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68화 (249/877)

소 사장이 없는 소가 식당엔 저급한 느낌이 조금 줄고 체계화된 느낌이 조금 강했다.

능연은 소곱창과 구이를 시켜 배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소 사장 특제 소스도 그날 점심엔 88점 정도였다.

부원장은 맛있게 음식을 먹는 전칠을 보며 호기심도 생기고 불안하기도 했다. 전칠이 오렌지 소다를 가지러 간 틈을 타 부원장은 좌자전을 살짝 잡아당기며 물었다.

“롤스로이스, 정말 저 여자 건가요?”

“그렇겠죠? 등록증을 보진 않았지만.”

능연 밑에서 일한 지 어느 정도 된 좌자전도 말투가 덩달아 진지해졌다.

“내 말은······ 롤스로이스 기름값이 이런 음식 대접하는 거로 되겠냐는 말입니다.”

“그럼 뭘 사야 롤스로이스 차비가 되는데요?”

되묻는 좌자전의 말에 부원장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게······ 여기 있는 음식을 다 시키는 건 너무 촌스럽고 적어도······. 아이고,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전엔 그런 생각을 했었죠.”

부원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도 계속 어플로 택시를 부르는데, 부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가끔 택시 부르시죠? 롤스로이스가 온 적 있나요?”

“글쎄요. 어플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제가 직접 부를 일이 거의 없어서. 출퇴근할 때는 병원차로 마중 오니까요. 오늘은 상황이 이래서 그렇지만, 아무튼 죄송합니다.”

곱창을 먹다가 기름지다는 생각에 차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묻는 좌자전의 말에 부원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다.

좌자전은 병원차로 출퇴근한다는 말까지 듣고 다음 말은 듣지 않았다. 눈앞에 머리숱 적은 중년 남자가 겉으로 공손한 척 허리를 굽히고 있어도 실제로 고위층이라는 것을 갑자기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니 3 병원 부원장이면 마을 위생병원 원장을 하고도 남을 위치였다. 다시 말하면, 눈앞에 머리숱 적은 중년 남자가 바로 좌자전의 인생 목표, 롤모델, 노력의 보상, 분투의 훈장이었다.

‘이건 정말이지······.’

좌자전의 눈꼬리가 축 쳐졌다. 그가 뭔가 한마디 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부원장 정수리 너머 능연이 보였다.

능연은 유유자적하게 입에 곱창 꼬치를 물고는 오물거리다가 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싸구려 티슈였지만, 여전히······.

역시 이 세상에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일은 없어!

오후에 능연은 수술 몇 건을 더 해서 사용할 수 있는 3 병원 수술실을 모두 사용해버렸다.

전염병원은 수술실 회전율 때문에 수술실을 많이 배치한다. 그래도 능연이 수술을 그렇게 빠르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음 날 수술 약속을 하고 난 다음 부원장이 직접 차량을 수배해 능연을 집까지 바래다줬다. 이왕 감염 수술을 시작한 것, 능연은 3 병원에 있는 수술을 다 하기로 했다.

조용한 하구 진료소의 뒤쪽 정원엔 수액을 맞으러 온 이웃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수액을 맞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생이 오늘은 없어요?”

추나 팻말이 뒤집힌 걸 본 능연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동자승의 안부를 물었다.

돈을 세며 즐거운 듯 눈썹을 꼬고 있던 능결죽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을 반겼다.

“약 살 돈 다 벌어서 산으로 돌아갔단다. 사부님이 요즘 여기저기 말썽이 생겨서 말이야.”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웅 선생이 문제란다! 노인네가 장사가 좀 잘 되니까 돈 내놓으라고 하잖니. 업계 평균을 자기가 내리고 있다느니, 요즘 일이 많아졌다느니, 작업 시간이 늘었다느니 하면서 나를 무슨 나쁜 사장으로 보듯이······. 쳇! 내가 그런 양심 없는 사장이냐?”

“얼마나 더 달라는데요?”

아무 말 없이 부친을 보던 능연이 물었다.

“돈 문제가 아니란다! 원칙 문제지! 장사가 잘된다고 월급을 올려달라니. 그럼, 장사 안되면 내려도 된단 말이냐? 월급이라는 게 기름값 같아서 오르기만 하지 내리는 법이 없다고!”

“아, 예.”

“돈을 못 올려 줄 것도 없는데, 그래도 절차는 있어야지. 예를 들어 일 년······. 흠, 삼 년에 한 번 올린다던가. 그럼 나도 이해하지. 아, 그러게 이거 좋네. 이따 웅 선생하고 이야기해 봐야겠어.”

“왜 이따 하는데요.”

“퇴근은 해야 할 것 아니야. 진료소가 이렇게 바쁜 거 안 보이냐?”

능결죽이 툴툴거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능연은 거기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서, 아버지가 말을 끝내자 처마 아래 썬베드로 가 널브러져서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10분 후, 한 게임 종료.

능연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실망하지도 않고 새 게임을 시작했다.

연달아 몇 게임 하고는 한 시간쯤 되어서,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은 능연 귀에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골목에 양칼국수도 올랐는데, 한 달에 20위안 올려주는 건 당연한 것 아냐?”

“양칼국수 가격 올린 건 다친 손으로 칼국수 요리하는 동영상이 터져서 손님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오!”

“내가 드레싱 했잖은가!”

“내 아들이 꿰맸소만!”

“칼국수 한 그릇 사 먹을 돈도 못 준단 말이야?!”

“한 달에 5, 6천 위안 은퇴 연금 나오는데 칼국수 먹는 게 아까우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연금은 마누라가 가지고 있단 말일세! 마누라가 칼국수값을 주면 내가 뭐하러 이 나이에 나와서 일을 해? 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20위안이 돈이야?”

“돈이 아니면 선생이 나한테 돌려주지 그래? 난 20위안도 필요 없고, 5위안이면 됩니다!”

“능 사장, 요즘 거래는 적어도 10위안부터 시작이야.”

“그럽시다, 그럼 10위안!”

능연은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들으며 느릿느릿 2층으로 올라가 어느샌가 비몽사몽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2시. 하구 골목은 길고양이와 떠돌이 개도 사라지고 없어 적막했다.

아침을 파는 가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다.

자고 일어난 능연이 간단하게 세수하고 후원에 세워둔 제타를 타고 골목으로 나왔을 때, 채소 파는 작은 화물자동차에 시동 걸며 하품하는 남자를 발견했다.

능연을 본 남자는 기운을 차리며 인사하고는 제타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행복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다.

‘의사보다는 못 벌어도, 의사보다 늦게 일어나는 행복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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