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 환자부터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수술실부터?”
부원장은 능연 곁에 바짝 붙어서 친절한 태도로 물었다.
“제가 환자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수술실을 보겠습니다.”
능연이 재빨리 대답하는 사이 황무사와 그의 직속 상관 사역하가 뒤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의사보다 제약회사 직원들이 기기와 설비를 더 잘 알면 알았지, 모르지는 않는다. 물론 전문적인 영업직이어야지, 황무사처럼 얼굴 파는 직원은 그냥 서포트만 할 뿐이었다.
사역하와 황무사 외에 여원과 왕가도 수술실로 향했다. 그들도 수술실에서 몇 년이나 있던 사람들이라 전염성 수술실 배치를 잘 모른다고 해도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안다.
3 병원 부원장은 그렇게 밝지 않은 얼굴로 하하 웃었다.
“우리 병원에서도 외과 수술을 하니까, 우리 의사 방호 처치는 완벽하게 합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환자 사이에 교차 감염이 발생하면 끝장이니까요.”
“3 병원은 3 병원 기준이 있고, 우린 우리 기준이 있으니까요. 3 병원이 뭐든 완벽하면 뭐하러 우릴 불렀습니까.”
좌자전도 똑같이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우리 기준은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출장 수술 수준은 떨어지죠.”
좌자전이 강하게 나갈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고, 3 병원 부원장의 기세가 바로 수그러졌다.
능연은 지금 외지에서 출장 수술 한 번 하면 건당 5천에서 1만 위안을 받는데 하루 수술이 한 건뿐만 아닌 데다가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 여비까지 해서 하루에 이삼만 위안의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개인 친분이 아닌 정식 합동 진단을 통해서 하는 수술은 그렇게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같은 운화 시에 있기도 해서 차비도 따로 없고 수술당 의사에게 하루 500위안 떨어지니, 클래스가 다른 문제였다.
부원장은 굽실거리며 다급하게 덧붙였다.
“다 환자 상황 때문 아니겠습니다. 돈을 더 받겠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 몰래 숨어 들어가려고 할 겁니다. 휴우, 그것만 생각하면 저도 골치가 아픕니다.”
부원장이 부원장 본인도 피해자 위치에 놓아 버리자, 좌자전도 심하게 몰아세우지 못했다.
“능 선생이 하겠다고 하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곽 주임님은 원래 합동 진단 같은 거 할 생각 없었습니다. 잘 아시죠?”
“압니다. 능 선생이 하겠다고 한 건, 정말······. 참 감사한 일이죠. 우리 병원과 환자를 대신해서 능 선생께 감사를 표합니다.”
부원장의 입에서 듣기 좋은 말이 나오자 좌자전이 다 우쭐했다.
“회의실로 가죠. 영상 자료를 최대한 많이 준비해 주세요.”
능연이 두 사람의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부원장은 수술실 이야기를 더 꺼내지 않았고, 좌자전도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요즘 시대의 기층(基層) 병원은 80년대 초기 마을 기업 같아서 실력 자체는 약하지만, 근성과 잡초 같은 끈기가 있고 무엇보다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에 비해 삼갑병원 의사들은 자신의 미래 계획을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 훈련의, 레지던트, 주치의, 부주임, 주임, 출장 수술을 해서 별장을 사고 인생 절정기에 들어서고······.
기층 병원 의사는 행정 쪽으로 빠지지 않는 이상 기술로는 별 미래가 없었다.
기층 병원에 오래 있었던 의사일수록 잔혹한 의학계의 ‘무시 체인’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모든 기층 병원은 적당한 환자를 모집해서 돈을 버는 노선을 걷는다. 기층 병원 의사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충분한 환자를 모으는 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가 충분한 병원과 진료과는 의사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도 삼갑병원의 하이레벨 의사들이 달리 보기 마련이다.
기층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출장 수술을 열 수 있다면, 삼갑병원 고급 의사들도 주목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으니 양성 순환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사실, 환자 한 명이 쓰는 전체 비용을 생각해보면, 기층 병원에서 삼갑병원의 고급 의사를 초빙해서 수술하는 것이 삼갑병원에서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 보다 훨씬 싸다.
