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78화 (259/877)

마연린의 결혼식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식장, 주방, 백스테이지, 길가, 호텔, 그리고 차에서까지 쓰러지는 사람이 있었지만, 각자 다른 병원, 다른 진료과에서 온 의사들이 신나게 대응했다.

결혼식 자체도 질서정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사회를 보는 위만의 외삼촌은 자주 외국에 나가고 현장 구조에 자주 참여하는 중년 의사이며 풍부한 임상 대응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만사를 진중한 태도로 대하는 사람이었다.

”음, 저기 창가에 가슴 답답한 증상 보이는 사람을 도와준 의사가 우리 화평 병원 주 선생입니다. 주 선생은 우리 화평 병원 창립 멤버지요. 지금은 은퇴했는데,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아, 휠체어 앞에 쭈그리고 있는 게 주 선생 아들입니다. 에든버러 대학 졸업하고 귀국해서 화평 병원에서 일하는데 지금은 심장 내과 부주임입니다. 아무튼, 우리 신랑 신부, 마연린과 위만 두 사람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평생 의지하면서 아들딸 낳고 잘 살길 바랍니다.

자, 이어서 양가 부모님 나와 주세요. 아, 저기 있는 남자 직원이 칼에 찔려 상처가 났네요. 잘 보이진 않지만, 출혈량으로 봐서 동맥은 안 건든 것 같습니다. 음, 시 1 병원에서 의사 두 명을 보내 상황을 처리했습니다. 훌륭한 압박 지혈법입니다. 자, 그래요. 이제 양가 이야기를 다시 합시다.

어? 저기 음식이 목에 걸린 분이 있네요. 하임리크 구조법으로 힘차게 당겨서 음식물을 뱉어냈군요. 늑골 괜찮은가요? 아, 괜찮다고요. 다행입니다. 완벽한 하임리크 구조법이었습니다. 여러분 박수! 응급처치한 의사는 운화병원 응급센터 연문빈 선생입니다. 신랑의 동료지요. 아까 보셨던 족발 산이 바로 연문빈 선생 솜씨랍니다. 아, 참 연문빈 선생은 아직 솔로랍니다. 관심 있는 아가씨, 번호 남겨 주세요.”

평소에 조금 차가운 성격인 위만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내 찬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부가 기뻐하니 마연린도 당연히 기뻤다.

신랑 신부가 기뻐하니 양가 부모도 기쁘고, 친척, 친구도 모두 기뻐했다. 하객들은 이런 기쁨이 넘치는 분위기에 기뻐했고 같은 업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더 기뻤다.

환자들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쓰러져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자, 이제 다들 신나게 먹고 즐기십시오.”

사회를 맡은 신부 외삼촌은 식이 여러 번 중단되는 상황에서 힘겹게 진도를 이끌면서 드디어 순조롭게 순서를 마쳤고 테이블을 둘러싼 하객들도 환호했다. 시간이 벌써 한 시가 되어가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남아있는 웨딩 업체 직원들은 자기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숨을 돌렸다.

위만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들러리들과 피로연 드레스로 갈아입고 다시 마연린 앞에 섰다.

“자기, 준비 제대로 했네.”

위만은 마연린의 팔짱을 끼며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낮게 속삭였다.

“울 아빠 퇴직한 지 오래라, 병원에서 환자 상대하며 지내던 세월을 제일 그리워하는데, 이렇게 아빠 추억을 되살려 주다니. 멋진데?”

“뭐?”

“환자 말이야. 친구 시켜서 꾸민 거 아냐? 나이든 환자도 있던데? 연기자 고용한 거야?”

위만이 웃는 얼굴로 속삭이는 말에 마연린은 눈을 껌뻑이다가 갑자기 깨달은 듯 환하게 웃었다.

“에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기회가 맞아떨어진 거랄까?”

“자기 진짜 대단해.”

위만은 마연린에게 기대서 행복한 듯 엉덩이를 흔들었고 마연린도 따라 웃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와이프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뭐.

도울 것 없나, 곁에 있던 여원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마연린이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바라보다 참지 못하고 독설을 내뿜었다.

“아, 남자들이란!”

능연은 전칠이 그릇 위에 올려준 장어를 진지하게 맛보고 있었다. 마연린 가족이 장어 산지로 유명한 고향 주산에서 준비해온 것이었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장어찜을 한 점 입에 넣으니 특유의 기름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능연은 피로연에 준비된 다른 음식들은 별생각 없었는데 장어를 한 점 먹어보니 저절로 또 한 점 집게 되었다.

