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80화 (261/877)

“선생님! 의사 선생님!”

스트레처 카에 누운 남자가 큰 소리로 고함쳤다. 남자는 어깨 드레싱한 곳에서 피가 밖으로 스며 나왔고 수액을 두 병 꽂은 흙먼지투성이인 몸에 온통 찰과상이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의사와 간호사,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순간 응급센터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소식을 듣고 많은 의사와 간호사가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실려 오는 환자가 더 많았다. 운화에서 가장 좋은 응급의학과는 바로 운화병원 응급의학과이고, 이제 막 응급센터로 승격하자마자 중상 환자가 과반수인 부상자를 대량 맞이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런 때에는 중상 환자마다 많은 인력이 매달려야 해서 가볍게 다친 사람을 상대할 겨를이 없었다.

어깨에 붕대를 감은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몰래 검색해 보고는 소리 높여 고함쳤다.

“아이고야, 나 죽는다. 아악! 가슴, 가슴이 아파요. 수, 숨이 막······.”

“제가 가 볼게요.”

골절 환자 깁스를 하던 연문빈이 같이 있던 주치의에게 말하자 주치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흉통은 바로 대처해야 하는 위급 현상이었다. 가슴이 먹먹하다, 숨이 막힌다고 해놓고 금세 괜찮아지는 환자도 있지만, 그래서 환자를 다 못 믿는다고 해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연문빈은 장갑을 벗고 옷을 털고는 알콜겔을 꺼내 손에 문지른 다음 처치실 구석으로 향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연문빈이 다가가는 걸 본 남자는 바로 신음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빨리 좀 봐주세요.”

“아까 고함칠 때는 쩌렁쩌렁 하던데요?”

연문빈은 상대를 응시하면서 대충 판단을 내렸다. 의사는 환자를 단순히 ‘힐끔’ 보면 안 된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시진(視診)을 해야 하며, 시진이란 중국 고대에서부터 말하던 4진(四診), ‘보고, 듣고, 묻고, 만지고’에서 보는 부분에 해당한다.

경험 있는 의사는 환자의 호흡, 손톱, 입술만 봐도 수많은 정보를 읽어냈다.

“큰 소리를 내야 들리죠. 안 그래요? 저도 힘들었다고요.”

남자는 헤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고, 연문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은 어떤가요?”

“진짜로 답답하고 아프긴 해요.”

“한 번 보죠.”

연문빈이 청진기를 꺼냈다.

“그건 소용없어요.”

“음, 그럼 뭐가 소용 있는데요?”

병상에 누운 남자가 청진기는 싫다는 듯 획 몸을 돌리자 이제 쌩 초짜는 벗어난 연문빈이 가볍게 물었다.

“하나만 먼저 확인하고요. 병원비, 나라에서 내는 거 맞죠? 그죠?”

“아니면 보험회사, 그것도 아니면 건설사에서 내겠죠. 구체적인 건 저도 모릅니다.”

“어찌 됐든 돈 내는 사람 있는 거죠. 맞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묻는 남자의 말에 연문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그렇죠.”

“그럼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주세요.”

“에?”

“가슴 사진, CT. 심전도 뭐 그런 거 있잖아요. 피검사 이런 것도요. 다. 병원은 돈 벌고 나는 건강검진하고, 좋잖아요.”

환자가 멀쩡한 걸 보니 연문빈은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먼저 진찰 좀 해볼게요.”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청진은 해보기로 했다. 환자가 거짓말하는 것 같긴 해도,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가슴이 아프다 먹먹하다 하니 신경은 쓰였다.

환자도 이제 버티지 않고 가슴을 열고 연문빈에게 맡겼다.

“아까 약속하신 거예요. 나중에 딴말하면 내가 무슨 짓 할지 몰라요.”

“알겠습니다.”

연문빈은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가슴 사진 같은 건 돈이 얼마 들지도 않는다. 게다가 환자가 가슴이 아프다고 하니 검사를 안 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심전도는 해야 하고, 피검사나 CT도 해봐야 했다.

물론 상대가 더 많은 걸 요구할까 봐,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심장 소리, 문제없네요.”

“이봐요, 선생님!”

연문빈이 청진기를 내려놓으며 하는 말에 침대 위 남자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폐 쪽도 문제없고요.”

“이러지 마시고요.”

“검사받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런데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금 너무 바빠요.”

“안 된다고요! 이러다가 심근경색 오면 어쩔 건데요?”

