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 점심은 꼭 내가 살게요.”
부원장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술을 지켜보는 동안 몇천 위안한다는 능연의 출장 수술비가 절대로 비싼 게 아니라고, 양심적인 시장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이름이 안 알려지고 경력이 부족해서 그 가격밖에 안 되는 것이라 여겼다.
하루에 500위안이라는 돈으로 그런 의사를 초빙했으니 부원장님은 계산을 더 해주진 못해도 대접이라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소가 식당 가고 싶습니다.”
“능 선생 가고 싶은 데로 가요. 용고기를 먹는대도 같이 갈 테니.”
부원장의 입바른 소리도 반은 진심이었다. 500위안밖에 출장 수술비용을 주지 못해도, 롱샤 정도는 지출 비용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그럼 소가 식당 가시죠.”
“좋습니다. 말씀하신 곳으로 가죠. 잠시만요, 차 준비하겠습니다.”
부원장이 핸드폰을 꺼내 지시하는 사이에 좌자전도 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부원장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능연과 좌자전을 향해 억지웃음을 내보이며 손가락을 뻗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죠. 공용차가 마침 외근을 나갔다네요. 다른 차 찾아보겠습니다.”
아침엔 능연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느라 공용차를 배정했지만, 대기하면서 점심 식사까지 시중들 공용차가 없었다.
“제가 택시 부를게요.”
“아니요, 아닙니다. 차라리 제 차로 가시죠.”
“택시가 편합니다. 주차 걱정도 없고.”
기다리기 귀찮은 능연이 말리는 부원장도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누르기 시작했다.
“아니면 제가 차를 부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불렀어요. 내려가요.”
부원장은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능연은 핸드폰을 거두고 앞장섰다.
“아이고, 정말 나 좀 보세요. 일 처리를 이렇게 하다니요. 다 제 탓입니다. 이따 능 선생한테 말 좀 잘 해주세요.”
부원장은 할 수 없이 뒤를 따르면서 좌자전을 향해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능 선생은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좌자전도 별말 없이 뒤를 따랐다. 상사의 이런저런 시중을 드는 것이 그의 임무지만, 차를 부르고 음식 배달시키는 건 개입하지 않았다.
“능 선생이 신경 안 쓴대도 어디 그렇습니까. 내가 일을 제대로 못 한걸요. 좌 선생, 가서 능 선생한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씀 해주실래요? 바로 차 구해오겠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안 됩니다. 이렇게 부르는 택시는 레벨이 낮아요. 능 선생 이따 수술도 해야 하는데, 편안한 차를 타야 수술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내 말대로 하는 게······.”
“진짜로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능 선생은 택시 불러도 편안하게 쉽니다.”
좌자전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부원장을 바라봤고 부원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능 선생이 젊긴 젊군요. 우리 나이가 되면 그런 택시에 몸을 구겨 넣기도······. 응?”
병원 앞에서 능연이 올라탄 차는 분명 롤스로이스였다. 게다가 그는 롤스로이스 앞에서 핸드폰을 들고 차 번호까지 진지하고 엄숙하게 체크했다.
“101점짜리 팬텀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좌자전이 하늘색 롤스로이스를 알아보는 듯 말하자 부원장이 의아한 듯 그를 봤다.
“아, 이 롤스로이스 팬텀 자주 타거든요. 운화병원 근처만 운행하는 줄 알았더니 3 병원까지도 오네요.”
좌자전이 설명했지만, 부원장은 점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101점은 왜요?”
“이 롤스로이스에만 있는 샴페인이 아주 맛있거든요. 벤틀리가 제일 심해요. 럼주를 주더라고요. 차 장식하고 상관있는 거 같더라고요. 벤틀리는 쿠바 스타일이었거든요.”
부원장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롤스로이스 팬텀 뒷좌석에 올라탔다. 곧 뒤따라온 여원도 탔다.
“어서 오세요, 여러분. 또 만났네요? 오늘은 다른 곳이네요.”
제복을 입은 전칠이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제복 모자를 치켜들었다.
“네. 오늘은 3 병원에서 수술하거든요. 원외 합동 진료. 오늘도 아르바이트?”
좌자전이 공손하게 허리를 살짝 굽혀 롤스로이스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고는 웃는 얼굴로 물었다.
“네. 엄마 아빠한테 손 내밀 수는 없으니까요. 냉장고에 물 있어요. 좀 드세요.”
전칠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여원에게 냉장고를 눈짓했고, 여원은 무의식적으로 냉장고를 열었다가 화려한 병에 담긴 생수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능 선생님 대학 다닐 때 알바 했어요? 학비를 알아서 번다던가요. 모델? 능 선생님이 모델한다면 오라는 회사 엄청 많겠죠?”
“음, 저는 알바 안 했습니다.”
“안 했어요? 부모님이 용돈 많이 주셨어요?”
“학교 다닐 때 돈을 많이 안 써서요. 그리고 장학금도 많이 받아서.”
“많이요? 얼마나 많이요?”
“잘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장학금이 자꾸 들어오더라고요.”
그 말에 전칠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고민 있어요. 은행에 갑자기 돈이 생기는 거예요. 정체불명의 금액이 들어와 있지 않나, 카드 대금이 갑자기 선결제 되지 않나. 그런 거 싫더라고요. 내 힘으로 돈 버는 게 최고예요.”
능연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합니다!”
전칠이 다시 고개를 돌려 시동을 걸고 어색하게 엑셀을 밟았다.
잠시 후, 소가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점심 할래요?”
“좋아요.”
능연이 자연스럽게 전칠을 초대하자 전칠은 차를 세우고 계기판에 붙어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잠시만요, 일은 마치고!”
전칠이 능연 일행과 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차에 타서 차를 끌고 갔다.
능연의 신경은 바로 소가 식당에 쏠렸다. 점심시간을 맞은 소가 식당엔 변함없이 사람이 넘쳤고, 좌자전이 친한 척 종업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소 사장님은? 운화병원에서 왔습니다.”
“사장님 모셔가려고 오셨구······. 아닌데, 오늘 배달 가셨는데.”
종업원이 헷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밥 먹으러 온 건데요.”
“아! 일찍 말씀하시지. 깜짝 놀랐잖아요.”
뒤를 돌아 좌자전을 본 종업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 표정을 짓다가 그 뒤에 서 있는 능연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능 선생님, 오셨군요! 잠시만요, 자리 준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