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화동이 정신을 차렸을 때, 연문빈은 이미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고 두화동은 그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바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버티다가 수술실 유리 사이로 능연을 보고는 원감 상황을 확인하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감 의사에게 버티는 건 일도 아니라서 두화동도 별생각은 없었다.
응급센터 수술실은 파란 벽에 녹색 시트로 알록달록했고 현미경만 검은색이었다.
수술용 현미경 겉모습은 구식 가정용 스탠드와 비슷했다. 금속 막대기에 무거운 현미경과 조절 레버가 있고 아래 받침대와 롤러가 있다.
집도의는 수술용 현미경을 이동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현미경을 쓰기 편안한 위치로 조절한 후 발로 밟아 받침대를 고정한다. 조수가 어떤 뒤틀린 자세로 수술을 하게 되어도 집도의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두화동도 임상 전공으로 졸업했지만, 원감 의사가 된 지 6, 7년이라 수술 방면은 이제 잘 기억나지 않았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의료기기는 더욱 관심 두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는 주변에 있는 참관 의사들을 둘러보며 내심 혀를 찼다.
밖에서 온 의사들은 다들 가슴에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슬쩍 훑어보니 중앙병원, 성립, 익원현 병원, 악성 병원 같은 이름이 보였다.
성내, 성외 병원에 유명한 병원도, 덜 유명한 병원도 있었다. 그것만 봐도 수술실 안의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명확하게 자발적 움직임이었다.
국내 회의와 포럼 같은 활동에서 주최한 수술 시범엔 종종 비슷한 업무 배경을 가진 의사가 모이거나 혹은 같은 급 병원이 모인다. 성립 병원의 젊은 의사와 익원현 병원의 젊은 의사는 성 안에서 개최되는 작은 활동에서나 만날까, 그랜드마스터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렇게 다양한 병원의 다양한 나이대의 의사가 모였다는 것만 봐도 자발성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의사가 자발적으로 무슨 일을 한다? 병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여러 의사가 자발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건? 더 어렵다.
“뭘 보는 겁니까?”
두화동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친절해 보이는 젊은 의사를 하나 골라 물었다. 상대는 의아한 듯 두화동을 힐끔 보다가 그가 명찰을 달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그가 같은 운화병원 의사라는 걸 알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입니다.”
“탕 봉합법 아니고요?”
두화동이 힐끔 수술대 쪽을 보니 잘생겨서 대번 알아볼 수 있는 능연 말고 연문빈은 없는 것 같았다.
“탕 봉합법 보러 오셨어요? 그건 옆 방입니다.”
그제야 능연이 수술 두 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쪽 수술 끝내고 저쪽으로 가는 건가요? 아까 어시는 벌써 저기로 가는 걸 봤는데.”
“연문빈 말씀이시죠? 능 선생은 요즘 탕 봉합할 때 앞부분은 연문빈에게 넘기고 중요한 스텝만 스스로 해요. 게다가 탕 봉합법은 오래 걸리지 않아서, 능 선생은 가도 15분 만에 끝내고요.”
연문빈의 이름까지 아는 걸 보니, 이 젊은 의사가 수술을 처음 보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두화동은 머리가 어질거렸다. 운화병원에서 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운화병원이 이렇게 사람을 끌어모은다는 걸 왜 몰랐을까?
다시 수술대 쪽을 보니 능연은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든 의료진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수술실은 그렇게 고요했다.
“능 선생님, 음악 좀 틀까요?”
드디어 당직 간호사 하나가 못 참겠는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트세요.”
능연은 음악에 대해 취향이 없었고, 굳이 꼽으라면 존 케이지의 ‘4분 33초’였다. 그러나 그는 수술실에 있을 때 역치(閾値: 한계치)가 매우 높아서 음악이 있든 말든 별 상관없었다.
간호사가 경음악을 틀자 다른 사람들은 눈에 띄게 한시름 놓은 모습이었다.
“배우고 싶은 건가요?”
그 틈에 두화동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대해서 들어는 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올 줄은 몰랐다.
“배울 수 있으면 당연히 좋죠.”
“그럼요?”
“외국 사람 신체 구조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질문받은 젊은 의사가 소리 내서 웃었다. 그 말에 두화동이 무심결에 수술대를 보니 시트 밖으로 드러난 환자의 발이 유난히 하얬다.
“어느 나라 사람인데요?”
“미국인이요.”
“미국 사람도 우리 병원에 와요?”
두화동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람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화동은 겸연쩍은 듯 헛기침하고는 계속 뻔뻔하게 미소를 유지했다.