기다리다가 뜻대로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환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마침 수술을 끝내고 지나가던 능연이 ‘심근경색’이라는 말을 듣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능연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아는 연문빈이 그 모습을 보고는 바로 능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심근경색 아니십니다.”

“심근경색이거든요!”

“아니라고요.”

“소리 지르다가 생기면 어쩔래요?!”

“그······.”

연문빈은 갑자기 뜨끔해졌다. 이러다가 정말 심근경색이 오면 어쩌지? 그는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봤다.

그러나 능연은 벌써 막 실려 들어온 스트레처 카 위의 환자를 주목하고 있었다. 구급요원 하나가 환자 위에 꿇어앉아 숫자를 세며 흉부를 누르고 있었고, 스트레처 카를 밀며 들어온 다른 요원이 다급하게 고함쳤다.

“심정지 5분, 온몸이 파래지고 있습니다. 동공 확대, 대동맥 맥박 없음, 자가 호흡 없음.”

처치실 안이 순간 물을 뿌린 듯 고요해졌다.

심정지라면 심장이 일을 하지 않는 건데 5분이라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온몸이 파래진 것은 혈액에 산소가 부족한 것이며, 동공 확대는 뇌사 징조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그런 환자는 가장 위급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가장 위급한 상태가 이미 지났거나.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다들 하던 일이 있어서 순간 고민에 빠졌다. 능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나갔다.

“제세동기!”

능연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우렁찼다. 하얀 가운을 본 응급요원은 마지막 세트 압박을 끝내고 바로 자리를 비켜 주었다.

간호사 두 명이 신속하게 환자의 흉부에 기계를 붙이고 제세동기를 충전했다.

“150! 비켜요!”

능연은 고함치면서 엄지로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능연은 바로 스트레처 카 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환자의 흉부를 누르면서 지시를 내렸다.

“에피네프린 1mg 투여!”

제세동기는 만능기기가 아니라 효과를 못 보는 일도 흔했다. 그럴 때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심폐소생밖에 없었다.

능연은 자세를 바로 하고, 심폐소생을 최대한 잘하기 위해 환자의 몸 상태를 살폈다.

수준 높은 심폐소생을 하지 않는 이상, 심정지가 1분마다 생존 기회가 10%씩 준다고 한다. 수준 높은 심폐소생은 현대 의학에서 기사회생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래서 곁에 심폐소생 훈련을 받은 구급요원이 있다고 해도 능연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지시만 내렸다.

“아트로핀 1mg, 리도카인 50mg.”

능연이 압박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기도 개방’이라고 고함치자 주 선생이 달려가 재빨리 기관 절개를 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회복이 오래 걸리고 잘 낫지 않는다. 단, 환자가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전제하에.

“하나, 둘, 셋······.”

능연은 표준 자세로 숫자를 셌다. 흉부 압박을 30회 할 때마다 인공호흡을 두 번 하는 일반적인 심폐소생을 계속해서 반복, 반복,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숙이면 바로 환자의 얼굴이 보였다. 지쳐 보이는 젊은 얼굴이었다. 서른 초반쯤 되어 보이는 환자의 피부는 항상 햇볕에 노출되고 관리 받은 적 없는 듯 거칠었다. 외상도 없었고, 내출혈 징조도 없어서 심정지 원인을 유추할 수도 없었다.

능연은 정확한 흉부 압박 동작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자신의 호흡을 조절했다. 표준 심폐소생 동작은 간단하고 끝이 없을 듯 길었다.

30까지 센 능연이 잠시 멈췄지만, 동작에 변화는 없었다. 5분 동안 심폐소생을 한 구급요원은 매우 지친 듯 숨을 몰아쉬며 능연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스트레처 카 위에서 심폐소생 중인 의사의 동작은 정확했고 일정한 힘에 리듬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심폐소생은 그저 심폐소생일 뿐이었다.

3분, 5분, 10분.

에피네프린, 아트로핀과 리도카인도 벌써 두 번이나 투여했고, 제세동도 세 번이나 진행했다. 그러나 환자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온몸이 보라색으로 변해서 도저히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저 친구 죽었어요?”

연문빈 뒤에 드레싱한 남자가 어느새 침대에서 내려와 구경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검사받고 싶으면 어서 침대로 돌아가세요.”

“겁준다고 들을 거 같아?”