맛있게 장어를 먹는 능연의 모습에 전칠은 망설임도 없이 자기 몫의 장어도 능연에게 건넸다.

“새 접시에 잠시 담았을 뿐이에요. 안 건드렸어요.”

“전 두 조각만 먹으면 됩니다. 드셔 보세요, 맛있어요.”

“응.”

능연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전칠은 옥신각신하기 싫어서 그의 말대로 장어를 다시 집어와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신선한 식감이 입안에 퍼졌다. 전칠은 실눈을 뜨고 다시 한 입 깨물었다.

“와, 맛있다.”

전칠이 솔직히 평가하자 능연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준비된 장어찜이 이미 동나 있었다.

“음, 다 먹었나 봐요. 다음을 기약해야겠어요.”

전칠이 생긋 웃으며 하는 말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청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장어는 직접 잡았을 때 제일 맛있죠.”

목소리가 들리자 전칠이 고개를 돌렸고, 청년은 이때다 싶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장어 낚시 정말 재밌다구요. 장어는 뒤로도 헤엄치거든요? 그래서 낚을 때 기술이 필요해요. 저는 오징어로 장어 잡습니다. 나중에 주산에 놀러 오세요, 제가 낚시 가르쳐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전칠이 고개를 흔들자 청년은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시간 없으면 제가 잡은 장어 보내드릴게요. 장어는 며칠 둬도 되거든요. 며칠 뒤에 제가······.”

“필요 없습니다.”

다시 한번 거절한 전칠이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 장어 낚시하고 싶으세요? 우리 어업 사업도 하는데요, 주산에 지사가 있을지도 몰라요. 없어도 관련 회사가 있을 거예요.”

능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청년이 눈썹을 치켜들어 눈앞에 예뻐도 너무 예쁜 미녀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갈등하다가 물었다.

“어느 회사죠?”

“영원 어업이 저희 가족사랍니다.”

“영원이라면, 원양어선 4대 있는 그 영원이요?”

청년이 입가를 실룩거리며 물었다.

“글쎄요, 자세한 사업 내용은 모르겠네요. 능 선생님, 장어 졸인 간장으로 밥 비벼 먹으면 끝내주는 간장 밥이 된답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하는 전칠의 말에 능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전 됐습니다.”

“그럼 다음에 우리가 직접 장어찜하고 간장밥 만들어 먹어요.”

능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칠이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맞은 편에 앉은 청년은 전칠 한 번, 능연 한 번 쳐다보고는 온몸에 기운이 다 빠진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마친 의사들은 병원으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타러 가면서 다들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서 진료과에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누군가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의사들 참 고생이네요.”

“왜요?”

전칠이 두리번거리면서 하는 말에 능연도 따라 주변을 살피고는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응? 아닌가요?”

“흠. 수술 못 하는 레지던트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레지던트는 차트 쓰고, 병상 관리하고, 간호사들에게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주치의, 부주임까지 이리저리 불러대니 주임이 불러주길 바라도 시간이 없는 신세일 정도로 작업량이 많았다.

“수술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임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아요?”

전칠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제약회사 사장 대리직을 맡은 전칠 학생은 이제 의약계 업무에 의견을 낼 정도로 견해가 생겼다. 그러나 능연은 그런 생각은 한 적도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수술하면 스트레스가 풀리죠.”

전칠은 갑자기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간 수많은 워커홀릭을 봐 왔다. 전씨 가문엔 워커홀릭, 예스맨, 식충이가 널렸고 가문 소유 각 그룹에도 젊은 워커홀릭, 중년 워커홀릭, 과로사한 워커홀릭이 있었다. 그러나! 능연처럼 이렇게······ 잘생긴 워커홀릭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병원에 있으면서 피부가 어떻게 그렇게 좋아요?”

전칠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궁금해하던 걸 물었다. 그런 질문을 수도 없이 들은 능연은 틀에 박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틀에 박힌 대답을 했다.

“매일 세수하고 잘 닦고, 90도 넘는 뜨거운 물, 수증기를 접촉하지 않을 것.”

전칠은 잠시 멍해졌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능 선생님, 농담도 시크하게 하시네요.”

주차장에 도착한 능연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차 열쇠를 꺼냈다.