“미국 사람도 사람인데 아플 수도 있지.”
곁에 있던 주치의 나이대로 보이는 의사 하나가 목소리를 쫙 깔고 한마디 했다.
“미국 사람이 중국에서 치료받으면 의료 보험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주치의는 하마터면 웃다가 돼지 소리를 낼 뻔했다.
“아킬레스건 보건술 한 번에 만 위안도 안 돼요. 2000달러도 안 되는데 보험금 없이 못 받을까 봐?”
“왕복 비용이랑 숙박비는요.”
“스포츠의학 쪽 수술이라서 미국에서 하면 최소 30만 달러야. 의료 글로벌화라는 게 장난 아니라고. 항공권이랑 호텔비 해봐야 얼마라고.”
더 말하기 민망해진 두화동은 수술대 위로 드러난 미국인의 흰 발만 응시했다.
사실 능연도 미국 사람은 처음이었다.
수치로 말하자면, 이 친구의 아킬레스건 길이는 20cm라서 원래는 상당히 괜찮은 길이인데, 장거리 선수인 걸 고려하면 20cm 아킬레스건은 그저 보통 정도가 된다.
능연도 최근에야 외국 환자를 접촉하기 시작했는데,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운동선수 아니면 체육 애호가였다. 유위신의 우수한 경기 실력, 남아공 울보의 팀 복귀, 이런 것들이 능연의 능력을 상당 수준으로 증명해냈기 때문이었다.
국제 의료계에서 능연은 저렴한 해결 방법일 수 있지만, 어쨌든 하나의 해결 방안인 건 분명했다.
해결 방안에 대한 국제 리스트가 정말로 있다면, 국내에서 그 리스트에 들 사람은 여전히 극 소수에 불과했다.
이 정도까지 온 것도 능연이 스포츠의학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현미경 수술은 외국 의사들에게 힘들고 시간 잡아먹으면서 정밀도는 고도로 요구하는 수입은 그저 그런 항목이었다.
그 길을 계속 걸으면서 스포츠 선수를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의사는 드물고도 드물었다.
그러나 프로 운동선수와 일반인의 격차처럼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의사라도 해도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현미경 외과 의사보다 레벨이 한참 높다.
현재 국제 의료 진료 가격으로 따져도, 아킬레스건 운동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만 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은 수술을 할 수 있는 건 능연 정도였다.
“출혈량은?”
능연이 고개를 돌리고 묻는 소리에 수술실 관중들이 조용해졌다.
“56.”
어시하던 여원이 현미경에서 눈을 떼고 기기의 수치를 읽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손을 놀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앞쪽 모니터에 집중되었다.
현미경 시야가 모니터에 전송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수술에서 집도의는 직접 현미경을 통해 보는 것을 선호한다.
‘혈관을 다 피해냈네.’
‘쩐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 하, 끝내주네.’
현장의 의사들은 묵묵히 보면서 각자 생각에 잠겼다. 몸값 비싼 의사들에게 현미경 수술은 별 매력 없을지 몰라도 지방 병원, 특히 삼갑 이하의 병원에겐 지푸라기 같았다.
현재 대다수 삼을, 이을급 병원은 단지 이식, 아킬레스건 보건술 같은 기술에 의존해서 존재했다.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버는 그런 수술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형 삼갑병원이 독차지하고 있고, 환자들도 당연히 대형 병원으로 향한다.
환자가 없는 소형 병원은 수술 징후가 있든 말든 상관없는 포경 수술 같은 질병이 아닌 수술을 하거나, 큰 병원에서 선호하지 않는 힘든 수술을 하거나였다.
생존 앞에서는 의과 의사도 환자만큼 발버둥 치는 법이었다.
“나머지는 선생님이 하세요.”
아킬레스건 봉합을 마친 능연이 늘 그렇듯이 마무리 봉합 부분은 어시에게 넘겼다. 여원은 허둥지둥 능연이 서 있던 자리로 가서 높이를 새로 조절하고 정신 집중해서 봉합을 시작했다.
수술 실력은 그저 그랬지만, 지속해서 버티면서 연습한 결과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 되었다.
능연이 수술실을 나가자 참관하던 의사들도 우르르 수술실을 벗어났다. 두화동은 얼렁뚱땅 사람들을 따라 옆 수술실로 밀려들어 갔다.
연문빈이 마침 탕 봉합법 환자의 굴근건을 철저히 박리해냈다. 손을 새로 씻은 능연이 나서서 검사부터 하고는 손을 뻗어 잡아채고는 잠시 손을 놀리다가 수술 종료를 선포했다.