환자는 말은 그렇게 해도 돌아가서 침대로 올라가 베개를 바로 하고 이불을 끌어당겨 똑바로 누웠다.

“저 친구 가족 왔네요.”

연문빈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여보!”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우리 남편이에요. 가게 해주세요!”

보안요원 세 명이 여자를 붙잡자 여자가 쉰 목소리로 더 크게 고함쳤다.

“여기 계세요. 선생님이 지금 구급처치 중인데 가시면 방해되어서 더 안 좋아요.”

“여보!”

간호사가 설명해도 버둥거리던 여자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다시 고함쳤다.

“커튼 치지 말아요! 그럼 여기서 볼 게요.”

공간을 격리하려고 커튼을 치던 간호사가 무의식중에 동작을 멈추고는 수간호사를 바라봤다. 그러자 수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간호사는 순순히 물러났다.

능연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 들리지 않는 듯 기계적으로 숫자를 반복해서 셌다.

“하나, 둘, 셋······.”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환자의 아내는 금세 기운 빠진 모습이었다.

그녀는 유리문 밖에서 오래 서 있느라 지쳐서 문에 기대 눈을 부릅뜨고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너무 힘든 날이었다.

목숨이 걸린 사고는 어쩌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겠지만.

능연은 여전히 쉬지 않고 흉부 압박을 진행했다. 5분마다 에피네프린, 아트로핀, 리도카인을 투여하고 그 밖에도 탄산수소나트륨도 150mg 투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변은 변함없이 어수선했고, 의료진, 경찰, 환자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처치실 분위기는 화로 같았다. 능연도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분당 100회 이상 흉부 압박하면서 제대로 누르고 제대로 돌아오게 하면서 손도 가슴에서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은 경중을 가늠하기 힘들다. 특히 실제로 사람 몸에 조작해 보지 않으면 나중에 사용할 때 정확히 압박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제대로 배웠다고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서 사람을 구하기까지 너무나 힘이 든다.

“능 선생님, 교대할까요?”

“아직 괜찮습니다.”

우 간호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묻는 말에 능연이 간단히 대답했다. 정확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 조절할 필요가 있어서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흉부 압박은 심폐소생 과정에서 약물, 기기, 기술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능연은 자기가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길 바랐다. 다른 사람이 있다면 내려와서 지휘만 해도 되지만, 지금은 모두 바빠서 이어받을 의사 한두 명 구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 그럴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능연 스스로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든, 의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심폐소생을 할 때는 보통 생각보다 더 오래 버틴다.

“능 선생, 25분입니다.”

우 간호사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네.”

“호흡기계 쓰는 건 어떨까요?”

우 간호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묻는 말에 능연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25분 동안 인공호흡을 하던 간호사가 쓰던 건 커다란 둥근 주머니형 간이 호흡기였다. 호흡기계는 심폐소생 환자에게 쓰는 용도는 아니지만, 인공호흡 효과가 훨씬 더 좋다.

“좋은 생각이네요. 교체 시간 주의하시고요.”

능연의 말에 우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사람을 보내 호흡기계를 가져오게 했다. 우 간호사는 한치도 지체하지 않고 이미 열어 놓았던 기도에 삽관하고 호흡기계를 가동했다.

한참 조작하다가 우 간호사가 30분이 되었다고 다시 상기시켰고, 능연은 이번에도 그저 알았다고만 했다.

우 간호사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심폐소생 20분, 혹은 30분 이상 진행했다면 포기할지 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대다수 국가와 지역 병원들은 20분 이상 심폐소생을 하는 건 의미 없다고 여겼었다.

미국은 지금도 장시간 심폐소생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미국 의료 제도와 관련 있다.

미국 병원은 보호자가 식물인간이 된 환자를 병원에 방치해도 상관없다. 병원은 그것 때문에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감당해야 해서 병원 사이에 식물인간 거래라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의료비가 비싼 큰 병원에서 의료비가 저렴한 병원에 백만 달러 정도 지급하면서 환자를 넘겨 버린다.

미국 병원은 장시간 심폐소생은 식물인간이 된 환자를 늘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존엄사를 위해 장시간 심폐소생을 장려하지 않는 환경이 되었다. 환자들에게도 그런 이미지가 각인되어 장시간 심폐소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중국은 장시간 심폐소생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성공률이 1%밖에 되지 않아도 환자를 죽음에서 끌어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능연은 지금 이 순간 눈앞에 환자의 유일한 희망이 바로 자신인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포기하면 이어서 심폐소생을 진행할 의사가 없으리라. 그렇게 되면 사망 선고를 할 수밖에 없다.

