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77화 (258/877)

능연과 전칠이 도착했을 때, 손가락이 깔린 웨딩 업체 직원은 이미 구급차에 탔고 운화병원 수부외과 부주임 의사 하나가 구급차에 같이 타고 떠났다.

사람들은 모두 부러움을 나타냈다. 800명이 있는 식장에 200명 의사 중에 큰 건 하나 건졌으니 큰 성과를 이룬 것이었다. 국제 의학 포럼도 800명이 참석할 정도면 규모가 큰 건이고, 수술 시연할 의사가 200명이나 모인다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소 사장조차도 능연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고는 바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운화병원 수부외과, 제대로 활약하는걸? 다들 운화병원 수부외과 처치가 결단력 있다고 칭찬해.”

“벌써 누가 다쳤어요?”

“응, 그것도 꽤 심하게 다쳤어. 내가 현장에서 지켜봐 온 사고 중에도 큰 편이었지. 그래도 운은 좋아서 현장에서 의사가 바로 처리했으니 다행이지. 내가 젊을 때 황산에 간 적 있는데, 배낭 여행객 하나가 찐빵 먹다가 목에 걸려서 내려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다들 번갈아 가면서 업고 내려갔단 말이야. 그러다가 나중엔 들것을 만들기까지 했지.”

“그래서요?”

전칠이 홀린 듯이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래서, 내 순서가 됐는데 나는 기력이 떨어지잖아. 그런데 그 여행객은 또 엄청 건장했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넘어졌는데, 덕분에 찐빵이 튀어나왔어. 그것도 운이지 뭐. 넘어지면서 사람 목에 걸린 찐빵을 빼내다니! 발군의 효과!”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소 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전칠은 들것에서 떨어져 튕겨 나가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하임리크 구급법인가 있지 않아요?”

“옛날에 그런 거 몰랐지. 나도 그땐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안 배웠고. 에휴, 그래도 결과가 괜찮았지. 그 여행객 다리가 부러졌다는데 붙였다고 하더라고. 근데 등산은 못 하지. 나도 그 뒤로 등산 안 가. 구급차가 못 올라가는 곳은 너무 위험하더라고.”

이야기하는 사이 앞쪽에서 또다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억억대는 소리가 듣기만 해도 불편했다.

“이것도 목에 뭐가 걸려서 나는 소린데?”

소 사장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비키세요, 비켜요. 여러분 자리 좀 내주세요. 보호자와 의사 아닌 사람은 다 비키세요.”

제일 먼저 도착한 의사가 청진기를 꺼내며 큰 소리로 명령한 다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생선을 좀 먹였는데, 가시가 박혔나 봐요.”

바닥에 앉아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은 여자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가 좀 볼게요.”

청진기를 든 의사가 고개를 들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몰려있는 걸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호자나 의사 아닌 사람은 좀 비키세요. 환자 가족이 이렇게 많습니까? 환자 구경 재미있어요?”

“저도 의산데요.”

“저도요.”

“의사입니다.”

“응급의학과이요!”

환자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 당당했고, 바닥에 꿇은 의사가 오히려 당황했다.

“그럼 관련과 전문가 아닌 사람은 일단 비키세요.”

그때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든 의사 하나가 나서서 능숙하게 정리했다. 그 말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역시나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부분 의사가 자리를 떠났다. 10명 정도 남은 의사는 모두 심각하고 긴장되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환자와 의사를 바라봤다.

바닥에 엎드린 채 청진기를 들고 있던 의사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

뚫고 들어가기 좋아진 틈을 타 머리를 내밀고 바라보던 소 사장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젊은 의사였군.”

“무슨 뜻이에요?”

눈앞의 상황에 정신이 없는 전칠이 물었다.

“아까 나이든 의사 말 들었죠? 관련과는 둘째치고 전문가라고 했잖아요. 전문가는 보통 부주임이나 주임 정도겠죠? 부주임이 된 지 얼마 안 된 의사 중에 덜 뻔뻔한 사람은 자기가 전문가라고 나서지 못합니다.”

“그게 젊은 의사랑 무슨 상관인데요?”

“지금 자기 주변에 다 부주임, 주임 의사라는 걸 깨달았을 거 아닙니까.”

