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새벽 3시도 안 된 시간에 질풍을 가르듯이 운화 3 병원으로 달려갔다. 늦은 시각의 전염병원은 사방이 조용해서 꼭 교외 같았다.
소형 제타뿐인 적막한 도로에 코를 비트는 것 같은 그르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입원 병동엔 불이 환했고, 몇 무리의 사람들이 옷을 두껍게 입고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좌자전, 여원과 왕가도 벌써 현장에 와 있었다. 치프 레지던트인 여원은 운화병원으로 돌아가 밤새 근무하다가 다시 왔고.
3 병원 조무사들은 하품하면서 멍청이 보듯 운화병원 능팀을 바라봤다.
“어쩐지 이런 원외 진료도 하더라니. 다들 머리가 이상한 거였어. 새벽 3시에 무슨 수술을 한다고.”
“그러는 그쪽도 3시부터 와서 기다리네요.”
다 들리게 누군가 하는 말을 들은 좌자전은 싱긋 웃으면서 흘려 버렸지만, 왕가는 망설이지도 않고 반박했다. 그러자 잠시 멍해졌던 3 병원 조무사가 피식 웃었다.
“우린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까요.”
“부탁할 때나 이렇게 하나 보죠?”
왕가가 매섭게 쏘아붙이자 3 병원 작업자들은 더는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능팀이 돌아가기라도 하면 정말 낭패니까 말이다.
병원에는 사람을 괴롭힐 방법이 정말이지 너무나 많았다. 내일 새벽 3시에 다시 일어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능연은 병원 앞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그저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환영하는 마음을 표현하려던 3 병원 고위층은 그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환자 준비됐나요?”
“네, 준비됐습니다.”
수술 층에 도착하자마자 묻는 능연의 말에 3 병원 의료진은 눈을 껌뻑이다가 대답했다.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능연이 다른 의사와 다르다는 걸 충분히 증명했다. 원외 합동 진단의 특수성 때문에 초빙된 의사는 그 작업을 사교활동처럼 여기곤 했다. 간단히 말하면, 돈은 못 벌어도 인간관계는 구축하려고 들었다는 말이다.
3 병원 고위층도 가능한 한 각 방면 전문가를 맞춰주려고 하고, 타이밍이 맞으면 언젠가 그 인간관계를 돌려받기도 한다.
그런데 새벽 3시의 수술이라니. 그런 암묵적인 전통을 와르르 깨부쉈다.
“동의서 사인은 했나요?”
“다 했습니다. 오늘은 수술할 환자가 12명 있습니다. 그중 2명은 후보고요.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상황 설명했고요, 동의했습니다.”
능연은 관절경하 반월판 성형술만 하니 속도가 매우 빨라서 3 병원에서는 능연의 요구대로 환자를 많이 준비했다.
물론 그런 점도 다른 원외 진료 의사들과 달랐다.
“좌 선생님은 환자와 면담하시고, 연 선생님은 나랑 같이 수술실에 들어가 한 세트 하죠.”
말을 마친 능연은 바로 탈의실로 향했고, 왕가는 재빨리 탈의실 문 앞으로 달려가 양팔을 뻗고 다른 의사들의 출입을 막았다.
“우리도 능 선생이 하는 것 좀 배웁니다.”
3 병원 감염 외과는 생긴 지 오래된 만큼, 실제로 진행하는 수술 종류는 많지 않다고 해도 큰 진료과에 속했고, 다른 의사를 따라 하고 싶은 젊은 의사가 있었다.
“안 됩니다. 능 선생님은 옷 갈아입고 샤워할 때 혼자 하는 걸 좋아하세요.”
문 앞에서 가로막힌 레지던트들은 말다툼하기도 귀찮다는 듯 어이없이 왕가를 바라봤다. 좌자전은 엄숙한 표정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러 갔다. 마을 위생병원에 있을 땐 수술 전 면담 기회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운화병원에 한 달 조금 넘게 있는 동안 좌자전은 대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능팀에서 좌자전의 나이가 제일 많고 사회 경력이 제일 풍부했다. 특히 기층 병원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기층 병원의 현실을 잘 알아서 운화병원에서도 환자와 면담할 때 매우 유리했다.
3 병원에서는 더욱 그 방면 실력을 발휘하면서 환자의 수술동의서를 꼼꼼히 체크했다. 수술동의서는 의사의 발목을 잡기도 하니까 말이다.
능연은 3시 30분, 예정보다 20분 이른 시간에 그날의 첫 수술을 시작했다.
하나 끝나고 또 하나, 그리고 다시 하나. 그렇게 수술 세 건을 한 세트로 진행했다. 할 일을 마친 좌자전이 연문빈과 바톤터치해서 다시 수술 세 건을 했다.
감염 수술이라 방호복을 입고 벗고, 목욕하는 시간이 적잖게 걸려서 수술을 내리 6건 하고 나니 시간이 벌써 아침 9시였다.
능연은 그제야 사람들과 함께 식당으로 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세 세트째 수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점심이 되어서 수술 10건을 모두 마치고 후보 수술은 다음 날로 미루고 돌아갔다.
이 일을 담당하는 부원장이 그제야 아침 업무를 끝내고 능연 일행을 신경 써줘야겠다고 떠올린 시간이었다.
“능 선생님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의교과 간부가 멍청하게 웃어 보였다. 새벽 2시에 기상한 것이 한숨도 못 자고 당직을 선 것보다 타격이 컸다.
“다 돌아갔다고? 벌써?”
“연 선생이라는 사람은 남았습니다.”
“예후 때문에?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족발 파느라요.”
놀라서 묻는 부원장의 말에 의정과 의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처럼 헤 웃었다.
“족발?”
부원장은 상상력이 부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리 구매해주는 젊은 청년처럼 말이야?”
“그거랑 다른 거 같습니다. 직접 조린 족발을 팔았거든요. 게다가 맛있어요.”
부원장의 머릿속에 소송과 관련된 온갖 일이 떠올랐다.
“진단의학과에 보내서 한번 알아보고, 별문제 없으면 못 본 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