계속 진행하면 1%의 희망이 있는 것이고.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1%보다 낮은 성공률을 위해서도 목숨 걸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다른 목숨을 살리기 위해 1%보다 낮은 성공률을 위해 목숨을 거는 또다른 목숨이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아빠!”

유리문 밖에서 9살짜리 남자아이가 어른 겉옷을 거치고 콧물을 흘리면서 고함쳤다.

“아빠는 안에 계셔. 우린 밖에서 기다리자.”

“아빠 왜 그래?”

9살이면 철이 들었을 나이였다. 아이는 지금 어른들이 자기 추측을 부정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크레인에서 떨어지셨어.”

“애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동글동글한 환자 아내가 아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하는 말에 뒤에 있던 환자 어머니가 초췌한 얼굴을 화가 나서 시뻘겋게 붉힌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네 남편이 죽으면 좋겠니? 애는 또 왜 데리고 오라고 했니? 여기 와서 볼 게 뭐 있다고!”

“아빠 얼굴 보라고 불렀죠.”

“나중에 보면 되지!”

며느리가 꼬박꼬박 말대답하던 평소와 달리 맥없이 대답하자 시어머니도 목소리가 작아졌다.

“며칠 뒤에 병실에서 보면 되지······.”

“천아, 아빠는 집세, 학비 내려고 밤낮없이 일하다가 저렇게 되신 거야. 넌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사무실에서 하는 일 해야 한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상관없고, 크레인에서 떨어질 일도 없는······.”

“얘가 진짜!”

노인은 화도 나고 답답도 하고,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며느리를 보다가 아이를 자기 쪽으로 휙 끌어갔다.

“헛소리하지 마라! 내 아들은, 내 아들은······.”

노인은 아들은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유리문 너머 광경에 도무지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능연은 변함없이 분당 100에서 120회 리듬으로 환자의 흉부를 압박했다.

그랜드마스터급 심폐소생술이 있어도 그 기술은 장시간 같은 리듬을 유지하게 해주진 않는다. 누를 때마다 정확하게 움직일 자신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째깍째깍, 계속 흘렀다.

다시 한번 약물 투여하라고 지시 내리려는데 곽종군이 능연 앞에 나타났다.

“곧 한 시간이라네.”

“환자가 겨우 32살입니다. 병력도 없고 건강했었으니까 심폐소생을 유지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큽니다.”

곽종군의 목소리를 들은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고, 곽종군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심폐소생을 유지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데 포기하면 사망 선고를 해야 했다.

곽종군은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달려와 어느 정도 진정된 응급실을 둘러 봤다. 현장에서 아직도 환자가 실려 왔지만, 전체 인원은 많이 줄어들었다.

“후우, 자네가 판단하게.”

“예.”

능연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흉부 압박을 계속했다. 급한 일을 끝낸 연문빈이 다급하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능 선생. 내가 도와줄게.”

“전기 충격 준비해 주세요.”

“아······. 응.”

연문빈은 잠시 멈칫하다가 전극판을 들었다.

“200줄.”

“200줄.”

연문빈은 지시를 반복하면서 제세동기를 가동했고, 능연은 쳐다보지도 않고 심폐소생을 계속했다.

심폐소생을 멈추는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띠.

띠띠.

심전도 모니터 기기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심박이 돌아왔습니다!”

우 간호사가 가장 먼저 소리쳤다. 간호사 생활 20년째인 그는 현장에 있는 의사들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한 시간 이상 지속한 심폐소생은 본 적 없지만, 환자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만은 빨랐다.

이제부터가 환자에게 중요한 순간이었다.

“QRS(심전도 파형)에 움직임이 있어. 좀 넓은데······.”

연문빈도 흥분했다.

“대동맥 짚어 보세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시를 내렸다. 손이 저려서 직접 만져도 느낌이 없을 것 같았다. 능연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우 간호사가 이미 환자의 맥을 짚고 있었다.

“아주 약합니다.”

약해도 없는 것보다 나았다.

이럴 때는 평소라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조차도 좋은 상황으로 여겨졌다.

“리도카인아랑 에피네프린 투여하고 덱사메사손(dexamethasone: 염증 치료제)도 15mg 투여해요.”

