렸다.

내가 그 수준이라면 어떨까? 족발 먹고 싶으면 돼지 한 마리도 사겠지? 한 달 수술비를 다 쓰지도 못할 테니.

“난 수술하러 간다. 다들 일 열심히 해.”

식당 안에서 다른 장정 하나가 눈도 한 번 힐끔대지 않고 직진하면서 하얀 가운을 걸쳤다. 바로 그 상징 같은 근육을 알아본 두화동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연 선생!”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연문빈은 허리에 맨 구찌 벨트를 다시 채우면서 돌아서서 미소 지었다.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이름을 부르지는 못했다.

“수술하러 가요? 능 선생 수술?”

“예. 탕 봉합이 한 건 있어서요.”

연문빈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그는 능연과 삼백 건 넘는 탕 봉합 수술을 해왔고 이제 막 성적이 나려는 때였다.

“같이 가도 될까요? 능 선생하고 원감에 대해 할 말도 있고.”

“아, 원감······. 네, 그러죠. 근데 능 선생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연문빈은 긴말 없이 명품신발을 신은 발로 수술실을 향해 달렸다. 두화동은 서둘러 뒤를 따르며 무슨 이야기를 하며 갈까 고민했는데 연문빈의 걸음은 경보라도 하는 듯 빨랐다.

수술 구역에 도착한 두화동의 얼굴은 더욱 넋이 빠졌다.

능 팀의 의사들은 수술실을 두 칸 차지하고 있었는데, 집도의와 조수뿐 아니라 실습생과 참관 의사들까지 잔뜩 있었다.

연문빈은 손을 씻으면서 두화동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능팀이 요즘 외국 환자를 많이 받고 다른 성에서 온 환자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능 선생이 많이 바빠요. 할 말 있으면 간단하게 해요.”

“아, 예.”

두화동은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연문빈의 손씻기 동작이 혹시라도 틀리면 고쳐주려고 지켜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참을 지켜봐도 그의 동작엔 문제가 없었다. 두화동은 아쉬움인지 감탄인지 모를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

“능 선생은 대충 몇 시에 수술이 끝나요? 이따 다시 오려고요.”

“오늘은 새벽까지 수술 있어요.”

“새벽? 새벽은 안 돼요. 난 밤에 자야 하니까. 그럼 내일은요?”

“그런데 무슨 과세요?”

꿍얼거리는 두화동의 말에 연문빈이 그를 힐끔 보다가 결국 물었다.

“원감이요.”

“아아, 원감. 능 선생 내일은 3 병원 가서 수술해서 못 만날 겁니다.”

“3 병원? 운화 제3 중앙병원이요? 거기 전염병원 아닌가요?”

“맞아요. 그쪽에서도 유명해졌나 봐요. 저도 구체적인 건 모릅니다.”

말을 마친 연문빈은 자리를 떴다.

손세척 구역에 선 두화동의 뇌리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나 3 병원의 원감 관리였고 다음이 바로 ‘거액’의 출장 수술비였다.

아까 능연을 가리키며 동년배라고 했었던 두화동은 한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원감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부자 의사가 있을 줄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