소 사장이 참지 못하고 웃는 모습에도 전칠은 말뜻을 이해할 수 없어 능연을 바라봤다.

“무슨 뜻이에요?”

“지도 수술이 됐다는 거죠.”

“아!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데 생선 가시를 뽑아야 한다는 거군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에서 발표하려고 PPT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전문가들이 몰려온 거랑 같은 거네요?”

“그렇죠. 능력자였다면 시범 수술이 되는 건데, 안타깝게도 젊은 의사라 지도 수술이 되어 버렸네요.”

이해력이 빠른 전칠의 말에 소 사장이 빙긋 웃어 보였다.

바닥에 엎드린 젊은 의사는 벌써 식은땀이 범벅이 되어 거즈를 잡고 아이의 혀를 누르고 포셉으로 몇 번이고 집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가 버둥거리며 울기 시작하자 어른은 더욱 초조해졌다.

“할 수 있어요? 애가 너무 힘들어하잖아요.”

응급실이었다면 후두경을 사용했을 텐데 말이다. 후두경으로 위치를 고정하고 포셉을 쓰면 바로 가시를 뽑을 수 있다. 위치가 아무리 깊어도 수술용 포셉이라면 문제가 없다. 지금도 병원으로 가자고 말할 수 있지만, 거물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라 이대로 환자를 데리고 나가기도,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우린 신랑한테 가죠.”

힐끔 쳐다보던 능연은 이내 흥미를 잃었다. 생선 가시 뽑는 일 같은 건 응급의학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 목에서 물건을 꺼내는 전문가급 기술도 없고, 그런 건 없어도 상관없었다.

병원에서도 초초짜 의사들이나 그런 스킬을 연마한다. 생선 가시가 아니라 찐빵이라면 좀 더 심도 있는 기술을 써야 하고 어쩌면 기관지 절개술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전국에 일 년에 3000여 명이 숨이 막혀 죽는다. 그 주요 원인이 음식물이 기도에 막혔는데 의사가 기관지 절개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능연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는데 웨딩 업체 직원이 정신을 딴 떼 팔면서 풍선을 달고 있는 게 보였다.

“조심해요. 이렇게 높은 데서 떨어지면 뼈 부러집니다.”

소 사장이 충고하고는 다시 몇 발짝 걸어가니 몇 사람이 웃고 떠들면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었다.

“조심해요. 이렇게 무거운 카메라가 사람이라도 치면 난리 납니다.”

소 사장은 걸어가는 동안 사방에 코치하고는 기분 좋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내가 미리 해결했군.”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쿵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휙 고개를 돌려보니 뚱뚱한 사람 하나가 테이블에서 뛰어 내려와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얼굴을 넋 나간 듯 바라봤다.

“왜 그러세요? 제가 뭐 밟아서 고장 냈나요?”

“아닙니다.”

심심해하던 의사들이 몸을 돌려 다시 심심한 상태에 빠졌다.

“깜짝 놀랐네!”

주먹을 꾹 쥐고 있던 전칠이 몸에 힘을 풀면서 웃자 능연은 곽 주임이 선물한 기관지 응급 키트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여기 의사 많잖아요. 무슨 사고가 생겨도 걱정할 거 없어요.”

“사람이 많은 곳엔 아무래도 사고가 나기 쉽지. 내 경험상, 사람이 100명 이상 모이는 곳엔 의사가 있어야 해. 물론 지금 의사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만.”

“우리 광산에는 몇백 명이나 있어도 의사가 필요할 일이 거의 없는데요?”

전칠이 의아한 얼굴로 소 사장을 바라봤다.

“광산 풍수지리가 좋은가 보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칠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능 선생님 웃긴 얘기하나 해드릴까요? 우리 집에 원래 채석장이 있었는데, 이익이 일 년에 몇천만밖에 안 나왔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옥이 나왔어요.”

“무슨 옥이요?”

능연이 그제야 솔깃한 듯 묻는 말에 소 사장이 펄쩍펄쩍 뛰었다.

“그게 중요하냐? 집에 광산이 있다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드러누워만 있어도 장기 이식할 돈이 생기는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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