계속 흉부를 압박하며 지시하는 능연의 말에 우 간호사가 곧바로 시행했다. 몇 시간 전까지 능연의 실력에 의문을 가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감탄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심폐소생이란 절망과 희망을 함께 품고 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연속 5세트, 한 세트에 2분만 해도 힘든 일이라 면허 시험을 볼 때, 수험생의 체력을 고려해서 직접 시연하는 건 3세트만 하고 나머지 2세트는 구술만 해도 되는 지역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혼자서 한 시간, 심지어 두 시간 심폐소생을 진행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대다수 병원에 누구누구 의사가 30분, 40분 심폐소생을 진행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하나쯤 있다. 그런 소문은 꼭 건장한 의사에게만 있는 건 아니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건 신경 쓸 겨를 없는 모든 의사에게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10분만 버티면 살 수 있을 거야.

5분만 더 버티면 살릴 수 있을 거야.

2세트만 더해보자, 그럼 상황이 달라질 거야.

1세트만!

조금 더 버텨보자.

심폐소생은 보통 큰 기대를 안고 했다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장시간 심폐소생은 특히 그랬다.

장시간 심폐소생 환자 백 명 중에 한 사람이 자가 심박을 회복하고, 2백 명 중에 한 사람이 깨어난다.

그러니 2백만 번이라면 1만 명이 살아서 병원을 나가는 것이고, 2천만 번이면 10만이다.

그러나 대부분 큰 기대는 큰 실망으로 이어지고 우 간호사 나이쯤 되면 기적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착실하게 매일 근무하면서 사람을 구할 땐 기뻐하지만 실패해도 슬프지 않다. 집으로 돌아갔을 땐 병원에서 받은 기분은 흰옷과 함께 던져 버린다.

그러나 우 간호사는 여전히 기대를 품고 능연 같은 의사를 대한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을 때 우 간호사도 1%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칼슘하고 마그네슘, 투여 준비해 주세요.”

능연의 단호한 명령에 몸을 돌리던 우 간호사는 곁에 있던 젊은 간호사가 벌써 지시대로 움직인 것을 발견했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곽종군, 도 주임, 그리고 적어도 서른 명의 의료진이 에워싸고 있는 걸 발견했다.

장시간 심폐소생은 자주 보지만, 성공한 장시간 심폐소생은 드물었다. 능연은 환자의 흉벽이 제자리로 돌아오자 서서히 손을 뗐다.

“심박 130번, 스스로 뜁니다. 혈압 120/ 74.”

우 간호사가 모니터기의 수치를 읽었다. 능연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환자의 대동맥을 짚었다. 그의 감정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손가락이 떨리는 건 기분 때문이 아니라 가슴을 오래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온몸의 근육이 쑤실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어떻게 됐나?”

곽종군이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

“맥박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살렸나?”

이번엔 곽종군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정부 직원이 물었다. 그도 하얀 가운을 입고 거뭇거뭇해진 눈가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아직 모릅니다. 계속 혈장을 수혈하고 탄산수소나트륨도 보충해봐야 압니다.”

능연의 말에 간호사가 재빨리 가지러 갔다. 길었던 밤에 나타난 기적에 모두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여보, 여보.”

“환자는 아직 못 들어요.”

유리문 밖에서 환자 아내가 다시 고함치자 간호사 하나가 눈치를 줬다.

“식물인간이라도 다 듣는데요. 아니지, 우리 남편은 다 듣고 있을 거예요. 여보, 여보.”

능연은 입도 뻥끗하기 싫을 정도로 지쳐서 벽에 기댈 수 있는 의자를 찾아 꼼짝도 하기 싫다는 듯 늘어졌다.

곽종군은 핸드라이트를 꺼내 환자의 눈에 비추어보았다.

“빛 반사가 조금 있군.”

곽종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 동공 확장도 제법 컸다. 모니터링 기기를 보던 능연이 곁에 있던 연문빈에게 물 좀 달라고 부탁했다.

“포도당이에요.”

곁에 있던 간호사가 냉큼 도라에몽이 그려진 작은 컵을 건넸다.

“컵은 소독했어요.”

능연은 살며시 웃어 보이고는 컵에 담긴 포도당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리고 스태미너 포션도 한 병 비웠다. 몇 초 만에 잃었던 에너지와 체력이 단숨에 회복되었다.

“능연, 자네는 가서 쉬게.”