그리고 능연은 옆 수술실로 향했다.
두화동도 얼렁뚱땅 따라갔다. 이번에도 아킬레스건 보건술이었는데 정형외과 마연린이 수술하고 있었다.
무영등 불빛에 피로감을 느낀 두화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볼 거냐고 물었다.
“많이 볼 수도 없어요. 능 선생이 내일 수술을 안 한다네요.”
상해에서 온 의사가 볼 수 있을 때 봐둬야 한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두화동은 그의 명찰을 보고 의아한 듯 되물었다.
“수술 참관 기회 매우 많지 않나요?”
“뭘 보느냐에 달렸죠. 위가우가 지금 상해에 있습니다. 존 홉킨스 대학 졸업하고 신세대 의사 중에 선도인물이라는 위가우요. 그런데 위가우 수술을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해요. 그것도 딱 한 건밖에 못 봅니다. 여기처럼 화끈하지 않아요.”
두화동이 멍한 표정을 짓자 상해에서 온 의사가 껄껄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레드불을 꺼내서 흔들었다.
“위가우도 전엔 보고 싶은 만큼 봐라, 이랬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거죠. 그러니까 능연 선생 수술 보는 게 지금은 제일 기분 좋습니다.”
하룻밤 정신없이 바빴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주머니에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종잇조각이 가득하고 쭈글쭈글해진 하얀 가운을 입고 무겁게 내려온 다크써클에, 손가락 끝에 온갖 염료를 묻히고 농사꾼처럼 입구 쪽에 몰려있었다.
곽종군은 넝쿨 식물 가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진지한 눈빛으로 능연이 응급센터에서 나오길 기다렸다가 모습이 보이자 퉤하고 뱉었다.
“능연! 줄 게 있어서 왔네.”
곽종군은 플라스틱 약상자 하나를 능연에게 찔러 주었고, 맨 위에 항 HIV제 상자를 본 능연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주임님······.”
“알아, 알아. 수술할 때 꼼꼼히 방호하겠지. 그래서 별 위험 없을 건 아는데, 그래도 말이지, 유비무환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 병원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병원에서 하는 수술이니 말이야. 수술실 배치나 의사, 간호사 상태 같은 것도 모를 일 아닌가.”
“어시랑 간호사 다 데리고 가는데요. 그렇게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능연이 의아한 듯 바라보자 곽종군이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3 병원에서 동의 안 했으면 나도 자넬 안 보냈지. 스크럽 간호사는 예리한 도구를 건네는 사람이고 조수는 곁에서 협조하는 자넬 다치게 하기 제일 좋은 위치 아닌가. 그러니 당연히 내 사람이랑 가야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유비무환이라지 않나.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해도 조심하는 게 최고 아니겠나. 안 그런가?”
그에 대해서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자 능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 가지고 있다가 이상하면 바로 먹게. 부작용 같은 거 걱정하지 말고. 에이즈보다야 그딴 부작용 아무것도 아닐 테니 말일세.”
말은 그렇게 해도 곽종군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본인더러 가서 수술하라고 한다면 상대가 에이즈든 전염병이든 무섭다의 ㅁ도 안 꺼낼 사람이 말이다.
지난 20년 동안 곽종군은 수많은 전염성 수술을 했었다.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다 보면 방호 도구 없는 수술도 너무 많고, 곽종군이 막 의사가 된 그 시절엔 수술 방호복이라는 개념조차 없어서 거의 모든 수술이 방호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그러니 전염될지 아닐지, 모두 운에 달렸었다.
그러나 능연이 다른 병원에 가서 수술하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에이즈 합병증 환자를 어떻게 수술하는지도 봤고, 방호도 완벽하고 조작 방법도 완전히 문제없었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는?
“약 잘 가지고 있고.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2시간 안에 복용하는 게 제일 좋네. 무슨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복용하게.”
“네.”
“몸에 지니고 있고.”
마지못해 대답하는 것 같은 능연의 모습에 곽종군은 능연이 아무래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말을 이었다.
“구하기 쉬운 약이 아니라 3 병원에서 준비했을 리도 없어. 일단 약이 비싸서, 그 돈을 쓰려고 할지 모르고 또 하나는······.”
곽종군은 잠시 망설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계속했다.
“확실하게 상황이 생긴 후에야 3 병원 사람들도 지체하지 않겠지만, 미묘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가장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자네 아니겠나. 그럼 3 병원 사람이 동의하든 말든 바로 약을 먹으란 말일세. 아마 그쪽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걸세. 자기 수술실에서 위험 상황이 발생했다고 인정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아무튼, 약이 자네 손에 있으니 자네에게 결정권이 있단 말일세. 알겠나?”