물론, 비용 생각하지 않고 국내 정상급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라면 당연히 삼갑병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기층 병원에서 진료받고 대형 병원 고급 의사를 초빙하는 것이 중국 현재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의료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에게 내는 몇천 위안 출장 수술비용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기층 병원 병원비는 특히 보험 보장이 낮은 환자로서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3 병원 상황은 매우 특수했다. 전염병 병원이라 돈을 낸다고 해도 수술할 고급 의사를 초빙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출장 수술 의사는 대부분 수술 요청이 끊이지 않는 상태라 전염병 병원의 돈을 벌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자칫하면 명성에 해가 될 수도 있으니, 설사 요청이 없는 의사라도 차라리 하루 집에서 푹 쉬면서 아들딸,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나았다.
그러니 3 병원은 정규적인 원외 협진 루트로 혹시 도움 줄 외과의가 있을까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능연이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관절경 의사였다.
사무실에 환자들의 개인 자료가 높이 쌓여있었고 좌자전은 그중에 X-ray를 골라 순서대로 뷰라이트에 꽂고 MRI 사진도 정리해서 꽂았다.
부원장은 어리둥절한 듯 그 모습을 지켜봤다. 본인도 외과 의사고, 외과 의사와 많이 협력해 봤는데, 이렇게 하는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판독 방식이 아니고 그랜드마스터급 X-ray 판독 능력, 마스터급 MRI 판독 능력이라 이렇게 하는 것이었다. 능연은 한 장 한 장 사진을 살폈다.
능연은 스스로 사진의 순서를 재배치하고는 X-ray 두 장을 골라냈다.
“이 환자들은 MRI 찍죠.”
그리고 부원장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X-ray도 세 장 골랐다.
“이 환자들 증상은 관절경하 반월판 성형술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못 한다고요?”
부원장님은 아무래도 MRI를 찍자는 요구보다 그 말을 더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무릎 관절 문제가 반월판에만 있는 게 아니고 인대 합병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수술은 저는 못 합니다.”
“아니, 그렇게 꼭 완벽하지 않아도······.”
능연이 단점을 스스로 폭로하자 부원장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안 합니다.”
“알겠습니다.”
능연이 말을 자르자 부원장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제가 환자한테 가서 설명하도록 하죠.”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필름을 판독했다. 그는 원래 영상 자료를 질리도록 보다가 수술을 시작하곤 했다.
운화병원 응급센터에서 연문빈은 나는 법을 배운 닭처럼 즐거워했다.
그는 응급센터 병원 구역에 족발을 배달 갔다가, 입원 병동에 갔다가, 수술 층에 갔다가, 바삐 움직였다.
다른 응급의학과 의사와 달리 처치실이나 응급실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는 데다가, 능연이 없으니 할 수술도 없었다.
한동안 느끼지 못한, 보스가 없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곽종군이 보스일 때 보스가 툭하면 회의하러 나갔는데, 능연이 보스가 된 후 능연은 출장 수술도 주말에 잡곤 해서 지난번에 그가 상해에 갔을 때가 연문빈의 마지막 여유로운 한때였다.
연문빈은 허벅지 살을 골라서 뜯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다 같이 고양이 흉내를 내보아요. 냐옹냐옹냐옹. 이렇게 애교를 부려봐요. 냐그머니나! 곽 주임님?”
연문빈이 입을 쩍 벌리자 허벅지살이 바닥에 떨어졌다. 보아하니 못 먹을 것 같았다.
아까워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았지만, 바닥 소독을 언제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막 소독했다면 어쩌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굴근건 손상 환자가 왔네. 능연이 시간 내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자네가 하면 어떠냐고 그러더군. 되겠나?”
곽종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연문빈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제, 제가······ 혼자 탕 봉합을요?”
연문빈은 더는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향이 코를 찌르는 허벅지살에 연연할 여유가 없었다.
“자네 능연을 따라 탕 봉합 300건이나 했다며. 다른 병원에 보내거나 수부외과로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자네가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제가 하겠습니다!”
연문빈은 기회를 잃어버릴까 봐 더 망설이지 못했고 바로 고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