나지막이 능연에게 말을 건넨 곽종군이 바로 곁에 있던 의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환자는 ICU로 보내고, 신경내과 의사 불러서 진찰하게 해.”

자리에서 일어난 능연은 당부의 말을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심폐소생으로 온몸에 상처가 났을 것이다.

그 방면으로 능연도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이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과 분석은 할 필요가 없었다. 운화병원 ICU와 신경내과 모두 장시간 심폐소생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여보.”

남편이 스트레처 카에 타고 움직이자, 유리문 밖에 있던 아내도 저절로 따라 움직였다. 등 뒤에 아들과 시어머니,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구와 동료도 있었다.

오랜 시간 심폐소생을 하면서 병세 위급 통지서를 이미 발행했으니, 모두 어떻게 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하늘에 감사하고 기적이 나타났음에 감사하면서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환자의 아내가 갑자기 생각 난 듯 뒤돌아서 고함쳤다. 좀 더 쉴 생각에 의자에 앉아 있던 능연이 웃어 보이면서 살짝 몸을 일으키곤 그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환자의 아내는 처치실에 들어올 수 없어서 문을 사이에 두고 물었다. 능연은 곽종군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능연이라고 합니다.”

“능연 선생님, 감사합니다.”

환자 아내가 힘겹게 미소 지어 보이면서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하자 능연을 한 번 더 바라보고는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 탄 여자는 아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아빠 괜찮아지면, 우리 고향에 돌아가서 돼지 두 마리 잡아서 선생님께 보내자.”

9살 먹은 아들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이름 기억했어?”

“능연 선생님!”

아들이 똑똑히 발음하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친 듯 엘리베이터에 쿵 소리 나게 기댔다.

시어머니는 이번엔 며느리에게 트집 잡지 않고 조용히 하늘에 감사 인사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ICU의 모습이 펼쳐지자, 기도하면서 중얼중얼 대던 노인은 거친 손가락으로 양손을 꽉 마주 잡고 더 간절하게 기도했다.

‘제발 아들을 살려주세요. 머리에 문제가 없고 걷기만 하면 됩니다. 정 안 되면, 정 안 되면 차라리 이 늙은 것의 목숨을 가지고 가고 아들은 살려 주세요. 어차피 혼자 사는 이 늙으니, 아들 없으면 못 삽니다······.’

생각할수록 서러워진 노인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ICU에서 의사들이 막 들어온 환자의 체온을 올리면서 액을 보충하고 전해질을 높이는 등 정신없이 움직였다.

장시간 심폐소생을 한 환자는 작은 병원이라면 온 ICU가 출동해서 케어해야 하고, 인원 절반이 매달려야 하는 운화병원도 그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능연은 잠시 쉬다가 손을 주무르며 ICU에 갈 준비를 하다가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런 능연을 주시하던 주 선생도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뒤를 따랐다.

“ICU에 가게?”

불빛이 빛나는 엘리베이터 층수를 보며 주 선생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네,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능연은 계속해서 손목을 주무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했던 일반 심폐소생은 병원에서 돌발한 심근경색이라 제시간에 컨트롤했으니 예후도 당연히 매우 좋았다.

그런데 이번의 장시간 심폐소생은 그렇게 쉽지 않으리라.

“시려?”

“조금요. 근육이 조금 늘어나고, 좌상도 있고요.”

스태미너 포션을 마셔서 에너지와 체력은 회복했지만, 손상은 어쩔 수 없었다. 마스터급 추나를 써도 조금 완화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한 시간 넘는 흉부 압박은 누구에게라도 근육에 무리가 가는 큰일이었다.

“나중에 진통 연고 추천해 줄게. 꽤 좋더라고. 장시간 CPR은 환자도 그렇지만 의사도 힘들지.”

능연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딩,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주 선생은 능연이 먼저 내리도록 살짝 물러났다가 바로 뒤쫓았다.

“능연, 잠시만 기다려 봐.”

능연은 걸음을 멈추고 주 선생을 바라봤다. 익숙한 말투였다. 여자들이 이런 식으로 부를 땐 고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초등학교 졸업 후 그렇게 용기 있는 여자는 별로 없었다. 그리고 남자라면 보통 주도권을 선포하곤 한다. 능연은 거기에도 매우 익숙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잘 알았다.

능연은 궁금한 듯 주 선생을 바라봤고, 주 선생은 그런 능연의 낯선 표정과 눈빛에 어쩐지 켕기는 마음이 들어 헛기침했다.