비슷하게 주차장에 도착한 남자들은 그런 두 사람을 몰래 힐끔거리다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해방되어 기운을 차렸다.

몸에 딱 붙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제일 먼저 자신의 벤츠 키를 꺼내 들었다.

띠띠.

육중하고 호화로운 신형 벤츠 C200이 비좁은 호텔 주차장에서 심장을 찢는 소리로 울부짖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막 주치의가 됐는데 30만 위안이 넘는 벤츠를 산 건 조금 부담이긴 했고, 대출을 내서 차를 사기로 했던 순간엔 몇 번이고 망설였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너무나 짜릿했다.

정장남이 능연의 소형 제타를 힐끔 보고는 자신의 벤츠에 팔을 척 걸치고 다시 키를 눌렀다.

띠띠.

응? 왜 소리가 두 번 나지?

정장남이 그런 생각을 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벤츠 E200L이 육중하고 호화롭고 더 비싼 모습으로 번쩍였다. 정장남이 고개를 돌려 차주를 보니 그 사람도 하얀 가운을 걸친 의사였다. 심지어 어쩌면 스물 몇 살밖에 안 됐을지도 모를 더 어려 보이는 모습이었다.

순간 정장남은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가 번 돈으로 산 것도 아니고, 벤츠 E 클래스라고 뭐가 대단해?

띠띠.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폭약이라도 마셨는지, 하나 같이 번쩍거리며 더 큰 소리로 울렸다.

정장남과 하얀 가운 의사가 일제히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벤츠 G클래스가 쉰은 되어 보이는 차주와 함께 눈빛을 번쩍였다.

정장남과 하얀 가운 의사는 동시에 ‘칫’ 하고 혀를 차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전칠을 바라봤다. 그러나 전칠은 행복한 얼굴로 소형 제타에 올라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능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능연은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하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가 서서히 주차장에서 빠져나갔다. 주창에 다시 띠띠 소리가 울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디로 데려다주면 돼요?”

“운화병원으로 가면 돼요.”

능연은 전칠이 뭐 하러 운화병원에 가는지 몰랐지만, 성격상 이유를 물을 사람이 아니었다. 전칠도 별말 없이 웃는 얼굴로 능연이 운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지금 어디로 가든 신경 쓸 사람이 아니었다.

제타는 순조롭게 운화병원 응급센터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고, 능연이 엘리베이터를 타자 전칠도 고분고분 뒤를 따랐다. 사방이 고요한 것이 바로 전칠이 기대하던 분위기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여기저기 울부짖는 고통스러운 소리가 귀를 찌르고 들어갔다.

“아파요!”

“선생님! 선생님!”

“저기요, 여기 좀 봐 주세요.”

처치실과 응급실엔 여기저기 환자가 가득했다.

능연은 태연하게 처치실을 가로질러서 갔다. 응급센터는 언제나 그런 상태였고, 소리를 크게 지르는 환자일수록 증상이 가볍고, 정말 심각한 환자는 오히려 끽소리 낼 기운조차 없이 대부분, 지금 눈앞에 보이는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노파처럼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능연이 걸음을 멈췄다.

“환자 왜 이럽니까?”

능연이 구석으로 다가가 물었다. 응급센터 처치실은 공간이 엄청나게 넓었고, 안엔 커튼으로만 구분되어 있었다. 침대와 침대 사이도 넓었고, 생명 유지 장치가 있는 침대는 몇 개뿐이었다. 정말로 생명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환자는 보통 응급실 혹은 ICU로 보내진다.

구석에 있던 훈련의는 능연의 목소리에 허둥지둥 차트를 넘기면서 중얼거렸다.

“위가 아프대. 점심 먹고 나서 쪼이는 것 같은 둔통(鈍痛)이 느껴지고 토도 한 번 했고. 그리고 만성 위염, 장염 병력이······.”

“지난번에 위가 아팠던 게 언제입니까?”

능연이 훈련의의 말을 끊고 응급 도구 서랍에서 청진기를 꺼내 환자의 흉부에 가져다 댔다.

“몇 년 동안 위장약을 안 먹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시작한 거 같아요.”

“네, 제가 한 번 볼게요.”

능연은 환자에게 대답하고는 훈련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심전도 검사 급히 하고 심장 내외 의사 불러주세요.”