“알겠습니다.”
능연도 이젠 진짜로 알아들었다.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자. 우리 운화병원 응급센터 위엄을 보일 수 있게 말이야.”
곽종군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에피프레넘 새싹을 꺾어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다가 뱉었다.
능연은 응급센터 정문 표시판 앞에서 여원, 좌자전, 왕가 그리고 등 뒤에 뻘건 플래카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플래카드엔 커다란 글자가 노란색으로 ‘운화병원 응급센터 운화 제3 중앙병원 지원 파견팀’이라고 쓰여 있었다.
능연 일행이 사진을 찍고 나자 뇌 주임을 비롯한 의교과 간부도 끼어들었다.
이번 출장 수술은 왕해양이 친분으로 만들어낸 것과 달리 운화병원 의교과와 3 병원 의교과에서 정식 루트로 진행한 정규 원외 합동 진료였다.
사실 요즘 의사와 진료과는 정규 원외 합동 진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과정이 복잡한 건 둘째 치고 시간도 낭비고 사후에 문건 왕래는 더 귀찮다.
대다수 병원은 일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는 경우도 많다.
출장 수술하는 의사가 주말이면 전국을 날아다니는 바람에 도시에 모 병원 원장은 그 도시 공항으로 가서 그런 의사들을 뒤쫓는다. 하지만 출장 수술 이삼 년 한 의사는 항공사 골드 카드를 발급받고, 집, 자동차도 사고 유럽식 라이프를 즐기는 게 현실이라 도저히 원장이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규 원외 합동 진료는 의사들이 반기지도 않고, 병원도 환자도 반기지 않는다.
다들 귀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돈이 적어서 불만이고, 환자도 자신의 치료가 늦어지는 게 싫고, 병원조차도 차라리 출장 수술이라는 모험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출장 수술이 실패하면 병원은 몇십, 몇백만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정규 합동 진료도 어차피 같은 가격이라면 차라리 능력 있는 의사를 초빙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그러니 전염병원 같은 병원이나 원외 합동 진단을 원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돈이 얼마든 상관하지 않는 의사는 능연 같은 의사뿐이었고.
3 병원은 부원장이 팀을 이끌고 직접 운화병원으로 능연 일행을 마중 왔다. 꽤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3 병원으로 향하는 차가 출발하자 운화병원 응급센터 의사와 간호사들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분위기가 자못 비장했다.
3 병원 부원장은 할 말 없다는 표정으로 룸미러를 보다가 뒷좌석에 앉은 능연에게 말을 걸었다.
“수술 안정성은 보장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수술실에서 감염 문제가 발생한 확률은 일반 병원보다 훨씬 낮아요.”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환자 중에 슬관절 질환으로 고통받아온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가끔 수술을 해주는 의사를 만나면 환자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능 선생이 이렇게 환자들의 걱정을 덜어주니,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부원장이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슬관절경 같은 수술은 정형외과에서 간단한 수술이지만, 3 병원엔 정형외과가 없고 비전공 의사에게는 그렇게 쉬운 수술이 아니다.
능연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 반월판 재건밖에 못 합니다.”
“그거면 됩니다. 그럼요.”
능연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지 않는 부원장은 여전히 미소 짓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운화 시 제3 중앙병원 간판이 나타났다.
운화에서 유명한 전염병원인 3 병원은 커다란 언덕 위에 있었고, 십수 년 동안 건설 개혁을 해왔어도 병원 주변엔 6, 7층짜리 건물 몇 개가 산재할 뿐 여전히 쓸쓸했다.
“여깁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부원장은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내심 안도했다. 이렇게 말 걸기 어려운 의사는 처음이고,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별로 없어서 이야기 나누기 너무나 힘이 들었다.
차들은 서서히 속도를 줄여 3 병원 정문을 통과해 입원 병동 앞까지 바로 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건물 앞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더 가까이 가보니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마스크를 끼고 겉옷을 입고 모자를 쓴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자동차에 접근하지 않고 멀리에 서 있었고, 입원 병동 입구와도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차에서 사람이 내리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거리도 유지하고 있었다. 소원한 건 아니지만, 최대한 상대에게 공간을 주면서 말이다.
백에 가까운 환자들이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거나, 허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조용히 능연 일행을 바라봤다.
능연은 묵묵히 차에서 내려 병동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노부인 하나가 갑자기 마스크를 내리고 능연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능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마스크를 다시 썼다.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오자, 누군가는 저도 모르게 등을 구부렸고,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어깨를 활짝 펴서 바람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