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71화 (252/877)

“들었어? 능연도 올해 국가고시 본대.”

“알아. 우리랑 같이 본다며.”

“걔가 떨어지면 재미있겠네.”

“야, 조용히 해. 누가 들을라.”

레지던트 두 명이 문에 기댄 채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따 차에서 능연한테 말 좀 걸어 보자. 걔 벌써 수술을 천 건 가까이 했다던데.”

“그럴걸? 탕 봉합, 걔 이름 들어간 아킬레스건 보건술, 그것만 해도 우리 병원에서는 능연이 단독으로 하는 수술이니까.”

“연문빈이 탕 봉합 시작했다던데?”

“연문빈이라는 게 족발 잘 삶는 연 선생 말이야?”

“응. 이름도 몰랐냐?”

“족발에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아냐?”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대형 버스가 문 옆에 섰다.

“오늘 시험 보러 가는 의사인가?”

“예. 저흰 정형외과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의교과 간부가 묻자 두 사람은 이름을 말하고 차에 올라타 버스 안을 살폈다. 버스 안엔 지친 표정의 레지던트가 가득했다.

“어제 당직이었어.”

“또 당직이었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오늘 시험 보는 거 알면서도 추가 근무, 추가 근무······.”

버스 안에 레지던트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누구도 당직을 원해서 서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레지던트가 가장 당직을 많이 선다.

추가 근무로 고통받는 레지던트들은 동병상련을 호소하면서 그 김에 상급 의사 욕도 하면서 금세 하나가 되었다.

버스가 흔들리더니 서서히 출발했다.

“능연도 시험 본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도 새벽에 왔을 텐데.”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안을 살피다가 물었다.

수시로 응급의학과로 가 트랜스 환자를 받는 정형외과 당직 의사는 조금만 관심 두면 능연의 스케줄을 알 수 있었다.

레지던트의 말을 들은 의교과 간부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능연 시험 안 본대요?”

“봐, 왜 안 봐. 뇌 주임님이 따로 차로 보내신다.”

“따로······. 이런 때까지 특별 대우해주시는군.”

레지던트가 입을 삐죽이며 나지막이 불만을 터트렸다.

“능 선생 아침에 수술 네 건 했어. 모두 지명 수술이었고. 그래서 혹시 늦어져서 여러분의 스케줄에 영향 줄까 봐 뇌 주임님이 따로 차를 보낸 거란다.”

의교과 간부가 다 이유가 있다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아직 의사 고시를 패스 못 한 레지던트들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달리 할 말은 없었다. 정형외과 레지던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창밖을 바라봤다.

마침 버스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폭스바겐 파사트의 열린 창문 사이로 능연의 얼굴이 보였다.

능연은 정말로 수술 네 건을 하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지금은 지명 수술 제도를 시행하는 병원이 있다. 환자들이 싸게는 5백 위안 비싸면 7, 8백 위안을 내면 어느 의사에게 수술받겠다고 지정할 수 있고 의사들은 지명비를 나눠 받을 수 있어서 이름난 외과 의사에겐 짭짤한 부수입이 된다.

전에는 누구를 지정해서 수술하는 건 꽌시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운화병원은 현재 지명 수술은 하지 않았고, 능연이 한 수술은 모두 의사들의 소개로 온 환자들이었다. 같은 의사가 친척, 친구의 수술을 맡긴다는 건 상대의 실력을 완전히 인정하는 대단한 일이라서 일반적으로 쉽게 거절하기 힘들었다.

물론 능연도 쉽게 거절할 사람이 아니고.

파사트가 서서히 성립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창서성은 다른 병원에서 시험 보는 제도를 집행했고, 기능 고시같이 장소가 필요한 시험은 운화병원 의사는 성립, 성립 의사는 운화병원에서 시험을 봤다. 감독관은 운화병원과 성립 의사도 있고 다른 병원에서 온 의사도 있었다.

정책은 그렇지만, 사실 효과는 여전히 미미했다.

기능 고시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원래 거의 없고 운화병원이나 성립이나 의사를 모집할 땐 우수한 사람 중에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는다.

이제 막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초짜 의사는 부정을 저지를 필요를 못 느끼지만, 그에 비해 지역 병원 의사, 특히 구나 현 이하 병원 의사들은 아무래도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성립 입원 병동으로 들어온 능연은 수험증을 들고 대기실에 앉아 초짜 의사들이 책을 넘기고 전화를 하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지켜봤다.

의사 고시의 기능 시험 주제는 컴퓨터로 랜덤으로 뽑아서 수험 번호를 불러 시험 보게 한다. 줄이 있는 수험생은 수험증을 받고 시험을 시작하기까지 시험 문제의 대략적인 범위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심장, 폐, 피부 등등 말이다.

수험생은 그사이에 책을 넘기며 복습을 하니 더욱 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그저 자신의 수험증을 내려다보다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수술을 네 건하고 스태미너 포션도 마시지 않아서 조금 피곤하긴 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 간호사가 문 앞에서 큰 소리로 46번을 부르자 능연이 자연스럽게 그쪽을 바라보며 일어났다.

“46번이세요?”

“네.”

능연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간호사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묻자 능연은 손에 든 수험증을 내보이며 대답했다.

“어서 오세요.”

간호사는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능연이 안으로 들어가자 조용히 문을 닫았다.

성립은 시험장을 총 6개 준비해서 더미와 각종 도구를 채워놓았다. 평소에도 의사들이 연습하느라 쓰는 물건들이었다.

초짜 의사들은 대다수 더미로 두어 번 연습하고 바로 시험을 보는 일이 흔했다. 실제 사람이 당연히 더미보다 더 좋은 재료라서 실제 수술 경험이 있는 초짜 의사는 기능 고시에서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았다.

능연은 간호사를 따라 중간에 있는 4번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방 안엔 긴 테이블이 두 개 놓여있었고, 감독관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능연이 고개를 들었더니 아는 얼굴인 익원현 정형 2 외과 주임 공향명이 뜻밖에도 중앙에 앉아 있었다.

공향명은 엄숙함이 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잉?

공향명은 쩍 벌어지는 턱을 손으로 받치고는 능연 손에 들린 수험증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게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

몇 번이나 능연을 초빙했던 익원현 주임 의사로서 공향명은 언제나 능연을 존경하는 태도로 대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 능연에게 존경을 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능연이 규정대로 ‘교수님 안녕하세요.’ 하길 기다려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한 공향명은 웃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능 선생, 기능 고시 보러 온 것을 환영합니다.”

“공 주임님, 안녕하세요.”

능연은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으며 공향명을 바라봤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공향명 양옆에 앉은 의사들은 따라서 일어서기도, 그대로 앉아 있기도 뭐해서 난감해했다.

관례에 따르면, 익원현 병원 정형외과 주임은 창서성 의학회 정형외과 분회 위원과 운화 시 의학회 정형외과 분회 상무위원을 맡는다. 이제 진료과 주임이 된 지 2년째인 공향명은 기회만 있으면 얼굴을 내비치려고 했고, 감독관 같은 역할도 당연히 수락했다.

나머지 부감독관 두 사람의 조건은 까다롭지 않아서 최대한 병원에서 한가한 선임 주치의 한 명, 젊은 부주임 의사 한 명을 찾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들은 능연의 전설은 들은 적 있지만, 직접 만난 적 없으니 지금 머뭇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공향명은 이미 책상을 둘러 나와 두 사람을 등진 채 광대가 천장에 붙을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운화에 왔으니 능 선생 꼭 만나고 가야지 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운화 여기가 참 용한 지역인가 봅니다. 하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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