“아까 한 마디 빼먹었다. 장시간 CPR은 환자 가족도 힘들어.”

“네?”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하자.”

주 선생은 병동 한구석으로 능연을 끌고 가 커다란 유리 앞에 서서 주변을 힐끔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됐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게.”

“네.”

“오늘 환자는 한 시간 넘게 심폐소생 한 후 건강해질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어. 맞지?”

주 선생이 모든 가능성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식물인간이 되면 거의 고문 수준일 거고, 건강한 상황을 이야기해 보자. ICU에 얼마나 있어야 할 거 같냐?”

“글쎄요. 상황이 좋으면 2, 3주, 못 해도 한 달, 두 달이 될 가능성도 있죠. 내일은 환자가 소변을 볼 수 있는지부터 보고······.”

능연이 분석을 시작하자 주 선생이 손을 휘휘 저었다.

“일단 그건 됐고. 한 달 ICU에 있으려면 30만, 40만은 들지. 상황이 안 좋으면 60만까지도 들 거고.”

돈 개념이 부족한 능연은 주 선생이 심각한 이유를 완전히 깨닫지는 못해서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주 선생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번엔 능연 표정의 의미를 깨달은 주 선생이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40만이면 네 3년 월급이야. 3년 동안 돈을 못······ 아, 출장 수술 빼고. 아니 근데, 너 매일매일 수술하고는 주말에 또 밖에서 수술하면 안 힘드냐?”

“아니요.”

“됐다. 아무튼, 보호자들이 꼭 감사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말하려고 그랬어. ICU에 오래 있을수록 힘들어지니까.”

“아.”

“신경 안 쓰여?”

담담한 능연의 모습에 주 선생이 반문했지만, 능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 보자.”

아직 할 말이 한가득 있었지만, 주 선생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고액 보상을 해주고 입원 비용도 전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가 ICU에서 두 달, 심지어 더 오래 있게 되면 그때까지 회사에서 순순히 돈을 낼지는 모를 일이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좋아진다면야 힘들긴 해도 좋은 일이겠지만, ICU에서 백만 위안 가까이 쓰고도 회복되지 않고 심지어 사망한다면······.

“동공 수축했나요?”

능연의 들뜬 목소리가 들리자, 주 선생은 웃음이 새어 나왔고 머리를 흔들며 다가갔다.

“능 선생? 네가 CPR 했냐?”

CPR에 있던 주치의는 처음으로 능연을 만난 것이라 저도 모르게 위아래로 그를 살폈다. 잘생겼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어쩐지 말이 안 나왔다.

“네, 제가 했습니다.”

능연은 대답하고는 침대 자락에 있던 차트를 들어 올려서 한 번 훑었다.

“지금은 내순환을 회복하도록 장기 보호하는 게 우선이야.”

주치의가 길게 말할 생각 없다는 듯 간단히 말하자 주 선생이 슬쩍 능연을 끌어당겼다.

“여기 우리 과 아니다.”

능연은 대답하지 않고 핸드라이트를 꺼내 환자의 동공을 확인했지만, 동공은 작아지지 않았다.

“고압 산소 치료법을 고려해볼 만하겠네요.”

그랜드마스터급 심폐소생엔 후속 회복 치료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딱 정해진 회복 방법을 내놓는 게 아니라 경험과 지식에 기대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허허, 안 그래도 그러고 있다. 오늘 되게 바쁜 거 아니냐? 이럴 시간 있어?”

“아까 성립으로 보낸 환자들이 있어서, 지금 좀 쉬고 있어.”

ICU 주치의에게 해명하듯 이야기한 주 선생이 고개를 돌려 능연을 봤다.

“이만 가자. ICU는 ICU 선생님들이 알아서 하실 거야. 안 선생도 장시간 CPR 해봤고. 맞지?”

“성공하셨어요?”

주 선생의 말에 안색이 돌아오던 안 선생은 능연의 말에 바로 표정이 흐려졌다.

“ICU에 사람 너무 많으면 안 됩니다. 할 일 없는 사람 다 나가주세요.”

안 선생이 작정하고 사람들을 몰아내자 능연도 어쩔 수 없이 주 선생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때 중년 의사 하나가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장시간 CPR 환자를 찾으면서 병상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검사하더니 고압 산소 치료 준비하라고 지시 내렸다.

주 선생은 갑자기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능연을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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