훈련의가 머뭇거리다가 뭔가 물으려고 입을 떼는데 능연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능연의 판단을 그렇게 믿지 않았다. 능연이 운화 지역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실제 업무는 거의 정형외과 일이었고, 처치실이나 응급 처치실에서 그가 머무르는 시간은 훈련의보다 짧았다.

병원에서 응급의학과가 누구를 가장 무시하는가 하면, 그건 아마도 정형외과이리라. 물론 돈이 아닌 숭고한 의학 문제로 따지면 말이다.

그러나 심전도가 뭘 의미하는지, 훈련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노인을 쳐다보다가 심원성 돌연사 같은 단어를 떠올리고는 화들짝 놀라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간호사 세 명이 심전도 기기를 밀고 들어왔고, 한 명이 커튼을 쳐서 능연과 전칠 모두 안에 가뒀고, 다른 두 명은 다급하게 노인의 몸에 전극을 붙이고 혈압 슬리브를 채웠다.

“응? 아닌데. 나는······.”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노인이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막 연결된 모니터링 기기에서 띠띠띠 소리가 울렸다.

“VF!(ventricular fibrillation: 심실세동)”

모니터링 기기를 설치한 것은 경험이 풍부한 우 간호사였고 단번에 기기 오류로 인한 알람이 아님을 알아채고 큰 소리로 고함쳤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전칠은 할머니를 에워싸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따듯한 느낌도 받고 호기심도 들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알람이 울리더니 조금 전까지 눈을 뜨고 멀쩡하게 이야기하던 할머니가 눈 깜짝할 새 쇼크로 넘어가는 걸 본 전칠은 자기 심장을 누가 쥐어뜯는 느낌이었다.

“VF! 능 선생님?!”

우 간호사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면서 능연을 바라봤다. 응급 구역에서 능연이 이런 기술을 발휘하는 걸 본 적 없으니 다른 의사를 상기시킬 의도로 목소리를 높인 것도 있다.

능연은 우 간호사가 뭘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심전도 모니터를 보면서 심전도를 체크하는 동시에 심장 소리를 들었다.

“제세동, 150줄”

우 간호사는 내심 한숨 돌리고는 바로 준비된 제세동기를 능연에게 건넸다.

동시에 다른 간호사 두 명이 환자를 바로 눕히고 전도겔을 발랐고, 우 간호사는 제세동기에 전기자극을 준비했다.

모든 의료진이 그 과정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착착 진행했다.

전칠은 그들이 F1 경기에서 타이어를 갈거나 기름을 넣는 것처럼 매우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눈이 핑 돌 정도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충전 끝.”

“좀 비켜 주세요.”

능연은 커다란 전극판을 들고 피부 접촉이 잘되도록 힘을 주는 동시에 양손 엄지로 방전 버튼을 눌렀다.

환자가 소리 없이 몸을 살짝 떨었다. 모니터를 힐끔 본 능연이 바로 카디악 컴프레션(cardiac compression. 심장마사지)이라고 말하고는 환자의 머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관지 절개 키트!”

그리고 고작 몇십 초 만에 재빠른 속도로 기관 삽입하고 간이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그런 다음 간호사에게 심장마사지를 넘겨받아 안정적이고 빠른 박자로 숫자를 세며 가슴을 눌렀다.

우 간호사가 가장 먼저 능연의 박자에 맞춰 환자의 호흡을 돌리려고 도왔다.

응급실에서는 보통 두 사람이 함께 심폐소생을 진행한다.

흉부 마사지와 인공호흡을 함께 진행해서 생존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은 평균 분당 100번 이상 압박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서 체력 소모가 심하므로 보통 두 사람이 번갈아 진행한다.

물론 능연은 당분간은 번갈아 할 생각이 없었다.

심폐 소생술의 본질은 라이트한 버전의 ECMO(체외막 산소 공급), 즉 인공 체외 순환이다. 심장에 혈액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 흉부를 압박하고, 산소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 인공호흡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심장이 멈추고 전신 장기와 대뇌 기능이 정지한 상태에서 심장은 멈춰도 정신 장기와 대뇌 기능을 억지로 유지하면서 심장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혈액과 산소는 인체 장기와 대뇌에 꼭 필요한 것이며, 이론상 심폐소생으로 정상량의 30%를 제공할 수 있다. 군대로 예를 들면, 보급을 30%로 유지하면 전투력을 잃은 군대도 적어도 완전히 붕괴하지 않는 것과 같다.

흉부를 누르는 힘, 빈도, 인공호흡 정도 등이 이런 때에 놀라울 정도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30%는 이미 최소한의 한도이며 거기서 25%, 혹은 15% 이하로 떨어지면, 보기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사실상 낙타를 압사시키는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이치가 된다.

침대에 꿇어앉은 능연은 심폐소생을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우 간호사가 응급 처치실에서 능연이 어떤지 잘 모르는 것처럼 능연도 응급실의 간호사와 의사들이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서 능연은 스스로 심폐 소생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수준 높은 심폐소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장시간 심폐소생을 간행물과 국제회의에서 얼마나 칭찬하는지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장시간 심폐소생은 강하고 힘 있는 단체가 수준 높은 심폐 소생술을 장시간 진행해야 하고 거기에 지극히 운도 좋아야 겨우 성공한다.

능연이 읽었던 논문 중에 일 년에 총 190건 심폐소생 자료(소생 시간 약 30분)를 통계한 내용이 있었는데, 자가 호흡을 회복한 사람은 고작 17건이었다. 그리고 살아서 병원을 나온 건 17건 중의 3건, 그 3건 중 식물인간 상태 2건, 쾌유한 건 1건이었다.

그런데도, 그 단 1건의 성공사례가 의사들의 마음을 고무시켰다. 어찌 됐든 염라 앞에서 사람을 끌어냈으니 말이다.

“제세동!”

능연은 침대에서 뛰어내려 다시 제세동기를 들었다. 제세동 스텝을 새로 한번 끝낸 후, 능연은 다시 흉부 마사지를 시작했다. 30번 압박하고 능연이 잠시 멈추면 우 간호사가 간이호흡법으로 인공호흡을 두 번 진행했다.

그랜드마스터급 심폐소생술은 매번 누를 때마다 정확함을 보장하지만, 그런데도 능연은 여전히 환자가 깨어날 것이란 자신이 없었다.

그랜드마스터급 심폐소생술은 완벽한 기술이지만, 완벽히 부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능연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숫자를 세며 머릿속으로 각종 방안과 가능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커튼 안에서 한가한 사람은 환자와 전칠뿐이었다.

전칠로서는 그야말로 처음 보는 광경이라 조금 놀랐다. 특히 능연이 그렇게나 집중하고, 긴장하면서도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에 놀랐다.

전칠의 기억 속에 동(銅) 선물 시장(先物市場)에서 유명한 삼촌도 중요한 순간엔 그렇게 집중하고 긴장하면서 침착하고 냉정했던 것 같았다. 삼촌의 세 번째 부인도 그런 모습에 반했다던가. 그래서 삼촌이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어도 버리지 않았다는 것 같다.

다만 선물 시장에서 유명한 삼촌은 신분에 사과해야 할 외모라 성공한 사업가에, 꿈을 이룬 것에 가산점을 줘도 그냥 보통인 편이었다.

그러나 능연은······.

전칠은 능연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취한 듯 빠져들었다.

“심박 돌아왔습니다!”

우 간호사의 목청이 전칠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병상 주변엔 더 많은 의사가 몰려 있었고, 심장 내외과 의사들도 들어와서 환자를 트랜스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부인의 아들딸도 불려 와서 커튼 밖 멀지 않은 곳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칠은 ‘급성 심근경색’, ‘급성 하벽 심근경색’ 같은 전문 용어와 노부인의 아들딸이 놀라는 탄식을 들었다. 다행히 탄식은 곧 죽었다 살아난 거친 호흡소리로 바뀌었다.

“적시에 응급처치를 했고, 환자 상태도 최악이 아니라서 심박이 돌아 왔습니다. 혈압, 산소포화도 모두 차차 호전되고 있습니다. 이제 개입 치료를 해서 경색된 혈관을 개통하시길 건의 드립니다.”

커튼 밖의 의사는 침착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호자를 위로하듯 부드럽게 말했다. 의사의 이야기를 듣던 전칠은 다시 능연을 주의해서 바라봤다.

심폐소생을 마친 능연은 양팔, 두 다리에 힘이 빠진 듯했지만, 미소만은 눈부시게 찬란했다. 전칠은 그런 능연의 미소를 올려다보며 따라 웃었다.

“능 선생님, 멋져요!”

“음, 이번엔······.”

능연은 고개를 돌려 모니터 기기에 나타난 안정적인 파형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을 구했다는 느낌이 더 좋은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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